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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안녕하세요. 유통회사에서 마케팅팀을 맡고 있는 팀장입니다. 팀장이 된 지 2년 정도 됐고 10명 남짓한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요즘 회사 실적이 좋지 않아 경영진의 압박이 상당합니다. 예산은 줄고 성과 목표는 계속 높아지는데 그 부담은 대부분 팀장을 거쳐 내려옵니다. 팀원들에게는 불필요한 압박을 주지 않으려고 웬만한 일은 제가 중간에서 막아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출근길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를 보다가 충격적인 글을 발견했습니다. 우리 회사였고 누가 봐도 우리 팀 이야기였습니다.
“우리 팀장 실무 하나도 모르고 보고만 시키는 거 티 남.”
“아는 게 없으니 피드백도 추상적이고 빈약함.”
댓글이 순식간에 달렸고 어떤 이유에선지 글은 삭제됐지만 캡처본은 이미 사내에 퍼져 임원들까지 알게 됐습니다. 그날 바로 상사에게 “누가 쓴 건지 찾아내라. 그냥 넘어가면 조직 기강이 무너진다”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선뜻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경영진의 지시대로 작성자를 찾아 책임을 묻는다면 팀원들의 신뢰를 잃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작성자를 찾지 않고 대화부터 하자니 상사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익명 게시글 하나로 리더십과 조직 관리 사이에서 갈림길에 선 지금, 저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지금 팀장님을 가장 괴롭게 만드는 문제는 ‘당장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입니다. 경영진의 지시에 따라 작성자를 찾아 나서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문제를 덮기에는 이미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버렸습니다. 이번 사건은 팀장님의 리더십 문제에서 나아가 조직 전체의 신뢰와 평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최근 비슷한 사례를 코칭한 적이 있습니다. 그 팀장님은 원형 탈모가 생길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요. 하지만 상황을 하나씩 정리하고 대응 방향을 함께 점검해 나가면서 본인과 조직 모두가 큰 상처를 입는 것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내용은 그 과정에서 확인하고 또 진행했던 방법들입니다.
팀원은 왜 그렇게 말했을까
두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나는 정말 팀원들이 말하는 문제를 갖고 있는가”입니다. 익명게시판에 올라간 “실무를 모르고 피드백이 빈약하다”는 말의 핵심은 팀장님이 현장이나 해당 업무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의미는 아닐 겁니다. 팀의 리더라면 큰 틀 안에서 왜 팀원이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지금 가는 방향이 맞는지 등을 잡아 줘야 하는데 팀장님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팀장이 된 뒤 보고와 조율 업무가 늘어나면서 실제 현장의 고민과 실무 감각에서 조금씩 멀어졌을 가능성도 있고요. 혹시 어느 순간부터 팀원들의 애로 사항을 경청하고 챙기기보다는 보고서와 회의 자료에 더 집중하지 않았는지, 의사결정의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결과만 통보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객관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팀원들은 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입니다. 많은 팀장이 “내가 다 막아주고 있는데 왜 몰라주지?”라는 서운함을 느낍니다. 아마 팀장님도 팀원 시절엔 그러셨을 겁니다. 사실 팀원들은 팀장이 무엇을 조율하고 있는지 알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팀장은 조직 내에서 실무진과 경영진 사이를 연결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경영진의 요구를 걸러내고, 부족한 인력과 예산을 조정하며, 때로는 팀이 감당해야 할 부담을 혼자 떠안게 됩니다. 결코 만만치 않은 부담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지요. 그런데도 막상 팀원들에게는 윗선의 눈치를 보며 매번 보고서 작성을 요구하고, 수시로 방향을 바꾸고, 애매한 피드백을 주는 사람으로만 보였을 수 있습니다.
