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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ging Open Innovation To Services

서비스 혁신도 개방형으로...

헨리체스브로 | 75호 (2011년 2월 Issue 2)

2004년 IBM에 있는 폴 혼(Paul Horn)의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혼은 IBM의 연구진 3000명을 책임지고 있는 IBM의 연구부문 수석 부사장이었다. 혼과 필자는 혁신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고 혼이 이끄는 연구 활동은 IBM 성공 신화의 밑거름이 됐다. 대화가 끝날 무렵 필자는 혼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지금 가장 커다란 문제는 무엇인가?”
 
혼은 연구 활동이 컴퓨터 시스템, 서버, 메인프레임, 소프트웨어 등 제품을 만들어내는 회사에 도움이 되도록 구성돼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IBM의 매출 대부분은 제품이 아닌 서비스에서 나오고 있었다. “우리의 연구 활동이 이 회사의 매출 중 절반 이상과 관련이 없다면 IBM에서 중요한 연구 활동을 지탱해나갈 수 없다.”
 
혼이 언급한 문제가 비단 IBM에 국한돼 있는 건 아니다. 사실, 개별 기업뿐 아니라 국가들도 서비스 부문을 어떻게 혁신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서비스 집중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총 GDP와 고용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다.1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제품이 경제 전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저임금 국가들이 제조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세계의 선진 경제국가들이 직면한 중요한 문제는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서비스를 혁신하는 방법은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비스의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다시 생각하라
비즈니스를 제품에 가치를 부가하는 경제 활동으로 구성된 가치사슬로 여기는 고전적인 공식을 생각해 보자. 잘 알려진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의 저서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를 보면 이런 유형의 가치사슬이 자세히 묘사돼 있다.2  포터는 가치사슬에 대해 투입물이 비즈니스로 들어가 일련의 프로세스를 통해 산출물로 전환된다고 설명한다. 이 프로세스 중 일부는 핵심적인 생산 활동(조달물류, 운영, 유통물류)에 해당되며 나머지는 생산을 뒷받침하는 활동(인적자원, 기술개발, 조달)이다. 하지만 포터가 설명하는 가치사슬에 의하면 제품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서비스’는 가치사슬의 마지막, 즉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직전에 등장할 뿐이다.(‘전통적인 가치사슬 하에서 서비스의 역할’ 참조) 포터가 정확하게 표현한 건 아니지만 서비스의 역할은 제품의 판매를 가능하게 하거나 판매 후 제품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수준에 국한돼 있다.
 
포터의 가치사슬은 비즈니스를 개념화하고 비즈니스 내에서 혁신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강력한 도구로 쓰여 왔다. 전 세계의 경영대학원에서도 포터의 가치사슬을 가르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기업들의 운영 절차에 포터의 가치사슬이 반영돼 있다. 포터의 가치사슬은 수많은 경영진이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시각(제품과 관련이 있는 일이 중요한 일)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포터와 반대되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일부 전문가들은 조금 다른 견해를 제시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고(故) 테오도르 레빗(Theodore Levitt) 교수는 학생들에게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제품 자체가 아니라 제품을 통해 얻는 효과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레빗이 언급한 드릴에 관한 예는 매우 잘 알려져 있다. 레빗은 고객이 원하는 건 드릴 자체가 아니라 드릴이 만들어내는 구멍이라고 설명한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고객이 구매하고 가치를 부가하는 건 제품 자체가 아니라 효용성, 즉 제품이 주는 효용이다.”3
 
서비스 비즈니스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포터가 주장하는 제품 중심의 가치사슬을 던져버리고 레빗과 드러커가 제시하는 새로운 고객 접근방법을 받아들여야 한다. 서비스 중심의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제품 중심의 가치사슬 대신 고객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도식을 활용해야 한다. (‘고객의 경험 창조: 서비스 가치망’ 참조)
 
