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과 위기관리

카리스마 리더의 시대는 갔다 ‘성공의 덫’ 넘어 비전을 보여라

15호 (2008년 8월 Issue 2)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촛불 시위로 촉발된 사회적 혼란, 국회의원 공천을 둘러싼 여권의 갈등, 연이은 외교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과 회의가 확산되고 있다. 급박한 세계정세를 고려할 때 이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현 정권만의 위기로 끝나지 않고 나라 전체의 명운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리더십 위기의 원인이 역설적이게도 이 대통령의 과거 ‘성공’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한다. 과거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성공 신화의 기반은 카리스마적인 강력한 리더십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지난날 성공을 불러온 리더십 스타일이 현재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정치·경제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면서 과거의 리더십 스타일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즉 리더십 스타일의 시대적 ‘부적합성(misfit)’이 결정적 문제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당면한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한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과거 ‘성공의 덫(success trap)’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글에서는 이 대통령의 과거 리더십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왜 부적합하게 됐는지 분석하고, 이에 기초해 21세기가 요구하는 리더십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위한 네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일각에서 이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이 기업 경영에는 잘 통했지만 나라와 정부를 이끌어 가는 데에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 경영리더십과 정치리더십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와 기업경영 리더십이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라는 인식은 전혀 근거가 없는 고정 관념에 불과하다.
 
경영리더십은 정치에 부적합한가
최근 설문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역대 최고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전형적인 군대 리더십을 갖고 있었지만 한강의 기적을 낳았다.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은 군 출신이지만 세계 철강산업 역사상 유례없는 포스코 성공 신화를 이끌었다. 미국 대통령 중 뛰어난 정치리더십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는 로널드 레이건은 배우 출신이고, 체코 민주화를 이끈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은 노벨상을 받은 문학인이다. 좌파 진영에서도 러시아혁명을 성공시킨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과 쿠바의 체 게바라는 의사 출신이다. 최근 러시아 부흥을 이끈 블라디미르 푸틴은 리더십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비밀경찰인 국가정보국(KGB) 출신이다. 우리나라 정치 리더들은 광복 직후 독립투사 출신이 많았고,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군인·법조인·기술관료·운동권 출신이 늘었으며, 최근에는 학계와 신문·방송 등 문화계 출신들의 진출이 돋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정치 리더십에 독립투사 리더십이나 법조 리더십, 군인 리더십, 운동권 리더십, 학술 리더십, 문화 리더십 등은 통하지만 기업경영 리더십은 안 된다는 말인가.
 
오히려 필자는 경영자로서의 경험이 정치인에게 필요한 리더십 역량 구축 측면에서 다른 어떤 경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기업 경영자는 주주·경영진·종업원·노동자·채권자·소비자·규제기관 등 서로 충돌하는 이해관계와 가치관을 지닌 다양한 집단을 한 방향으로 이끌며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경영자는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운동권·법조계·문화예술계·군대 등 다른 어떤 조직에서도 이런 경험과 역량을 쌓기는 쉽지 않다.
 
전 세계 수십 개국에 펼쳐져 있는 거대한 글로벌 기업의 경영에 비해 정부조직의 경영은 오히려 너무 단순해 보일 지경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 경영자 출신이 정치인이 된 사례는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 부자를 비롯해 무수히 많다. 실제로 선진 각국에서는 1990년대 이래 정치 패러다임을 과거의 ‘관료주의적 통치’ 개념에서 ‘국가 경영’ 개념으로 바꾼 지 오래다. 기업경영에서 사용되던 ‘국가경쟁력’ 또는 ‘국가브랜드’ 등의 표현이 전혀 낯설지 않은 현실이다. 기업 경영의 프로세스·툴·개념 등이 국가 경영에 대부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Don’t Work Hard! Work Smart!
그렇다면 오랜 기업 경험을 통해 축적된 이 대통령의 노련한 경영 리더십이 왜 갑자기 문제가 된 것일까. 원인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있다. 필자가 동아비즈니스리뷰 2호(2월1일자)에 기고한 글에서 자세히 소개했듯이 1990년대 중반을 전후해 △세계화 확산에 따른 기존 경계의 파괴 △상시 기술혁신 △디지털 지식경제 확립 등으로 인해 발생한 글로벌 경쟁 환경의 ‘불연속적 변화(discontinuous change)’와 이 결과 도래한 21세기 ‘글로벌 초경쟁(hyper competition)’ 환경은 모든 기업과 국가의 경쟁 환경을 본질적으로 바꿔 놓았다. 신경제(New Economy)·신경쟁(New Competition)·지식경제(Knowledge Economy)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21세기 글로벌 초경쟁 환경은 단순히 경쟁이 심해진 것이 아니다. 19세기 후반 이래 100여 년간 지속된 ‘대량생산-대량소비’ 중심의 현대 산업사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환경의 출현을 의미한다.

