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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 전도사’ 미국대통령, 강국 만들다

119호 (2012년 12월 Issue 2)

 

 

무엇이 대통령을 만드는가? 물론 직접적인 원인은 대선 투표의 결과일 것이다. 그렇기에 질문을무엇이 훌륭한 대통령을 만드는가로 바꾸어 보자. 그 대답을 200년의 대통령제 역사를 가진 미국의 리더십 사례를 통해 찾으려는 시도를 한 책이 있다. 김봉중 전남대 사학과 교수는 <무엇이 대통령을 만드는가>에서 미국 정치에 대해 가진 3가지 의문점을 통해 훌륭한 대통령 리더십의 답을 제시한다. 저자의 대답을 듣기 전에 자신이 생각하는 답은 어떤지 고민해보고 읽어나가면 더욱 훌륭한 리더십이 와 닿을 것이다. 3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왜 미국을 자유의 땅이라고 하는가? 인디언과 흑인들은 과거부터 자유를 누렸나?

 

2. 남북전쟁을 겪은 미국은 어떻게 이후 단 한건의 보복 조치도 없었는가?

 

3. 44대 대통령 중에서 훌륭한 대통령은 소수에 불과한데 어떻게 소수의 리더십만으로 지금의 미국을 만들 수 있었나?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미국을자유와 기회의 땅이라고 자부한다. 이 중에서 미국이기회의 땅이라는 데는 반론을 제기하기 힘들다.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 시대부터 유럽인들의 피난처이자 기회의 땅이었다. 그들이 정착하고 번성하면서 미국은 이제 세계인의 피난처이자 기회의 땅이 됐다.

 

하지만자유의 땅이라는 말은 생각해 볼 부분이 많다. 패트릭 헨리(Patrick Henry)가 독립을 외치면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했는데 그가 말한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과연 얼마나 많은 미국인들이 이해하고 있을까. 계층과 인종을 막론하고 모든 미국인들은 그들이자유의 땅에서 살고 있다고 자부할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인디언, 흑인들은 과연 미국 역사 속에서 계속 자유를 누려왔는가?

 

그렇다면 미국인들이 자국을자유의 땅이라고 믿는 것은 과연 어디에서 왔을까? 시작은 미국의 건국 초기부터이다. ‘독립선언문에서 제퍼슨이 내세운 자유는 후대 대통령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되새겨졌다. 건국 초기부터 이러한 자유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고 그것을 되새김했던 대통령들은 미국을자유의 땅으로 만들었던 주역이었다.

 

초대 대통령 워싱턴은 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중립주의를 표방했다. 제퍼슨은 대통령이 된 후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지키기 위해 미국이세계 최상의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링컨은 남북전쟁의 위기가자유의 새로운 탄생을 위한 고통이라고 역설했다. 윌슨은 제1차 세계대전의 위기에서세계 민주주의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미국이 참전한다고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식의 주제를 링컨이 사용했던 똑같은 용어를 빌려자유의 새로운 탄생으로 선택했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이룩한위대한 자유의 선물을 계속 지켜나가 미래의 후손들에게도 안전하게 전달하지고 호소했다.

 

정권이 바뀌고 시대가 변해도 미국 대통령들의 자유의 되새김은 계속됐다. 그러는 사이에자유라는 단어는 미국의 정체로 다져졌다. 초기 대통령들이 보였던 자유에 대한 믿음은 이제 미국의 신조이자 동의어가 됐다.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가 가진 역사와 철학, 비전을 계속 이어나가며 쌓아나가고 있는가? 아니면 그냥 막연히 과거를 부정하면서 늘 새로운 1층만 만들어가고 있는가?

 

