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The Innovation Wars

혁신 전쟁을 멈춰라

75호 (2011년 2월 Issue 2)

별 뜻 없이 그냥 한 말이었다. 필자는 포춘(Fortune)에서 선정한 500개 기업 중 한 곳에 몸담고 있는 클라이언트와 함께 일을 하던 중 새로운 성장 전략을 실행할 특별 그룹을 신설하고, 그 그룹을 혁신 팀이라고 부르자고 얘기했다. 그러자 클라이언트는 눈을 굴리며 이렇게 얘기했다. “혁신 팀이라는 이름을 빼고 다른 이름을 정하자. 혁신 팀이라고 이름 붙여진 그 팀이 무슨 일을 하겠는가? 브레인스토밍?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 창의성을 불태우는 일? 우수한 조직 문화에 대해 거들먹거리며 얘기하는 일? 아무런 규율도 책임도 없이 이 모든 활동을 하지 않겠는가? 나머지 사람들이 실질적인 업무를 진행할 때 이 모든 걸 한다는 말인가?”
 
놀라웠다. 필자는 딱 두 단어, ‘혁신’과 ‘팀’을 얘기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혁신 팀은 실질적인 업무를 진행할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들에게 통렬한 적개심을 느낀다. 혁신 팀은 실질적인 업무를 추진하는 사람들을 업신여긴다. 업무를 추진하는 이들이 관료적이고, 로봇같이 딱딱하며, 엄격하고 경직돼 있으며, 고루하고 따분하며, 퇴락하고 있으며, 모든 걸 통제하고자 하며, 잘난 체 한다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낡아빠졌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혁신 팀이 운영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적개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 경영진은 중요한 혁신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나머지 부분으로부터 고립돼 있는 팀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런 통념은 매우 어리석고 잘못됐다. 혁신 팀을 고립시키는 일이 단기적으로는 회사의 내분을 상쇄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혁신 팀이 제 역할을 해낼 수 없다.
 
혁신 전략을 실행할 때에는 양측이 서로에게 갖고 있는 적대감 사이에 다리를 놓는 협력 관계가 필요하다. 즉, 혁신에 집중하는 팀과 ‘성과 엔진’이라 불리며 지속적인 운영 및 영업의 우위를 유지할 책임을 맡고 있는 부서 간의 협력 관계가 필요하다. 물론 처음에는 이런 관계를 구축하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양측의 협력 관계 구축을 포기한다면 혁신 자체를 포기하는 거나 다름없다.
 
거의 모든 혁신 전략이 브랜드, 고객 관계, 생산 역량, 기술적인 전문 지식 등 기존 자원 및 노하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대기업이 특정 집단에 고립된 상태에서 홀로 혁신을 추구하라고 요구하면, 이미 자사가 갖고 있는 역량을 불필요하게 중복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자사보다 규모는 작지만 한층 민첩하게 움직이는 경쟁업체에 대한 주요 우위 즉, 거대한 자산 기반이 사라진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수십 건의 혁신 전략을 검토하고 최고의 사례를 몇 개 찾아냈다. 그 과정에서 필자들은 ‘이용’과 ‘탐색’ 간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경영 구루 짐 마치(Jim March), 기업은 사내 부서를 통합하는 동시에 차별화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폴 로런스(Paul Lawrence)와 제이 로시(Jay Lorsch) 등이 내놓은 근본적인 경영 이론을 바탕으로 더 심도 깊은 연구를 진행했다. 필자들은 본 논문에서 제시한 조직 모형(혁신에 전념하는 팀과 성과 엔진 간의 협력 관계)을 놀랄 만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두 요소 간의 협력을 강조하는 이 모형은 여러 혁신 범주(유지와 파괴, 점진적인 변화와 급진적인 변화, 역량 향상과 역량 파괴, 새로운 프로세스와 신제품, 새로운 비즈니스와 위험 수준이 높은 새로운 모험)를 아우르는 전략에 맞춰 조정도 가능하다.
 