경쟁의 모든 경계가 없어진 무경계성, 빛의 속도로 끊임없이 변하는 급변성, 미래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극도의 불확실성 등이 특징인 21세기 글로벌 초경쟁 환경은 개인·기업·도시·국가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바로 20세기 산업사회에서처럼 기존 경계 속에서 자신의 전문 분야를 대상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존 경쟁 우위를 방어하고 유지하는 게 아니라 모든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 우위를 신속하게 창출하는 혁신과 발 빠른 대응, 즉 ‘창조 경쟁’의 시대인 것이다. 지난 10여 년 간 국내외 경영학계와 기업들 사이에서 창조경영, 창조적 파괴, 블루오션 전략, 핵심역량 등이 갑자기 떠오른 것은 바로 새로운 초경쟁 환경의 요구 때문이다. 따라서 신속하고 끊임없는 혁신과 창조를 통한 지속적 경쟁 우위 창출에 실패하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개인이나 기업은 물론 도시나 국가도 생존을 보장받기 어렵다.
 
새로운 21세기 글로벌 초경쟁 환경에 맞춰 패러다임을 전환한 기업이나 도시·국가들은 최근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데 반해 과거 방식을 고수하며 단순히 ‘노력의 강도’만 높인 경우 급속히 몰락하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때 세계를 지배한 GM과 포드, 코닥, 시어스, 시티그룹 등 전통적 강자들이 급격히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출범한 구글 같은 신생 기업은 창업 후 얼마 되지 않아 글로벌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갖게 됐다. 구글은 아예 다른 DNA를 갖고 태어났다고 위안할 수도 있겠지만 기존 기업들 중에서도 애플, GE, 도요타 등은 경영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선두 기업으로 도약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가경영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극빈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국가로 탈바꿈한 핀란드나 아일랜드 등이 그 예다. 도시의 사례도 있다. 한때 쇠락한 퇴물 도시 취급을 받던 영국 런던은 불과 10년 만에 세계 최고의 금융 및 문화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리더십 위기의 근본 원인은 바로 이 대통령이 20세기적 리더십 패러다임에서 극도로 성공적이고 강력한 경쟁우위를 갖고 있었으나 환경의 불연속적 변화로 그 장점이 사라져버린 데 있다. 필자가 주관적으로 평가할 때 이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은 다음 네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이는 모두 리더십에 관한 기존 이론들이 강조하고 있는 뛰어난 리더의 요건들과 정확히 부합한다. 첫째, 이 대통령은 한두 가지 구체적 정책들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한다. 대운하 정책과 서울시장 당시 청계천 복구 및 버스전용차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소수의 핵심 정책 목표를 선택하면 환경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여기에 올인한다. 둘째, 이 대통령은 자신이 모든 주요 과정에 참여해 책임지고 의사결정을 내리며, 디테일한 부분까지 직접 챙기면서 솔선수범한다. 이는 강한 개인적 책임감에 기초한 현장 중시 리더십의 전형이다. 셋째, 어떤 장애 요인이 있더라도 강력한 실행력으로 이를 극복해 결과를 창출해 내는 결과 중심적, 성과 지향적 리더십도 지니고 있다. 넷째, 이 대통령은 외부적으로는 강력한 경쟁 관계, 내부적으로는 자신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팀워크와 응집력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리더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한 가지 결정적 사실이 있다. 앞에서 설명한 글로벌 환경의 급진적 변화로 지난 100여 년간 잘 통하던 경영과 리더십 패러다임의 효용이 파괴됐다는 것이다.
 
