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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위한 성격심리학

엄마와 아기의 신뢰처럼… 리더의 '마음읽기'가 '행복기업'만든다

고영건 | 200호 (2016년 5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우리는 남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항상 궁금해 하고 실제로 전반적인 자신에 대한 주변의 평판에 대해 꽤 잘 알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주변의 특정인이 자신에 대해 갖는 감정은 물론이고 자신의 마음 자체도 잘 알지 못한다. 평판은 쉽게 파악하나 감정, 즉 마음은 읽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과 자신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어야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고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자신과 타인의 마음읽기에 실패한 리더는 직장을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 자신의마음읽기능력이 어느 수준인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테스트를 통해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을 해보자. 사우스웨스트항공처럼신뢰에 기반한 행복한 기업을 만드는 일은 번지르르한 말 몇 마디로 이뤄지지 않는다.

 

편집자주

심리학은 현재 경영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가장 고독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경영현장에서 글로벌 경쟁을 치르고 있는 CEO들은 정작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임상심리학자이면서 각종 이론심리학에도 정통한 고영건 교수가 경영자들이 심리학 이론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CEO를 위한 성격심리학을 연재합니다.

 

전국에 수백 개의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는 어느 기업의 영업점 점장들을 대상으로 필자가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의 일이다. 전국의 영업점 점장들이 교육을 위해 모인 강의실에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가장 절실하게 바뀌기를 희망하는 문제에 관해 조별 토론을 진행했다.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답게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시종일관 다양한 의견들이 제안됐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본인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가장 절실하게 바뀌기를 희망하는 문제의 경우 처음에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있다가 사실상 프로그램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비로소 등장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때 누군가가 토론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 일단 그 문제에 관해 한 번 입을 열고나면, 그때부터는 모든 영업점 점장들이 이구동성으로 사실은 그 문제가 자신들을 가장 괴롭히는 문제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었다.

 

그 영업점 점장들이 프로그램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 망설이다가 힘들게 고백한 고충은 다음과 같았다. 그 기업은 전국의 모든 영업점에 매우 독특한 업무방침을 적용하고 있었다. 전국 수백 개의 영업점 점장들이 업무시간 중에휴대폰을 통해 1시간마다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전달되는 전국 영업점 판매순위를 반드시 확인하고 자신이 직접 자신의 순위를 확인했다는 기록을 남겨야 하는 것이다.

 

한번 생각해보라! 만약 당신이 이러한 관행을 따라야 하는 영업점 점장이라면 회사 생활이 어떻겠는가? 과연 이러한 조직이 우수한 영업실적을 올릴 수 있을까? 과연 이 기업의 동종 업계 순위는 어떻겠는가?

 

분명한 것은 기업이 이처럼 잘못된 관행을 고수하는 한 동종 업계에서 우수한 성적을 나타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기업은 당시에 동종 업계에서 가장 저조한 영업 실적을 기록하고 있었고 제법 시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사실상 거의 모든 영업점 점장들이 이구동성으로 그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이 기업은 그러한 관행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음식이 상한 것은 금방 눈치 채지만 공기가 오염된 것은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상한 음식은 곧바로 배탈과 식중독 등의 문제 증상으로 나타내지만 오염된 공기는 단기적으로는 사실상 아무런 증상도 나타내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오염된 공기는 사람들이 갖은 노력을 기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건강이 생각만큼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도록 만드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조직의 관행이 잘못돼 있는 동시에 그러한 관행이 조직생활에 밀착돼 있는 경우 그 조직 내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조직에 내재한 진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기가 어렵다. 마치 오염된 공기가 신체에 작용할 때처럼, 그러한 조직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조직이 실적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의아해 하게 된다.

 

이처럼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일단 그러한 업무방침을 도입하고 나면, 그러한 시스템은 직원들이 분발하도록옥죄는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설사 영업실적이 개선되지 않더라도 그러한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기보다는여전히 나사가 덜 조여져 있는 부분을 추가적으로 발견해야 한다고 오판하게끔 만든다.

 

실제로는 이러한 영업방침이 유일하게 기여하는 부분은 적어도 영업점 직원들이 계속해서 충원되는 한 회사가 문을 닫지 않도록 해주는 것뿐이다. 마치 오염된 공기가 계속 숨을 쉬는 것을 용인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는 회사에 영업점 직원이 계속 충원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 중 하나가 충족돼야 할 것이다.

 

 

첫째, 해당 기업의 영업점 점장들에게는 경쟁 업체보다는 경제적으로 조금이라도 더 나은 대우를 해주는 경우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경쟁업체의 영업점 점장들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영업실적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데 이 기업의 영업점 점장들은 그러한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면, 대우가 같을 경우 이 기업에서 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만약 이 기업과 경쟁 업체의 영업점 점장 대우가 사실상 같다면, 사회의 체감 경기가 매우 안 좋고 실업률도 높아 영업점 점장들에게 해당 기업 말고는 대안이 없는 경우다.

 

아마도 앞서 소개한 기업의 잘못된 업무방침은 그 회사의 영업조직 내 구성원들 중 극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든 직원들을 고통스럽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정확하게 평가하기만 한다면 피 말리는 회사생활을 해야만 하는 직원들의 행복도는 동종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영업방침을 고수하는 기업의 경우 기업문화 자체가 직원들의 행복도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을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악순환이 반복되는 패턴을 나타낸다.