이 논문을 통해 잘 이뤄질 것 같지 않은 협력 관계가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살펴보자. 총 3개의 단계가 있다. 우선, 성과 엔진에 어떤 업무를 할당하고 전담 팀에 어떤 업무를 맡길지 결정해야 한다. 둘째, 적절한 인재를 선발해 전담 팀을 제대로 꾸려야 한다. 셋째, 협력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담을 예상하고 완화시켜야 한다. 이 모든 단계를 제대로 밟았다면 위대한 아이디어를 실제 실행에 옮기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웨스트는 어떻게 혁신 전담 팀을 꾸렸나
대부분의 법률 사무소에 들어서면 무겁고 웅장해 보이는 책들이 가득 꽂혀 있는 책장을 발견할 수 있다. 인터넷 시대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다. 법전에는 과거에 발생했던 사건에 관한 판례가 담겨 있다. 판사들은 평결을 내릴 때마다 미래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엄청난 양의 판례 모음에 또 하나의 평결을 추가한다. 적어도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이런 법제를 채택하고 있다. 법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판례 연구의 복잡성과 미묘함을 익히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135년 역사를 자랑하는 웨스트(West)는 법률 전문가들이 좀 더 쉽게 법률을 연구할 수 있는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출판사다. 웨스트는 1996년 지금은 톰슨 로이터(Thomson Reuters)로 이름이 바뀐 톰슨 코퍼레이션(Thomson Corporation)에 인수됐다. 이후 웨스트는 5년 동안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당시, 출판업계가 인쇄서적 중심에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변했기 때문에 웨스트는 높은 성장률을 자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1년이 되자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다. 웨스트의 거의 모든 고객들이 웨스트가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 웨스트로(Westlaw)로 옮겨가면서 웨스트의 성장률이 0에 가까운 수준으로 급락했다.
 
웨스트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제품 라인을 확장하기로 했다. 로펌, 기업 법무팀, 로스쿨 등 자사 고객을 면밀히 검토하는 한편 고객의 업무 방식을 관찰한 웨스트는 변호사들이 중요한 정보의 원천에 손쉽게 접근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로펌에서 과거의 사건에 어떤 법률 전략이 적용됐는지 검토하는 사례를 생각해 보자. 이때, 로펌은 잡일을 담당하는 직원을 법원 청사로 보내 먼지로 뒤덮인 기록 보관소를 뒤지고 오래된 변론서(변호사들이 판사에게 제출하기 위해 작성한 문서로 변호사의 주장을 담고 있을 때가 많다)를 복사해야 했다.
 
웨스트는 변론서를 모아 놓은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서 시작해 각종 디지털 상품을 출시했다. 2007년 웨스트는 자사의 연간 유기 성장률을 약 7%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고객층의 증가 속도가 매우 더뎌진 점을 볼 때 상당한 성과였다.
 
처음에는 여러 종류의 문서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당시 웨스트의 CEO였던 마이크 윌렌스(Mike Wilens)와 제품 개발 책임자 어브 바브레(Erv Barbre)는 프로젝트의 규모가 크고, 복잡할 뿐 아니라, 데이터베이스 작업이 익숙하지 않은 분야기 때문에 변론서 프로젝트가 자사의 성과 엔진이 갖고 있는 역량 밖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즉 특별 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윌렌스와 바브레는 동시에 변론서 프로젝트 중 일부는 자사의 기존 직원들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윌렌스와 바브레가 해야 할 일은 서로 다른 2개의 그룹이 긴밀히 협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결국, 윌렌스와 바브레는 앞서 언급한 3단계를 따라 혁신 전담 팀과 성과 엔진 간의 효과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결국 변론서 데이터베이스 프로젝트도 성공했다.
 

BMW가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은 이유
모든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핵심은 재생 브레이크다. 기존 브레이크는 자동차의 움직임을 통해서 생성된 에너지를 소모하며 그 과정에서 마찰과 불필요한 열을 발생시킨다. 반대로, 재생 브레이크는 에너지를 포집해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자동차의 운행 속도가 느려지면 브레이크에 내장돼 있는 발전기가 하이브리드의 거대한 배터리를 재충전시킨다.
BMW는 2007년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출시했다. BMW의 최고 설계 책임자였던 크리스 뱅글(Chris Bangle)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출시를 위해 설계 작업을 하던 초창기에 업무가 더디게 진행되자 의욕을 상실했다. 뱅글은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엔지니어링 실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BMW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제작을 위해 필요한 인재가 충분했다. 문제는 BMW의 공식적인 구조 및 업무 프로세스였다.
이미 BMW의 설계팀 내에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기존 설계 절차 하에서는 배터리 전문가들이 브레이크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눌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배터리 전문가와 브레이크 전문가 사이에는 정례적인 업무 흐름조차 없었다.
뱅글은 재생 브레이크 설계에 참여하는 모든 부속품 전문가들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이들의 협업을 가능케 하기 위한 전담 팀을 꾸리기로 결정했다. 뱅글은 전담 팀의 이름을 ‘에너지 사슬(energy chain)’팀이라고 붙였다. 이 팀은 재생 브레이크 개발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에 박차를 가하는 데 성공했다. 자동차 설계의 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전담 팀이 필요했지만 설계, 엔지니어링, 판매, 마케팅, 유통 등 BMW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출시와 관련된 나머지 부분은 모두 성과 엔진이 담당했다.
 