리더십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어떤 리더십도 모든 상황에서 항상 통용되기 어려우며, 성과 창출의 핵심은 리더십 스타일 자체가 아니라 리더십이 상황 요인과 얼마나 잘 맞느냐 하는 ‘상황 적합성(fit)’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환경의 급진적 변화로 리더십이 발휘되는 상황이 바뀌어도 많은 리더는 스타일을 바꾸기보다 오히려 기존 관행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리더십 스타일의 경쟁력이 강하고 또 실제 성과 창출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경우 이런 성향은 더 심해진다. 더 큰 성공을 한 사람일수록 ‘성공의 덫’에 더 깊게 빠지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리더십 스타일대로 열심히, 더 열심히 노력하는 ‘Work Hard’ 전략을 택하기보다 자신의 리더십 성공 방정식 중에서 어떤 것이 새로운 환경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고, 어떤 것이 용도폐기 돼야 하는지를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새로운 환경이 요구하는 적합한 리더십 스타일로 신속하고 유연하게 전환하는 ‘Work Smart’가 필요하다. 이는 이 대통령뿐 아니라 21세기 글로벌 초경쟁 환경에서 살아가는 모든 리더에게 적용된다. 새로운 리더십을 위한 네 가지 방안은 다음과 같다.
 
1 정책보다 비전에 초점을 맞춰라
리더십의 핵심은 정책이 아닌 비전
이 대통령식 리더십의 가장 큰 문제는 비전 부재다. 그런데 이 문제는 역설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구체적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는 이 대통령 스타일의 장점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에게 이 대통령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후보 시절 때와 현재의 경우 대운하를 말할 것이다. 서울시장 시절에는 청계천과 버스전용차로 등 구체적인 정책들을 거론했을 것이다. 이에 비해 이 대통령이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미래 비전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할 사람이 많지 않다. 즉 이 대통령의 리더십은 구체적 정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은 강하지만 미래 비전의 제시가 취약하다.
 
비전 부재는 이 대통령뿐 아니라 우리 정치 리더들의 공통적인 문제다.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낮고 나가야 할 방향이 명확했기 때문에 구체적 정책에만 초점을 맞춰도 괜찮던 20세기와 달리 극도로 불확실한 21세기 글로벌 초경쟁 환경에서의 비전 부재는 치명적인 위기를 불러온다. 비전은 파도에 흔들리는 배에 방향을 제시하는 등대 역할을 한다. 좌우로 흔들어대는 거친 파도 때문에 똑바로 나갈 수 없더라도 등대 불빛이 뚜렷하면 결국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따라서 비전은 21세기 글로벌 초경쟁환경과 같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권력자나 관리자와 달리 리더의 핵심 역할은 구성원들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함께 실천하도록 이끌고 나가는 것이다. 즉 리더십의 어원인 ‘리드(lead)’는 동사로서 어느 방향으론가 이끌고 나간다는 ‘동태성’이 핵심이지 ‘정태적’ 개념이 아니다. 권위주의적 독재, 인권 등의 문제가 있음에도 박 전 대통령이 설문조사에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리더십이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바로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 성장을 통한 조국 근대화’라는 출중한 비전을 제시하고 달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전은 도대체 무엇인며, 정책과는 어떻게 다른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1963년 워싱턴 연설에서 그의 비전을 설파할 때 ‘나는 꿈이 있다(I have a dream)’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했듯이 비전은 꿈이다. 즉 각 정치인이 꿈꾸는 우리나라의 미래상이 바로 비전이다. 우리가 어떤 것이 ‘내 평생의 꿈이다’라고 말할 때 너무나 높고 어렵지만 절실하게 원하는 미래상을 의미한다. 정치 리더는 비전을 통해 모든 국민이 절실하게 바라고 원하는 꿈같은 미래상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전이 정치지도자의 리더십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는 미래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그 과정에서 탁월한 사회 통합의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즉 타협할 수 없는 가치관인 ‘이념’이 사회를 여러 대립 집단으로 갈라놓는 데 반해 꿈으로서의 비전은 갈라진 사회를 다시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즉 가치관과 입장은 다르더라도 같은 꿈을 꿀 수 있으며, 공동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할 때 갈등관계는 자연스럽게 협력관계로 전환되고, 그 사회의 역량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경영학의 기본 상식이다.
 
