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결정의 조건
도널드 설·캐슬린 아이젠하트 지음/ 와이즈베리 / 1만5000원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애플은 ‘Think different’라는 광고 문구로도 유명하다. Think different는 ‘다르게 생각하라’ 정도로 번역할 수 있지만 1997년 애플이 저 문구를 광고에 사용한 이후 걸어온 길을 통해 유추해보면 스티브 잡스가 생각하는 다르게 생각하기의 핵심은 ‘단순하게 생각하라’가 아닌가 싶다. 실제 애플이 아이팟을 들고 나오기 전까지 MP3플레이어는 버튼이 여러 개 달린 복잡한 물건이었다. 아이팟은 ‘복잡한 것은 복잡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깼다. 핵심만 남긴 단순한 디자인, 직관적이고 쉬운 사용법은 MP3 시장의 판을 바꿨다. 이후 아이폰을 출시하며 다시 한번 휴대폰 시장의 판을 완전히 뒤집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는 파산 직전에 몰린 애플을 부활시킨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자신의 사고를 명료하게 다듬어 단순하게 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일단 그것을 해내면 산이라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노력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죠.”
단순한 규칙은 체계를 최소화하면서 재량을 행사할 여지를 충분히 남기기 때문에 좋은 효과를 낸다. 반면 ‘복잡한 규칙’은 모든 사태를 예측하고 각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지시하므로 사람을 로봇처럼 만든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복잡한 문제는 복잡한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정부는 복잡성을 관리할 때 발생 가능한 상황을 모두 예측하기 위해 모든 변수를 포함하는 규정을 만들려고 한다. 1998년 유해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처리에 관한 국제협약인 ‘바젤협약’은 30페이지 분량에서 16년 후 ‘바젤Ⅱ’는 347페이지로 늘었고 ‘바젤Ⅲ’는 그 두 배로 늘었다. 책의 저자인 도널드 설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와 캐슬린 M. 아이젠하트 스탠퍼드대 교수는 인터넷 발달로 시장이 다양하고 복잡해진 1990년대 후반부터 어떤 조직이 성공했는가를 연구한 결과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회사들은 복잡성에 ‘단순한 규칙(simple rules)’에 따라 대응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단순한 규칙의 뼈대가 되는 6가지 기본 원칙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첫 번째 규칙은 수많은 대안 중에서 유망한 대안을 신속하게 선택하는 ‘경계선 규칙’이다.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우선순위의 규칙’, 어떤 일을 계속 진행할 것인지, 멈출 것인지 한계를 정하는 ‘중지 규칙’도 저자가 강조하는 단순함의 법칙이다. 작업에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자유재량을 부여하는 ‘방법규칙’, 무엇을 언제 할지 알려주는 ‘시기 선택의 규칙’,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일하기 위한 ‘행동조율 규칙’ 등도 단순한 의사결정의 기본 원칙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책에서 조직, 개인이 단순한 규칙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세 단계 과정을 소개한다. 첫 단계는 조직과 개인의 성공을 이끄는 요소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계기판’이라고 부른다. 둘째로 계기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특정 문제, 그중에서도 반복되는 절차인 ‘병목’이 무엇인지 찾아낸다. 마지막으로 병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하고 적은 수의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책은 단순한 규칙을 활용해 성공한 다양한 기업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VOD 업계 최강자에서 종합 미디어회사로 발돋움한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존 TV 업계의 드라마 제작 규칙을 깬다’는 단순한 규칙을 전략으로 삼았다. 드라마 제작에 전례가 없던 채용 규칙을 도입했다. 영화감독 데이비드 핀처를 드라마 감독으로 고용했고 TV 업계보다 유연한, 영화 수준의 감독권과 자유재량을 허용했다. 아카데미 2회 수상 경력의 영화배우 케빈 스페이시나 각본가 등도 영입했다. 넷플릭스가 선택한 단순한 규칙의 핵심은 ‘최고를 채용하고 가장 많은 돈을 준 뒤 내버려 둔다’였다. 그 결과 에미상 8관왕에 빛나는 정치 스릴러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만들어냈다.
장재웅기자 jwoong04@donga.com
지금, 상사가 부당한 일을 지시했습니까?
메리 젠틸러 지음/ 클라우드나인/ 1만5000원
조직의 성과와 도덕적 책임이 상충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도덕적 책임이 중요하다고 대답할 수 있겠지만 과연 조직 내에서 홀로 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책의 저자인 메리 젠틸러 미국 밴슨대 기업윤리프로그램 교수는 직장 상사가 당신에게 부당한 지시를 할 때 이를 단순히 거절하는 것은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단순 거절은 스스로 상사에게 신뢰를 잃을 뿐만 아니라 부당한 지시를 동료에게 전가시킬 뿐이라는 것. 결국 중요한 것은 조직이 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책은 자신의 가치관을 돌아보는 법부터 상사의 유형에 따라 의견을 제시하는 사례까지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공지능 네트워크와 슈퍼 비즈니스
강시철 지음/ 리더스북/ 1만4800원
인공지능이 미래의 ‘금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의 결합이 자유로워진 ‘인공지능 네트워크’가 핵심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다. 저자는 인공지능 네트워크 시대에는 고객의 경험과 취향을 파악해 제공하는 초개인화 마케팅을 넘어 감정에 반응하는 뉴로마케팅 시대가 곧 펼쳐질 것으로 예견한다. 또 플랫폼을 창조하거나 혹은 대세가 될 플랫폼에 속하기 위한 전략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대표적인 예가 구글 안드로이드앳홈과 호환되는 기기 개발사들을 일컫는 스레드(THREAD) 동맹이다. 책을 통해 몇 년 후, 혹은 몇 십 년 후 등장할 기발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미리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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