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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ling By Design

실패는 죽음? NO, 똑똑한 실패가 조직을 키운다

리타 군터 맥그래스 | 93호 (2011년 11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4월 호에 실린 리타 군터 맥그래스의 글 ‘Failing By Desig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다. 다들 아는 당연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실패를 관리하거나 이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교훈을 얻는 방식을 설계한 기업은 드물다. 기업 중역에게 실패를 통한 학습이 얼마나 잘 이뤄지는지를 점수(10점 만점)를 매겨보라고 하면 대부분이 “2점 아니면 3점”이라며 말끝을 흐린다. 대부분의 기업은 실패를 잘 활용하도록 조직돼 있지 않다. 실패를 연구하기 위한 체계적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 심지어 실패를 숨기거나 이를 처음부터 예상한 것처럼 가장하는 경영진도 있다. 그 결과 실패는 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실패로 평판이 나빠질까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어떤 모험도 시도하지 않게 된다.
 
실패 자체가 좋은 일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당연히 실패는 좋지 않다. 기업 자원을 낭비하고 직원 사기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고객의 분노를 사고 기업의 명성을 실추시킨다. 해당 프로젝트를 담당한 책임자의 평판도 물론 나빠진다. 그 결과는 비극적이다. 그러나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실패는 불가피하다. 잘 관리한다면 실패도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실패’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못하면 혁신과 성장을 위한 모험도 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실패가 존재하지 않는 듯이 행동하기보다는 ‘똑똑한 실패(intelligent failure)’를 설계하는 게 낫다. ‘똑똑한 실패’는 듀크대의 심 시트킨(Sim Sitkin)이 1992년 조직 행동 연구(Research in Organizational Behavior)에 게재한 ‘실패를 통한 학습: 작은 손실을 통한 성공 전략(Learning Through Failure: The Strategy of Small Losses)’에서 처음 언급한 개념이다. 보다 기민하게 움직이고, 효과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며, 학습에 능숙해지려면 ‘똑똑한 실패’가 필요하다.
 
 
   실패를 용납할 수 없는 분야는?
실패가 용납되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를 분명히 정해야 한다.
마이크 에스큐(Mike Eskew) UPS 전 CEO는 고객 서비스에서만큼은 실패를 용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실패를 하더라도 고객에게는 절대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철칙이다. 그래서 UPS는 소포 운송 및 비용 지불, 취급 부문에서는 절대로 모험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는 모험이 허용되고 권장되기까지 한다. 그 결과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UPS는 진취적 모험을 통해 지금도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실패를 활용하라
 
의도적으로 계획한 실패가 있는가 하면 미처 예상을 하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실패도 있다. 유형이 어떻든 모든 실패는 귀중한 교훈을 안겨준다. 따라서 통제가 가능한 어느 정도의 실패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다양한 선택안을 마련해둔다.어떤 일을 할 때 경우의 수가 다양하다면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진다. 이럴 땐 시도를 많이 할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벤처 투자사(성공률 10∼20%)나 제약업체(신약 수백 개 중 판매 가능한 약은 1개뿐이다), 영화 제작(개봉 영화의 1.3%가 전체 수입의 80%를 차지)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산업에 이런 논리가 특히 더 들어맞는다.
 