이에 비해 정책은 기술적인 방법론 문제다. 즉 비전이 ‘왜(why)’와 ‘어디로(where)’의 문제를 다룬다면 정책은 ‘어떻게(how)’와 ‘무엇(what to do)’을 이야기한다. 정책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비전이라는 원대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요즘 툭하면 여야 정치권에서 정책 대결을 벌이자고 하는데, 이것은 틀린 말이다. 선거에 나서는 정치지도자들은 정책보다 비전 경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책은 선거로 선출되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역량이라기보다 그들의 스태프인 전문 관료나 지식 기술자들의 영역이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등 그 누구도 전문 관료보다 정책을 더 잘 수립할 수 없다.
 
그러나 정책이 아무리 세련되고 정교해도 비전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정책은 그 사회가 미래에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하며, 왜 그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 단지 특정 방향과 목표가 주어졌을 때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달성할 것인가만 다룰 뿐이다.
 
국가를 이끌어 나갈 뚜렷한 미래 비전 없이 세부 정책의 나열에만 함몰된 기술자형 정치지도자는 매우 위험하다. 좋은 정책의 수립과 실행에는 이 정책들에 방향성과 목적을 부여하는 좋은 비전 제시가 필수 선행 요건이다. 따라서 얼마든지 남에게서 빌릴 수 있는 기술적 지식으로 가득 찬 정책만으로 정치지도자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정치인들이 제시하는 정책 중 자신이 아이디어 도출 단계부터 끝까지 직접 설계한 것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 정책들은 정치인이 고용한 컨설턴트나 교수 같은 전문 지식기술자들이 수립해 준 것이다. 전문 스태프들이 수립해 준 정책들을 마치 자신의 비전인 양 암기해서 기자회견 등에서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걱정스럽기조차 하다. 비전은 꿈이다. 남이 대신 꿔준 꿈으로는 자신조차 감동을 받기 어려운데 하물며 어떻게 국민들을 감동시켜 그 꿈의 성취를 위해 매진하도록 설득할 수 있겠는가.
지금 이 대통령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진정성 있는 꿈을 꾸는 일, 즉 비전의 수립과 제시, 공유다. 이념이나 개별 정책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를 넘어서서 우리 국민 모두가 공유하고 함께 추구하고픈 꿈을 제시할 때 현재의 리더십 위기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자신이 꿈꾸는 10∼20년 후 우리나라의 미래상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위대한 미래를 꿈꾸기 위해 지금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했는가, 자신의 비전은 무엇인가.
 
2 개인적 책임감 집착에서 벗어나 책임성을 확립하라
디테일을 직접 챙기는 현장형 리더는 조직을 마비시킨다
대통령 취임 이래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과 과거 CEO 및 서울시장 시절 보도 등을 살펴보면 이 대통령은 투철한 개인적 책임감에 기초한 현장 중심의 솔선 수범형 리더라고 말할 수 있다. 즉 국정의 모든 사안에 대해 디테일(details)까지 직접 책임지고, 또 주중과 주말 구분 없이 거의 밤잠 자지 않고 모든 일을 선두에서 지휘하며, 어려운 의사결정도 직접 내린다. 이런 리더십은 전봇대 제거, 파출소 전격 방문을 통한 아동유괴 미수범 체포, 청와대 참모들의 월화수목 ‘금금금’ 근무체제 등에서 명확하게 나타난다.
 
