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1명이 1만 명을 먹여 살린다’. 이런 얘기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인재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집단지성의 시대다. 구성원 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역량을 조직의 목적에 맞게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리더의 핵심 과제가 된 것이다.
최근 한국퍼실리테이터협회가 서울 중구 필동 CJ연수원에서 개최한 ‘국제 퍼실리테이션 아시아 컨퍼런스(Asia Facilitators Conference)’를 보면 이를 체감할 수 있다. 행사 첫날 똑같은 검정색 티셔츠를 입고 9명이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싱가포르 국방부에서 온 사람들로 국방부에서 전문 퍼실리테이션을 수행하는 사람들이었다. 상식이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군대 조직이야말로 가장 수직적인 구조로 유명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명령체계가 명확한 조직에서 구성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퍼실리테이션 기법을 배우려고 왔으니 말이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법을 배우기 위해 매년 관련 행사에 참석한다고 한다. 명령을 따라야 할 때와 다양한 의견을 끌어내야 할 때를 구분하는 지혜가 부러울 뿐이었다.
퍼실리테이션은 공동의 작업이 단순한 물리적인 합이 아닌 시너지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 시너지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공동의 목적을 향해 자신들을 집중할 수 있을 때 나온다. 이게 바로 퍼실리테이션의 힘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나온 퍼실리테이션의 주요 트렌드와 적용법을 소개한다.
변화 이끄는 퍼실리테이션
지금처럼 극도로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는 퍼실리테이터형 리더가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다. 리더십 스킬이나 행동뿐만 아니라 리더 개인의 내면(being)에 존재하는 것까지도 감안한 개념이다. 퍼실리테이터형 리더십은 리더의 내면에 존재하는 것과 그 사람이 알고 있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조화를 이룰 때 나타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그림1)
리더의 내면은 개인의 깊숙한 곳에 있어서 애써 들여다 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심지어 자신조차도 잘 모르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는 언어와 행동을 표출시키는 다이너마이트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퍼실리테이터형 리더는 수시로 자신의 내면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또 자신의 속성이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 할 때 어떻게 나타나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퍼실리테이터형 리더가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할 때는 크게 4가지 요건을 갖춘다.(그림2)
자신이 해야 할 것을 결정하고 실행하고 그것을 부하들로부터 요구하는 전통적인 리더와는 달리, 퍼실리테이터형 리더는 자신의 선택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자신을 조율할 줄 안다. 이 조율 과정에서 필요한 게 바로 퍼실리테이션 리더십 스킬이다. 퍼실리테이터형 리더는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종합적인 시각을 가지려 애쓰고(comprehensive) △지금(here and now) 일어나고 일을 인정(affirm the present)하면서도 결정을 할 때에는 자율적 권한과 반드시 지켜야 할 것 사이에서 최상의 결정을 내리려 애쓰며(ethical in decision) △어려움 속에서도 변화에 대한 용기(being courageous)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이런 요건을 지나치게 사용할 때와 필요한 만큼 발휘하지 못할 때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칼에 양면이 있듯이 리더의 행동에도 양면이 있음을 인정하고 자신이 지금 어느 면에 있는지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퍼실리테이티브 리더십 스킬은 ‘차별화하기(Di-fferentiation)’ 와 ‘통합하기(Integration)’를 효과적으로 끌어내는 것이다.(그림3) 시장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할 때를 예로 들어보자. 대안들을 최대한 다양한 관점으로부터 끌어낸 후 최적의 대안을 찾기 위해 그동안 나온 이야기들을 하나씩 통합해가는 핵심 퍼실리테이션 스킬이다. 이는 마치 예술과 같다. 최대한 관점을 벌렸다가 어느 지점에서(이 포인트가 어디인지 발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다시 하나로 통합해서 가장 핵심적인 한두 가지로 귀결시키는 능력은 리더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