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경제가 멈춰버린 때도 패션과 뷰티 분야에서 트렌드를 이끌어 온 전통 강자들은 MZ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제품과 캠페인을 시도했다. 오프라인 패션쇼가 불가능해지자 2020년 9월 런던 패션위크에서 버버리는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와 손잡고 가상 좌석에서 실제 현장을 감상하는 것과 같은 ‘피지털(psysical+digital)’ 패션쇼를 기획했다. 막스마라(Max Mara)는 중동 출신 모델 할리마 아덴을 캐스팅해 히잡을 두른 최초의 피날레 모델을 런웨이에 세웠다.
뉴욕, 서울, 도쿄, 파리, 밀라노 등을 오가며 글로벌 패션•뷰티 브랜드들의 마케팅 및 브랜딩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저자는 이 같은 기업들의 시도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프레시니스(freshness)’, 즉 신선함을 꼽았다. 앞선 사례들 역시 늘 하던 패션쇼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은 것이다.
위기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럭셔리 브랜드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MZ세대를 공략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새로운 소비 권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이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코드를 찾아내거나 트렌드를 주도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에서 전체 명품 매출의 절반 이상을 MZ세대가 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대와 세대의 변화에 맞춰 새로움의 개념도 진화했다. 과거 세대는 처음 보는 종류의 아이템, 신기술을 접하면 새로움을 느꼈다. 반면 M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이자 성별, 인종, 나이 등 사회에서 오랫동안 당연히 중시돼온 전통적인 고정관념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을 세운다. 소비의 기준도 제각각이라 트렌드를 형성할 수 있는 한 방, 즉 ‘매직 키워드’는 없는 듯도 했다.
저자는 MZ세대가 트렌드에서 기대하는 것이 완전무결한 새로움(new)이 아니라고 답한다.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것이라도 신선한 기준으로 보고, 판단하고, 해석할 수 있다면 트렌드의 가치로서 충분하다. 그리고 이렇게 ‘부활한’ 새로움이 바로 프레시니스다.
과거의 산물로 여겨진 LP와 턴테이블로 음악을 감상하거나 일회용 필름 카메라만의 감성을 느끼는 ‘안티-디지털’ 접근법, 노포의 음식과 와인을 함께 마시는 ‘크로스 오버’ 접근법 등 MZ세대의 소비 현상 역시 프레시니스 코드에 부합한다.
프레시니스 코드는 전통의 강자뿐 아니라 신흥 강자들에게도 기회를 선사한다. 루이뷔통, 나이키 등 유명 브랜드와 희소성 있는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내놓아 매번 품절 사태를 빚는 미국의 래퍼 카녜이 웨스트는 아예 자신의 브랜드 이지(Yeezy)를 세워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눈 뜰 새 없이 변화하는 시장에서 트렌드를 이끌고 싶다면 신선함이 주는 인사이트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