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는 본국을 떠나 해외 각지로 터를 옮기고 그곳에 정착해 살고 있는 중국인을 칭한다. 그런데 본래의 의미보다는 ‘수완 좋은 사업가’라든지, ‘타고난 장사꾼’, 또는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큰손’이라는 보다 확장된 뜻으로 사용될 때가 많다. 실제로 세계 각지로 진출한 화교들은 현지 사업계를 주름잡으며 부와 성공을 누리곤 한다.
저자는 30대 일본인 사업가다. 학생 시절부터 줄곧 ‘사장이 되겠다’고 생각해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벤츠를 타고 싶다. 샐러리맨으로는 평생 무리다. 그러니 사장이 돼야겠다!’
학교를 졸업한 후 일단 외국계 보험회사에 취직했다. 우수한 실적을 올리며 최연소 판매왕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면서 회사원 생활을 과감히 접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사장’이 되기 위해서다.
장사를 하려면 중국인, 그중에서도 화교에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력과 직함이 평생 따라다니는 일본 사회와 달리 중국에서는 부자와 빈자, 지식인과 노동인이 한순간에 뒤집히는 일이 빈번하다. 저자는 “게릴라 전법으로 역전하려면 규칙이 필요 없는, 아니 규칙을 뛰어넘는 ‘중국의 방식’을 익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한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부터 스승으로 모실 만한 화교 사업가를 찾았다. 마침 지인으로부터 일본 내 화교 사회의 거물로 꼽히는 사업가를 소개받았다. 보험 영업으로 좋은 성과를 거둔 탓에 건방이 하늘을 찌르던 저자의 요청을 이 사업가는 단번에 거절한다. 창업해본 적 없는 사람을 쓸 수 없다는 이유였다.
찾아가고 전화하고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매달린 끝에 드디어 화교 사업가 밑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1년여 동안 닥치는 대로 배우고 경험하며 ‘화교들의 절대 상술’을 머리로 몸으로 익히고 깨닫는다. 이 책은 저자가 습득한 화교들의 사업 방식을 정리해놓은 결과물이다.
화교들은 기본적으로 팀 단위로 움직인다. 어떤 사업이든 절대 혼자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팀은 3가지 역할로 구성하는데 기획, 실행, 출자가 그것이다. 팀을 짜서 움직인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뜻한다. 일단 혼자서 모든 것을 잘할 필요가 없다. 내가 못하는 것은 다른 팀원이 잘하면 된다. 자신의 역할을 정확하게 정의하고 다른 역할에 특화된 사람들과 팀을 짜서 움직여야 사업에 필수적인 속도와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혼자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는 견제의 의미도 담겨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하면 혼자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
제안을 들은 즉시 손을 든다는 것도 화교들의 특성이다. “돈 될 만한 괜찮은 아이템이 있으니 하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드시오”라는 제안이 들어왔다고 하자. 생각하지 않고 곧장 손을 드는 사람은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확신은 없지만 일단 손을 드는 사람은 이득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확신이 없어서 손을 들지 않는 사람은 이득을 얻을 가능성이 없다. 정말 돈벌이가 될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일까? 위험하지는 않을까? 여러 생각들이 갈마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손부터 들어야 한다. 손을 들지 않으면 어떤 기회도, 이득도 얻을 수 없다.
무엇보다 화교들은 돈에 대한 원칙이 철저하다. 비즈니스 관련 물건을 구매할 때 망설여지면 시간 끌지 않고 무조건 산다. 기호품을 구매할 때 망설여지면 절대 사지 않는다. 다시 말해 돈을 낳을 수 있는 물건을 살 때만 망설임 없이 즉각 움직인다.
이 밖에도 금전적인 손실은 실패가 아니다, 다른 사람과 지갑을 공유한다, 빨리 끝내야 하는 일은 밖에서 한다 등 화교들의 사업 추진방식과 인맥 형성, 돈과 시간에 대한 사고방식들이 망라됐다.
등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 자체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새로운 종류의 혁신, 저자들은 이를 빅뱅 파괴라고 칭했다. 이런 혁신이 시장을 파괴하는 속도와 그 힘은 기존의 혁신과 차원을 달리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내비게이션과 MP3플레이어 시장이 잠식당한 것처럼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영역들도 그 충격을 피할 수 없다. 빅뱅 파괴라는 현상은 무엇인지, 이것이 초래하는 결과는 어떤지, 속한 산업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이 소개됐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 성장사(史)에서 재벌이 빠질 수 없다. 창업주가 맨손으로 대그룹을 일으키는 역사의 현장에는 어김없이 형제와 자녀들이 함께 있었다. 그중에서도 삼성, 현대, LG 등 큼직한 본류에서 갈라져 나온 방계(傍系) 가족들에 초점을 맞췄다. 창업주의 형제와 자녀, 처가, 외가, 사돈에 이르는 재벌가 사람들이 어떻게 기업을 키우고, 어떤 시련을 겪었으며, 어떻게 극복해 나갔는지 저마다 걸어온 길을 담담하게 되짚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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