 

이것을 바로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 문제라고 부른다. 방 안의 코끼리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회의실에 코끼리가 한 마리 들어가 있는 경우 회의실이 제아무리 넓다 하더라도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이 코끼리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마치 방 안에 코끼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할 때가 있다. 왜냐하면, 실제로 회사생활에서 정말로 문제가 심각한 관행은 직원들이 아무리 말해봐야 소용없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개선을 건의해도 문제의 그 관행이 여전히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직원들은 그 문제와 관련해서 무기력감을 경험하게 된다. 그 결과, 어차피 말해봐야 입만 아프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모두가 아예 입을 닫아버리는 식으로 만성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방 안의 코끼리 문제가 존재하는 조직에서는 그 어떤 합리적인 대책도 실효성을 거두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이러한 조직의 모습은 마치눈을 뜨고 있으나 실제로는 앞을 못 보는 맹인(盲人)’이 자동차 운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업무방침으로부터 고통을 받지 않는 회사 내 극소수의 인원은 과연 누구겠는가? 그것은 바로 해당 영업방침을 만들어내고 계속 시행되도록 명령을 내리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그 영업방침의 적용을 받을 때의지옥 체험을 겪지 않아도 되는 소수의 최고위층 인사들이다.

 

이런 점에서 결국 방 안의 코끼리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핵심적인 원인 중 하나는 바로리더십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방 안의 코끼리 문제는 조직의 리더가 조직원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 주로 발생한다.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만약 리더가 조직원들의 마음읽기를 지혜롭게 할 줄 안다면 조직원들이 회사생활을 마치 지옥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필자가 이 글에서 그 기업 사례를 서두에 꺼낸 이유는 그 기업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기업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 기업이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 동종 업계에서 발군의 실적을 거둘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필자는 그 기업의 수많은 관계자들을 만났지만 정작 그러한 잘못된 관행을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심리학자로서 이 지면을 통해 해당 기업의 최고위층 인사뿐만 아니라 그와 유사한 형태의 잘못된 관행을 보이는 기업의 CEO 혹은 다양한 사회조직의 리더들을 위해 심리학적인 조언을 하고자 한다.

 

마음읽기 특성 검사

 

아마도 이 글을 읽는 그 누구도 자신이 조직에서 방 안의 코끼리 문제를 초래하는 장본인이 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방 안의 코끼리 문제는 정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상당히 많은 조직에서 흔하게 관찰될 수 있는 문제에 해당된다. 이것은 많은 리더가 조직 내에서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원하지 않는 일들을 벌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이러한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 1>마음읽기(mind reading)’ 특성 검사에 응답해보기 바란다. 이 검사는 당신이 조직 내에서 대인관계를 맺는 특징과 관련해서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다. , 이 문항들 자체에는 옳고 그른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능한 한 솔직하게 응답하기 바란다.

 

이 검사를 채점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마음읽기 특성 검사의 6문항에 대해서알고 싶다라고 응답한 문항에 대해 각각 1점씩 부여한다. 다음으로 6문항의 결과에 대해서 총점을 계산하면 그것이 바로 당신의 마음읽기 특성 검사 점수가 된다. 예를 들면, 6문항 중 당신이알고 싶다라고 응답한 문항의 개수가 2개라면 당신의 점수는 2점이 된다. 성인의 경우 이 검사의 평균 점수는 약 3점이다. 그리고 이 검사에 대한 해석 기준은 다음과 같다.

 

 

0점 또는 1: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읽는 데 관심이 부족함. 대인관계에서 다소 회피적이거나 불안 수준이 높으며 주로 과거에 정서적인 상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에 해당됨.

2∼4: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읽는 데 평균 수준의 관심을 갖고 있음.

5점 이상: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읽는 데 과도한 관심을 갖고 있음. 이들은 관계에 위협을 주는 정보들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음. 이들은 다른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타인을 감시하려 들며 파괴적인 형태의 인간관계를 맺는 경향이 있음.

 

 

 

 

마음읽기 특성 검사는 심리학자 윌리엄 이케스(William Ickes)가 주로 연인들에게 적용하기 위해 개발한관계 위협적 정보를 알아내려는 동기(MARTI·Motivation to Acquire Relationship-Threatening Information)’ 검사를 기업의 조직 상황에 맞게 변형한 것이다. 마음읽기 특성 검사에서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고자 하는 동기의 강도를 평가한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데 과도하게 집착할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어내는 사람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일까? 이 물음에 지혜롭게 답하기 위해서는 이 검사의 해석 원리에 내재한 기묘한 역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천재 리처드 버튼 경의 기묘한 역설

 

리처드 버튼 경(Sir Richard F. Burton)의 사례는 앞서 제시한 물음과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인류사회에서 독심술 영역에서 가장 탁월한 재능을 자랑했던 리처드 버튼이라는 19세기 지식인이 있었다. 그는 군인이자, 인류학자였으며, 시인이자, 번역가인 동시에 최고의 언어학자였다. 또 그는 의학자인 동시에 지질학자였으며, 유명한 검술사이며,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기도 했다. 19세기에 리처드 버튼이 보여준 행적은 가히 전설적이라 부를 만한 것이었다. 그는 수십 개국을 여행하면서 그때마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이해하는가를 연구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그 첫 단계로 그는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데 전념했는데 마치 그 모습이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 같은 인상을 줬다고 한다. 그 결과 그는 29개 언어와 40개 이상의 방언을 할 수 있는 경이적인 언어적 능력을 갖게 됐다.