필자들이 제시한 것과 같은 서비스 가치망에선 투입된 자원을 산출물로 변환시켜 고객에게 제공하는 과정으로 구성된 단순한 형태의 선형 프로세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고객과 고객이 경험한 결과를 포함하는 반복 프로세스가 있다. 이 프로세스는 고객의 욕구에 대한 개방형 질문을 던지거나 특정한 서비스를 확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고객을 참여시키는 데서 출발한다. 참여는 고객에게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거나 그게 싫다면 떠나라는 식의 제안을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신 고객에게 서비스 공동 창조에 참여해 줄 것을 요구한다.4  참여와 공동 창조 과정에서 고객으로부터 암묵지(tacit knowledge)를 이끌어낼 수 있다. (고객 또한 공급자로부터 암묵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공급자는 이런 과정을 통해 얻어낸 추가 지식을 활용해 고객이 서비스 산출물과 직접 부딪치는 경험 지점(experience point)을 설계하거나 개선시킬 수 있다. 경험 지점을 찾아낸 후, 고객에게 제공할 서비스를 만들어내거나 기존 서비스를 한층 발전시키게 된다. 이와 같은 활동망을 통해 고객 경험이 탄생한다. 주변 환경은 공급자가 모든 서비스를 직접 공급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대신, 공급자는 고객에게 전달되는 내부 서비스와 외부 서비스를 조정할 수 있다.

이 주기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자. 장차 고객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 해결을 원하는 문제를 들고 서비스 공급자를 찾는다. 공급자는 관련 지식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 장래의 고객과 공급자는 해결해야 할 문제와 공급자의 전문 지식이 얼마나 겹치는지 파악하기 위해 토론을 시작한다. 공급자는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주의 깊게 개방형 질문을 던지고 고객은 자신이 처해 있는 구체적인 상황 및 전후 사정에 대해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이 지점에서 암묵적인 지식 교환이 시작된다.) 해야 할 일에 관한 제안과 같이 일부 접점이 개발될 수도 있다. 이런 접점을 통해 문제 및 문제 해결을 위한 공급자의 능력을 명료하게 정리한다. 뿐만 아니라, 접점은 고객과 공급자가 공유하는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낸다. 공급자가 제안을 하면 고객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공급자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다른 욕구에 관한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고객의 수락, 혹은 거부가 있을 때까지 이 주기가 계속될 수 있다.
 
이전에 발표한 논문에서 필자는 기업들이 외부의 지식 및 아이디어에 좀 더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는 방향으로 혁신 과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또한 내부 아이디어와 지식이 사내에서 활용되지 않을 때에는 이들 중 더 많은 부분이 외부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편이 좋다고 제안했다.5  하지만 필자는 당시 개방형 혁신에 관해 주장을 펼치면서 개방형 혁신을 전통적인 형태의 내부 R&D, 기술 및 제품 개발과 대비시켜 설명했다. 그 결과, 서비스 혁신보다는 제품 및 기술 혁신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
 
서비스 비즈니스에서는 개방형 혁신이 제품 비즈니스에서와 조금은 다르게 작용한다. 고객의 역할이 다른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무형의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고객들이 정확하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제공된 서비스를 측정하는 게 한층 더 힘든 경우도 많다. 또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고객들이 저마다 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 부문에서 혁신 프로세스는 다르게 진행된다. 자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위해 공식적인 R&D 부서를 운영하는 기업은 드물다. 시작부터 시장 출시 단계에 이르기까지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수많은 대기업들이 사용하는 공식적인 ‘스테이지-게이트 프로세스(stage-gate process·단계-관문 프로세스)’는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혁신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고객의 참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암묵지는 혁신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동안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탓에 사전에 암묵지를 수집하는 게 불가능할 수 있다. 혁신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달라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IBM과 제록스(Xerox) 팔로 앨토 연구 센터(Palo Alto Research Center)는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박사학위 소지자를 서비스 연구인력의 일원으로 채용한다.
 
하지만 서비스를 판매하는 모든 기업은 차별화와 성장을 위해 혁신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성장을 위한 길을 찾기 위해서는 현재 제공 중인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기존 서비스를 확장하거나 전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계획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성장·차별화 계획을 모음으로써 제품과 기술을 판매하는 기업 수준의 혁신적인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개방형 혁신을 활용하면 원하는 만큼 높은 수준의 서비스 매출 증가를 이루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개방형 혁신을 서비스에 접목하는 방법
개방형 혁신의 개념 중 일부는 간단하게 서비스 혁신에 접목할 수 있다. 개방성이라는 건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상대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개방형 혁신 모형에는 2개의 상호보완적인 종류의 개방성이 있다. 첫 번째는 기업이 외부 아이디어와 기술을 자사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뜻하는 ‘아웃사이드 인(outside in)’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방성이란 ‘NIH 증후군(Not Invented Here Syndrome·혁신의 원천을 독점하는 현상)’을 극복하고 외부의 기여를 환영하는 것을 뜻한다.
 
