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말, 영화 제작 및 배급사인 소니픽처스(이하 소니)의 전 세계 네트워크가 일제히 다운됐다. 소니의 모든 업무가 마비되고 IT 담당자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미개봉 영화들이 줄줄이 유출됐고, 그동안 소니 임직원들이 e메일과 메신저로 나누던 영화배우, 감독 등에 대한 험담과 인종차별적 발언도 만천하에 공개됐다. 불시의 공격으로 인해 회사의 평판은 땅에 떨어졌고, 당시 회장이었던 에이미 파스칼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아직 이 해킹이 누구의 소행이었는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여러 조사기관은 북한을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 무렵 소니가 북한의 김정은을 암살하는 내용의 풍자 코미디물 ‘디 인터뷰’를 제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니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영화의 제작을 결정할 때 이런 참사를 예측하지 못했듯 해킹의 목적은 너무도 다양해서 누가, 언제, 어떤 이유로 해커의 먹잇감이 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어떤 해커들은 몰수한 데이터를 볼모로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기도 하고, 어떤 해커들은 개인이 아닌 국가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다. 그리고 이런 해킹으로 인한 정보 유출은 지난 미국 대선을 뒤흔든 힐러리 캠프의 e메일 피싱 사건에서 목격된 바와 같이 역사의 판도까지 바꿀 위력을 가진다. 정보력이 곧 힘이 된 세상에서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누구나 해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