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일 교수의 Leader’s Viewpoint: 리더를 키우는 기업과 리더를 죽이는 기업-1

기술이 없어 망한다고? 인재가 없어 망한다!

118호 (2012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리더들의 모습은 제각각입니다. 강력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부터 낮은 자세로 사람들을 섬기는 리더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공통점이라곤 전혀 없을 것처럼 보이는 리더들의 모습 속에서도 일관되게 흐르는 보편적 원리는 존재합니다. 리더십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온 정동일 연세대 교수가 다양한 리더들의 모습을 통해 경영과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시공을 초월한 리더십의 근본 원리에 대해 많은 통찰을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글로벌 CEO들이 꼽은 사업 확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지난 2012 1월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경제리더들은 자본주의 시대가 가고 인재주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천명했다. 기업 경영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자본이 아닌 인재라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다. 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기업의 CEO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사 Pwc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258명의 CEO 58%향후 사업 확장의 가장 걸림돌이 될 요소로 인재부족을 꼽았다.1

 

IBM 산하 컨설팅사업부인 GBS(Global Business Service) 400개 글로벌기업의 인사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다. 전체 응답자의 75%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리더십 개발과 육성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다시 말해서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우수 인재 육성을 가장 중요한 기업의 목표이자 도전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2 특히 아시아 글로벌 기업들의 인사담당 임원들 중 우수 인재 육성과 리더십 개발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은 비율은 무려 88%로 글로벌 평균보다 12%가 높았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기업들이 역량 있는 인재의 부족을 더 실감하고 있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최근의 또 다른 조사에 의하면 필요한 역량을 갖춘 리더들이 부족해 회사의 성과에 지장이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전체의 60%를 넘었다.3

 

아마 인재육성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CEO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회사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인사와 교육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고 이를 지원해 주는 사람중심의 문화와 가치가 잘 정립돼 있는가 하는 질문에 자신 있게그렇다고 대답하는 CEO를 필자는 많이 만나보질 못했다. 그리고 이런 인재육성 시스템을 잘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조직의 임원을 포함한 모든 리더들이 부하들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이들의 리더십 개발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조직 구성원들의 성장과 리더십 개발은 그 조직을 이끌고 있는 모든 리더의 책임이지 결코 교육부서만의 책임은 아니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그래서 앞으로 세 번의 칼럼을 통해 인재육성을 잘하는 조직들은 구성원들의 리더십 개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살펴보고 개별 리더로서 나는 부하들의 성장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자 한다. 먼저 이번 칼럼에서는 인재육성을 탁월하게 하는 조직들의 노하우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월드클래스 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 - 인재육성

 

한 연구에 따르면 각 분야에서 1위를 하는 기업의 특징 중 하나가 조직에서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기 위해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모든 임원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는 사실이다.4 우수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듯 미국의 경영잡지

<포춘(Fortune)>은 매해 인재육성을 잘하는 기업들을 선정해 순위를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에이온(Aon)과 함께 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11년 선정된인재육성을 잘하는 글로벌 톱 25 기업(25 top companies for leaders)’ 명단에는 IBM(1), P&G(3), McDonald’s(8), Pepsico(10), GE(11)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올라 있다.5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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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하나 흥미로운 점은 톱 10 리스트에 아디탸 비를라(Aditya Birla Management Group, 4), 힌두스탄 유니레버(Hindustan Unilever, 6), ICICI은행(ICICI Bank, 7) 등 인도 기업이 무려 3개나 선정됐다는 사실이다. 지역별로 인재육성을 잘하는 기업을 분류한 차트에 있는 아시아 상위 25개 기업의 명단에서 불행히도 한국 기업의 이름은 찾아 볼 수 없다. 일본 기업도 눈에 띄질 않는다. 중국도 차이나방케(China Vanke)란 부동산 개발업을 주로 하는 기업 하나만 상위 25개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됐을 뿐이다.

 

 

 

우수 인재를 통해 성장하는 P&G의 인재육성7

 

이베이 사장을 지낸 멕 휘트만, GE의 제프리 이멜트,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스티브 발머가 가진 공통점이 무엇일까? 정답은 이들의 첫 직장이 모두 P&G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P&G인재사관학교라고 불리며 회사의 구성원들은 언제나 최우선의 스카우트 대상이 되고 있다. P&G의 전임 CEO였던 래플리 회장도회사가 지속적 성장을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P&G의 독특한 인재육성 방식에서 기인한다고 자부한다.