또 다른 종류의 개방성은 기업이 자사에서 발굴한 아이디어, 기술, 프로세스 등을 다른 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이다. 여기서 개방성이란 ‘NSH 증후군(Not Sold Here Syndrome·기업이 자사에서 이루어낸 혁신 성과 사용을 독점하고 외부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현상)을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부 혁신을 개방한다는 것은 곧 외부에 자사의 아이디어 활용을 허락한 대가로 얻어지는 매출을 환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각의 개방성이 서비스 혁신에 어떻게 접목되는지 살펴보자.
 
아웃사이드 인’ 전략: 레고(LEGO)기업들은 혁신 프로세스에 고객을 참여시키기 위해 단순히 고객을 관찰하는 것 이상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레고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새로운 디자인을 생각해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했고 이는 커다란 성공으로 이어졌다.6  레고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초기 사례로 레고 마인드스톰(LEGO Mindstorm)을 들 수 있다. 레고는 레고 마인드스톰을 출시하면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조립용 조각들과 함께 사용자가 직접 프로그램을 짤 수 있도록 구성된 모터를 제공했다. 이로 인해 레고 마인드스톰을 구입한 고객들은 움직이는 레고 모형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러자 누군가가 모터와 함께 제공되는 소프트웨어를 해킹해 완성된 레고 모형이 좀 더 많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임의대로 소프트웨어를 수정했다. 맨 처음 레고 직원들은 그런 행동이 불법이며 근절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레고는 심사숙고 끝에 전략을 수정했다. 레고는 소프트웨어를 공개해 누구든지 마음대로 소프트웨어를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고객이 어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지 유심히 관찰했다. 레고가 이처럼 급진적인 개방형 접근방법을 취한 덕에 미국에서는 레고를 이용해 중학생들에게 로봇 공학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 과정이 개발됐다. 미국의 중학생들은 현재 레고 로봇이 마룻바닥의 길을 따라 움직이거나 공을 차서 골대 안으로 넣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는 과정을 통해 프로그래밍과 설계에 대해 배우고 있다. 심지어 모든 참가자들이 레고 로봇을 이용해 여러 개의 과제를 수행하며 경쟁을 벌이는 레고 경연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레고의 제품은 이런 방식으로 중학생을 위한 과학 및 기술 교육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서비스 산업의 탄생에 기여했다.
 
인사이드 아웃’ 전략: 아마존닷컴(Amazon.com)아마존은 외적 요소를 안으로 끌어들이는(예: 아마존닷컴에 올라와 있는 고객 평가, 아마존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제3의 판매자) 동시에 내적 요인을 외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개방형 서비스 혁신을 이루어냈다. 이런 전략을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머쥔 아마존은 자체 웹사이트에서 상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대형 소매업체들과 협력하기 시작했다. 아마존과의 협력을 원하는 소매업체들은 아마존이 소매 웹사이트 운영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마존의 경험을 자체 웹사이트에 접목하기를 원했다.
 
아마존이 웹사이트 운영 부문의 전문 지식을 기업 비밀로 간주해 다른 업체에 나눠주기를 거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은 인터넷 소매 및 웹사이트 인프라에 대한 자사의 지식을 활용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했다. 아마존은 제3의 소매업체들이 자체 웹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아마존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사에 도움을 요청한 제3의 사이트들을 자사 서버에서 관리하겠다고 제안함으로써 이들 소매업체를 위한 인프라 공급자가 됐다. 아마존은 자사에 도움을 요청한 일부 소매업체의 거래 과정 중 판매와 주문 처리를 대신 수행하기도 한다. 스스로를 위해 구축한 인프라를 다른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시장에 공개하는 전략은 아마존이 그 동안 쌓아 온 자사의 지식을 나눠주고 그 대가로 돈을 버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아마존은 최근 자사의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비즈니스를 만들어냈다. 잠재 고객들에게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아마존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수많은 기업들은 비즈니스의 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IT 장비 및 직원을 육성하고 관리하기 위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 아마존은 이런 고객들을 위해 고객 기업의 IT 기능을 관리해 주고 실제 사용된 만큼의 서비스에 대해서만 요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전문 지식이 부족한 분야에 투입해야 할 엄청난 금액의 고정투자를 숙련된 전문가의 관리를 받는 변동 비용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아마존은 자사의 지식과 인프라 중 일부를 활용해 개방형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층 강력하고 가치 있는 비즈니스를 구축했다.
 