<던져봐야 할 질문>
업무를 분할할 때
1. 우리 회사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기술을 이미 모두 확보하고 있는가?
2. 혁신 전략 중 어떤 부분이 성과 엔진 내부의 기존 업무 관계와 일치하는가?
업무를 분할하라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1단계는 양측의 책임을 정의하는 일이다. 물론, 가능한 많은 업무를 성과 엔진, 즉 일상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팀에 안기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성과 엔진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제 역할을 훌륭하게 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의할 필요가 있다. 성과 엔진이 기존 업무를 우수하게 완수하면서 혁신과 관련된 어떤 일을 해낼 수 있을지를 현실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업무 분할의 비율은 다양하다. 10대 90이 될 수도 있고, 50대 50이 될 수도 있으며, 90대 10이 될 수도 있다. 추진하는 전략의 특성 및 성과 엔진의 역량에 따라 업무 분할 비율이 달라진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성과 엔진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계는 크게 2종류다. 첫째, 성과 엔진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역량을 벗어나는 업무는 전담 팀에 맡겨야 한다. 둘째 한계는 첫째 한계만큼 명료하지 않다. 두 번째 한계는 업무 관계와 관련이 있다. 즉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이 공동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을 비단 A가 갖고 있는 기술과 B가 갖고 있는 기술의 함수만으로는 모두 설명할 수 없다. A와 B가 공동으로 해낼 수 있는 업무 성과는 A와 B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공동 업무 방식과도 관계가 있다. A와 B가 성과 엔진 내에서 함께 일을 하는 한, 업무 관계를 변화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A와 B의 업무 관계는 일상적인 업무 요구로 나날이 강화된다. BMW는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설계할 때 두 번째 한계에 부딪혔다.(‘BMW가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은 이유’ 참조)
 
따라서 성과 엔진은 기존 업무와 동일한 방식으로 직원들 사이를 이동하는 업무만을 맡아야 한다. 이는 기존 업무와 같은 속도로 진행되며 동일한 직원들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여야 한다. 성과 엔진에 더 많은 일을 요구하면 파괴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성과 엔진 내에서 혁신과 기존 업무가 심각하게 충돌해 관리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웨스트의 사례를 보자. 윌렌스와 바브레는 제품 개발 담당 직원들이 사법 결정(미란다 대 애리조나 Miranda v. Arizona, 브라운 대 교육 위원회 Brown v. Board of Education, 로 대 웨이드 Roe v. Wade 사건을 비롯한 수천 개의 사건) 부문에서는 뛰어난 전문 지식을 갖고 있지만 변론서를 모아 본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사실, 변론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법원 청사에 흩어져 있고 변론서를 추적하고 정리하는 일은 판결문을 추적 및 정리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게다가 방대한 규모라는 복병이 있었다. 한 건의 사법 결정이 내려질 때마다 수십 건의 변론서가 제출됐을 수도 있었다. 전담 팀은 적어도 변론서의 위치를 파악하고 변론서를 확보할 책임을 맡아야 했다. 어쩌면 효과적인 업무 진행을 위해 몇몇 외부 전문가가 필요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윌렌스와 바브레는 변론서 프로젝트가 웨스트의 업무 개발 그룹 내부의 업무 관계와 일치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약 50명의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 업무 개발 그룹은 한 번에 규모가 작은 수십 건의 업무를 진행했다. 업무 개발 그룹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주로 웨스트로의 데이터베이스를 개선하는 작업이었다. 대개 2·3명의 담당자가 길어봤자 몇 주에 불과한 시간 동안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했다. 업무 개발 그룹은 직급에 얽매이지 않는 수평적인 조직으로 그룹 구성원들은 다른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았다. 사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제품 개발 담당자가 맺는 가장 중요한 업무 관계는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IT 그룹 동료와의 관계일 때가 많았다.
 
변론서 프로젝트는 그 규모가 훨씬 방대했다. 프로젝트 규모가 최대치에 달했을 때에는 30명의 풀타임 직원을 고용할 정도였다. 제품 개발자들은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협력해야 했다. 각 제품 개발자는 탄탄하게 구성돼 있으며, 프로젝트 팀의 일원으로서 각자 전문화된 역할을 담당해야 했다. 제품 개발자들에게 서로 상이하게 다른 2가지 방식으로 동시에 업무를 처리하라고 요구하는 건 모두에게 파괴적이고 혼란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윌렌스와 바브레는 거의 모든 제품 개발 업무를 전담 팀에 맡겼다.
 