 

P&G의 우수 인재 육성 시스템은 먼저 인재를 중시하는 문화에서 시작한다. 회사는 설립 초기부터 유능한 사람들을 채용해 공정하게 대우하고 각 개인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직원을 제1의 자산으로 여기고 소모품이 아닌 인격과 개성을 가진 인재로 존중하는 인재관이 P&G가 인재사관학교가 되는 데 결정적인 초석이 됐다.

 

P&G의 우수 인재 육성 전략은 인재상에 적합한 직원을 뽑는 것으로 시작된다. P&G는 자사가 원하는 인재상을 명확하게 적립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부합하는 사람을 선별할 수 있는 엄격한 검증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채용과정도 매우 엄격해서 회사가 중시하는혁신적인 아이디어 개발과 리더십’ ‘신속한 의사결정’ ‘전략적 사고와 기업가정신’ ‘적극적인 실천을 통한 업무 수행능력같은 가치가 반영된 SAWs(Success Actions for Winning)라는 채용기준을 사용한다. SAWs는 리더십, 역량, 위험 감수, 혁신, 해결, 협력, 그리고 숙련이라는 7가지 핵심역량으로 구성돼 있다.

 

엄격한 과정을 통해 선발된 신입사원은 1년 내 엄격한 360도 다면평가를 통해 평가를 받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본인의 역량과 특성에 맞는 리더십 개발 계획이 수립된다. 이 과정에서 상사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직속 상사뿐 아니라 팀을 이끌고 있는 팀장과 사업부서의 부서장까지 공식적인 멘토가 돼 직원의 역량과 리더십 개발을 위해 조언과 멘토링을 아끼지 않는다. 위에 살펴본 GE나 골드만삭스와 마찬가지로 매니저와 리더의 성과 평가에서 부하들의 역량 개발에 얼마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는지가 중요한 항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임원의 경우 P&G에는 3000명 가까이 되는 임원의 특성과 경력, 그리고 장단점이 데이터 베이스에 저장돼 있고 (이를 내부에서는 Talent Development System이라 부른다), 이는 24시간 내에 필요한 임원을 필요한 포지션에 투입할 수 있는 인사상상시준비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근간이 된다. ‘Build From Within’이란 시스템은 회사 내 50개에서 100개의 주요 자리를 언제든지 맡아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3명의 후보를 항상 선정해 놓고 우수 인재 개발의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활용하고 있다.

 

P&G의 우수 인재 육성 시스템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내부 승진을 통한 몰입도 제고라 할 수 있다. 내부승진제도를 원칙(외부 인사 충원 방식의 승진 비율은 전체의 5% 미만)으로 하기 때문에 중간 간부들이 회사를 떠나도 아주 특별한 기술이나 경험이 필요해서 내부 구성원으로 대체할 수 없는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자리를 그냥 비워 뒀다가 내부 직원이 충분한 경험과 역량이 축적되면 승진시켜서 채우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승진제도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내부 모든 리더들이 우수 인재를 키우는 데 개인적인 책임감을 갖고서 좋은 인재를 뽑아 엄격한 평가를 하고 필요한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특히 사업부서를 맡고 있는 임원들은 직원들의 역량 향상을 위해 그들의 직급보다 한 단계 높은 직책을 언제라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전적인 과제를 부여함으로써 우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성과창출 못지않게 중요한 책임이라 인식된다.

 

 

인재육성 잘하는 월드클래스 조직의 비결

 

그렇다면 인재육성을 잘하는 톱 25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인재사관학교의 특징 하나: 단순한 교육이 아닌 인재육성 시스템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

 

인재육성을 잘하기로 이름난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공통점 중 하나가 인재육성을 위해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이를 꾸준히 실천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인재육성을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하는 것만큼 중요시 여기고 경기가 좋은 때나 안 좋을 때나 많은 투자를 한다. 경기가 조금만 안 좋아지면 교육 예산부터 삭감하는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꼭 기억해야 하는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사항은 인재육성이란 단지 예산을 편성해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재육성을 잘하는 기업들은 교육뿐만 아니라 고용, 계발, 코칭, 승진, 평가, 그리고 보상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시스템하에 직원들이 원하는 커리어 개발계획(CDP·Career Development Plan)을 바탕으로 이들의 성장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한다.예를 들면 인재육성 기업 1위를 차지한 IBM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무려 5만 명의 직원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바탕으로 잠재력이 높은 리더를 조기에 선발하고 이들이 2∼3개의 다른 업무를 다양한 문화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업무 배치를 한다. 이를 통해 리더로서 성장하기에 필요한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인재사관학교로 불리는 대표적 기업 중 하나인 P&G도 연 100만 명이 넘는 지원자들 중 1% 이하만을 선발해 이들이 회사에 입사하는 ‘Day 1’부터 리더십 개발 계획에 따라 인재육성에 나선다.