 

 

 

 

그의 부인은 그는 독심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어서 언제 어디서나 그가 부인의 속생각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타인의 생각을 너무나도 궁금해 했던 나머지 최면술에 빠져들기도 했다. 그는 결혼 초기부터 아내에게 최면을 걸려고 시도했다. 그의 아내는 자신이 최면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싫어했는데 왜냐하면 최면에 걸린 상태에서 그녀는 남편에게 자신의 성적인 느낌을 포함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속생각을 남김없이 털어놔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부인의 허락 없이는 절대 최면을 걸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허락 없이 최면을 통해 타인의 속생각을 엿보다가 들켜서 때로는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따라서 그는 뛰어난 최면술사인 동시에 독심술가이기는 했지만 정작 사람들의 마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즉 행복한 삶을 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데는 사실상마음맹수준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기 바란다. 리처드 버튼의 일화는 독심술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갖게 된다는 것과 그러한 재능을 행복한 삶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유능함을 갖추게 된다는 것은 별개의 일임을 보여준다.

 

독심술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리처드 버튼은 상위 0.0001% 미만에 속하는 천재 중의 천재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반드시 그와 같은 천부적 재능을 타고 나야 한다면 세상 사람들 중 대부분은 행복한 삶을 살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대단히 다행스럽게도 지적으로 정신지체 수준만 아니라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왜냐하면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독심술에서의 천부적인 재능이 아니라 공감적 이해가 가능한 수준의 마음읽기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정상 범위 이상 수준의 지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기만 하다면 공감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마음읽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왜냐하면 공감이 비록 다른 사람의 개인적인 지각세계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것을 뜻할지라도 이러한 공유경험은 어디까지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의 영역에 해당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리처드 버튼처럼 공감 능력이 부족하면, 제아무리 독심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더라도 정작 행복해지는 데 중요한 것은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신변잡기적인 내용들에 대해서만 박식해지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마음읽기 특성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나타내는 사람은 바로 리처드 버튼과 같은 특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에 해당된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데 과도한 관심을 갖고 있을지라도 실제로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사실, 이들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데 과도한 관심을 갖게 된 주요한 원인 자체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조하리의 창모델은 마음읽기 특성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나타내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조하리의 창

 

심리학자 조 루프트(Joe Luft)와 해리 잉햄(Harry Ingham) 4가지 마음의 창이라는 성격 패러다임을 창안했다. 이 이론은 그들의 이름을 따 조하리(Johari)의 창이라고 불린다. 그들에 따르면, 마음읽기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4개의 분면이 존재할 수 있다.(그림 3)

 

 

 

 

첫 번째 영역은 공개적 영역(Arena)이다. 이 영역은 자신과 타인이 모두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두 번째 영역은 맹목의 영역(Blind Spot)이다. 이 영역은 자신은 모르지만 타인은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세 번째 영역은 은폐 영역(Facade)이다. 이 영역은 자신은 잘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 부분이다. 네 번째 영역은 미지의 영역(The Unknown)이다. 이 영역은 자신도 모르고 타인도 모르는 부분이다.

 

정신과 의사 어빈 얄롬(Irvin D. Yalom)에 따르면, 4가지 마음의 창에서 각 사분면의 크기는 연동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커지면 다른 사분면의 크기가 줄어들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마음읽기 특성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나타내는 사람들은 1사분면과 3사분면이 상대적으로 큰 형태의 조하리의 창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이들은 남들이 아는 것은 잘 모르고 남들이 모르는 것은 잘 안다. 대조적으로 마음읽기 특성 검사에서 낮은 점수를 나타내는 사람들은 1사분면이 상대적으로 크고 2사분면은 상대적으로 작은 형태의 조하리의 창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이들은 남들이 아는 것조차 자신은 잘 모르며 전체적으로 사람들에 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다.

 

의심하는 마음을 가진 리더

 

사실, 방 안의 코끼리 문제를 자기보고식 검사 하나만으로 진단 내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음읽기 특성 검사는 잠재적으로 방 안의 코끼리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사람인지 여부에 관해 일종의 스크리닝(screening) 테스트의 역할을 할 수는 있다.

 

마음읽기 특성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나타내는 사람들이 바로 방 안의 코끼리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조하리의 창에서 1사분면, 즉 남들이 아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리처드 버튼처럼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읽는 데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이들은 관계에 위협을 주는 정보들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앞서 소개한 기업에서 사실상 거의 모든 영업점 점장들이 그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믿었지만 지금까지도 그러한 관행이 지속된 것은 영업정책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서 리더의 성격 특성이 배후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행을 지지하는 리더는 성격적으로 다른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직원을 신뢰하는 리더가 사람을 정신적으로 탈진시키는 그러한 통제 시스템을 지지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음읽기 특성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나타내는 사람들은 엘비스 프레슬리(Elvis Aron Presley)가 노래한 일종의의심하는 마음(suspicious minds)’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해당된다. 그의 곡의심하는 마음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온다. “마음속에 의심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함께할 수 없어. 믿지 못한다면, 우리의 꿈을 함께 만들어나갈 수 없어.” 마음읽기 문제와 관련된 많은 심리학 연구 결과들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주장이 전적으로 옳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약 마음읽기 특성 검사에서 평균보다 높거나 낮은 점수가 나타나면 보다 정밀한 형태의 심리학적인 진단을 받을 것을 추천한다. 그러한 사람은 친구로서, 연인으로서, 부모로서, 리더로서 매력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인관계에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지혜로운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마음읽기 특성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건, 아니면 낮은 점수를 받건 간에 다음에 소개되는 마음읽기에 관한 설명을 통해 심리학적인 교양을 넓힐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뇌 망원경과 자아탐지기가 필요한 이유