두 질문에 대한 답을 냉철하게 정리해 보셨다면 이제 실질적으로 권해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팀 분위기 안정시키며
솔루션 마련 시간 확보해야 먼저 팀 분위기부터 안정시켜주세요. 글이 퍼진 후 팀원들도 파장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자신들의 목소리가 드러난 것에 대한 통쾌함도 분명 있을 거예요. 하지만 동시에 팀이나 동료들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는 마음도 공존합니다. 지금은 팀장님이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팀 분위기를 잡아줘야 하는 때입니다.
그리고 평소 신뢰 관계가 있던 팀원들과 따로 대화를 나눠 보세요. 성급하게 팀 회의를 열거나 해명부터 하려 하면 팀원들은 오히려 방어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누가 이 글을 썼는지가 아니라 왜 팀장과의 면담이 아닌 익명 게시판에서 말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생각인지, 팀 안에 공통적으로 쌓여 있던 불만인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팀장님이 걱정하시는 또 다른 문제는 작성자를 찾지 않았을 때 상사로부터 “문제를 방치했다”는 평가를 받는 일일 겁니다. 조직은 발생한 결과뿐 아니라 관리자의 위기 대응 방식도 평가하니까요.
상사와 경영진의 요구에 대해서는 성급하게 움직이기보다 상황을 파악할 시간을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경영진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익명 게시글이 조직 밖으로 퍼졌다는 사실 자체가 회사의 평판과 내부 통제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필요한 건 글 하나에 대한 섣부른 대응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불만이 익명 공간에서만 표출되지 않도록 조직 안의 소통 체계를 점검하는 일입니다. 상사가 작성자를 찾으라고 지시했다 해도 팀원들을 모아 추궁해서 알아낼 수 있는 건 거의 없습니다. 상사에게는 “현재 팀 분위기와 상황을 먼저 점검해 보겠습니다” 정도로 대응할 시간을 확보하세요. 그러는 사이 이 상황을 풀어갈 방법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이번 사건이 남긴 진짜 과제 결국 중요한 것은 작성자를 찾는 일이 아닙니다. 구성원들이 왜 조직 안에서는 말할 수 없다고 느꼈는지 이해하는 것입니다. 익명 게시판에 의견을 올리는 이유는 조직 안에서는 말해도 소용없다고 느끼는 무력감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일을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낼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조직 안에서도 안전하게 의견을 내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소통 구조를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이번 일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지 않는다면 팀장님과 팀, 조직 모두가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직장인이 보는 익명 커뮤니티에 어느 회사의 누구인지 알 수 있을 정도의 비방 글이 올라왔으니 허탈하고 당혹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팀장님이 현재 고민하시는 핵심은 팀원들의 평가가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단순 리더십 문제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는 점입니다.
문제 해결에 앞서 ‘목표’를 정해라
갈등을 포함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해결되기를 원하는지 ‘목표’를 정하는 것입니다. 구성원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둘 것인지, 상사와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는 데 무게를 둘 것인지 아니면 이번 일을 계기로 구성원과의 신뢰 회복은 물론 조직의 기강까지 바로잡아 리더로서의 역량을 증명할 기회로 삼을지에 따라 대응 전략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팀장님은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기를 원하시나요?
1. 구성원과의 관계를 먼저 회복해야 한다면 먼저 게시판 글이 단순한 하소연이었고 파급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되면 구성원과의 신뢰 회복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 상사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진정한 리더라면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스스로 옳다고 판단한 일을 용기 있게 실행에 옮길 수 있어야 합니다. 해당 직원이 누군지 파악했다면 서두르지 않고 편안한 자리를 마련해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아요.
이때 팀장이 된 이후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경영진의 압박을 혼자 감당하며 팀을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애써왔는지를 설명하느라 시간을 보낸다면 구성원들은 오히려 ‘더 이상 대화가 안 된다’고 느끼며 마음을 닫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초반에는 구성원들의 불만과 생각을 충분히 듣고 공감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더 이상 할 말이 없고 충분히 공감받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팀장님의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오해에 대한 설명은 이때 하시면 됩니다.
