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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일교수의 Leader’s Viewpoint

통찰력 키우기:소방관 방식으로 접근하라

정동일 | 108호 (2012년 7월 Issue 1)





편집자주

리더들의 모습은 제각각입니다. 강력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부터 낮은 자세로 사람들을 섬기는 리더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공통점이라곤 전혀 없을 것처럼 보이는 리더들의 모습 속에서도 일관되게 흐르는 보편적 원리는 존재합니다. 리더십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온 정동일 연세대 교수가 다양한 리더들의 모습을 통해 경영과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시공을 초월한 리더십의 근본 원리에 대해 많은 통찰을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DBR 106호 칼럼에서 직급이 올라갈수록 리더의 전략적 사고를 통한 올바른 목표 설정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 진다고 이야기했다. 기업이 처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거나 위기가 찾아올수록 리더의 전략적 사고 능력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전략적 사고의 핵심은 고객과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통해 올바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 고객과 시장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나는 고객과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기르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는가를 필자에게 알려주시라는 제안을 하나 했다. 독자들의 응답이 너무 많으면 일일이 답장을 못할 수도 있다는 염려와 함께.

 

결과는? 고객의 눈으로 그들의 경험을 바라봐야 한다고, 그래야 통찰력이 생긴다고 이야기했던 필자야 말로 고객에 대한 통찰력이 전무했음을 고백한다. 5월 말로 정한 기한을 일주일이나 넘긴 지금까지도 DBR의 홈페이지는 물론 필자에게도 자신의 통찰력을 기르기 위한 노하우를 보내준 독자는 한 분도 없었으니…. 반응을 보여주지 않은 독자들에 대한 서운함보다는 독자들과의 소통이 이렇게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고 더욱 열심히 칼럼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통찰력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필자는 직업상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CEO들을 자주 만나는 편이다. CEO를 만날 때마다 리더십을 전공한 학자로서의 안테나가 펴지게 되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과 여러 가지 특징 혹은 장점들, 그리고 CEO가 되기 위해 그들이 펼친 노력들을 관찰하게 된다. 때론 노골적으로 여러 가지 질문을 하기도 한다.

 

한국경영자협회에서 2011년 말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100대 상장기업에서 임원이 될 확률은 0.8%, 1000명 중 8명만이 임원이 될 수 있다. 임원이 될 확률이 1%가 채 안 되니 CEO가 될 확률은 아무리 높게 잡아야 0.08%(임원 10명 중 CEO가 한 명 된다고 가정을 해도)도 안 될 것이다. 이런 상상을 초월하는 경쟁을 뚫고 대기업의 CEO가 된 리더들이니 아무리 회장님의 신뢰와 편애가 있었다 하더라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노하우와 경영에 대한 통찰력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보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모든 리더는 소방관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

 

필자가 그동안 만난 경영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난 많은 CEO를 포함한 리더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고객과 시장, 그리고 미래에 일어날 변화들을 조금이라도 먼저 감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의 대표적 성공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져 미래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이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정답은 강박관념 수준의 의지를 가지고 시장과 고객, 그리고 사회에 나타나는 현상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변화에 경쟁자보다 한 발짝 빠른 대응을 하기 위해 조직 전체의 시스템을 민첩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필자는소방관 방식(firefighter approach)’이라고 부르고 싶다. 필자가 어렸을 때 살던 동네 근처에 소방서가 하나 있었다. 그 소방서 옆에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굴뚝같이 생긴 탑이 있었고 소방관 아저씨들이 순번을 정해 교대로 굴뚝 꼭대기에 올라가 어디 불 난 곳이 없나를 끊임없이 살펴보던 걸 신기한 눈으로 지켜보던 기억이 난다. 효율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구식이기 짝이 없지만 언제 어디에서 불이 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소방관 아저씨들이 보초를 서면서 한눈 팔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그런데 이런 소방관 역할을 해야 할 기업의 리더들이 가끔은 인생을 너무 즐기는 나머지 독한 마음으로 동네를 관찰하는 자신의 역할을 소홀히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한평생 독하게 살다 간 스티브 잡스 같은 리더가 그리워진다.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그가 외친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경고를.)