 

우리가 가슴속의 일, 즉 내면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는마음읽기라는 특별한 심리적 기술이 필요하다. 마음읽기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마음읽기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하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두 가지가 별개의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제로는상통(相通)’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마음읽기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능력 중 하나이며 행복한 성공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에 해당된다. 실제로 미국인 10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설문조사에서사람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초능력중 하나가 바로마음읽기였다. 마음읽기가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초능력 중 하나로 선정됐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러한 초능력을 간절히 바라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그러한 능력이 행복한 삶을 사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니컬러스 에플리(Nicholas Epley)와 동료는 온라인을 통해 미국인 500명에게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완벽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뇌 망원경을 갖게 되는 경우 어떤 사람에게 무엇을 알아내고 싶은지를 질문했다. 그 결과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가장 궁금해 했다. 예를 들면,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할까?” 또는그 사람은 내가 매력적이라고 느낄까?” 같은 내용이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싶어 하는 이유도 이와 유사했다. ‘자아탐지기라는 가상의 기계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기계를 활용해 관자놀이 부분에 전극을 붙이고 몇 가지 다이얼을 맞춘 뒤에내가 철수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있어?”라고 질문하면 몇 가지 조작 과정을 거친 뒤에 기계가 스크린을 통해 정답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이 기계에 관해 설명해준 다음에 이 기계에 무엇을 질문할지를 물어보면 학생들은 내가 가깝게 생활하는 사람에 대해서 정말로 갖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처럼 마음읽기를 통해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기대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현실에서 그다지 잘 충족되지 않는다. 그 이유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초능력은 공상의 산물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현실화되기 어려우며 보통 사람들은 마음읽기에서 제한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판을 이해하는 것과 마음읽기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즉 자신에 대한 평판을 제법 잘 알아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케니(David Kenny)와 동료들은 연구 참여자들에게 여러 가지 성격특성 목록을 보여주고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그러한 특성과 관련해서 어떻게 평가할지에 관해 추측하도록 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대체로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관해서는 꽤 유능한 모습을 나타냈다. 당사자가 자신의 평판에 대해 추측한 값과 다른 사람들이 실제로 그 특성에 대해 평가한 값 간 상관은 0.55 수준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상관은 관계의 강도를 설명해주는 통계치로 0에서 1 사이의 값을 갖는다.

 

흥미로운 점은 비록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에 관해서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알아맞힐 수 있을지라도 정작 특정 개인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에 관해서는 거의 알아맞히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 내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우호적이라고 평가하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추론할 수 있을지라도, 주변 사람들 중 실제로 누가 그렇게 생각하고, 또 누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잘 파악하지 못했다. 삶에서는 전자의 과정, 즉 자신에 대한 평판을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후자, 즉 다른 사람의 마음읽기의 중요성 역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비단 다른 사람들의 마음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속마음을 읽어내는 데도 매우 서툰 경향이 있다. 영화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의 원작에 해당되는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연극피그말리온(Pygmalion)’에는 꽃을 팔던 가난한 소녀 두리틀(Eliza Doolittle)을 신데렐라 같은 귀부인으로 변화시켜주는 괴팍한 음성학자 히긴스(Henry Higgins)가 등장한다. 히긴스는 스스로 기품 있고, 지혜로우며, 세련된 영국 신사라고 믿지만 자신이 야비하고, 여성을 싫어하며,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주변 사람들이 왜 자신의 진면목을 몰라주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푸념한다.

 

“인간의 가장 큰 착각은 자기라는 존재가 스스로 생각하는 그대로라고 믿는 것이다라고 지적한 헨리 아미엘(Henri F. Amiel)의 말처럼 <피그말리온>이라는 작품은 사람들이 자신의 속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음을 잘 보여준다. 사람들이 자신의 속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무의식적인 방어와 뇌의 생물학적인 구성 원리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다음으로, 마음읽기를 통해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기대가 잘 충족되지 않는 두 번째 이유로는 빅 옴바사(Big Wombassa)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빅 옴바사는자신이 원하는 일이 실제로 이뤄졌을 때 과거에 기대했던 것을 실제로는 체험하지 못하게 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만약 누군가가 경이적인 수준으로 사람의 속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실제로 갖추게 되더라도 이러한 능력이 행복한 삶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만약 자신이 마음읽기와 관련해서 특별한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설사 마음읽기의 달인이 된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사람들의 기대가 잘 충족되기 어려우며 이에 관해서는 리처드 버튼 경 사례에서 이미 다뤘다.

 

 

왜 사람들은 자기의 마음을 파악하기 어려울까?

 

1)무의식적 방어와 자기지각의 어려움

때때로 무의식적인 방어는 정확한 자기지각을 방해할 수 있다. 동성애 공포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성적인 욕구상의 특징을 분석한 연구는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한 연구에서는 동성애에 대해 공포증을 나타내는 남성과 그렇지 않은 남성들 간 성적인 욕구상의 차이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연구에서는 성적 흥분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음경혈량측정법(Penile plethysmography·PPG)을 사용했다. 이 측정법에서는 고무링을 성기에 끼운 다음에 자극에 따른 체적에서의 변화량을 비교한다.