전통적인 형태의 제품 중심 기업에서 서비스 중심 접근방법으로 옮겨가려면 수많은 장애물에 부딪히게 된다. 비즈니스를 제품의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내부 집단에서 조직 전반의 초점이 서비스로 옮겨가는 것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내부 성과 지표는 조직 내에서 제품 중심적인 시각을 강화한다. 그와 동시에 조직의 초점을 서비스 중심으로 옮겨가려는 움직임을 좌절시키거나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들을 벌주기도 한다. 또한 일부 고객들은 서비스 중심적인 접근방법으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흔히 나타나는 문제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서비스 가격 변화 제품 중심의 조직에서는 판매를 완성하기 위해 서비스를 제품과 묶어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고객들은 서비스가 ‘무료’라고 받아들이게 되며 제품을 담당하는 사람들, 즉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에서 회계상의 수익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권력을 갖게 된다. 이런 관점은 서비스가 제공하는 매우 실질적인 가치를 외면한다. 따라서 전체 판매에서 서비스가 갖는 가치에 적절한 값을 매기고 그 가치를 설명하는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판매 보상 인센티브 수정 판매사원들이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를 판매하도록 장려할 수 있는 방향으로 판매 보상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한 가지 좋은 방법은 기존 제품 고객층에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 고객이 더 많은 제품을 사려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지만 기존 제품을 좀 더 가치 있게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추가 서비스는 기꺼이 구매하고자 할 수도 있다. 영업사원들이 추가 서비스를 판매하는 건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뿐만 아니라 이 방법을 활용하면 영업사원들이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어 놓도록 유도할 수 있다.
 
적절한 내부 평가 지표 개발 많은 기업들이 판매, 매출총이익, 영업 이익,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 전 이익)를 기준으로 비즈니스 현황을 측정한다. 서비스에 별도의 가격을 책정하지 않는다면 비즈니스에서 서비스가 갖는 가치를 저평가하기 쉽다. 따라서 고객 인수 비용, 고객 만족, 고객 유지율, 고객의 평생 가치 등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새로운 지표를 도입해야 한다. 물론 이런 지표도 추적 가능하지만 새롭게 도입한 척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조정해야 한다.
 
서비스의 가치 전달 고객들에게도 자신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가치에 대해 알려줄 필요가 있다. 많은 고객들은 제품을 비용 관점에서 생각한다. 고객이 제품을 통해 얻는 가치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 제품의 가동 시간을 늘리는 방법, 제품의 실패를 사전에 방지하는 방법, 고객이 제품을 좀 더 자주 사용하도록 훈련시키는 방법 등을 통해 서비스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서비스의 가치를 언급할 때에는 항상 비용이 아니라 고객에게 전달되는 가치에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한다. 또 서비스에 가격을 매길 때에는 창출된 가치의 상당 부분(대부분의 경우 50% 이상)이 고객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개방형 서비스 혁신을 장려하는 방법
물론 회사 전체를 개방형 서비스 혁신을 수용하는 쪽으로 변화시키기는 쉽지 않다. 제품 중심의 기업이 개방형 서비스 혁신을 수용하게 만들기는 특히 어렵다.(‘제품 중심 기업에서 나타나는 서비스 혁신 장애물’ 참조) 고객에게 제공되는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은 좀 더 서비스 중심적인 접근방법을 받아들이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기에 적절한 방법이다.
 