 

인재사관학교의 특징 둘: 수동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닌 CEO를 포함한 리더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코칭

 

인재육성을 잘하는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두 번째 특징은 리더십 개발을 위해 강의와 같은 주입식 교육뿐만 아니라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상사와 같이 찾아가는 액션러닝과 코칭이 적극 활용된다는 사실이다. 인재사관학교와 같은 조직들이 인재육성에 코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교육으로 해결하기 힘든 업무를 처리하는 데 효과적인 노하우를 경험이 많은 상사가 다양한 방식으로 전수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직원들 스스로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독립심과 추진력도 아울러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코칭의 적극적인 활용은 인재육성의 가장 중요한 실천 전략 중 하나가 돼야 한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글로벌 기업의 80% 이상이 코칭을 핵심 인재 리더십 역량 개발의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보고는 우수 인재 개발의 최근 추세가 어떠한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8  (‘골드만삭스의 인재육성참조)

 

골드만삭스의 인재육성9

 

미국 월스트리트의 인재사관학교라 불리는 골드만삭스는 미국 금융계 종사자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 부동의 1위다. 그도 그럴 것이 직원 평균 연봉이 6억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은 골드만삭스 브랜드가 붙은 인재를 빼가기 위해 더 높은 연봉과 직급을 제시하며 사활을 건 구애 작전을 펼친다. 하지만 이런 집중 포화 속에서도 골드만삭스는 월가의 금융기업 중 가장 이직률이 낮은 곳 중 하나다. 이유가 뭘까? 높은 연봉? 좋은 근무환경? 물론 이런 외적인 요소들이 골드만삭스의 낮은 이직률에 도움을 주긴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역량이 뛰어난 인재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여 이들을 미래 월가의 리더로 개발시키는 우수 인재 육성 시스템 때문이다.

 

직원들은 회사에서 마련해 주는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에 충실히 참여만 하면 훗날 월가를 넘어서 미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리더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근무를 한다. 이런 인재들에게 경쟁사에서 제공하는 몇 만 달러 높은 연봉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회사의 이직률이 아주 낮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선발에 많은 노력을 집중한다. 가능성 높은 인재를 뽑는 게 나중에 가능성이 별로 없는 직원들의 리더십을 개발하려고 귀중한 자원을 낭비하는 것 보다 백 배 낫다는 철학이다. 그래서 골드만삭스에 입사하려면 면접과 30여 명 전원의 ‘OK’ 사인이 필요하다.

 

이렇게 선발된 잠재력이 뛰어난 직원들의 리더십 개발을 위해 골드만삭스는 회사의 최고이사진으로 구성된 리더십 개발 자문위원회(Leadership Development Advisory Committee) 1999년 발족시켰다. 그리고경영적인 측면의 리더십 개발을 위한 더욱 체계적이며 효과적인 접근 방법의 필요성에 특히 초점을 두고 골드만삭스의 미래 트레이닝 및 개발 수요를 평가한다는 목표하에 전사 차원의 우수 인재 육성 시스템을 가동했다. 골드만삭스의 우수 인재 육성 시스템은 팀워크와 토론, 그리고 중세시대 도제 시스템을 연상시키는 임원들과의 11 코칭을 중요시 여긴다.

 

파인 스트릿 이니셔티브(PSI·Pine Street Initiative)로 알려진 골드만삭스의 우수 인재 육성 시스템은 회사에서 가장 성과가 뛰어나고 자질이 우수한 90명의 부사장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1년 동안 업무와 관련된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해서 이를 달성하는 액션 러닝, 리더십 관련 광범위한 피드백, 체계적인 네트워킹, 그리고 리더십을 포함한 경영 전반에 관한 지식 습득이 목표다. PSI는 또 이보다 한 단계 낮은 리더들인 매니징 디렉터(Managing Director)급들의 리더십 개발을 위해 회사 내 가장 역량이 뛰어난 40명의 MD들을 선발해 9개월 동안의 액션러닝을 거치게 한다. 부사장들의 훈련과 조금 다른 점은 액션러닝보다 임원들과의 11 코칭과 그룹 토의가 더 주를 이룬다는 사실이다.10