 

이 실험에서 연구에 참여한 남성들은 방에 들어가 직접 고무링을 자신의 성기에 부착하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 후 세 가지 성행위가 담겨 있는 비디오 테이프를 감상하게 된다. 그 세 가지 영상자료 내용은 남성과 여성 간 성 행동 장면, 남성들 간 성 행동 장면, 여성들 간 성 행동 장면이다. 실험 결과, 동성애 공포증을 갖고 있는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남성들 간 동성애 장면을 시청할 때 발기 정도가 더 증가했다. 대조적으로 남성과 여성, 그리고 여성들 간 성 행동 장면을 시청했을 때는 발기 정도에서 두 집단 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동성애 공포증이 사실은 동성에 대해 끌리는 마음을 방어적으로 위장한 기만책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비록 이 실험에서 동성애 공포증을 갖고 있는 남성들이 남성들 간 성 행동 장면을 보고 발기 정도가 증가하게 된 것은 끌림의 결과가 아니라 불안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동성애 공포증을 갖고 있는 남성들이 스스로 갖고 있는 주관적인 믿음과는 달리 남성들 간 성 행동 장면에 대해 다른 집단보다 신체적으로 더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2)서브루틴 시스템과 세상 물정에 어두운 왕

사람들이 자신의 속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뇌의 생물학적인 조직 원리를 들 수 있다. 뇌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David Eagleman)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다 할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하지는 못하다. 그 이유는 바로 서브루틴(subroutine)의 문제 때문이다. 서브루틴은 공장에서 한 가지 품목의 생산을 위해 특화된 형태의 조립라인을 뜻한다.

 

서브루틴이 문제되는 상황은 왕위를 비롯해 모든 것을 상속받은 철부지 왕이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 만약 그 철부지 왕이 국가 운영을 위해 몇 명의 신하가 필요하고, 농부의 수는 어느 정도 규모여야 하며, 군사의 수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 전혀 정보가 없다고 해보자. 과연 그 철부지 왕이 국가를 통치할 수 있을까? 데이비드 이글먼의 대답은가능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정보의 경우 왕을 대신해서 신하들이 알고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왕들은 그런 정보에 관해 어둡기 마련인데 그 이유는 왕으로서 알 필요도 없고, 또 왕이 전모를 파악해낼 수 없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분야의 개척자 마빈 민스키(Marvin L. Minsky) <마음사회(the Society of Mind)>라는 저서에서 인간의 마음이 일종의 서브루틴 체계들이 기계처럼 연결된 거대한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의사결정을 내리지만 우리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을 포함해 의사결정을 할 때 자신과 관계된 모든 정보를 갖고서 판단내리기보다는 필요한 일부 정보를 확대 해석해 정보의 공백을 메꿔나가는 형태로 의사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3)뇌 안의 폭풍 현상으로서의 사고

신경심리학자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Gazzaniga)의 분리 뇌(split brain) 환자들에 관한 연구는 우리의 뇌가 정보의 공백을 메꿔나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우리의 뇌에는 좌우 양쪽으로 구분된 두 개의 반구가 있으며 이 두 반구는 뇌의 가운데에 있는 신경다발인 뇌량을 통해 서로 연결돼 있다. 분리 뇌 환자는 좌반구와 우반구의 두 반구 간 연결이 끊어져 있다. 언어중추는 좌반구에 있기 때문에 분리 뇌 환자는 오른쪽 시야에 들어오는 단어만 인식할 수 있으며 왼쪽 시야로 제시되는 단어는 읽지 못하기 때문에 정서적 반응을 나타내지 못한다.

 

가자니가는 한 실험에서 폭력적인 내용과 평온한 내용을 담은 영상물을 분리 뇌 환자의 왼쪽 시야로 제시함으로써 우반구에 제시했다. 그는 분리 뇌 환자의 눈을 한 지점에 고정시킨 채로 우반구에 그림 자극을 계속해서 노출시키는 장치를 이용했다. 이때 실험 장비 중 하나는 분리 뇌 환자의 눈의 위치를 추적해 만약 눈이 고정된 지점에서 움직이면 곧바로 영상물이 꺼지도록 설계돼 있었다. 한 과제에서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불 속으로 내던지는 것을 묘사한 영상물이 분리 뇌 환자의 우반구에 제시됐다. 그러자 분리 뇌 환자는나는 내가 무엇을 봤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나는 단지 텅 빈 하얀 화면이 생각날 뿐이에요. 어쩌면 가을에 볼 수 있는 붉은 나무일지 모르겠군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무서운 느낌이 들어요. 아마 이 방이 맘에 들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 후 그 환자는 동료에게 작은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가자니가 박사님을 좋아해요. 하지만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박사님이 좀 무섭네요”라고 말했다.

 

 

분명히 가자니가의 실험에서 분리 뇌 환자의 좌반구는 영상물의 내용을 알 수 없었다. 이러한 조건하에서 해석자 역할을 하는 분리 뇌 환자의 좌반구는 자신의 마음 상태를 설명해내기 위해 이야기를 꾸며냈던 것이다.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는 인간의 사고가마치 뇌 안에서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상상하는라는 통제자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의식은 뇌 전체에 퍼져 있는 수많은 사건의 소용돌이에 해당되며 이 사건은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컨트롤타워의 관심을 끌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그리고 만약 하나의 사건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이 큰소리로 외치면 두뇌는 그에 대해 그럴듯한 해석을 내림과 동시에 내 안에 있는 하나의 자아가 모든 결정을 내린다는 주관적인 느낌을 창조해낸다는 것이다.

