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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hip

‘좀비 리더십’에서 상호작용 리더십으로

김진영 | 404호 (2024년 11월 Issue 1)
Based on “Zombie leadership: Dead ideas that still walk among us” (2024) by S. Alexander Haslam, Mats Alvesson, Stephen D. Reicher in The Leadership Quarterly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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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왜 연구했나?

현대 조직과 사회에서 리더십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리더십에 대한 많은 관념이 경험적 증거나 실질적 효과와는 무관하게 우리 곁을 끈질기게 배회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현상을 ‘좀비 리더십’이라 명명하고 이를 ‘비효율적이거나 이미 실패가 입증된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직과 사회에서 작동하는 리더십 이론과 관행’으로 정의한다.

좀비 리더십이란 개념은 오스트레일리아 경제학자 존 퀴긴의 ‘좀비 경제학(Zombie Economics)’에서 영감을 받아 리더십 분야에 적용한 것이다. 퀴긴이 경제학에서 ‘죽었지만, 여전히 걸어 다니는’ 아이디어들을 좀비라고 지적했듯 저자들은 리더십 분야에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리더십이 타고난 특별한 자질을 가진 소수의 개인에게 국한된다는 전통적 신념은 오늘날에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특히 오늘날 포퓰리즘과 권위주의적 리더십의 매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본 연구진은 리더십이 리더 개인의 능력에 집중된 모델이 아니라 집단과의 상호작용, 특히 팔로어 역할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관점을 견지한다. 리더십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조직 효율성을 저해하고,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본 연구는 좀비 리더십의 8가지 핵심 공리(Axioms)를 아래와 같이 식별하고 분석했다. 이 공리들은 리더십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반영하며 이를 통해 리더십을 신비화하고 리더 개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을 심화시킨다.

(1) 리더십은 모두 리더에 관한 것이다

리더십을 리더 개인의 특성이나 행동으로만 한정 짓는 오류를 낳는다. 실제 리더십은 리더와 팔로어 간의 상호작용, 집단의 역동성, 상황적 맥락 등 다양한 요소의 복합적인 결과물이다. 18개 스포츠팀을 대상으로 한 종단 연구에 따르면 코치와 같이 공식적인 리더 역할을 맡은 사람보다 비공식적인 리더 역할을 맡은 일반 선수가 리더십을 더 잘 수행했다.

(2) 모든 위대한 리더는 특정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리더십을 타고난 특성이나 고정된 자질의 집합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효과적 리더십과 연관된 특성 목록은 매우 광범위하고 때로는 상충하기도 한다. 예컨대 최근 리더의 특질로 선호되는 관대함과 포용력은 전시 상황의 군사 지도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3) 모든 위대한 리더는 특정 행동을 한다

리더십을 일련의 보편적 행동 패턴으로 단순화한다. 하지만 효과적인 리더십 행동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배려의 일종인 ‘공정성’을 생각해 보자. 공정성은 평가하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진다. 내게는 공정한 것처럼 보여도 다른 사람에게는 차별로 보일 수 있다. 이처럼 대상자의 인식과 평가 등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에 리더의 행동을 단순한 ‘해야 할 일’ 목록 정도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4) 우리는 모두 훌륭한 리더를 보면 알아볼 수 있다

리더십 평가의 객관성을 과대평가한다. 실제로 리더에 대한 평가는 매우 주관적이며 평가자의 가치관, 문화적 배경, 개인적 경험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특정 리더가 다른 리더보다 뛰어나다는 판단은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5) 모든 리더십은 같다

이 공리는 리더십의 다양성과 맥락 의존성을 무시한다. 실효적 리더십은 시대, 문화, 조직의 특성, 상황의 요구 등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위대한 인물로 일컬어지는 링컨은 당파 정치를 초월한 위대한 대통령이다. 하지만 남북 전쟁 시기에는 매우 논쟁적인 사람으로 인식됐다.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영국의 처질은 승전을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 이후 선거에서 패배해 실각했다. 리더십의 적합한 형태와 내용은 조직의 규범과 가치, 역사와 문화, 목표와 열망을 반영하기 위해 변해야 한다. 하지만 좀비 리더십은 역사, 문화, 맥락의 흐름과 요구를 무시하고 리더십을 마치 언제나 통할 수 있는 ‘마법 주문’과 비슷한 것으로 취급한다.

