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리처드 탈러 지음/ 리더스북 / 2만2000원
스스로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꽤 자주 멍청한 행동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한 여성이 더블침대용 커버를 찾고 있었다. 그녀는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 마침 물건은 세일 중이었다. 킹 사이즈 커버의 정상가는 300달러였고, 퀸 사이즈 커버는 250달러, 더블 사이즈 커버는 200달러였다. 그런데 이번 주만 특별히 사이즈에 관계없이 모두 150달러에 판다고 한다. 그녀는 분명 더블 사이즈 커버를 사러왔지만 결국 유혹을 참지 못하고 그만 킹 사이즈 커버를 사버리고 만다. 그녀가 필요한 것은 더블 사이즈 커버지만 킹 사이즈 커버가 더 큰 폭의 할인을 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행동을 할까? 그녀가 멍청해서? 그렇지 않다. 사례의 주인공은 저자의 친구이자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와 함께 공부한 유명한 심리학자다. 이처럼 지적 능력이 우수한 사람도 대부분 결정적인 순간에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 책의 저자이자 세계 최고의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 교수는 이처럼 어리석은 행동의 리스트를 만들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이성과 비이성이 뒤얽힌 인간의 특성에 주목해 ‘행동경제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발전시켰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의 역사를 다뤘다. 탈러 교수가 그의 전작 <넛지>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실 속 인간은 일반 경제학 이론에서 설명하는 인간과 다르다. 일반 경제학 속 인간은 대단히 이성적이고 감정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은 복잡한 계산도 척척 해내고 자기 통제와 관련된 문제로 고민하지도 않는다. 책에서는 이런 가상의 존재를 ‘이콘(Econ)’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콘과 비교해 현실 속 인간은 종종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다. 많은 사람들은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지, 어떤 사람과 결혼할 것인지, 토요일 밤에 얼마나 술을 마실 것인지, 헬스클럽에 얼마나 자주 갈 것인지 등과 관련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린다.
행동경제학의 강점 중 하나는 이 같은 인간의 불완전한 특성을 기반으로 전통 경제학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기발한 방식의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집안의 대소사에서 비즈니스, 공공정책에 이르기까지 그 적용 범위 또한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책은 행동경제학 발달사라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사례들로 넘쳐난다. ‘부의 한계 효용 체감 곡선’ ‘가치 함수’ 같은 그래프들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독자들은 여기저기서 낄낄대거나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실은 그런 그래프들조차 잘 들여다보면 익살스럽게 꾸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행동경제학은 종종 기업의 고민도 해결해준다. 책에 소개된 그릭픽 스키장 사례를 살펴보자. 뉴욕 이타카 근처에 위치한 스키 리조트 그릭픽은 근처에 대형 스키장들이 생겨나면서 심각한 매출 부진을 겪었다. 리처드 탈러는 이 스키장의 매출 구조를 검토해 이용료를 높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회사 경영진은 안 그래도 손님이 없는데 가격마저 올리면 매출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리처드 탈러는 행동경제학의 관점을 반영해 이 문제를 해결해냈다. 이용료를 주변 스키장만큼 올리되 매출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스키 강습과 같은 사사로운 서비스를 무료로 전환하고 대학생이나 지역 주민을 위한 할인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할인가라는 이미지 덕에 고객들에게 거래효용감을 줬고 사전 구입을 유도해 매몰비용 효과도 낼 수 있었다. 기존 경제학에 따르면 ‘매몰 비용’은 당연히 무시해야 하며, 정상적인 판단을 하는 이라면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매몰 비용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즉 그릭픽 스키장의 패키지 상품을 구매해 놓고 모두 사용하지 못한 고객들은 ‘올해는 다 쓰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제대로 이용할 거야!’라고 생각하게 됐다. 덕분에 그릭픽 스키장은 아무런 마케팅 없이 다음해에도 매출 신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처럼 저자는 책에서 행동경제학의 관점을 통해 현재 우리 시장경제가 부딪히고 있는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이론으로까지 확장하고자 시도한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오리지널스
애덤 그랜트 지음/한국경제신문/1만6000원
창업을 준비할 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게 나을까, 계속 다니는 게 나을까. 보통 위험을 무릅쓰고 창업에 전념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책에 따르면 직장을 계속 다닌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은 직장을 그만둔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보다 33% 낮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아는 독창성의 거장들은 대부분 미루기의 달인이었다. 마틴 루터 킹은 기념비적인 워싱턴 대행진 전날 밤에서야 연설문 작성을 시작했고 링컨은 케티즈버그로 출발하기 전날 밤까지도 연설문을 완성하지 못했다.
책은 독창적 혁신가들을 ‘오리지널스’로 부른다. 그리고 우리가 오리지널스에 대해 당연하게 갖고 있는 통념에 반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인류는 어떻게 진보하는가
자크 아탈리 지음/책담/1만5000원
젊은 세대가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지 않고 순간의 즐거움을 추구하며 소비가 유일한 미덕이 되는 사회. 최근 우리나라 상황을 떠올리겠지만 이것은 비단 대한민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는 구미식 비전을 받아들이고 발전시켜온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세계적 석학이자 미래학자인 자크 아탈리는 이런 현상을 ‘컨템퍼러리 모터니티’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책의 목적은 2030년의 세대가 어떤 미래를 지향할지 예측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2030년에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2060년의 세상을 꿈꾸고 상상하며 이를 실현하고자 준비 혹은 투쟁할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미래의 미래를 상상한다’는 것이 언뜻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저자는 “훗날 미래에 대해 갖게 될 생각이 미래를 준비하게 하며, 인류가 나갈 길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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