 

사실,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마음을 읽고자 하는 경우, 이러한 작업에는 한계가 뒤따른다. 보통 말초신경계가 소화기관을 통제하는 데만도 무려

1억 개의 뉴런들을 활용한다. 따라서 우리가 신체의 모든 활동을 통제하려 든다면 우리의 뇌는 과부하가 걸려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에게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마치 컴퓨터의 부트섹터(boot sector)처럼 운영 시스템이 접근할 수 없는 체계를 별도로 구성해둘 수밖에 없다. 부트섹터는 시동 프로그램이 저장되는 기억장치의 위치를 말한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만약 우리가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려 들기 때문에 과부하가 걸리게 되면, 전원이 다시 꺼졌다 켜질 수 있다.

 

마음읽기와 정서적 안정 간 관계

 

삶에서 마음읽기를 통한 자기탐색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는 바로 개인의 정서적인 안정성이다. 이런 점에서 자기 자신의 마음에 대한 지적인 호기심은 정서적인 안정, 즉 사랑을 먹고 자란다고 표현할 수 있다.

 

한 실험에서 한 살 된 아이가 엄마 옆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도록 한 후 엄마가 방을 나갔다 왔을 때 아이의 행동 변화를 관찰했다. 엄마와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애착 관계에 있는 아이는 엄마가 나갔다 돌아왔을 때, 엄마에게 아는 척을 하고는 다시 장난감을 탐색하는 작업을 계속했다. 반면에, 엄마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애착 관계에 있는 아이는 엄마가 나갔다 돌아왔을 때, 엄마에게 달려간 후 다시는 장난감 쪽으로 되돌아가지 않았다. 이 실험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는 새로운 정보를 모으기 위한 탐색활동을 적게 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무의식의 중요성을 고려할 경우 자기이해에서 심리학적 관심이 주어질 수 있는 영역은 다음의 두 가지다. 무의식적인 방어에 의해 마음읽기가 소극적으로 진행되는 영역과 무의식적 소망에 의해 마음읽기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편향된 방향으로 진행되는 영역. 물론 이 두 영역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붙어 있지만 상대적으로 어느 측면을 강조하는가에 따라 구분 지을 수 있다.

 

마음읽기에서 주된 관심의 초점이 되는 영역은 자기 자신의 실제 모습 중 당사자에게 이미 알려진 영역이 아니라 미지의 영역에 해당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는 이러한 미지의 세계와 마주하게 됐을 때 경험하게 되는 심적인 갈등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아주 큰 동굴의 입구에서 놀란 채로, 그리고 미처 몰랐던 감정을 느끼면서, 얼마간 서 있었다.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고, 왼손을 무릎에 짚어 몸을 지탱하고서 잘 보려고 찡그린 눈 위에 오른손으로 손차양을 만들었다. 더 잘 보려고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몸을 돌려가며 들여다봤지만 깜깜해서 보이지가 않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 동안 두 개의 상반된 감정이 들었다. 두려움과 욕망이었다. 위협적일 정도로 어두운 동굴이 주는 두려움, 그리고 그 안에 어떤 놀라운 것이 있는지 보고 싶다는 욕망.”

 

미지의 세계와 마주했을 때 사람들은 흔히 심적인 갈등 속에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이때 무의식적 방어에서의 핵심 감정은 바로 두려움(공포)이다. 자신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실제 모습을 발견하고자 하는 동기보다 자신의 심리적 안정감을 지키고자 하는 동기가 더 우세해진다. 이런 경우, 자기 내면의 세계를 탐색하는 마음읽기 과정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마음읽기를 소극적으로 실행함으로써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 경우, 삶에서회피 가능한비극적 사건에 무기력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나타낼 수 있다.

 

무의식적인 방어가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예로는 사교파티에서 핸섬한 젊은 남성이 자신의 부인에게 춤을 출 것을 제안한 후 자신의 부인과 즐겁게 춤을 추는 것을 우연히 목격한 중년 남자가 나타낼 수 있는 반응을 들 수 있다. 그 남성은 그 후로 파티가 지속되는 내내 조금도 즐거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뚝뚝한 표정을 지었다. 부인이 왜 그의 표정이 안 좋은지를 물었을 때 그는 아무렇지도 않으며 자신은 온전하게 파티를 즐기고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 중년 남성은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그가 결코 괜찮은 상태에 있지 않다는 것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는 점에서 명백히 마음읽기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게 된 데는 중년 남성으로서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젊은 남성과의 경쟁에서 패배하게 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영향을 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중년 남성의 행동에서 분노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중년 남성은 분노감을 표출할 수 없었다. 괜찮다고 말하면서 화를 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중년 남성의 행동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정서는 분노보다는 두려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무의식적 소망에서의 핵심 감정은 슬픔(우울)이다. 과거에 상처받은 경험이 많은 불행한 사람은 그러한 상처 경험과 관련된 내면의 무기력감과 열등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를 갖게 된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심리적 조건(예컨대, 유능성)이 현실에서 충족되지 않는 경우, 개인의 간절한 소망은 진정한 행복감이 아닌 거짓되고 위장된 형태의 행복감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갈 수 있다. 이런 경우, 자기 내면의 세계를 탐색하는 마음읽기 과정은 개인의 소망을 충족시켜주는 방향으로 편향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편향된 형태의 마음읽기를 사용할 경우, 그러한 삶이 선사해주는 즐거움은 사상누각(沙上樓閣)처럼 한순간에 허물어져 버릴 위험성이 있다.