(6) 리더십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국한된 특별한 기술이다

중요한 리더십은 높은 직위에 있는 소수 사람의 전유물이라는 견해가 여전히 지배적이다. 리더십은 신과 같은 기술, 능력, 재능을 가진 소수가 실행하는 엘리트 활동으로 여겨진다. 이는 리더와 추종자 간의 과도한 보상 격차를 정당화하고 리더와 일반 구성원 사이의 괴리를 심화한다. 실제 미국에서 CEO와 일반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1950년대 20배에서 현재는 400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격차가 조직의 성과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부족하다. 경제학에서 ‘낙수 효과’의 실효성이 부실로 판정 난 것처럼 위대한 리더십이 아래로 흐른다는 좀비 리더십 언어는 신뢰하기 어렵다.

(7) 리더십은 항상 옳고 모든 사람에게 항상 좋다

리더십의 잠재적 부정적 영향을 간과한다. 실제로 리더십은 때로 특정 집단에는 이익이 되지만 다른 집단에는 해를 끼칠 수 있다. 훌륭한 리더의 자질에는 밝은 면만큼이나 어두운 면이 있을 수 있다는 증거가 많이 있다. ‘자신에게 진실하기’ ‘변화에 대한 끝없는 열망’ 등은 나르시시즘, 오만, 괴롭힘, 착취로 빠져 직원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 수 있다.

(8) 리더가 없으면 사람들은 대처할 수 없다

이 공리는 집단의 자기 조직화 능력을 과소평가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리더가 없는 집단이 때로는 공식적인 리더가 있는 집단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당신에게 리더가 필요하다’는 개념 자체가 구성원에게 암묵적인 모욕이 될 수 있으며 리더로 지목된 사람은 자기 존재를 주장하고 타인의 일을 간섭하는 등 비생산적인 활동에 시간을 낭비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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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는 리더십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재고할 필요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특히 리더십을 리더 개인의 자질이나 능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상은 조직 성과를 저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는 리더십이 단순한 명령과 통제가 아니라 팔로어와의 상호작용과 협력에 기초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이러한 발견은 리더십 교육에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전통적인 리더십 교육이 리더 개인의 자질을 강조하고 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면 본 연구는 리더와 팔로어 간의 관계, 그리고 상황적 맥락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리더십을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이 리더십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 모델에 대한 논의를 제기한다.

연구는 좀비 리더십을 물리치기 위한 몇 가지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이러한 전략은 리더십에 대한 기존에 잘못된 믿음을 재검토하고 협력적이고 상호작용적인 리더십 모델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다.

(1) 비판적인 사고와 검토: 첫 번째 전략은 리더십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리더십에 대한 지나친 이상화나 영웅화된 이미지를 해체하고 리더십이 집단적 과정임을 인식해야 한다.

(2) 팔로어의 역할 강화: 좀비 리더십은 리더 개인의 자질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팔로어의 자율성과 참여를 강조하는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팔로어는 단순히 리더의 지시를 실행하는 사람이 아니며 리더와 상호작용을 통해 리더십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3) 협력적 리더십 모델 도입: 조직 내에서 모든 구성원이 리더십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포용적이고 협력적인 리더십을 도입해야 한다. 이는 리더십이 특정 소수에게만 주어진다는 엘리트주의적 관념을 타파하고 모든 사람이 집단의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방식이다. 상황에 따라 팔로어 역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으며 리더 역시 팔로어십을 취할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다.

(4) 상황적 리더십 장착: 리더십은 고정된 모델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해야 한다. 리더는 상황에 맞춰 자기 행동을 조정하고 팔로어의 요구와 기대를 반영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결국 좀비 리더십을 극복하려면 리더십의 전통적인 신념에서 벗어나 집단적, 상호작용적 리더십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리더십 연구 관행뿐만 아니라 기업의 리더십 교육 등 실무적 문제점을 뼈아프게 지적한다. 실제 국내 많은 기업이 리더십 교육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지만 극적인 효과를 봤다는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기업들이 허황된 좀비 리더십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 김진영jykim@connectdots.co.kr

    비즈니스코치

    김진영 코치는 책 『위임의 기술』 『팀장으로 산다는 건』 『팀장으로 산다는 건 2』의 저자로 강의, 코칭, 자문 등을 통해 조직과 리더를 돕는다. 현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인력경영(HRM)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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