윌렌스와 바브레는 마케팅 및 판매 업무를 성과 엔진에 맡겼다. 변론서를 마케팅하고 판매하는 일은 웨스트로의 데이터베이스를 마케팅하고 판매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매자도 동일하고 가치 제안을 설명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웨스트의 기존 마케팅 및 판매 프로세스에 변론서 마케팅 및 판매 업무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업무 진행 방식, 업무 진행 속도, 업무 담당자가 모두 동일했다. 판매와 마케팅을 맡고 있는 팀은 성과 엔진 내부에서 이중 업무를 담당하는 팀이었다. 필자들은 이 하위 그룹을 공용 직원이라고 표현한다.
전담 팀을 조직하라
일단 업무를 분담하고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찾아냈다면 전담 팀 구성을 위한 원칙은 단순하다. 첫째, 사내 인사이동, 외부 채용, 소규모 인수 등 어떤 방법을 통해서건 최고의 인재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 다음, 처리해야 할 업무를 가장 훌륭하게 진행할 수 있는 방식으로 팀을 조직한다. 아예 새로운 회사를 세우는 자세로 전담 팀을 조직해야 한다. 이 방법을 활용한 덕에 루슨트가 새롭게 조직한 부서는 단기간 내에 연간 2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루슨트가 서비스 비즈니스를 새롭게 조직한 이유’ 참조)
 
이런 원칙들은 말로 하기는 쉽지만 실제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다. 기업들에는 나머지 부서들과 동일하게 행동하는 하위 부서를 만들어내는 치명적인 습관이 있다. 마치 부모의 유전자가 후손에게 전해지듯 조직 전체의 특징이 새로운 부서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필자들은 이런 하위 부서들이 크기만 축소해 놓은 ‘소규모 성과 엔진’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런 하위 부서들은 단기간 내에 혁신을 위한 노력을 정지 상태로 만들어버린다.
 
가장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전담 팀을 내부인으로만 꾸리려는 본능이다. 이런 본능 자체는 이해할 만하다.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생각하기에 앞서 누구를 알고 있는지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내부 인력은 찾아내기가 쉽고, ‘고용’ 비용이 저렴하며, 이미 잘 알려진 상품과 같기 때문에 위험이 적다. 내부 인력이 갖고 있는 중요한 장점도 있다. 내부 인력은 조직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조직 내에서 신뢰를 쌓아두었기 때문에 전담 팀과 성과 엔진 간의 충돌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문제는 전담 팀을 내부 인력으로만 꾸리면 사실상 소규모 성과 엔진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선, 내부 인력은 모두가 동일한 편견과 본능을 갖고 있으며 동일한 회사에 적을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업무 관계를 수정하기가 힘들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일을 한 직원들은 상호 작용 방식을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전담 팀을 꾸리려면 기존 업무 관계를 세분화해 새로운 업무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외부인을 전담 팀에 포함시키는 방안은 매우 효과적이다. 3명 중 1명만을 외부인으로 구성해도 도움이 된다. 외부인에게는 세분화가 필요한 기존 업무 관계가 없기 때문에 새롭게 업무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외부인에게는 내부인에게서 찾을 수 없는 장점이 있다. 그 장점은 바로 외부인들의 편견과 본능이 그 동안 다른 회사에서 쌓은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가정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사실이다.
 
관리자들은 직무 내용 설명서를 작성하고,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직책을 만들어내고, 팀 내부의 세력 균형을 이동시켜 업무 관계를 세분화하며 재창조하는 프로세스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권력을 갖고 있는 부서(예: 엔지니어링 부서)가 반드시 전담 팀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예: 혁신 전략의 목표 대상인 고객이 신제품의 성능보다는 외관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은 드물다. 때문에 힘의 균형을 옮기는 일이 중요하다.
 
효과적인 전담 팀을 구축하려면 적절한 인재를 선발해 새로운 업무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전담 팀 구성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에 관심을 쏟는 일 역시 중요하다. 전담 팀이 새로운 업무 관계 외에 성과 엔진과는 다른 성과 지표, 인센티브, 문화적 규범을 필요로 할 때가 많다.
 
웨스트는 내부인과 외부인의 비율을 50대 50으로 구성해 기존 제품 개발 직원들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전담 팀을 구축했다. 웨스트는 미 대법원에 제출된 최초의 변론서를 비롯해 가치 있는 변론서를 담고 있는 마이크로피시(축소 복사한 문서를 담고 있는 마이크로필름-역주)를 모아 놓은 소규모 기업을 인수했다. 전문업체를 인수한 웨스트는 변론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웨스트의 관련 팀과 아무런 업무 관계를 갖고 있지 않은 10여 명의 인력을 전담 팀에 배치했다.
 
