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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상을 통해 본 2인자 경영학

까칠하게 밀어붙이는 ‘미스터 대동법’ 김육 왕은 그의 현실정책능력에 반했다

김준태 | 177호 (2015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인사, 인문학

 

임진왜란으로 인한 피해가 채 복구되기도 전에 병자호란까지 겪고 나자 조선의 상황은 말이 아니었다. 백성의 삶은 피폐했고 조정은 무능했다. 개혁을 부르짖던 이들은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됐다. 재상 김육은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임금의 눈치도 보지 않았다. 옳다고 믿는 것이라면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앞만 보고 나갔다. 그는현실적인 정책과 결과를 중시했고, 이 과정에서대동법을 적극 추진했으며, 강한 의지로 밀어붙였다. 지나치게 고집스럽고 타협할 줄 모르던 단점에 유의하기만 한다면 현대 기업의 2인자, 특히 COO(Chief Operating Officer)들에게 김육의 삶은 큰 교훈을 준다. 그는자신만이 가진 능력과 현실적 대안 제시를 통해대체 불가능한 2인자가 됐다. CEO와 역할이 미묘하게 겹치면서 자칫 불안한 위치에 있을 수 있는 COO 등의 2인자들은, 그의 현실적 정책제안 능력과 추진력이 조직(국가)에 도움이 됐던 방식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편집자주

기업이 거대해지고 복잡해질수록 CEO를 보좌해줄 최고경영진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커집니다. 리더의 올바른 판단과 경영을 도와주고 때로는 직언도 서슴지 않는 2인자의 존재는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조선시대 명재상들 역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서 군주를 보좌하며 나라를 이끌었습니다. 조선시대 왕과 재상들의 삶과 리더십에 정통한 김준태 작가가조선 명재상을 통해 본 2인자 경영학을 연재합니다.

 

 

“옛 역사를 보고픈 마음이 없는 건 볼 때마다 매번 눈물이 흘러서네. 군자는 언제나 불운하고 재앙을 겪는데 소인배는 다들 원하는 바를 이루는 구려. 성공하나 싶으면 패망이 싹트고, 안정이 되나 싶으면 위태로움이 닥치니 그 옛날 삼대(三代) 이후론 하루도 제대로 다스려진 적이 없었네. 백성은 또 무슨 죄란 말인가! 저 푸른 하늘의 뜻을 알 수가 없으니. 지난 일이 오히려 이와 같은데 하물며 오늘날의 일이겠는가!” 김육(金堉)이 남긴관사유감(觀史有感)’이라는 시다.

 

김육이 마주한 현실은 암울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남긴 폐허 속에서 조선은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백성의 삶은 피폐했고 조정은 무능했다. 뼛속까지 곪아드는 환부를 치료하고자 한 사람들이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됐다. 역사라는 소재를 빌렸지만 사실 김육의 이 시는 질식할 것 같은 현실을 한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육은 포기하지 않는다. 절망은 보통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다. 좌절하고 체념할 것인가, 아니면 포기하지 않고 분투할 것인가. 김육은 후자였다. 그는 두 전쟁의 참상을 몸으로 겪으며, 직접 농사를 짓고 숯을 구워 팔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신념을 다졌다. 먹을 양식이 없어 배를 곯으며, 반드시 안민(安民)을 이루고 말겠다는 열정을 꽃피웠다. 이런 그에게 더 이상 두려울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임금의 눈치도 보지 않았다. 옳다고 믿는 것이라면 과격하다 할 정도 앞만 보고 나아갔다. 다음 사건은 이러한 그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656(효종 7) 825. 평안도 영변 고을에 거센 비바람이 불고 우박이 쏟아졌다. 민가에서는 다행히 아무런 피해도 없었지만 유독 향교 대성전(大成殿)1 이 무너졌다. 안에 모셔져 있던 공자와 맹자의 위패도 크게 손상된다. 이어 이틀 후인 27. 전라 우수사가 진도 앞 바다에서 실시한 수군 훈련 중에 큰 폭우와 풍랑이 일었다. 이날 진도군수를 비롯한 군인 1000여 명이 물에 빠져 죽는다. 조선 역사상 유례없는 대참사였다.

 

일반적으로 재난이 일어나면 임금은 즉각 스스로를 반성하고 책망하는 교서를 발표한다. 민심수습을 위한 다양한 대책들도 마련해 시행한다. 그런데 이때는 달랐다. 효종은 현장 지휘관과 담당 관리만 문책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조정에서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김육이 상소를 올렸다.

 

“이번 변고는 역사서에서도 기록된 적이 없는 듣도 보도 못한 막중한 재해입니다. 반드시 크게 경계하고 백성의 마음을 진작시켜야 조금이나마 화란(禍亂)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헌데 조정은 무사안일에 빠져 이전과 전혀 달라지는 바가 없으니 신은 참으로 놀랍고 두렵습니다. 가슴이 아파 눈물이 흐릅니다. … 지금 전하께선 이 사태를 등한히 하시고 그저 우연한 사고일 뿐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의례적인 유시와 대책으로 책임을 모면하시면서 그 죄를 변방의 무부(武夫)에게만 돌리고 계십니다. 정말 이 변고가 하늘의 경고가 아니란 말입니까? … , 전하의 마음을 거스르길 두려워하지 않고 죽기를 각오하며 감히 아룁니다. 지금 하늘이 변고를 내리신 것은 인심(人心)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신하들이 성상의 뜻을 떠받드는 일에만 급급하고 정작 백성이 바라는 일에 대해선 성상께서 원치 않으실 거라 외면하니 백성의 마음이 이미 흩어졌는데 어찌 나라가 편안할 수 있겠습니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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