 

이처럼 무의식적 소망이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예로는 아돌프 피셔(Adolph Fischer) 사례를 들 수 있다. 그는 19세기에 미국에서 노동운동이 한창이던 때 무자비한 자본주가 운영하던 시카고의 한 공장 노동조합원이었다. 그는 노동운동을 무력화하기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던 자본주에 의해 무고하게 살인죄의 누명을 뒤집어쓰고 교수대에 서게 됐다. 놀랍게도 그는 교수대 위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직전에바로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 직후 교수형이 집행됐고 그는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해야만 했다.

 

 

 

마음읽기가 필요한 이유

 

마음속 풍경과 관련해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Fyodor M. Dostoevskii)는 다음과 같은 시적인 표현을 남겼다. “사람은 친구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추억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친구에게조차 말 못하고 오직 자신에게만 말할 수 있는 다른 문제도 마음속에 비밀리에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조차도 말하기 두려운 다른 것도 가지고 있으니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담아 두고 꺼내지 않는 그런 것이 수없이 많다.”

 

살다보면, 내가 아닌 또 다른가 정말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순간이 있다. “내가 미쳤지…”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스스로를 책망하는 순간이 바로 그 좋은 예다.

 

한때 차기 프랑스 대통령의 유력 후보 중 한 명이었던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Dominique Strauss-Kahn)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뉴욕의 한 호텔에서 여종업원 성폭행 미수 혐의로 체포됐다. 사실 그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유사 범죄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다. 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Tiger Woods) 2009년 외도 문제로 부인과 다투다가 급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달아나는 과정에서 아내가 골프채로 차를 몇 차례 내리치는 바람에 주의가 흩트려져 소화전에 이어 가로수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냈다. 이 사건은 전 세계로 유포됐고 결국 그는 부인에게 이혼 당했으며 섹스 중독증 때문에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미국의 빌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은 백악관 직원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Monica Lewinsky)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것이 들통 나 하원의 탄핵을 받기도 했다.

 

철학자 오웬 플래너건(Owen Flanagan)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들은 기본적으로 자아(myself)와 나(I) 사이의 간극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내가 관찰하는 자아자기화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웬 플래너건은 <자기표현>이라는 저서의 맺음말에서내가 관찰하는 자아가 삶 속에서그대와 나 둘이서(just the two of us)’라는 시적인 어구로 표현될 만큼 동고동락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책의 말미에 자신을 향한 간절한 기도를 다음과 같이 담았다.

 

“사랑하는 그대, 나 자신이여. 그대가 나를 위해 마지막 춤을 남겨두는 것은 필연적인 일일뿐만 아니라 내 간절한 소망이기도 하다네. 그 춤이 서투를까봐 염려하지는 말게. 지금 우리는 서로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기억하게. 만약 누군가 자네를 안다면, 진정으로 자네를 기억하고 안다면, 특히 자네가 춤을 어떻게 추는지를 안다면, 그건 바로 나일세. 나 자신 말이네.”

 

 

사우스웨스트 사례연구를 통한 마음읽기 리더십 이해

 

사우스웨스트항공사(Southwest Airlines) CEO 허브 켈러허(Herb Kelleher) 1967년 텍사스 주의 정식 승인절차를 거쳐 비행기 3대로 항공 사업을 시작했다. 이때 그는 저비용항공사(LLC)라는 개념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하지만 텍사스 주의 기존 항공사들이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취항을 막기 위한 법적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창업 후 36개월 동안 법적 분쟁에 시달려야 했다. 그 과정에서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자금난으로 비행기 한 대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1971년에 가서야 3대의 비행기로 운항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기존 항공사들의 견제는 계속됐기 때문에 계속 적자를 기록하다가 1973년부터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다.

 

그 후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초저가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단기간 내에 미국의 4대 항공사로 성장하게 됐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1990년대 초반 유류 값 급등으로 인한 위기, 그리고 1990년대 후반의 금융위기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단 한 차례의 감원 없이 무려 43년간 연속해서 흑자 행진을 이어왔다. 특히 최근의 성장세는 눈이 부실 지경이다. 2010 121억 달러였던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매출은 2015 1982000만 달러로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불과 6년 만에 약 61%나 매출이 증가한 것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은 매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을 선발하는데 2016년에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상위 10위 안에 포함됐다. 이 회사는 이 잡지의 발표에서 줄곧 10위권 이내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실적은 가히 신화적이라 할 만하다. 예를 들면, 널리 알려진 대로 9·11 테러 사건은 1990년대 후반의 아시아 금융위기 속에서 허덕이고 있었던 세계경제를 초토화시킨 초대형 악재였다. 9·11 테러 사건의 충격으로 인해 여행객 숫자가 20% 이상 급감하자 미국의 주요 항공사들은 곧바로 감축 경영을 선언했다. 9·11 테러 사건 이후 불과 일주일 만에 보잉사, 유나이티드항공사, 콘티넨탈항공사 등이 7만 명 이상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이 어려운 시기에 인원을 감축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종사와 승무원 수를 과감하게 늘렸다. 그리고 다른 항공사들이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해서 포기한 노선에 거꾸로 항공기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9·11테러 사건 때문에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위기로 치달았던 2001년에도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5억 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올렸다.