웨스트 변론서 프로젝트의 책임자 스티브 앤더슨(Steve Anderson)은 내부인과 외부인을 짜임새 있는 하나의 팀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모든 사항을 백지 상태에서 철저하게 분석했다. 앤더슨은 업무 처리 방식과 관련된 웨스트의 규범(누가 무엇을 책임지는가, 누구에게 어떤 의사 결정권이 있는가 등)에 의존하는 대신 모든 사람을 모아놓고 얘기했다. “우리는 지금 이런 상황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것이다. 이 일을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전담 팀을 운영하는 첫 날부터 체계적으로 혁신을 위한 노력을 추진해 나갈 방법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건 아니다.
루슨트가 서비스 비즈니스를 새롭게 조직한 이유
2006년 미국 통신장비업체 루슨트(Lucent)는 규모가 큰 통신업체와 계약을 하고 네트워크 변화를 돕기로 했다. 불과 4년 전만 하더라도 루슨트는 그토록 커다란 규모의 서비스 거래를 맺을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사실 루슨트는 제품 및 통신 하드웨어 부문의 기술적인 혁신에 강점을 갖고 있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루슨트는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고 판단, 서비스로 눈을 돌렸다.
 
루슨트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조직 DNA 자체가 서비스와 맞지 않았다. 당시, 고객 관계 관리 전문가가 아니라 최신 기술 전문가들이 회사를 장악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통신용 하드웨어 구매주기는 수년 동안 지속되는 반면 서비스 운영 속도는 주 단위로 매우 짧았다. 루슨트는 프로젝트 전체를 전담 팀에 맡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루슨트는 마치 새로운 회사를 세우는 것처럼 전담 팀을 조직했다. EDS에서 서비스를 담당해 온 전문가를 채용해 리더의 직책을 주고 서비스 부문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경영진을 영입했다. 루슨트는 서비스 기업에서 채택하는 정책을 모방한 새로운 인사정책을 도입했으며 제품 라인의 투자수익률이 아니라 직원 활용을 강조한 새로운 성과 성적표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 제공 담당자에 대한 보상을 활용률과 연계시켰다. 그 결과, 루슨트의 서비스 그룹은 단 4년 만에 20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
혁신 전략은 애매모호하다. 경험이 쌓여갈수록 앤더슨이 이끄는 혁신 전담 팀의 구조도 진화했다. 시작 단계에서부터 전담 팀의 구조를 명료하게 정리해야 하는 건 아니다. 전담 팀의 구조가 모기업의 과거에 영향을 받지 않기만 하면 된다.
 
전담 팀의 일원으로 선발된 웨스트 내부직원들은 전담 팀에서 일을 하는 게 그 동안의 업무와 매우 다르다고 생각했다. 우선, 개인에게 주어지는 자율성이 줄었고, 동료와 한층 긴밀하게 협력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실수를 저지르면 비단 실수를 저지른 개인뿐 아니라 팀원들과 회사 전체에 악영향을 끼쳤다. 일부는 변화에 어려움을 느껴 성과 엔진으로 복귀하는 쪽을 택했다. 불행한 일일 수도 있지만,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건 사실 앤더슨이 전담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부에서 선발된 모든 직원들이 전담 팀 근무를 편안하게 받아들인다면, 그 팀은 성과 엔진의 크기만 축소시킨 팀에 불과할 뿐이다. 내부 직원들에게 성과 엔진으로 복귀할 수 있는 명확한 방안을 제시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혁신 전략은 실패로 돌아갈 때도 많고, 혁신 활동에 참여한 개개인이 주어진 업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지 못할 때도 종종 있다. 내부 직원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두면 직원들에게 전담 팀에 참여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기가 한층 쉬워진다.
 
앤더슨은 전담 팀의 역할을 좀 더 구체화하기 위해 전담 팀의 기준 및 문화적 가치관을 성과 엔진의 기준 및 가치관과 명확하게 구분 지었다. 웨스트는 오래 전부터 매우 높은 수준의 품질 기준을 준수해 왔다. 고객들은 사법 결정(말 그대로 법 그 자체)에 관한 절대적으로 확실한 정보를 요구했다. 따라서 웨스트는 문서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과정(종이로 된 실제 문서를 스캔하는 데서부터 출발)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확인을 하고 안전장치를 해 두었다. 하지만 변론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는 품질에 대한 강박적인 태도를 벗어 던지고 성실한 태도로 업무에 임하는 등 조금은 느긋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 변론서의 수가 너무도 많은 탓에 완전하게 예방조치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고객들은 완벽보다는 편의와 유용성에 더욱 신경을 썼다.
 
