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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싸우지 마라

박재희 | 22호 (2008년 12월 Issue 1)
전쟁은 싸워 이기려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승리를 확인하려 들어가는 것이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선승구전(先勝求戰)의 화두다. 전쟁에서는 지피지기(知彼知己)를 분석하고 천시(天時), 지리(地利)의 요소를 잘 살펴 가장 적합한 시간과 공간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스피드로 공격할 때 승리를 거둘 수 있다. 따라서 전쟁에서 감정적인 대응이나 판단은 금물이다.
 
비위부전(非危不戰).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싸우지 말아야 한다. 분노로 인한 싸움은 하수들의 전투 양식일 뿐이다. 감정적 대응으로 인한 싸움은 결국 조직을 위기로 몰고가 병사들의 목숨을 잃게 만든다. 사업이나 투자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의 자금과 지원을 얻어 사업하는 사람이 감성과 비이성적 판단으로 사업한다면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힘들다.
 
전쟁은 백 번 싸워 백 번 모두 이기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백 번의 전쟁에서 모두 지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바로 백전불태(百戰不殆)의 정신이다. 이는 전쟁의 결정은 신중해야 하며, 감정에 따라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물론 내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고, 내 생존이 걸려 있는 일이라면 당연히 칼을 빼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상대방과 나의 전력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비교, 분석한 뒤 적절한 전술을 찾아내 싸워야 한다. 싸움의 승패는 나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자도 전쟁은 국가의 존망이 달려 있고 개인의 사생이 달려 있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강조한다. 군주가 노여움 때문에 군사를 일으켜서는 안 되고, 장수가 분하다고 싸움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승리다. 상대의 싸우려는 의도를 꺾으면 어떤 갈등도 없이 윈윈 게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도저히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전면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이런 때는 과연 전쟁을 해서 얻을 수 있을 것이 무엇인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얻을게 없으면 함부로 움직이지 마라(非得不用)!’ ‘이익이 없으면 움직이지 마라(非利不動)!’ 이 단순한 명제는 과연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아무런 이익과 명분이 없는데 무리하게 병력을 움직이고 경솔하게 몸을 가누면 조직은 물론 조직원의 생존에 절대적인 해악을 끼칠 수밖에 없다. 기업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경솔하거나 무리하게 투자를 결정하고, 경쟁자와의 자존심 싸움이나 감정적 대응으로 투자한다면 조직의 근간이 흔들릴 뿐이다. 여러분은 얼마나 자주 싸우는가. 혹시 승리의 환상에 사로잡혀 무리한 싸움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고수(高手)는 자주 싸우지 않는다. 다만 한 번 싸우면 이길 뿐이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 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21세기 경제전쟁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taoy2k@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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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희

    박재희taoy2k@empal.com

    - (현)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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