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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겸의 Sports Review

리더의 무례함은 대가를 치른다

김유겸 | 322호 (2021년 0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최근 스포츠 업계에선 리더의 강압적이고 무례한 언행을 용인하고 미화하는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상대 팀뿐 아니라 같은 팀 선수들에게 폭언 또는 폭행을 일삼는 것이 더 이상 승리라는 목표 아래 정당화돼선 안 된다. 이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무례함이 만연한 조직은 조직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을 무너뜨리고 업무 몰입이나 혁신 행동을 방해한다. 심각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직이 직장 내 리더의 무례함에 대해 고민하고 대처하지 않으며 개인 예절의 이슈로 보고 있어 문제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시카고 불스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시즌(1997-1998). 이 시기에 촬영한 미공개 동영상을 중심으로 제작된 ESPN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가 최근 큰 인기를 끌었다. 농구의 신으로 불리는 조던의 숨겨진 인간적인 모습이 담겨 있는 것이 이 다큐멘터리의 성공 비결이라고 한다. 10차례 득점왕과 5번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고, 시카고 불스를 이끌어 NBA에서 두 차례 스리핏(three-peat, 3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으며, 그 여섯 번 모두 파이널 MVP에 오른 역사상 가장 위대한 농구 선수. 2조 원대 자산을 축적해 포브스(Forbes)가 선정하는 억만장자(Billionaire) 명단에 운동선수 최초로 이름을 올린 슈퍼 리치, 그리고 전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스포츠계를 뛰어넘는 문화적 아이콘이 된 인물. 그야말로 신적인 존재다. 하지만 더 라스트 댄스는 1984년 데뷔 후 1991년까지 우승에 실패했던,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에 번번이 호되게 당하고 무릎을 꿇었던 패배자 조던에게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버지가 납치 후 살해되는 일로 한없이 무너지며 한창 전성기에 은퇴를 선언해 버린 일, 도박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일 등 완벽한 성공 신화 이면의 인간적 문제를 숨기지 않고 다룬 것이 더 큰 감동을 준 것이다.

더 라스트 댄스에 대한 이러한 평가를 별생각 없이 받아들인다면 다큐멘터리는 신적인 존재 조던의 모습에 인간적인 면모를 살짝 터치한 완벽한 성공 스토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였던 조던의 리더십 역시 도마에 올랐다. 사실 이전부터 농구 마니아들 사이에선 그의 리더십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부정적인 면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더 라스트 댄스에 공개된 조던은 대단히 무례하고 못되게 구는 동료, 그리고 리더다. 한마디로 ‘jerk(얼간이)’다. 조던이 농구 실력만큼이나 ‘트래시 톡(trash talk)’ 1 에 뛰어나단 사실은 잘 알려졌다. 상대 팀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모욕을 주는 말을 한 것이다. 상대 팀만이 아니다. 같은 팀 선수들에게 연습 중에도 폭언을 일삼았다고 한다. 심지어는 자신의 무례한 말을 맞받아친 동료 선수 스티브 커(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감독)에게 펀치를 날렸던 일이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더욱 널리 알려졌다.

과거엔 조던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승리를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는 이렇게 성질 더럽고 못되게 굴어야만 승리하는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많았다. 조던 스스로도 이기는 리더가 되기 위해 ‘좋은 사람(nice guy)’이 될 수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더 라스트 댄스를 보면 조던이 과연 오직 승리를 위해 리더로서 악역을 맡았던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동료들에게 화를 내고 짜증 내는 것도 모자라 욕설을 퍼붓고 폭력까지 휘두르는 그의 모습을 승리를 위한 행동으로만 정당화하긴 어려울 듯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그는 직장 상사 격인 시카고 불스 단장 제리 크라우스(Jerry Krause)의 키와 몸무게를 가지고 집요하게 놀려댄다. 이런 그의 행동도 승리를 위해 꼭 필요했을까? 게다가 조던이 폭군이었기 때문에 더 많이 이길 수 있었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원인을 결과에 끼워 맞추는 사후 확증 편향일 수 있다. 조던이 워낙 뛰어난 업적을 이뤘기에 그의 강압적 리더십과 무례함이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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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겸ykim22@snu.ac.kr

    -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등 국제 저명 학술지 편집위원
    - 대한농구협회 상임이사
    - 플로리다주립대 7년간 재직, 종신교수직(tenure)
    - Journal of Sport Management, Sport Marketing Quarterly, Sport Management Review,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등 국제 저명 학술지 80여 편의 논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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