부지런하고 꼼꼼하며 모든 일에 개인적으로 책임지고 철저하게 관여하는 현장 중심 솔선수범형(hands on) 리더십은 환경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느리게 변화하며, 기존 경쟁우위의 철저한 실행과 방어·유지가 경쟁의 핵심 관건이던 대량 생산·소비의 20세기 산업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우위를 남보다 먼저 창출해야 하는 21세기 창조와 혁신 경쟁에서는 오히려 조직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불확실하고 급변하는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하좌우를 막론하고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각자가 스스로 알아서 의사결정하고 실행하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 권한위임)가 필수적 요건이다. 그러나 리더가 조직의 모든 디테일을 직접 책임지고 챙기면 나머지 구성원들은 사후 책임 추궁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수동적으로 모든 것을 리더에게 물어보고, 그 한 사람의 결정을 바라보며, 기계적으로 실행하게 되며, 결국 조직이 마비된다.
 
특히 21세기 글로벌 초경쟁 환경에서 필요한 지속적인 창조와 혁신은 리더 한 사람을 정점으로 해서 수직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에서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 반드시 모든 구성원에게 각자의 역할을 완벽하게 믿고 맡기는 임파워먼트가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1990년대 이래 글로벌 기업경영과 경영학계의 핵심 화두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이 바로 ‘책임감(responsibility)’ 패러다임으로부터 ‘책임성(accountability)’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다.
 
책임감’ 패러다임은 상부로부터 주어진 임무를 지시받은 대로 철저하게 실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벌을 받는 시스템을 말한다. 반면에 ‘책임성’은 권한과 책임 모두를 포괄해 전체 조직에서 각자의 맡은 바 역할을 주체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책임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각자 맡은 역할에 대한 ‘주인의식(ownership)’이다. 즉 책임성 패러다임에서는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이 고유의 역할을 주체적으로 수행하며, 아무리 상급자나 리더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책임 영역에 함부로 개입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대통령 같은 리더의 책임성 영역은 비전 및 전략을 제시하고 제도 및 시스템을 설계하는 ‘전략적 역할(stra -tegic role)’이다. 대통령이 이런 전략적 역할보다 디테일을 직접 챙기는 ‘운영관리적 역할(operational role)’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운영관리의 역할을 수행하기로 돼 있는 사람들의 책임성이 무너질 뿐 아니라 대통령 자신의 고유 책임성 영역인 전략적 역할에 큰 공백이 생긴다.
 
걷잡을 수 없이 많은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는 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모두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다는 언론의 비판은 바로 대통령의 개인적 책임감에 기초한 솔선수범형 현장 중심 리더십의 한계를 보여 주는 것이다. 즉 정부조직 여기저기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대통령이 업무를 덜 챙겨서가 아니라 거꾸로 대통령이 너무 많이 챙겨서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 먼저 정부조직의 모든 역할에 대해 명확한 책임성(accountability) 시스템을 확립한 다음 구성원 각자에 대한 철저한 신뢰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임파워먼트하는 21세기형 리더십을 보여 줄 것을 제언한다.
3 결과정당성보다 절차정당성를 지켜라
결과가 좋아도 절차가 신뢰를 얻지 못하면 안 된다
이 대통령 리더십의 또 다른 특징은 환경의 유·불리와 상관없이 원하는 결과를 반드시 창출하고 마는 결과 중심의 성과주의다. 매년 실제로 창출한 성과에 따라 보상과 보직이 결정되는 기업 CEO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대통령은 원하는 결과의 창출 그 자체에 무서울 정도로 집중하는 결과 중심 성과주의 리더십을 자연스럽게 습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일단 성과 목표를 수립하면 어떤 장애 요인이나 난관이 있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를 돌파해 원하는 결과를 창출해내고 마는 ‘불도저’ 같은 추진력은 이명박표 리더십의 상징이 됐다. 이런 리더십은 울산 조선소 건설과 주베일 공사 등과 같이 이 대통령이 주역 중 한 명으로 참여한 1970년대 현대그룹의 신화에서 자주 관찰됐으며, 성공 방정식의 핵심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런 결과 중심 성과주의 리더십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기업경영과 경영학에서 한계가 지적됐다. 결과 중심 성과주의는 장기적으로는 원하던 결과 창출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심각한 갈등을 야기해 조직 전체를 붕괴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결과 자체 못지않게 그 결과를 창출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관점이 대두됐다. 이것이 바로 ‘절차정당성(procedural justice)’ 관점이다.
 