<던져봐야 할 질문>
전담 팀을 조직할 때
1. 내부인과 외부인을 어떻게 조합하는 게 적절할까?
2. 전담 팀을 기존 성과 엔진과 어떻게 다르게 구성해야 할까?
3. 전담 팀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보상을 제공해야 할까?
 
충돌을 예상하고 완화하라
건전한 협력 관계를 육성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혁신 전략과 기존 업무 간에는 으레 충돌이 발생하게 마련이며 충돌이 악화될 때도 많다. 긴장감이 경쟁의식으로 발전하고, 경쟁의식이 다시 적대감으로 발전하고, 적대감은 전면전으로 발전한다. 결국 회사의 장기적인 생존 확률이 낮아진다.
 
두 그룹은 매우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성과 엔진 관리자들은 효율성과 책임감을 중요하게 여기며 정해진 시간에 주어진 예산 내에서 요구 사항에 맞춰 일을 하는 데 주력한다. 모든 기업의 기본적인 접근방법은 동일하다. 모든 기업이 택하는 접근방법은 모든 과제와 프로세스, 모든 활동을 가능한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일이다. 물론, 혁신 전략은 정반대다. 혁신 전략은 본질적으로 일상적이지 않고 불확실하다. 이 상반되는 특성으로 두 팀이 서로 편을 가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리더는 상호 존중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충돌에 대응해야 한다. 전담 팀 리더는 성과 엔진에서 나오는 수익 덕에 혁신이 가능하다는 사실 및 혁신 전담 팀의 성공은 성과 엔진의 자산 활용 능력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성과 엔진에서 성과를 내는 속도가 늦어지는 건 게으름이나 변화에 대한 본능적인 저항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지연이 발생하는 이유는 사실 그 반대다. 훌륭한 사람들이 모여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하며 기존 업무를 가능한 효과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지연이 발생한다. 성과 엔진의 리더들은 그 어떤 성과 엔진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혁신 리더를 난해한 꿈을 추구하기 위해 규율을 저해하려는 의도를 가진 무모한 반역자로 일축하는 건 회사의 미래를 무너뜨리는 짓이다.
 
두 팀의 협력 관계가 제 역할을 하기 바란다면 혁신 전략을 담당하는 리더가 올바른 태도를 가져야 한다. 특히 리더가 긍정적이고 협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성과 엔진의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건 매우 나쁜 방법이다. 전면전이 벌어지면 언제나 성과 엔진이 승리하게 마련이다. 그 이유는 성과 엔진이 규모가 크고 강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제아무리 훌륭한 혁신 리더라 하더라도 직위가 높은 임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 회사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필요한 경우 성과 엔진의 단기적인 요구를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직급이 높은 임원으로부터 직접적인 지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 리더가 유사한 규모의 예산을 확보하고 있는 관리자보다 2단계 이상 높은 직급의 임원에게 보고할 수 있어야 한다. WD-40의 혁신 전담 팀 리더들은 CEO의 직접 참여를 바탕으로 혁신 전략을 추진할 수 있었다.(‘WD-40이 마찰을 최소화한 방법’ 참조)
 
혁신 리더로부터 보고를 받는 고위급 임원은 오직 혁신만을 지지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성과 엔진의 장점과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고 장기적인 승리를 위해서 양측 모두가 승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혁신 리더와 고위급 임원은 충돌을 예상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양측의 충돌이 심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과 엔진과 전담 팀의 업무가 적절하게 나누어져 있다면 얼마든지 충돌을 관리할 수 있다. 가장 흔히 발생하는 충돌은 부족한 자원을 둘러싼 충돌이다. 활동, 혁신, 기존 업무 등을 모두 더한 합이 너무 커서 성과 엔진이 자원 한계선을 벗어나는 상황이라면 선택을 해야 한다.
 
공식적인 예산 할당 과정에서 부족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혁신 리더가 여러 명의 성과 엔진 리더에게 명확한 약속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다. 고위급 임원이 직접 충돌에 대한 판결을 내리면, 단일 계획 및 혁신 전략 전반을 위한 예산 처리 과정을 통해서 이런 협상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다.
 
지원 부서 직원의 관심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할 때도 있다. 혁신 리더의 관점에서는 예산에 대한 승인을 받기만 하면 자원을 얻기 위한 싸움이 끝이 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각각의 지원 부서 직원은 새로운 혁신 전략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을지 매일 결정을 내린다. 혁신 리더의 설득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수도 있다. 지원 부서 직원들이 혁신 및 기존 운영업무의 요구 모두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도록 지원 부서 직원을 위한 특별 인센티브와 목표를 제시하는 기업도 있다. 지원 부서 직원이 업무 시간 중 일부를 혁신 전략에 할애하도록 강제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방법을 택하면 공용 직원들이 혁신 부서 직원의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처럼 대할 수 있다.
 
