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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열혈 골퍼 경영자에겐 “볼∼!” 경고음 날려줘야

김진욱 | 314호 (2021년 0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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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FORE! An analysis of CEO shirking” by Lee Biggerstaff, David C. Cicero, Andy Puckett in Management Science, 63(7), pp. 2302-2322, 2017

무엇을, 왜 연구했나?

주주와 경영자는 전형적인 본인-대리인(Principal-Agent) 관계다. 대리인인 경영자는 기업의 주인인 주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으로 기업을 경영한다. 경영자의 노력은 기업의 성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한편, 경영자의 노력을 관찰하기 어려운 주주는 경영자가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보상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경제적 보상을 받지 못한 경영자는 과도하게 개인 여가 생활을 향유하는 등의 태만으로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여가 활동은 무엇일까? 바로 골프다. 그런데 골프는 시간을 많이 쓰는 운동이다. 18홀을 도는 데 평균 4시간 이상 소요될 뿐 아니라 골프장까지 오가는 시간 및 정기적인 연습 시간도 필요하다. 심지어, 해외 명문 골프장들은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인터넷 기기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라운딩 중에는 업무를 볼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여행 및 다른 여가 활동에도 많은 시간을 쏟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골프가 경영자들의 업무와 경영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까? 미국 마이애미대 공동 연구팀은 골프를 통해 경영자의 여가 생활을 측정해 경영자의 보상, 노력, 기업 성과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12년 동안 S&P 1500 기업의 경영자 가운데 자신의 골프 라운딩 기록을 미국골프협회(United States Golf Association)에 직접 입력한 363명의 경영자를 표본으로 삼았다.1 표본을 분석한 결과, 경영자들은 1년에 평균 15.8회의 골프 라운딩을 즐긴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골프협회는 1년간 8∼24회 라운딩을 한 골퍼들을 ‘코어(core) 골퍼’로, 25회 이상 라운딩을 한 이들을 ‘열혈(avid) 골퍼’로 분류하는데 표본 경영자들의 57% 이상이 이들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 그러나 경영자들의 라운딩 횟수는 큰 편차를 보이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라운딩 횟수가 가장 적은 제1사분위에 속하는 경영자들은 연평균 1회 미만 골프장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4사분위에 속하는 경영자들은 연평균 40.3회의 라운딩을 가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시간 및 이동 시간을 고려해 한 번의 라운딩에 최소한 6시간을 소요한다고 가정하면, 제4사분위의 경영자들은 연평균 240시간, 즉 6주간의 근무시간과 맞먹는 시간을 골프 치는 데 쏟는 셈이다. 가장 심한 경우에 어떤 경영자는 1년 동안 자신이 직접 등록한 라운딩 기록만 146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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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이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경영자들의 골프가 그들에게 주어진 경제적 보상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였다. 잦은 골프 라운딩이 경영자들의 태만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골프 라운딩 횟수는 경영자가 제공받는 경제적 유인과 반비례 관계를 가질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했다. 우선, 골프 라운딩 횟수가 많은 경영자의 보상이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간 라운딩 횟수의 중간값(10회)을 기준으로 상위 그룹에 속한 경영자들의 평균 보너스 금액은 16만5000달러인 반면, 하위 그룹의 경영자들은 4배가 넘는 77만3000달러의 보너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위 그룹 경영자들의 평균 총 보상 금액은 707만6000달러로 하위 그룹 경영자들보다 129만 달러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뿐만 아니라 상위 그룹은 경영자 지분율도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자가 기업의 지분을 많이 소유할수록 경영자와 주주와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게 되는데 상위 그룹의 경영자 지분율은 0.94%에 그쳐 하위 그룹의 경영자 지분율(1.84%)에 비해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들은 적절한 경제적 보상을 받지 못한 경영자들이 골프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의 두 번째 질문은 ‘경영자들의 골프가 경영 성과와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는가’였다. 잦은 골프 라운딩을 가지는 경영자들이 실제로 좋지 않은 경영 성과를 보인다면, 이는 경영자의 태만을 확인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다. 실증 분석 결과, 경영자가 골프장으로 향하는 횟수가 한 번 증가할 때마다 기업의 총자산수익률(Return On Assets)은 0.023%포인트만큼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뿐만 아니라 연간 라운딩 횟수가 가장 높은 제4사분위(22회 이상)에 속하는 경영자들의 평균 총자산수익률은 다른 경영자들에 비해 1.15%포인트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본의 평균 총자산수익률이 5.3%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숫자임을 알 수 있다.

경영자들이 골프에 시간을 쏟는 동안 경영 성과가 악화될 뿐 아니라 기업 가치 또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실증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제4사분위(22회 이상)에 속하는 경영자들의 기업 가치(자산의 시장 가치를 장부 금액으로 나눈 값으로 계산)는 다른 경영자들의 기업에 비해 10.9% 더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자본 시장이 과도한 여가 생활을 향유하는 경영자가 이끄는 기업의 가치를 낮게 평가함을 보여주는 결과다. 경영자의 태만이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의 마지막 질문은 ‘기업은 근무 태만으로 부실 경영을 하는 경영자를 실제로 규율하는가’였다.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경영자의 잦은 골프 라운딩이 경영자 교체로 이어지는지 분석했다. 실증 분석 결과, 경영자가 골프장으로 향하는 횟수가 한 번 증가할 때마다 그가 이듬해 사무실을 비워야 할 확률은 0.78%포인트씩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뿐만 아니라 연간 라운딩 횟수가 가장 높은 제4사분위에 속하는 경영자들은 다른 경영자들에 비해 교체될 확률이 26.47%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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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주주의 권한을 위임받아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의 노력은 기업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자의 노력과 기업 성과 간의 관계에 대한 실증 분석 연구는 쉽게 찾을 수 없다. 경영자의 노력을 관찰하는 것이 어렵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골프라는 여가 활동을 통해 경영자의 노력, 이에 대한 보상 및 기업 성과 간의 관계를 실증 분석함으로써 차별적인 결과를 내놨다.

본 연구의 결과는 적절한 경제적 보상을 받지 못한 경영자가 과도한 개인 여가 생활을 향유하고, 부실 경영으로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경영자와 주주의 이해가 일치될 수 있도록 경영자 보상 및 경영자 지분율 등의 적절한 인센티브 설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사회는 경영자가 전체 주주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도록 보상 체계를 설계하는 동시에 경영자의 기업 운영을 감시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경영자에 대한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이사회는 설령 경영자 선임 시에 그의 일-여가(work-life) 선호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차후 경영자의 자질과 노력에 대한 지속적인 감독을 통해 경영자의 태만을 효과적으로 규율할 것이다. 연구팀은 추가 분석을 통해 사외이사 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골프 라운딩이 잦은 경영자를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경영자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설계하고 경영자의 활동을 감시하는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필자는 건국대와 The Ohio State University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Cornell University에서 통계학 석사 학위를, University of Oregon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Rutgers University 경영대학 교수와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 교수를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는 건국대 경영대학에서 회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세무회계학회 부회장, 세무회계연구 편집위원장, 금융감독원 재무공시 선진화 TF 위원, 국가회계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 시장, 회계 감사 및 조세 회피이다.
  • 김진욱 김진욱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건국대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에서 통계학 석사, 오리건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럿거스(Rutgers)대 경영대 교수,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 및 기획재정부 공기업 평가위원을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 건국대 경영대학에서 회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한국거래소 기술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회계 감사 및 인수합병(M&A)이다.
    jinkim@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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