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삼국지와 아마존

309호 (2020년 11월 Issue 2)

역사적으로 난세에는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의 “나를 따르라” 리더십이 빛을 발했습니다. 『삼국지』에선 조조나 유비 같은 인물이 그 예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일과 일터를 바꾸고 있는 이때, 대중이 원하는 리더는 겸손하고 신중한 손권 스타일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리서치 전문 기업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올 6월 진행한 ‘삼국지 리더십’ 설문 조사 결과,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배우려 하고 신중하고 겸손함. 가끔 우유부단해 보일 때가 있지만 안정감이 있는 리더(손권 리더십)’가 ‘야망이 크고 냉철하며 분명한 원칙과 질서를 중시(조조 리더십)’ ‘사람이 좋고 정이 있으나 실리보다 명분을 앞세울 때가 있음(유비 리더십)’보다 인기가 높았습니다.

병력이나 물자가 인근 국가에 비해 한참 부족했던 오나라에서 손권이 생존을 위해 내건 전략은 인재 확보였습니다. 그는 출신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인재로 등용하는 ‘블라인드 채용’을 일찍이 실천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시대를 앞서간 것처럼 보이는 제도이자 원칙이지만 그만큼 생존을 절박하게 고민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류를 절박한 위기에 몰아넣은 코로나19의 도전에도 기업들은 새로운 인재 확보에 안테나를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고용 경기가 좋지 않은 요즘 같은 때, 큰 채용 시장을 마련한 기업들도 있습니다.

언택트 소비의 선두 기업, 아마존이 대표적입니다. 아마존은 9월, 올 들어 5번째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면서 총 10만 명의 직원을 추가로 고용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팬데믹이 본격화된 올 초부터 지금까지 아마존은 30만8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뽑는데도 아마존에 입성하기 위한 관문은 절대 녹록지 않습니다. 『아마존웨이』의 저자인 존 로스만은 아마존 입사 당시 6주에 걸쳐 23차례 면접을 치렀다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가 채용 시 내거는 기준은 높습니다. 베이조스는 “사업에서는 잘못된 사람을 채용해 부작용을 감당하는 것보다 완벽한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게 하는 편이 더 낫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는 채용 시장의 모습을 크게 바꿔놓고 있습니다. 당장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같지만 기업이 찾는 ‘초특급 인재’ 시장은 오히려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입니다. 전대미문의 위기를 헤쳐 나갈 리더십을 찾는 자리나 비대면 사회가 촉발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들을 채울 일자리에서 더욱 날 선 경쟁이 벌어지는 모습입니다.

감염병이 새로운 시대적 화두들을 화살처럼 난사하는 시대, 기존엔 MZ(밀레니얼과 Z)세대 특성이라 일갈했던 삶의 가치와 일에 대한 태도가 기성세대로까지 번지고 있는 점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 대안형 근무 형태를 경험했고, 불안한 세계 속에서 개인적 삶의 목표가 달라지는 사람들이 늘다 보니 유연 근무, 탈(脫)감정노동, 워라밸 등의 가치가 ‘좋은 직장’의 주요 지표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호 기고문에서 김성남 인사 전문 칼럼니스트가 강조한 ‘고용 브랜드’ 확보 전략이 더욱 중요해 보입니다. 고용 브랜드의 3대 핵심은 조직문화, 유연 근무, 성장 기회인데 이 ‘3박자’가 확보돼야 자연스레 인재가 유입되기 때문입니다. 2014년 6000명 채용에 나선 구글에 지원한 사람이 300만 명. 99.8%가 탈락하는 확률 낮은 게임에 인재들이 몰린 것은 고용 브랜드의 힘 덕분이었을 것입니다. 한편 인공지능(AI)을 통한 지원자 검증 및 면접 툴은 비대면이 뉴노멀이 된 현재뿐 아니라 앞으로도 ‘인간 면접관’의 약점을 채우는 데 더욱 폭넓게 사용될 전망입니다. 인간 마음의 90%를 차지하는 깊은 내면의 비인지 영역을 포착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DBR는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위드 코로나’ 시대에 인재 확보에 나선 기업들의 채용 방식 변화와 트렌드를 입체적으로 조망했습니다. 2019년부터 각 부서가 요구하는 직무 역량에 맞춰 공채에서 전면 상시 채용제로 신입 사원 채용 방식을 바꾼 현대자동차의 사례도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베이조스 CEO가 채용을 중시했던 이유는 ‘직원이 곧 회사’라는 철학 때문이었습니다. 같은 생각을 갖고 계시다면, 이번 아티클에 더욱 주목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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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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