감정 충돌도 관리해야 한다. 혁신 전략이 기존의 비즈니스를 잠식해 들어갈 가능성과 같은 실질적인 비즈니스 충돌로 적의가 생겨나기도 한다. 고위급 임원들은 혁신을 위한 노력이 결국 회사의 장기적인 최대 이익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명료하고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고용 보장에 관한 두려움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때로는 질투 때문에 적대감이 생길 수도 있다. 혁신 전략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로 비춰진 탓에 성과 엔진이 마치 특권을 박탈당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혁신 전담 팀 직원들이 변덕스러운 실험을 추진하느라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내부 파트너와 생산적으로 협력하는 능력’을 개인 성과 검토의 중요한 평가 항목에 포함시켜 질투가 미치는 영향력에 대응하는 기업도 있다.
 
웨스트는 변론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충돌에 직면했다. 하지만 모든 충돌을 극복해냈다. 스티브 앤더슨은 올바른 리더십을 제시했다. 앤더슨은 성과 엔진을 적이 아닌 파트너로 여겼다. 뿐만 아니라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2명의 리더, 마이크 윌렌스와 어브 바브레로부터 지속적인 도움을 받았다.
 
윌렌스와 바브레는 자원 충돌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바브레는 공용직원들에게 변론서 프로젝트에 기여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이며 어떤 일을 연기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전달했다. 필요할 때 바브레는 혁신 업무와 기존 업무의 우선순위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도록 문서 로딩 작업과 같은 일상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계약직 직원들을 채용했다.
 
앤더슨은 공용직원을 격려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앤더슨과 혁신 전담 팀은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했다. 그 중에서도 텔레비전 드라마 페리 메이슨(Perry Mason)을 바탕으로 촌극을 만들어낸 방법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촌극은 실질적인 변호사의 삶, 변론서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제품에 엄청난 가치가 있는 이유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윌렌스와 바브레는 신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영업 직원들에게 특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앤더슨의 노력을 뒷받침했다.
 
윌렌스, 바브레, 앤더슨은 직원들이 느끼는 감정적인 갈등을 주시했다. 변론서 프로젝트가 성공의 징후를 나타내기 시작하자, 성과 엔진 직원 중 일부가 마치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화려한 프로젝트’에서 소외된 듯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런 사실을 간파한 윌렌스, 바브레, 앤더슨은 핵심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담 팀과 성과 엔진 내부 직원 중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공로를 인정하기 위해 행사를 여는 방법을 통해 일부 직원들의 소외감을 완화시켰다.
 
