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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위한 성격심리학

억제·예상·유머·승화·이타주의 성숙한 적응기제를 갖춘 인재가 CEO감이다

고영건 | 179호 (2015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자기관리

 

 

 

 1937년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기념비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하버드대 학생들 중에서도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학생들을 선발한 다음에 그들의 실제 삶을 70년 이상 추적 조사했다. 이 스터디의 결론에서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들과 부적응적인 삶을 산 사람들 간의 핵심적인 차이는 바로적응기제분포에서의 차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랜트 스터디의 교훈을 토대로 성공하기 위한 CEO의 조건을 정리해보면 결국억제’ ‘예상’ ‘유머’ ‘승화’ ‘이타주의의 적응기제를 활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성공적인 CEO 후계자 선정을 위해서도 이 같은 다섯 가지 적응기제를 골고루 키워왔고 또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편집자주

심리학은 현재 경영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가장 고독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경영현장에서 글로벌 경쟁을 치르고 있는 CEO들은 정작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임상심리학자이면서 각종 이론심리학에도 정통한 고영건 교수가 CEO 여러분들이 심리학 이론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CEO를 위한 성격심리학을 연재합니다.

 

 

성공한 CEO들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임무는 바로 자신의 후계자를 현명하게 선택하는 일이다. 최근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CEO 후계자의 자격에 대해 소개했다. 그가 제시하는 버크셔의 후계자가 갖춰야 할 능력과 자질은 다음 5가지다.

 

첫째, 버크셔 해서웨이의 후계자는 합리적이고 침착하며 결단력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둘째, 버크셔 해서웨이의 후계자는 자신의 이익이 아닌 회사를 위해 모든 것을올 인(all in)’ 해야 한다. 셋째, 버크셔 해서웨이의 후계자는 기업을 망치는 세 가지기업의 암(corporate cancer)’인 교만, 관료주의, 현실안주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특별한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넷째, 버크셔 해서웨이의 후계자는 회사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젊은 내부 출신 인재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후계자는 총명하고 에너지 넘치며 열정이 많은 인물이어야 한다.

 

버핏도 고백한 적이 있듯이 CEO로서 이처럼 올바른 후계자를 찾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인 동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과제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하버드(Harvard)대의 성인발달연구 결과는 향후 회사의 명운이 달려 있는 과제인 후계자를 발굴하는 작업과 관련해서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

 

 

 

하버드 성인발달연구: 그랜트 스터디

1937년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기념비적인 심리학 연구가 시작됐다. 인간의 삶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로서 그랜트(Grant) 스터디는 매우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세계적인 명문대인 하버드대 학생들 중에서도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학생들을 선발한 다음에 그들의 실제 삶을 70년 이상 추적 조사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하기 때문에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 질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작 그러한 인생의 물음에 대한 심리학적인 해답을 마음속에 간직하고서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들은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비결로 높은 지능, 사교적인 성격, 부유한 가정, 뛰어난 외모 등을 지목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머리가 좋고 사교적이며 외모가 출중한 부유한 명문가 자제가 인생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고 만에 하나 실패한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서 신문기사거리가 될 만한 아주 예외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하버드대의 그랜트 스터디 결과는 그러한 믿음이 사실이 아니며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하버드대 학생들 중에서도 특히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에입학 허가를 내준 것이 자랑스러운 학생’ 268명을 선발해 대학 졸업 후의 삶을 70년 이상 추적 조사한 결과, 예상대로 연구 참여자들은 정계, 법조계, 경제계, 학계, 언론계 등 사회의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모든 연구 참여자들이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랜트 스터디 결과, 연구 참여자들 중 약 30%는 실제로 누가 보더라도 명백히 성공적인 삶을 살아간 반면에 놀랍게도 그중 약 30%는 부적응적인 삶을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 약 44% 정도가 비즈니스맨으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이들 중 약 17% 정도는 하버드대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중간관리자조차도 되지 못했고 약 39% 50세가 돼서도 여전히 부사장 또는 보좌역에 머물러 있었으며 약 44%가 회사의 CEO가 돼 있었다.

 

연구 참여자들 중 30%나 실패한 삶을 살게 되고 또 비즈니스계에 진출했던 연구 참여자들 중 과반수이상이 CEO가 되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은 그랜트 스터디 연구진에게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왜냐하면 선발 당시에 이들은 비록 각자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는 달라도 어느 방면에서든지 자신들이 원하는 꿈을 못 이룬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해 보일 정도로 특별히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들만을 선발했기 때문이다.

 

그랜트 스터디 참여자들은 모두 능력 면에서 탁월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일반 대학생뿐만 아니라 같은 하버드대 동기생들보다도 더 많이 우등으로 졸업하고 또 더 많이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랜트 스터디 참여자들이 단순히 학구적인 상황에서만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그랜트 스터디 참여자들 역시 동년배들과 마찬가지로 참전을 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동년배들에 비해 신체검사에서의 탈락률이 7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들은 부상률이나 사망률 면에서 동년배들과 차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즉, 위험한 전투상황에 비슷한 수준으로 노출됐음에도 불구하고 현기증과 구역질, 그리고 공포로 인해 벌벌 떠는 것 등의 부적응적인 증상들을 훨씬 적게 나타냈다. 또 이들 중 오직 10%만이 장교로 입대했지만 군에서 제대할 무렵에는 이들 중 70%가 수훈을 인정받아 장교로 진급해 있었다.이들의 근무평가서를 보면 직속상관인 부대장들 중 93%가 이들을 자기 휘하에 두기를 원한다고 보고했다. 특히 이들은 전쟁 후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는 데 있어서도 동년배들보다도 월등히 높은 적응력을 나타냈다. 이러한 참전 기록들은 그랜트 스터디 참여자들이 단지 학벌만 좋을 뿐인 문약(文弱)한 사람들이 아니었으며 적어도 이들이 인생에 실패를 하는 경우 그 원인이 능력상의 문제일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자타가 공인하는 명문대의 전도유망한 대학생들을 특별히 선발하기는 했지만 그랜트 스터디 참여자들 모두가 경제적으로 부유한 명망가(名望家)의 가정에서 축복받으며 자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향후 이들의 삶에서 이러한 요소가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할 수 있는 학생들만을 선발했다. 예컨대, 그랜트 스터디 참여자들 중 일부는 경제적으로 매우 가난한 가정 출신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부모가 감당해낼 수 없는 학비를 장학금을 통해 지원받았다. 따라서 적어도 가난하기는 해도 학비가 없어서 학업이 중단되지는 않을 학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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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영건

    고영건elip@korea.ac.kr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삼성병원 정신과 임상심리 레지던트를 지냈고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 전문가와 한국건강심리학회 건강심리 전문가 자격을 취득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한국임상심리학회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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