 

1)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성공 비결

흔히 사우스웨스트항공사 CEO였던 켈러허의 성공비결을 언급할 때(fun)’ 경영에 관해 얘기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서재미만 갖추는 것은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CEO가 재미를 추구하건, 아니면 그 밖의 또 다른 가치를 추구하건 간에 기업체의 핵심 전략의 이면에는 경영자의 직원에 대한신뢰’, 그리고 직원의 경영자에 대한신뢰가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켈러허는 <포천>과의 인터뷰에서어떻게 직원들이 헌신하는 직장을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 질문에 그는직원들이 그런 직장을 만들었다. 나는 지켜보기만 했다라고 답했다. 켈러허에 따르면, 직원을 믿고 그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해줄 때 성과가 더 커질 수 있다.

 

캘러허는 직원을 신뢰하는 일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업전략을 구상할 때 고객, 직원, 주주들 가운데 누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고민하지 않는다. 당연히 직원들이 가장 중요하다. 직원들이 스스로 만족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다면 자연히 고객들에게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고객들이 만족하게 되면 고객들은 우리를 다시 찾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는 셈이다.” 이처럼 켈러허는손님이 아니라직원이 왕이라는 확고한 경영방침을 고수했던 것으로 유명하며 실제로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사훈에는모든 직원들을 존중하고 섬기는 정신으로 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2001년에 퇴임하기 전까지 그는 자신이 회사에서 마주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직원의 이름을 외워 회사에서 만나는 직원들에게 늘 이름을 부르면서 인사했다. 또 회사에 상습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진상고객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어느 민원 담당 직원이 켈러허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의 일이다. 그는 이러한 이야기를 듣자마자당신이 그리울 겁니다. 안녕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고객에게 발송했다. 고객 대신 직원을 보호한 것이다.

 

그의 이러한 헌신 덕분에 사우스웨스트항공사와 직원 간 믿음은 매우 강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창사 이래 숱한 위기 속에서도 비행기를 팔아치울지언정 직원은 단 한 번도 정리해고를 하지 않았다. 평상시에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비용절감 등을 통해 흑자 경영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꾸준히 현금 보유량을 늘려 놓았으며 위기 때 직원들은 보너스를 반납하는 등 회사와 고통을 분담하려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그 결과,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미국에서 일하고 싶은 회사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됐다.

 

 

2)사우스웨스트항공사 사례가 주는 교훈: 마음읽기의 중요성

직원이 왕이라는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사훈을 고려해볼 때, 앞에서 소개한 회사처럼 전국에 걸쳐 수백 명의 영업점 점장들이 업무시간 중에 휴대폰을 통해 1시간마다 전달되는 전국 영업점의 판매순위를 확인하고 이러한 확인 여부를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영업방침이 사우스웨스트항공사에서 시행될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사우스웨스트항공사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장치를 두고 있을까? 대표적인 장치로는 다음의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기업문화위원회(Culture Committee)의 활동이다. 이 위원회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상임위원회 중 하나로서 각 지역과 부서를 대표할 수 있는 직원 65명이 참여하게 된다. 이들의 역할은 사우스웨스트항공사가 추구하는 가치가 기업에 잘 정착되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 위원회에서 추진한 대표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1일 순환 근무제(Walk a Mile in My Shoes)’ 캠페인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에서는 전체 임직원 중 75%를 선발해 최소한 6시간은 다른 동료가 평상시에 하는 일을 직접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항공기 조종사들은 예약 담당 직원들과 함께 1일 근무 체험을 함으로써 그들의 고충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원칙은 최고위층 임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임원들도 적어도 분기에 하루 정도는 일반 현장 업무를 직접 맡아서 체험을 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러한 캠페인은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직원들이 지위고하, 그리고 업무의 이질성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조종사들이 새벽 3시에 야간 정비 작업을 하는 직원들을 위해 바비큐 파티를 준비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된다. 또 사우스웨스트항공사에서는 사내 전화번호부에 담당자들의 집전화번호도 기재돼 있어서 필요한 경우 한밤중에 부하직원이 상사의 집으로 전화하는 것도 그다지 낯선 일이 아니다.

 

둘째,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인력부 활동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흔히 회사 내 감찰 혹은 감시기관의 역할을 병행하는 인사부를 과감하게 없애고 대신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인력부를 뒀다. 이때 사우스웨스트항공사에서 인력부 직원이 되려면 그 이전에 반드시 다른 현장 부서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외견상,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캠페인은 일반 기업의 운영방식과 그다지 크게 달라보이지는 않는다. 직원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공공연하게 밝히는 기업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우스웨스트항공사처럼 직원을 존중하는 기업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점이다.

 

신뢰는 단순히 말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앞세우는 것만큼 사람들에게 불신감을 자극하는 일도 없다. 이런 점에서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신뢰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전달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성공비결은 바로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CEO였던 켈러허가마음읽기를 경영에 지혜롭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elip@korea.ac.kr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삼성병원 정신과 임상심리레지던트를 지냈고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전문가와 한국건강심리학회 건강심리전문가 자격을 따기도 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했으며 현재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고영건 고영건 | -(현)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서울삼성병원 정신과 임상심리레지던트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 전문가
    -한국건강심리학회 건강심리전문가
    elip@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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