새로운 해결방안을 개발하기 위해 고객과 긴밀히 협력하라 시험 프로젝트 진행으로 특정한 문제 해결을 위해 특정한 고객과 협력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IBM은 FOAK(First-of-a-Kind)라는 이름의 시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고객업체와 IBM은 프로젝트를 통해 얻는 지식을 공유하기로 합의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고객은 경쟁업체보다 앞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방안을 얻고 IBM은 그 해결방안을 재사용해 다른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제품이 아니라 효용에 집중하라 제록스는 관리 프린트 서비스(managed print service)라는 이름의 서비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제록스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복사기와 프린터를 관리한다. 고객은 출력한 페이지 한 장당 정해진 가격만 지불하면 되고 기타 구입, 설치, 운영, 유지, 교체 활동은 모두 제록스가 관리한다. 의심할 여지없이 레빗은 제록스의 서비스 프로그램에 찬성할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복사기가 아니라 복사돼 나온 서류이기 때문이다. 제록스의 제안 덕에 과거 고객이 지불하던 고정 비용은 변동 비용으로 바뀌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한층 자본 효율적인 방법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 해당 고객업체에서 복사기와 프린터를 관리할 책임을 맡았었던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제록스의 서비스 덕에 더 나은 경력을 쌓을 수 있게 됐다. P&G는 제록스와 이런 계약을 맺었고 제록스의 서비스 덕에 인쇄 및 복사 비용을 25% 이상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객기업 속으로 파고들어라 좀 더 효과적인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세 번째 방법은 고객기업의 조직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 속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UPS는 고객기업의 운송 기능 전부를 책임지는 방안을 내어놓고 있다. UPS는 자사와 계약을 한 고객이 UPS를 이용하든 미국 우편서비스를 이용하든, 심지어 경쟁업체인 페덱스(FedEx)를 이용하든 해당 고객을 위해 모든 운송 업무를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UPS는 고객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중 어떤 곳에서 배송을 필요로 하는지 훨씬 잘 포착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UPS는 새로운 고객에게 자사가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일러준다. 예를 들어 UPS는 현재 고객 기업들에 공급사슬 중 사내로 자재를 들여오는 프로세스와 관련된 물류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 UPS는 고객의 공급사슬을 꿰뚫어볼 수가 없었다. UPS는 새로운 서비스 덕에 신규 서비스를 제안하고 소비지출 점유율을 높이며 자사를 위한 새로운 매출원을 발굴할 수 있게 됐다.
다시 폴 혼과 IBM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IBM은 고객에게 제시하는 자사의 서비스 제안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해 내부에서 진행한 혁신 프로그램 이노베이션 잼(Innovation Jam)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IBM은 이노베이션 잼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활용해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안했다. IBM은 고객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고 서비스 판매를 위한 자사의 응찰 프로세스를 개선한 덕에 수천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었다.7  IBM은 ‘더 스마터 플래닛(The Smarter Planet)’ 전략을 통해 신재생 에너지, 도시 계획, 정수, 수질 관리, 의약품 개발 등 다양한 부문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자사의 기술과 서비스를 통합하고 있다. 현재, IBM 리서치(IBM Research)는 점차 규모가 커지고 있는 서비스 비즈니스를 위해 수백 명의 연구 전담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연구 인력들이 여전히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선 작업에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이들은 고객이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 및 고객이 기술을 통해 최대의 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방법 등도 연구하고 있다.
 
IBM, 제록스, UPS 등의 기업들이 발견하고 있는 것처럼, 서비스는 고객이 제품을 통해 얻고자 하는 효용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한다면 고객이 동일한 제품을 약간 저렴하게 파는 경쟁업체를 선택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서비스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경쟁업체와 자사를 차별화할 수 있다. 고객의 문제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이해하면 새롭게 개선이 필요한 부분 및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지식은 경쟁업체가 결코 얻지 못할 지식이다. 서비스 혁신은 서비스 중심 기업의 새로운 매출, 마진 증가, 고객의 만족도 개선을 위한 중요한 방법이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 혁신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다.
  
헨리 체스브로(Henry Chesbrough)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하스경영대학원(Hass School of Business)의 개방 혁신 센터(Center for Open Innovation) 책임자다. 체스브로는 <개방형 서비스 혁신: 새로운 시대의 성장과 경쟁을 위해 비즈니스를 재고하라(Open Services Innovation: Rethinking Your Business to Grow and Compete In A New Era, 샌프란시스코: 조세이-베이스, 2011년)>를 비롯해 개방형 혁신에 관한 저서를 여러 권 집필했다. 체스브로는 웹사이트 www.openinnovation.net의 공동 관리자이기도 하다. 이 논문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2211에 접속해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로 e메일을 보내 주시면 된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매니지먼트리뷰(SMR) 2011년 겨울호에 실린 하스경영대학원 헨리 체스브로 교수의 글 ‘Bringing Open Innovation To Services’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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