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4월 호에 실린 하버드 경영대학원 프란체스카 기노 부교수와 동 대학원 게리 P. 피사노 교수의 글 ‘Why Leaders Don’t Learn From Succes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비즈니스 역사를 돌아보면 한때 업계를 장악했으나 결국 몰락하고 만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기존 고객에게 지나치게 치중하는 태도, 단기 재정 성과를 중시하는 근시안,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흐름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하는 역량의 부족 등이 몰락의 이유로 꼽히곤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조직을 위대한 기업으로 키워낸 리더의 기량이 떨어진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본 논문에서 필자들은 ‘성공’이 개인 차원, 그리고 조직 차원의 학습을 방해해 실패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칠 것이다. 개인 및 기업이 키워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가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놀랍게도 성공을 통해 교훈을 얻기란 훨씬 더 힘들다. 본 논문에서 필자들은 성공으로부터 교훈을 얻고자 할 때 직면하는 문제들을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접근방법을 찾아내고자 한다. 그동안 필자들이 해왔던 연구 내용 및 행동 의사결정(behavioral decision making) 분야의 학자들이 발표한 관련 연구를 활용하고 서로 얽혀 있는 3가지 학습 방해 요인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첫 번째 방해 요인은 심리학자들이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 부르는 실수를 저지르는 경향이다. 사람들은 성공을 하게 되면 자신의 재능과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 및 전략 덕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환경적 요인과 우연히 발생한 사건이 성공에 끼쳤을 수도 있는 영향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두 번째 방해 요인은 ‘과잉 확신 편향(overconfidence bias)’으로 성공으로 인한 자기 과신이 학습을 방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자기 자신을 믿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지나치면 그 어떤 것도 변화시킬 필요가 없다고 믿게 된다.
세 번째 방해 요인은 ‘원인에 대한 질문 회피 증후군(failure-to-ask-why syndrome)’으로 뛰어난 성과를 올린 이유를 체계적으로 조사하지 않는 경향을 지칭한다. 이와 같은 증후군을 겪는 경영자와 경영팀은 지식을 확장하거나 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대한 가정을 변경하는 데 도움이 되는 어려운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두카티(Ducati) 사례가 주는 교훈
2004년 필자들은 오랜 승리의 역사를 갖고 있는 두카티 코스(Ducati Corse) 오토바이 경주팀에 관한 사례 연구를 진행하면서 성공을 통해 교훈을 얻고자 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오토바이 경주가 비즈니스 세계와는 너무 먼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오토바이 경주는 학습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기에 완벽한 대상이다. 오토바이 경주에서는 랩 타임, 경주 결과 등을 통해 성과를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성과가 점차 개선되고 있는지, 혹은 악화되고 있는지 잔인하리만치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오토바이 경주는 무척 힘들다. 경주가 열리는 날은 일요일이다. 경주에 출전하는 선수가 늦는다 하더라도 선수가 올 때까지 경기가 지연되는 법은 없다. 마지막으로 오토바이 경주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한 시즌 동안 세계적인 수준의 10여 개 오토바이 경주팀이 매주 최고의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이탈리아의 두카티와 같은 팀에 있어 우승 여부는 브랜드 자산 및 오토바이 판매량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2003년 볼로냐에 본사를 두고 있는 두카티는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그랑프리 오토바이 경주대회(Grand Prix motorcycle racing circuit, MotoGP)에 참가했다. 신생팀이었던 두카티 경주팀은 2003년을 ‘학습 시즌’으로 여겼다(경주팀 책임자가 필자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두카티 경주팀의 목표는 다음 시즌을 위해 좀 더 나은 오토바이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었다. 두카티 경주팀은 이를 위해 오토바이에 28개의 성과 매개 변수(예: 기온, 마력)에 관한 데이터를 포착하는 센서를 부착했다. 오토바이를 운전한 선수들은 경주가 끝날 때마다 핸들링, 반응성 등 주관적인 특징에 관한 의견을 제시했다. 두카티 오토바이 경주팀은 마치 완벽한 학습 조직처럼 보였다.
그러자 무언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신생팀이었던 두카티 경주팀이 총 9경기에서 3위 안에 들었으며 최종 성적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뿐만 아니라 두카티 오토바이는 경기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렸다. 하지만 성공을 거듭할 때마다 두카티 경주팀은 우승 자체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반면 학습에는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경기가 끝난 후 수집한 데이터를 거의 분석조차 하지 않게 됐다. 팀원 중 한 명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문제를 파악하고자 할 때에는 데이터를 관찰한다. 하지만 뛰어난 성과를 내는 이유를 찾고자 할 때는 데이터를 분석하지 않는다.”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끝낸 탓에 팀원들은 두카티 경주팀이 2004년에 우승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신생팀이 첫 번째 시즌에 2위를 했는데 경험이 좀 쌓인 이듬해에 1위를 차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자신감으로 두카티는 2003년 모델을 점진적으로 개선하기보다 2004년 시즌을 위해 팀원들의 오토바이를 급진적인 방식으로 재설계하기로 결정했다.