2. 조직 전체의 신뢰가 흔들렸다면 경영진의 우려대로 게시판 글이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라 경영 악화로 인한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를 대변할 수도 있습니다. 만일 그 글이 조직 내 불신을 확산시키고 기업의 대외적 평판을 실제로 훼손했다는 확신이 선다면 조직 차원에서의 개입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익명 게시판 역시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가 인정되는 영역이므로 징계를 고민한다면 먼저 위법성 여부를 충분히 확인해야 합니다. 게시글이 위법이 아니더라도 정황을 바탕으로 작성자를 짐작해 내부 면담을 통해 확인하는 행위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황만을 근거로 명확한 증거 없이 징계를 내리거나 불이익을 준다면 노동위원회 구제 신청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위법 여부를 떠나서도 작성자를 찾아 잘못을 추궁하는 행위는 조직의 기강을 바로잡기보다 오히려 조직에 대한 큰 불신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답이 보이지 않을 땐 시야를 넓혀라 앞서 소개한 대응 방법으로도 답이 보이지 않는다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스트레스나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답이 없게 느껴지거나 불안이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터널시야(tunnel vision) 때문입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인지적인 자원을 위협에 대응하는 데 집중시키면서 주의력의 폭이 물리적으로 좁아지는 현상을 말해요. 터널 시야에 빠지면 눈앞의 문제나 당장의 위협에만 집중하게 돼 주변 정보나 더 좋은 대안, 큰 그림을 놓치게 됩니다.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는 목표를 포괄적이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다시 설정해보기를 제안드립니다. 이번 일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간주하기보다는 구성원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의 기강을 바로잡아 리더로서의 역량을 증명할 기회로 삼는 것입니다.
익명 커뮤니티에 비방 글을 올린 구성원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측면에서만 접근하면 대화나 추궁, 징계 외에는 대안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거시적인 안목에서 바라보면 익명 커뮤니티에 비방 글이 올라온 것은 하나의 현상일 뿐입니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났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문제의 본질과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팀장님이 팀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중간에서 많은 일을 떠안다 보니 리더로서의 역할에는 소홀해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구성원과의 소통이 줄어들면 실무적으로 놓치는 부분이 생기고 구성원들이 원하는 수준의 피드백을 주지 못할 수 있죠. 설령 구성원들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며 오해를 풀더라도 같은 일이 반복되면 구성원의 불만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시야를 넓혀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고 같은 현상의 재현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제2의 화살’은 맞지 않도록
얼마 전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게시물로 곤혹을 치른 리더 분을 코칭한 적이 있습니다. 새로운 부서의 팀장으로 가게 돼 구성원들과 친밀감을 형성하고자 회식을 했다고 해요. 어떤 우여곡절을 거쳐서 이 부서에 오게 됐는지를 솔직하게 털어 놓았는데 그날 바로 익명 커뮤니티에 비방 게시물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글만 읽어도 누구인지 특정 가능했고 하필 직속 상사가 먼저 읽게 됐죠.
회사 측에서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구성원의 의견을 피드백으로 받아들이고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구성원들이 리더에게 기대하는 것은 솔직함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는지에 관한 신뢰임을 다시 한번 기억하고 팀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에 다각도로 탐색하도록 한 것입니다. 또한 오해가 있던 부분은 분위기가 편안해질 때까지 기다린 후 해명을 하며 마무리했습니다. 당시에는 마치 큰일이 난 것처럼 긴장된 분위기였지만 한 달쯤 지나자 지나가는 에피소드처럼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 가더군요.
불교의 ‘잡아함경’에는 “제2의 화살은 맞지 말라”는 가르침이 나옵니다. 첫 번째 화살, 즉 고통 그 자체는 피할 수는 없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자책과 분노, 원망까지 떠안을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오해나 불쾌한 일은 피할 수 없지만 어떻게 대응할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가라앉히고 거시적 관점에서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면 답은 언제나 있습니다. 제가 제시한 솔루션 외에도 더 좋은 대안이 있는지 직접 찾아보시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팀장님의 리더십도 한층 더 성장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