1990년대 이전까지 전통적 기업경영에서는 결과만 좋으면 과정과 절차를 따질 필요가 없다는 식의 ‘결과정당성(dis- tributive justice)’ 관점이 주도했다. 그러나 조직의 장기적 성과와 특히 창조적 혁신이나 극단적 고품질 창출 등과 같이 21세기 글로벌 초경쟁 환경이 요구하는 성과 창출에는 모든 구성원이 조직의 의사결정을 진심으로 내면화하고 수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결정의 결과보다 오히려 의사결정이 도출된 과정과 절차가 얼마나 정당했는가 하는 절차정당성이 더 중요하다.
 
우리 사회를 혼란으로 몰아넣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촛불 시위를 둘러싼 갈등의 원인은 절차정당성을 경시한 데 있다. 필자가 보기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은 결과 측면에서 작은 것을 주고 큰 것을 얻는 것이어서, 우리나라에 훨씬 큰 이익을 줄 가능성이 높다. 또 추가 협상을 통해 도출된 내용들은 결과정당성에서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절차정당성 관점에서 보면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많은 국민이 그 의사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이런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 훨씬 유리한 협상인데 왜 촛불 시위가 벌어지는지에 답답해하는 이 대통령의 태도에서 절차정당성에 대한 인식 부족을 명확히 관찰할 수 있다.
 
절차정당성은 ①의사결정 기준과 절차의 명확한 사전 공지 ②공지된 기준과 절차의 예외 없는 철저한 적용 ③의사결정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과 참여 ④의사결정 후 그 결정의 논리적 배경과 이유에 대한 신속하고 자세한 설명 및 피드백 ⑤반론이 제기될 경우 재검토 기회 허용 ⑥이 모든 의사결정 과정 및 절차의 철저한 공개성과 투명성 등 여섯 가지 요건에 의해 결정된다. 이 여섯 가지 중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의사결정에서 지켜진 것은 거의 없어 보인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21세기 글로벌 초경쟁 환경에서는 어떤 의사결정과 행동이 어떤 결과를 창출하는지에 대한 인과관계 자체가 극도로 모호하다. 따라서 의견 차이나 갈등, 이해관계 충돌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구성원들의 내면적 수용이 필요한 의사결정에서는 역설적으로 결과 자체보다 절차에 초점을 맞춰야 장기적 성과를 낼 수 있다. 절차정당성에 대한 이 대통령과 청와대, 행정부의 인식 전환을 제언한다.
 
4 경쟁이 아닌 코피티션 접근법을 택하라
보좌에서 보완으로 팀 구성을 전환하라
기업 CEO 출신 리더라는 점을 고려하면 쉽게 추측할 수 있듯이 이 대통령 리더십의 핵심 화두 중 하나는 ‘경쟁’이다. 이 대통령은 CEO로서 치열한 시장 경쟁을 경험했고, 정치인으로서도 수차례의 경선과 선거를 통해 라이벌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대통령에 선출됐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 저변에는 항상 경쟁에 대한 강한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런데 경쟁에 대한 인식은 자신과 경쟁자, 즉 자기편인 ‘인그룹(in-group)’과 상대방인 ‘아웃그룹(out-group)’의 구분에서 출발한다. 이 구분이 명확할수록 경쟁의식은 더 강해진다. 이런 구분에 기초해 자기 그룹 내부에서는 일사불란한 응집력을 강조하고, 반대로 상대방에 대해서는 무한 경쟁을 통해 완전한 승리를 노리게 된다. 이런 성향은 국회의원 공천을 둘러싼 여당 내 계파 갈등과 ‘강부자’ ‘고소영’ 등으로 비난받아온 이 대통령의 주요 직책 인사 의사결정에서 자주 관찰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이 대통령의 경쟁 지향적 리더십은 과거 기업 CEO로서의 성공과 서울시장 및 대통령직 선출의 기반이 됐다.
그러나 이런 철저한 경쟁 지향성은 19 90년대 이후 기업경영에서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자기편과 경쟁자를 지나치게 명확히 구분하고 전적으로 자기편만을 선호하는 인사정책, 자기편 내부에서 리더에 대한 완벽한 순응에 기초한 일사불란한 응집력 등은 가용 역량과 인력 풀의 범위 및 다양성을 제약함으로써 오히려 궁극적 가치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급변하는 초경쟁 환경에서는 어떤 거대 조직도 필요한 모든 자원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없다. 따라서 자신과 완벽한 자기편을 제외한 나머지를 역량 조달 풀에서 아예 제외시키는 지나친 경쟁 지향적 접근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1990년대 중반에 등장한 ‘코피티션(coopetition)’ 논리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코피티션’은 협력을 뜻하는 ‘코퍼레이션(cooper -ation)’과 경쟁을 의미하는 ‘컴피티션(competition)’의 합성어로,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존재하는 관계를 뜻한다. 코피티션 관점이 전제하는 것은 기업 경영은 물론 국가경영의 궁극적 목적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가치창출을 위해서는 경쟁자와도 기꺼이 협력할 수 있어야 합리적이라는 것이 바로 코피티션 논리의 출발점이다. 코피티션 관점은 21세기 글로벌 초경쟁 환경 도래와 함께 기업경영 분야에서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경쟁자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는 사례가 급증했다.
 