2004년 모델을 구성하는 부품 915개 중 60% 이상이 새로운 부품이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새로운 모델이 심각한 핸들링 문제를 갖고 있으며 두카티 경주팀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모든 부품을 직접 시험하지 않고 한번에 너무 많이 바꾸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흥미롭게도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두카티 경주팀은 2004년 시즌을 3위로 마무리했다. 두카티 경주팀이 3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신형 오토바이에서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광범위한 실험을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3위라는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에 3위라는 성적은 곧 실패로 여겨졌다. 저조한 성적에 대한 실망감으로 두카티는 오토바이 개발에 대한 접근방법을 광범위하며 매우 효과적인 방식으로 재검증하게 됐다(엔지니어링 그룹이 오토바이를 경주에 내보내기 전에 철저히 검증할 수 있도록 훨씬 일찍부터 다음 시즌을 위한 오토바이 개발에 돌입하는 커다란 변화가 나타났다). 두카티 경주팀은 2005년과 2006년에 안정적인 성적을 올렸고 2007년에는 세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두카티 코스 경주팀은 성공을 경험한 후 학습을 멈췄으며 실패를 했다고 생각한 후에야 다시 학습을 시작했다.
두카티 사례를 연구한 후 필자들은 엔터테인먼트, 제약, 소프트웨어 업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연구소 및 임원 교육 강의실에서 실험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필자들은 동일한 현상을 수없이 관찰할 수 있었다. 결국 필자들은 모든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것은 바로 학습을 저해하는 3개의 방해 요인이었다.
쉽게 성공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는 태도
프란체스카 기노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의 돈 무어(Don Moore), 카네기 멜론대의 샘 스위프트(Sam Swift), 재커라이어 샤렉(Zachariah Sharek)과 공동 진행한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업적을 평가할 때 일의 난이도에 따라 적절하게 평가 내용을 조정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미국의 어느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MBA 프로그램 지원자를 걸러내는 입학 사정관의 역할을 맡긴 후 지원자의 학점과 출신 대학의 평균 학점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다. 학생들은 결정을 내릴 때 지원자의 명목 학점을 과대평가하는 반면 각 대학에서 학점을 주는 기준이 지원자 개개인의 학점에 미치는 영향은 과소평가했다. 다시 말해서 학점을 따기가 얼마나 쉽고 어려웠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
위험을 초래하는 귀인 오류
오토바이 경주를 할 때는 수많은 독립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성공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카티는 오토바이 디자인, 특정한 경주에 사용한 전략, 오토바이 운전자의 재능 및 결정, 다른 팀의 잘못된 결정, 행운, 날씨와 충돌 같은 무작위적인 사건, 이 모든 요인들이 복잡하게 더해져 나타나는 현상 중 무엇이 2003년의 우수한 성적에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또한 이런 이해가 없었기 때문에(그리고 두카티가 이뤄 낸 오랜 승리의 역사로 인해) 두카티는 너무도 안일하게 경주팀이 뛰어난 성적을 낸 이유가 팀의 탁월한 결정과 행동, 역량 때문이라고 믿어버렸다.