둘째 질문, 미국은 끔찍했던 동족상잔의 남북전쟁 이후 어떻게 보복이 없었을까? 저자는 미국사를 공부하면서 남북전쟁이 가장 큰 충격이었으며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남북전쟁은 지역감정이 빚어낸 세계 근대사 가운데 가장 처절한 동족상잔의 비극이었고 유래를 찾기 힘든 처참한 내전이었다. 이 내전에 미국 백인 인구 6명당 1명꼴인 약 300만 명이 참전했고 그 가운데 5분의 1이 생명을 잃었다. 그런데도 전쟁 후 단 한 명도 전범으로 몰려 처형당하지 않았다. 이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다. 아마 세계사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경우일 것이다. 인간은 감정적인 동물이다. 특히 전쟁은 인간을 극단적인 야만 상태로 몰아간다. 그런데 그러한 야만이 남북전쟁 이후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저자는 그 해답을 대통령들의 리더십에서 찾는다. 특히 링컨은 전쟁 후 패배한 남부를 포용하고 남부의전범자들에게 관용을 베풀기를 원했고 1863 12, 이른바 ‘10%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남부 주의 거주민 가운데 10%만이라도 연방에 대한 충성을 서약한다면 될 수 있는 한 간소한 방법으로 그 주를 연방에 복귀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전후 남부를 포용하는 재건 정책의 기본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링컨의 포용력은 그랜트 장군에게 그대로 이어진다. 1865 49, 미국 남북전쟁의 마지막 전투가 벌어졌던 버지니아주 아포메톡스에서 항복조인식이 거행됐다. 남군 총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이 북군 총사령관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에게 공식적으로 항복하는 순간이었다. 패장인 리 장군은 옆구리에 수려한 긴 칼을 차고 화려하게 치장된 제복차림으로 나타났다. 승장인 그랜트 장군은 바지와 구두에 전장의 진흙이 그대로 묻어 있는 평범한 군복차림으로 리 장군을 맞이했다. 그랜트 장군의 복장이나 태도 그 어디에서도 승자의 우월감이나 거만함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랜트는 패장을 깍듯이 대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자존심을 지켜주었다. 항복의 상징으로 패장의 칼을 받아들이는 의례도 생략했다. 항복 조항에 리 장군과 그의 부하들이 체포되거나 반역죄로 재판을 받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남부 병사들이 소유한 말이나 노새를 압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굶주린 리의 병사들에게 식량까지 제공했다. 회담을 마치고 리 장군이 돌아간 후 그랜트 부하들이 환호하자 그랜트는 그들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그러고는그들도 이제 우리 동포다. 그들의 패배에 환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리의 항복 소식이 백악관에 전해지자 링컨은 창문을 열더니 백악관 잔디밭에서 연습 중인 해병군악대에게딕시(Dixie, 남군의 행진곡)’를 연주하도록 했다고 한다. 연주가 끝나자 그는 다시 군악대에게내가 들은 최고의 곡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적이었지만 오늘의 친구로 만들어내는 포용력을 링컨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진정으로 용서(forgive)한다는 것은 진심으로 과거를 잊는(forget) 것에서 출발한다. 통일 이후 미국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링컨과 그의 후임 대통령들이 관용의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승자의 관용은 모든 것을 덮을 수 있었고 미국을 하나로 집결하게 만들 수 있었다. 미국사의 가장 큰 위기는 이러한 관용의 리더십으로 극복됐다.

 

셋째 질문, “미국의 역사는 짧고, 게다가 괜찮은 대통령은 몇 명 되지 않는데 어떻게 대통령의 리더십이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가?” 이는 중요한 질문이다. 미국 대통령 중에는 존경을 받는 대통령보다 그렇지 않은 대통령이 훨씬 많다.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Andrew Jackson)부터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까지 그 사이에 무려 8인의 대통령이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그저 그런 대통령이었으며 잊혀진 대통령이다. 마찬가지로 링컨과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사이에 9인의 대통령이 있었지만 좋은 평가를 받는 대통령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잊혀진 대통령이다.

 

결국 미국에서 잘난 대통령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던 자양분이라고 전제한다면 이런 의문을 피할 수 없다. 어떻게 몇몇 소수의 대통령만으로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한편 도덕적인 면에서도 미국의 우상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제퍼슨과 흑인 하녀 샐리 헤밍스와의 불륜은 미국 초기 최대의 스캔들이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여비서 루시 머서와의 관계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케네디와 메릴린 먼로와의 스캔들은 유명한 가십거리다. 그럼에도 큰 틀에서 볼 때 미국에서 위대한 대통령들의 위상은 지켜져 왔다. 훌륭한 대통령들의 실패나 부족한 부분, 스캔들이 성공한 대통령들의 장점이나 업적을 훼손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했을까? 그 답은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취임사에서 찾을 수 있다. 대공황을 초래한 이전 정권의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루스벨트는친애하는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대신존경하는 후버 대통령이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리고아직도 미국은 감사해야 할 것이 많은 나라라고 미국의 가치를 되새겼다. 거의 같은 시기 히틀러가 바이마르 정권의부패와 타락을 비판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결국 리더의 자부심과 관용의 리더십이 미국 전체 역사를 빛나게 만들어 준 것이다. 한 나라의 리더가 과거를 차갑고 어두운 시선으로 보느냐, 아니면 따뜻하고 밝은 시선으로 보느냐의 차이는 엄청난 결과로 나타난다. 과거사의 어두운 부분보다는 밝은 부분,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키고 끊임없이 되새기면서 미국 대통령들은 미국적 전통과 가치관을 세우고 튼튼하게 다졌다. 미국이 만들어진 전통이자 신화라면 그것을 창출했던 주역은 대통령의 리더십이었다. 팍스 아메리카나를 만든 힘은자부심관용’, 그리고긍정의 힘이었던 것이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 (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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