여야 간 관계나 여당 내 계파 간 관계는 모두 경쟁이 아닌 전형적인 코피티션 관계다. 코피티션 관점에서 보면 여야는 국가와 국민의 발전과 번영이란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 힘을 합쳐야 하는 협력자인 동시에 국가경영에 대한 서로 다른 비전과 전략을 추구하는 경쟁자다. 경쟁의 측면만 생각하고 상대방에게 타격을 가하거나 완전히 배제하려고 하면 결과적으로 공멸할 수도 있다. 반대로 협력만 강조하고 경쟁을 무시하면 다양한 정치적 대안들 간의 경쟁을 통한 국가 전체의 역동적 발전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여야 간 관계 설정은 ‘상생’이나 ‘상살’ 중 하나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경쟁과 협력이 반드시 동시에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코피티션 관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여야나 계파 간 분명한 차이, 즉 다양성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즉 여야가 국가경영에 대한 서로 다른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전체 국가 수준에서 상호보완적 시너지를 추구해야 한다. 시너지는 명확한 차이가 있는 세력들이 서로의 약점을 메워 주고 강점을 더욱 키워 줄 때에만 발생한다. 바로 이 점에서 코피티션 논리는 자신과 경쟁자 간 관계뿐 아니라 자기 팀 내부에도 적용할 수 있다.
 
청와대 수석들이나 내각과 같은 이 대통령의 팀들은 모두 대통령과 다른 자신의 독자적 의견을 표시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는 바로 외부와의 무한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기 팀 내부에서는 일사불란한 응집력을 요구하는 경쟁 지향적 리더십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이런 경우 팀 구성에서도 철저하게 이념·비전·정책 등이 유사한 동질적 인사들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팀 내부에 코피티션 관점을 도입하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팀 내부 구성원들 간에 서로 정치적 비전과 전략·정책·입장 등에 차이가 없다면 협력적 경쟁을 통한 시너지 창출과 역동적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면에서 청와대나 내각은 ‘보좌(ass -ist)’ 패러다임을 넘어 ‘보완(comple -ment)’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보좌’ 패러다임은 팀 구성원들이 리더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시스템을 말하는 반면에 ‘보완’ 패러다임은 리더의 부족한 점이나 오류를 채워주고 수정해주는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말한다.즉 보좌 패러다임은 리더가 나머지 구성원들에 비해 정보나 역량 등 모든 면에서 월등하게 우월한 존재이고 구성원들은 단지 그 리더를 수동적으로 도와주는 존재라고 전제하는 반면에 보완 패러다임은 리더도 다른 구성원들과 마찬가지고 한계가 있고 부족한 존재이므로 서로 다른 다양한 역량을 지닌 구성원들이 상호보완적 시너지를 창출해 전체 팀으로서 최대 가치를 창출해야 함을 전제한다.
 