마찬가지로 비즈니스에서도 제품의 품질이나 경영진의 의사 결정과 무관한 많은 요인들이 성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경영자가 자신의 통찰력, 경영 능력 등으로 인해 조직이 성공을 거머쥘 수 있었다고 믿으며 자신의 통제권 밖에 있는 무작위적인 사건이나 외부 요인을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뛰어난 성과를 내는 팀을 이끄는 책임자라고 생각해보자. 실제로는 행운이 따랐거나 경쟁업체가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에 팀이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팀의 성과가 좋았던 것을 모두 자신의 공로로 돌리고픈 욕구를 느끼기 쉽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존스(Edward Jones)와 빅터 해리스(Victor Harris)가 실시한 연구를 비롯한 여러 연구를 통해 이는 인간의 보편적인 행동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나쁜 성과를 낼 때 사람들은 정반대로 행동한다. 필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 노스캐롤라이나대(University of North Carolina), 카네기 멜론대(Carnegie Mellon University)에서 임원 대상 교육 과정을 진행하며 실험을 해봤다.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의 성공을 평가할 때 리더십 역량 및 전략의 역할을 축소 평가한 반면 외부 요인 및 운의 역할을 극대화한 평가를 내렸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성공을 평가할 때 상황이 어려운 정도에 따라 평가 내용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쉽게 성공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는 태도’ 참조).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이런 편향이 채용 및 승진 대상 선정, 출시할 제품 선정, 조직 전체에 확산시킬 관행 선정 등을 비롯한 수많은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익성이 매우 높은 업계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꾸려온 사람은 대부분의 기업이 실패하는 업계에서 힘겹게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에 비해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비슷한 수준의 능력을 갖고 있거나 후자가 전자에 비해 좀 더 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그런 사실은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필자들은 제약업체가 포기할 약, 또는 개발을 지속할 약을 결정할 때 이와 같은 종류의 귀인 오류를 종종 저지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제약업체들은 초기 테스트 결과가 성공적인 약품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제품으로 선정하고 추가 테스트 및 개발을 위해 더 많은 자금을 할당한다. 하지만 관리자들이 자사 과학자들의 특별한 능력 덕에 성공을 했다고 가정하며 경쟁업체도 갖고 있을 수도 있는 보편적인 지식 덕에 초기 테스트에 성공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뿐만 아니라 필자들은 리드 타임(lead time)이 길어지면 경영진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전략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또 다시 제약업계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제약업계에서는 신약을 개발한 후 시장에 내놓기까지 평균 12년이 걸린다. 따라서 제약업체의 현재 성과는 가장 최근의 행동 및 결정과 별다른 관련이 없다. 하지만 관리자와 투자자 모두 현재의 우수한 성과가 현재 사용 중인 전략, 현재 경영을 맡고 있는 경영진, 현재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과학자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잉 확신 편향의 희생물
자신감이 없으면 결정을 내리거나 위험한 일에 대처할 수 없다. 자신감이 없다면 결과가 나타난 후에 뒤늦게 스스로를 비난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자신감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성공만큼 자신감을 부풀리는 데 큰 기여를 하는 것도 없다.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금융 시스템이 거의 붕괴 상태에 이른 2008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린스펀은 미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중 한 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그린스펀 휘하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정책 입안가들이 자신들이 제시한 금융모델을 지나치게 과신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2008년 10월 그린스펀은 의회에서 “기존 금융모델이 실패한 데 충격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물론 그린스펀 외에도 과도한 자신감에 굴복한 사람은 많다. 주택시장이 한창 호황을 누리던 시절 규모를 막론한 수많은 은행에서 일했던 경영진과 주택담보 대출 기관, 투자기관, 주식 거래 업체 등의 관리자들은 당시 금융모델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가정에 대해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성공을 하면 실제보다 자신의 의사 결정 능력이 더욱 뛰어나다고 믿는다. 필자들은 최근 다양한 업계의 관리자들에 대해 간단한 연구를 진행했다. 해당 연구에서 필자들은 한 그룹의 구성원에게 업무상 성공을 경험한 때를 떠올려 볼 것을 요청했고 두 번째 그룹의 구성원에게는 실패를 경험한 때를 떠올려 볼 것을 부탁했다. 그런 다음 두 그룹의 구성원들에게 여러 건의 의사결정 업무를 맡겼다. 의사 결정 업무를 구성할 때는 실험 참가자의 자신감, 낙관주의, 위험 추구 행동 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요인을 포함시켰다. 실패를 떠올린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성공을 떠올린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훨씬 더 자신감을 가졌으며 자신의 향후 성공 가능성에 대해 훨씬 긍정적인 예측을 내놓았고 좀 더 과감하게 도전했다. 이 같은 결과는 성공이 어떻게 과신을 야기하는지에 관한 다른 연구들의 결과와 일치한다. (‘권력을 갖고 있을 때 조언을 외면하는 이유’ 참조.)
과거의 성공으로 인해 생겨난 과도한 자신감은 조직 전체로 퍼져나간다. 자신감이 지나친 조직은 새로운 혁신을 외면하고 고객 만족도 하락, 품질 문제 증가 등에 관심을 갖지 않으며 지나치게 위험한 결정을 내린다. 인수를 통해 빠른 속도로 성장했으나 쓸데없이 과도하게 인수를 추진한 탓에 심각한 문제를 겪는 기업이 셀 수 없이 많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 10년 동안 괜찮은 대출자와 악성 대출자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확신하며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대출을 마구 내어준 수많은 은행, 확실한 성공 공식을 알고 있었으나 전략을 개선하거나 변경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비즈니스 미디어 등을 생각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