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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삭스 지리 기술 제도 外

이규열 | 328호 (2021년 09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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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전 세계에서 두드러지는 현상 중 하나를 키워드로 꼽자면 ‘단절’이다. 방역을 이유로 국가 간 교류는 차단됐고, 자국의 산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무역도 끊어졌다. 역사의 흐름이 개방이 아닌 폐쇄로 되돌아가고 있는 지금,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해온 세계적인 경제 석학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 간, 국가 간의 협력과 연대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인류의 목에 칼을 겨누는 문제들은 국가 간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 기후변화, 전염병 등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독자적으로 행동하고 나서는 것은 인류가 스스로 쌓아 온 세계화의 교훈을 간과하는 것이다. 7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다른 지역으로 흩어진 이래 인류는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변화를 지향해왔다. 전 세계의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류는 무역을 개방하고, 기술을 전파하며 인류 공통의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해 왔다.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비추어 되새길 역사적 사건은 바로 20세기의 에이즈 퇴치다. 1980년대 팬데믹으로 발전한 에이즈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2800만 명의 사망자를 낳았고, 특히 아프리카와 같은 개발국에서 피해가 컸다. 그러나 과학계의 연구와 신약의 배분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진행되면서 치명적 질병이던 에이즈는 현재 통제 가능한 만성 질환 수준으로 완화됐다. 아프리카 현장에서 에이즈와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활동해 온 삭스 교수가 세계화로 발생한 문제의 해법은 단절이 아닌 단합에 있으며 단합을 통해 그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국가의 문을 닫아 역사의 운명이 송두리째 바뀐 적도 있다. 15세기 중반 중국 명나라는 유럽을 능가하는 해군력과 항해술로 해외 원정을 통해 중동과 아프리카 동부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그러나 원정 비용, 북방 세력의 위협 등을 이유로 들며 급격하게 반(反)무역 정책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보다 국력이 약하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아메리카 전체를 식민지로 만든 때, 중국은 인도양과 아프리카로의 진출을 완전히 포기한 것이다. 중국은 1978년에야 국제 교역을 적극적으로 재개했지만 500년 전 내린 결정으로 이미 세상의 패권은 뒤바뀐 후였다.

삭스 교수는 치열한 생존 경쟁을 거치며 내부 집단의 협력과 외부 집단의 폭력 성향이 커진 인간 본성에 대해 경고한다. 2021년 지금, 세계의 교류와 소통이 단절되고 인간의 적대적 본성이 강하게 발현돼 또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인류에게 생존을 위한 두 번째 기회가 있을까? 기술과 제도를 전파해 온 인류의 연대기를 통해 지금의 상식을 뒤바꾸는 미래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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