 

또한 인재육성이 조직의 문화로 정착되고 가장 중요한 우선 순위가 되도록 하기 위해 임원의 성과를 평가할 때 70%는 업무 관련 결과를 보지만 나머지 30%는 부하직원들을 얼마나 잘 길러 냈는지를 따진다. 이를 위해 각 사업 부문별로경력개발위원회를 두고 직원들이 현 부서에서 충분한 업무경험을 쌓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인재사관학교의 특징 셋: 입사 초기부터 우수 인재를 선발해 핵심인재 풀을 적극 운영

 

인재육성과 관련해서 필자가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핵심인재 풀을 운영해야 하는가란 것이다. 운영을 하자니 위화감이 조성돼 부작용이 클 것 같고 하지 말자니 뭔가 중요한 것을 빼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필자는 핵심인재 풀을 적극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선발 과정에서의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그리고 한 번 선발되더라도 향후 업무 태도나 역량 개발에 대한 노력, 애사심 등을 바탕으로 언제든지 아웃 될 수 있고 동시에 누구나 새로 핵심인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핵심인재 풀에의 진입 퇴출(In & Out)이 자유롭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인재사관학교로 불리는 대다수의 기업들은 그래서 핵심인재 풀을 운영하는 데 있어 선발의 공정성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조직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핵심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 선발 과정에서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선발 기준을 명확하게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에 의해 핵심인재를 선발하려 노력한다. 그렇지 않으면 핵심인재 프로그램이 시기와 모함 혹은 정치적인 힘겨루기로 변질돼 큰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25 기업 중 하나인 펩시코에서는 그래서 직원들이 입사하면 출신 학교나 자격증에 의해 핵심인재를 뽑는 게 아니라 업무와 관련된 역량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책임감, 열정, 솔선수범과 같은 리더십 자질을 바탕으로 선발한다. 그리고 성장 가능성이 뛰어난 직원들을 핵심인재로 선발해 리더십 개발 10년 계획(10-year growth plan)을 수립하고 미래의 임원과 CEO 후보들을 육성한다.

 

핵심인재 풀을 선정하는 방식도 직급에 기반하지 않고 맡고 있는 일의 중요성이나 사업부에 대한 공헌도에 의해 선발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애플의 핵심인재 풀로 잘 알려진 100(Top 100)’가 좋은 예다. 애플은 조직의 성공에 가장 큰 공헌을 하고 있는 직원들 100명을 매해 선발해 톱 100라는 이름으로 핵심인재 풀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톱 100의 구성멤버를 매해 바꾸며 기존 핵심인재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이들에 대한 선발도 직급이나 출신학교 등 이력서상의 자격요건이 아니라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의 중요성이나 신제품 개발, 그리고 회사 수익 창출에 대한 공헌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이번 칼럼에서는 인재육성을 잘하는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 세 가지에 대해 살펴봤다. 이들은 인재육성을 위해 단지 교육에만 자원을 투자하는 게 아니라 선발에서 보상까지의 모든 HR 시스템을 커리어 개발 계획에 맞춰 미래지향적으로 운영한다. 또한 전략적으로 업무의 종류와 지역을 고려해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CEO를 포함한 조직의 모든 리더들이 참여하는 액션러닝을 바탕으로 한 코칭과 멘토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마지막으로 핵심인재 풀을 입사 초기부터 운용해서 조직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인재들을 조기에 선발해 키우려는 노력을 한다.다음 칼럼에서는 인재육성을 잘하는 기업의 노하우 몇 개를 추가적으로 이야기하고 톱 25 기업이 실천하고 있는 노하우를 간단히 요약해 볼 예정이다.

 

우수 인재 확보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것을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는 현실이 됐다. 수없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인재확보전쟁(War for talents)’이란 용어까지 등장했다.11  10년 후 우리 조직을 이끌어 나갈 인재를 기르기 위한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조직의 미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기며 경영하는 리더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 대한민국의 미래가 불안하다. 경제 위기가 깊어질수록 현명한 리더와 월드클래스 조직은 인재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뛰어난 기술과 제품이 없어 기업이 몰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뛰어난 인재가 없고 이들을 육성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기업이 몰락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djung@yonsei.ac.kr

 

필자는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빙엄턴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를 거쳐 2008년부터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4년 미국경영학회 서부지부로부터올해의 유망한 학자상을 받았다. 2010년 리더십 분야의 최고 학술지인올해의 최고 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매일경제 선정 한국의 경영대가 30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주 연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행동론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