 

지난 10년 동안 통찰력이 뛰어난 리더들과 만나 대화와 관찰을 통해 필자가 발견한 통찰력을 높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통찰력을 높이는 방법1  다양한 사회적 현상들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이를 통해 시장과 고객에게 나타나는 변화의 패턴을 먼저 감지하려 하자

통찰력이 뛰어난 리더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끊임없이 관찰하는 습관이 있다. 수동적인 관찰이 아니라이게 지금 당장은 나에게, 혹은 우리 회사가 하는 일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하는 능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찰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지속적이고 끊임없이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사회에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이 복잡하고 연관성 없어 보이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현상의 본질과 핵심, 그리고 이러한 현상들의 잠재적 영향을 찾아내려 노력하면 점차 그림이 명확해진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현실적인 안목으로 사회적 현상을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눈으로 현상을 바라보면 CEO의 개인적 야심과 장밋빛 환상에 젖어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자초하거나 전략적으로 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지나치게 부정적인 눈으로 현상을 바라보면 장애물과 위협에만 주목하게 돼 엄청난 기회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사회적 현상을 미리 예측해 보는 것도 시장과 고객의 변화를 감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전략적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리더라면 미래학자 혹은 인류학자들이 예측하는메가트렌드’ ‘마이크로트렌드와 같은 미래의 사회적 현상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회적 현상에 대한 지속적 관찰은 미래에 대한 확신을 준다

사회적 현상을 관찰하고 이런 변화들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지속적으로 고민하다 보면 본질적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는 미래에 다가올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하는 전략적 사고로 발전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에 대한 확신이다. CEO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존재이지만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사회적 현상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과 변화의 패턴을 발견하게 되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미래의 성공에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개발하려 했던 진짜 이유는?

스티브 잡스가 사회적 현상을 예리하게 관찰해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변화를 확신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린 가장 좋은 예는 바로 아이폰을 개발한 것이다. 끊임없이 사회적 현상을 바라보던 잡스는 문득 디지털카메라 회사들이 휴대전화 회사들 때문에 예상치도 못한 위기에 직면해 고전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고객입장에서 보면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를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게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이런 고객의 불편함에 주목한 휴대전화 회사들이 디지털카메라 기능을 전화기에 추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초기 휴대전화에 부착됐던 카메라들은 성능이 떨어져 불편했지만 점차 기술이 발전해 디지털카메라 못지 않은 해상도와 기능을 가지게 되면서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잠식해 가는 현상을 목격했다. 그리고 능동적 관찰자답게이게 궁극적으로 애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는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왜 스티브 잡스는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휴대폰이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을 보면서 긴장했을까? 2005 2000만 개 이상 팔려 애플 총수익의 45%를 차지하던 아이팟에서도 같은 운명을 봤기 때문이다. 잡스가 보통의 CEO였다면 아마도 휴대전화 회사가 넘볼 수 없는 더 뛰어난 성능을 가진 아이팟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가 실패의 길로 접어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휴대전화 회사가 디지털카메라 회사를 무너뜨린 것처럼 휴대전화에 뮤직 플레이어를 장착해서 아이팟의 존립을 위협하게 된다면 차라리 내 손으로 완벽한 휴대전화를 개발하자고 결심하고 아이폰을 개발하게 됐다. 회사 수익의 45%를 차지하는 제품을 스스로 죽이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결정은 사회적 현상의 정확한 관찰과 이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하다. 잡스의 사회적 현상에 대한 강박관념 수준의 관찰은 그를 통찰력 있는 리더로 만들었으며 미래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줬다. 이런 확신이 그를 버릴 줄 아는 리더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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