팀 구성과 운영에서 보완 패러다임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동질적 인사들이 아닌 계파나 여야의 경계를 넘어 서로 경쟁하는 입장을 가진 인물들로 팀을 구성하고, 이들이 자신의 입장을 소신대로 개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팀 구성원들 간의 관계도 단순한 경쟁이나 협력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코피티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인사와 조직 운영 패러다임이 21세기형 코피티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를 제언한다.

위기 극복의 ‘양손잡이’ 전략
지금까지 이 대통령이 당면한 리더십 위기의 원인과 패러다임 전환의 네 가지 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리더십의 ‘연속적 실패(losing streak)’로 간주할 수 있는 경험들을 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따라서 ‘연속적 성공(winning streak)’으로의 방향 전환, 즉 턴어라운드(turnaround)를 위한 위기관리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기업들의 위기관리 전략 사례들을 살펴보면 턴어라운드는 비상경영 시스템을 가동해 당면한 위기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단기적 접근, 반대로 위기 발생의 근본적 원인 자체를 제거하기 위해 방향의 큰 전환을 시도하는 장기적 접근 두 가지로 구분된다.
 
이 두 가지 중 무엇이 더 바람직한지는 턴어라운드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에 따라 다르다. 단기 전략은 턴어라운드 자체의 성공률이 높지만 위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해 위기 재발 가능성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 반대로 근본적 방향 전환을 추구하는 장기 전략은 일단 성공하면 획기적 재도약의 발판이 되기는 하지만 급진적 변화의 리스크 때문에 턴어라운드 성공률이 낮은 편이다. 그러면 어떤 위기관리 전략이 바람직할까.
 
필자는 최근 글로벌 기업경영과 경영학계의 핵심 화두인 ‘양손잡이(ambidext -rous)’ 위기 극복 전략을 제안한다. 20세기적 경영 패러다임에서는 단기 위기 해결과 장기 방향 전환처럼 동시에 추진하기 힘든 대안들이 있으면 이 가운데 한 가지만 선택해 집중하는 게 더 나았다. 그러나 21세기 경영 패러다임의 핵심 화두인 양손잡이 관점은 오른손잡이도 왼손잡이도 아닌 양손 모두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라는 취지로, ‘품질경쟁력과 가격경쟁력’ ‘창조성과 효율성’ ‘현지화와 글로벌화’ 등 언뜻 보기에 상호 모순적으로 보이는 전략적 목적들을 어느 한 가지만 선택하지 말고 동시에 추구하라고 충고한다. 위기 극복을 위한 턴어라운드 전략도 마찬가지로 먼저 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방향을 명확히 제시한 뒤 실천은 새로 설정된 큰 방향 아래에서 작고 구체적인 문제 해결을 연속적으로 성공시키는 양손잡이 전략이 가장 바람직하다.
 
필자는 이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가 임기 초반에 발생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양손잡이 위기극복 전략에 필요한 근본적 턴어라운드를 시도할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임기 중·후반에 이런 리더십 위기가 발생한다면 당면한 위기들의 단기 해결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임기 초반의 리더십 위기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극복해 출중한 리더로 자리 잡은 경우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수없이 많다. 이 대통령이 분명히 뛰어난 리더이고, 현재의 리더십 위기가 글로벌 환경의 급진적 변화로 인해 리더십 스타일과 시대환경 사이의 부적합성 때문에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대통령이 현재의 리더십 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하고 한국을 재도약으로 이끌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관건은 이 대통령이 자신의 리더십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 필요성을 뼈저리게 인식하는 위기의식을 지니고 있느냐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계속된 리더십 위기를 인정하지 않고 계속 기존 방식대로 국가를 경영하겠다고 한다면 이 대통령과 정부뿐 아니라 온 국가를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이 대통령이 과거 성공의 덫을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리더십의 근본적 패러다임을 전환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공 신화를 창조하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조직이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직이론 분야의 세계 최고 학술지인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를 비롯한 다수의 저널에 논문을 실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7호 New Look at Gen X 2022년 06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