<던져봐야 할 질문>
파트너 관계에서 오는 압박감을 관리할 때
1.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인가?
2. 자원을 둘러싼 충돌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가?
3. 지원 부서 직원이 혁신 전략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는가?
WD-40이 두 팀의 마찰을 최소화한 방법
WD-40의 CEO 게리 리지(Garry Ridge)는 회사의 유기적인 성장을 위해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담당할 팀을 신설했다. 리지는 이 팀에 ‘팀 투모로(Team Tomorrow)’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WD-40이 새로 고용한 연구 과학자, 외부에서 영입한 새로운 파트너 등이 팀 투모로에 참여했다. 팀 투모로가 초기에 개발한 제품 중 하나는 좁은 공간에 WD-40을 소량 살포할 때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노 메스 펜(No Mess Pen)이었다. 노 메스 펜이라는 제품은 그다지 혁신적인 것처럼 들리지 않지만 기술적인 어려움이 컸던 탓에 제품을 개발하는 데 여러 달이 걸렸다.
WD-40의 마케팅 팀은 오래 전부터 제품 개발 업무를 담당해 왔고, 이 과정에서 기존 제품을 개선하거나, 새롭게 만들거나, 재포장하기 위한 일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팀 투모로가 신설된 후 WD-40의 마케팅 팀은 제품의 상업화를 위해 팀 투모로와 협력할 책임을 맡았다. 마케팅 팀과 팀 투모로의 협력 관계에서 충돌이 발생하는 원인을 찾아내기는 어렵지 않다. 우선, 마케팅 팀의 일부 직원들은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매력적인 일을 마케팅 팀에서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둘째, 자원에 제약이 있었다. 마케팅 팀이 실험적인 제품과 이미 검증된 제품 중 어떤 쪽에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할애해야 할까? 마지막으로, WD-40의 마케팅 팀은 팀 투모로에서 만들어낸 신제품이 기존 제품을 잠식한다고 걱정했다.
팀 투모로의 리더 그레이엄 밀너(Graham Milner)와 스테파니 베리(Stephanie Barry)는 협력적인 접근방법을 통해 이런 충돌을 극복했다. 특히 마케팅 팀 책임자와의 협력을 중시했다. 밀너와 베리는 정보를 공유하고, 개방 정책을 수립하고, 병목 현상 및 자원의 충돌을 예측해 마케팅 팀과 함께 신중하게 계획을 조정했다. 밀너와 베리는 오직 CEO만이 이런 충돌을 해결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직후 리지에게 문제를 알려 우선순위를 정하도록 했다. 마케팅 팀의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리지는 마케팅 팀이 필요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마케팅 팀에 추가로 직원을 배치했다.
리지는 노 메스 펜이 장기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어디를 가든 노 메스 펜의 원형을 들고 다녔다. 그 덕에 팀 투모로는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마케팅 팀 직원 중 일부는 리지의 행동을 불쾌하게 받아들였다. 적어도 초창기에는 일부 직원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마치 소외된 듯한 기분을 느꼈던 것이다. 마케팅 팀원들의 이런 반응을 지켜본 리지와 밀너, 베리는 핵심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팀의 성과를 치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리지는 문제 해결을 위해 또 다른 노력을 기울였고, 리지의 노력은 WD-40의 성공에 도움이 됐다. 리지는 노 메스 펜과 관련 있는 모든 직원들이 조직 경계를 넘어 얼마나 효과적으로 협력했는지 평가할 거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뿐만 아니라, 리지는 노 메스 펜이 온전히 점진적인 판매로 이어진다는 분석 자료를 공유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 덕에 신제품이 기존의 제품을 잠식한다는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었다.
 
있음직하지 않은 협력 관계도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다
웨스트의 변론서에 대한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변론서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하자 얼마나 신속하게 데이터베이스를 확장해 또 다른 법률 전문분야 및 사법권을 데이터베이스에 포함시킬 계획인지 문의가 쇄도했다. 웨스트는 전문가 증언, 소송사건 일람표 등 새로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수립했다.
 
웨스트가 추가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항상 동일한 조직 공식을 활용한 건 아니다. 웨스트는 피어 모니터(Peer Monitor)라는 제품을 추진하면서 개발, 상업화 등 거의 모든 업무를 전담 팀에 맡겼다. 피어 모니터는 로펌들이 자사의 비즈니스 성과를 경쟁업체와 비교할 수 있도록 기준점이 되는 데이터를 제공했다. 웨스트는 피어 모니터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기존 제품을 판매할 때와는 다른 기술이 필요하고 주기도 길다고 판단해 판매와 마케팅 업무를 전담 팀에 맡겼다. 목표 고객 역시 달랐다. 웨스트는 대부분의 제품을 법률전문 사서에게 판매했지만 피어 모니터의 목표 고객은 로펌 경영을 맡고 있는 파트너들이었다. 피어모니터 판매팀은 전반적인 접근방법을 조정하기 위해 성과 엔진의 판매담당자들과 협력했다.
 
웨스트 사례는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웨스트가 다른 업체들이 실패한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혁신이 기존 조직 내부, 혹은 외부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며, 혁신을 위해서 혁신 전담 팀이 반드시 기존의 팀과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혁신을 위해서는 새로 구성된 전담 팀과 기존 팀 간의 반목과 갈등이 아니라 협력 관계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담 팀과 혁신 엔진 간의 협력 관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 양측의 협력이 없으면 혁신 자체를 이룰 수가 없다.
 
비제이 고빈다라잔(Vijay Govindarajan, vg@dartmouth.edu)은 미국 다트머스 대 턱 경영대학원(Tuck School of Business)의 얼 C. 다음 1924(Earl C. Daum 1924) 국제 비즈니스 교수이자 동 대학원의 글로벌 리더십 센터(Center for Global Leadership)의 설립 이사다. 고빈다라잔은 GE이 임명한 최초의 초빙교수 겸 최고 혁신 컨설턴트였다. 크리스 트림블은 턱 경영대학원의 교수이며 여러 조직에서 혁신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고빈다라잔과 트림블은 <혁신의 이면-실행의 문제를 해결하라(The Other Side of Innovation—Solving the Execution Challenge,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출판부, 2010년)>를 공저했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0년 78월 호에 실린 미국 다트머스대 턱 경영대학원의 비제이 고빈다라잔 교수와 크리스 트림블 교수의 글 ‘Stop The Innovation War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