안 되는 게 무엇인지를 배워라.성공의 상당수는 실패한 프로젝트를 토대로 발전했다. 애플의 맥킨토시 컴퓨터는 지금은 시장에서 사라진 컴퓨터 리사(Lisa)에서 일부 기능을 가져와 성공을 거뒀다. 오늘날의 컴퓨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래픽 인터페이스와 마우스 기능은 리사에서 처음 시도된 것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기존의 시장 조사 방식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1990년대 사람에게 인터넷 검색 서비스의 적정 요금을 물어본다면 무슨 뜻인지 몰라 다들 어리둥절할 것이다. 쓸 만한 검색 엔진이 개발되기까지는 수많은 실험이 필요했다. 초기 검색 엔진들은 검색 서비스를 유료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광고를 수익원으로 삼는 사업모델이 개발됐다. 구글이 광고 기반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한 것도 한참 뒤의 일이다. 앞선 업체들의 시행착오가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알고리즘 기반의 거대 검색엔진 구글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자원과 관심을 끄는 환경을 구축하라.많은 조직들은 기존 프로젝트에 내재된 시스템적 문제를 고치기보다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다가 기존 시스템에서 큰 문제가 터지면 모두 우르르 몰려나와 문제에 매달린다.
몇 년 전 뉴욕시 정부를 위해 일하면서 실패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법을 배우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뉴욕시 정부의 자동화 조달 IT 시스템을 설치하는 일이었다. 프로젝트에 착수하기 전만 해도 조직원의 지지를 끌어내고 재정적 자원을 확보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다행히 상사는 정치 게임에 능숙한 사람이었다. 하루는 분석 작업을 하다가 IT 시스템의 기존 자료가 오염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걸 막기 위해 즉시 행동에 돌입했다. 대응 계획을 세워 상사에게 제출했는데 상사가 나를 잡더니 차분히 말했다. “아무 조치도 취하지 말게. 때로는 문제가 커져야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네.” 과연 그의 말이 옳았다. 기존 시스템의 대대적인 오류가 드러나자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 뒤로 나는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새로운 리더에게 기회를 줘라.대부분의 기업 총수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후임으로 뽑는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암묵적 가정과 당연하게 여기는 원칙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순종자’들 때문에 기업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사회는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인 가정과 규칙이 옳지 않다는 게 드러난 뒤에야 새로운 지도자를 찾는다. 큰 시련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문제를 깨닫는 경우도 많다. 새로운 지도자는 기업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혜택을 가져올 수도 있다. 보잉(Boeing) 중역이었던 앨런 멀렐리(Alan Mulally)가 포드를 극적으로 회생시킬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직관력과 기술을 강화한다.특정 패턴을 인식하는 발달된 능력이 바로 직관이다. 부정적 결과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직관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경험이 매우 부족하다. 벤처 투자자들은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사업가에게는 결코 투자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 시장 진출을 성공적으로 도운 엑스박스(Xbox) 360은 3DO 게임기, 웹TV, 애플 비디오 카드 사업, MS 얼티메이트TV(UltimateTV) 등에서 실패를 경험했던 사람들이 한데 모여 개발한 제품이다. 너무 많은 실망을 경험했던 팀원들은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경고 신호를 빠르게 포착했다. 그에 따라 경로를 수정해나갈 수 있었다. 일례로 초기 엑스박스는 외부 협력업체로부터 공급받은 칩 때문에 2001∼2005년 무려 40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문제를 인식한 엑스박스 360팀은 칩 공급업체를 바꿨다. 칩에 대한 지적재산권도 획득해 제품 출시 초기부터 수익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실패란?
실패 Inc.
공개적으로 이뤄진 당혹스러운 실패에 대한 사진과 동영상을 모아놓은 ‘실패 블로그(FAIL Blog)’가 2008년 1월에 개설됐다. 웹사이트에서 내세운 ‘장려한 실패’ 개념이 인기를 얻으면서 실패 블로그는 개설 5개월 만에 다른 기업에 매각됐다. 2009년에는 온라인의 아카데미 시상식이라 불리는 웨비 어워드(Webby awards)에서 2개 분야의 상을 수상했다. 관련 책도 함께 출간됐다.
 
 
 
똑똑하게 실패하는 법
 
모든 실패가 다 유용한 건 아니다. 꼭 피해야 하는 실패가 있다. 그러나 불확실한 환경에서 실패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받아들이면 실패를 계획·관리하고 그로부터 배우는 게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실패를 실험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도 중요하다. 실패로부터 최대한 많이 배우기 위한 7대 원칙을 소개한다.
 
원칙 1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성공과 실패의 기준을 명확히 세운다.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성공에 대한 기준이 다를 때가 많다.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연구사례 중에 신제품 판매를 준비하고 있던 환경정화장비업체가 있다. 이 회사의 마케팅 부서는 제품이 새로운 환경기준을 충족시킨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엔지니어링 부서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비용 효과성을 제품의 강점으로 생각했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 새로운 환경 기준을 만족하는 기능을 제품에서 빼려고 했다. 부서별로 기준이 달랐기 때문에 회사는 실패할 뻔했다.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실패였다. 다행히도 회사는 모두 같은 기준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 덕분에 큰 재난을 일으킬 뻔한 실수를 바로잡았다.
 
원칙 2
가정을 지식으로 바꾼다.
불확실한 작업을 수행할 때는 잘못된 가정(假定)에서 일을 시작할 위험이 있다. 이 가정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수밖에 없다. 실험을 하려면 먼저 가정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새로운 정보가 발견되면 언제라도 이 가정을 고칠 준비가 돼야 한다. 문제는 우리가 자기 생각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골라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걸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 부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생각이 틀렸다는 증거를 찾아낼 팀원을 지정해야 한다. 엄청난 노력과 자원을 투입한 게 아까워 잘못된 작업을 계속 끌고 가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정보를 미리 찾아내는 편이 낫다.
일을 추진하기 전에 내렸던 가정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인식 과정 속에서 가정이 사실로 바뀔 수 있다. 회의 중 담당자가 해당 시장의 잠재 매출이 500만 달러라는 가정을 내렸다. 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500만 달러라는 잠재 매출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져 다음 해 예산 편성에 그대로 반영됐다! 추측이 기정 사실이 되는 순간, 각종 실패가 발생한다. 추측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둘째, 무엇을 가정했는지를 기록하지 않은 조직은 실패를 하더라도 많은 교훈을 얻지 못한다. 일을 진행하면서 경로를 수정하고 교훈을 도출할 수는 있겠지만 기대치와 실제 결과를 엄격히 비교하지 않는다면 명확한 교훈을 공유할 수 없다. 향후 새롭게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어려워진다. 가정을 내리고 수정한 후에는 이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한다. 과학 실험과 마찬가지로 실험은 의도했던 결과가 나오는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실험을 끝낸 후에 교훈을 이끌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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