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경영

분노 폭발, 15분만 참아라 화의 폭풍이 지나가리니…

160호 (2014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자기계발

화병(hwa-byung)은 수백 가지 정신병 가운데 유일하게 우리나라 말로 만들어진 병명이다. 별로 자랑스럽지 않게도, 한국 사람들이 가진 분노적 기질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분노의 부정적 효과는 다양하다. 금세 전파된다. 건강에 좋지 않다. 중독된다. 화가 치민다면 15초만 참아보자. 15번만 규칙적으로 호흡을 해보자. 화를 내야 한다면 스마트하게 내자. 유머를 구사하거나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지적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분노의 칼날이 사람에게 향하도록 하지 말고 그의 실수나 잘못된 행동에 초점을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편집자주

강한 마음 없이는 건강한 개인도, 건강한 조직도 불가능합니다. 갈등과 편견을 줄이고 몰입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대한민국 리더들의 심리주치의로 불리는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가 건강한 개인과 조직을 위한 처방전을 제시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가장 흔한 스트레스 증상 =

업무 현장에서 마음을 경영하는 데 가장 흔하면서 어려운 것이 바로 분노다. 서양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우울하다’ ‘불안하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필자가 국내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반응은 바로분노. 한 설문조사에서는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8명이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을 표출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바 있다. 요즘 감정경영 또는 감성경영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적어도 국내에서는 분노 문제가 정리돼야만 이런 논의가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에게 분노()는 친숙하다. 정신건강상 병명이 수백 가지인데 그중 유일한 메이드인 코리아 증상이 바로화병이다. 그만큼 분노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독 많이, 그리고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분노 반응의 종류도 다양하다. ‘화가 난다’ ‘짜증난다는 심리적·감정적 반응과열받는다’ ‘욱 한다’ ‘치밀어 오른다등 몸으로 느끼는 신체적 반응이 있으며 언어폭력이나 인격모욕, 직접적인 적대적·공격적 행동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분노는 개인의 문제일까, 아니면 조직의 문제일까? 유전적인 문제일까, 아니면 후천적인 양육 환경의 문제일까? 만약 분노가 전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애초에 분노는 왜 생기는 것일까? 분노의 진화적 의미와 기능은 무엇일까?

 

분노의 기능

원래 분노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자신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자극이나 외부인에게 저항하는 방어적 목적을 가진다. 더 적극적으로 보면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분노는 개인과 조직,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현재에 너무 만족하면 발전이 없다. 부족한 나 자신에 대한 분노가 오뚝이 정신으로 이어진다. 불만족스러운 대우나 한심한 자신의 처지에 화가 나서 와신상담(臥薪嘗膽)을 이룰 수 있다. 나의 노력과 기여를 인정해주지 않는 상대방에 대한 분노 때문에 창업가 정신을 발휘하고 승부근성을 키울 수도 있다. 조직을 관리할 때 리더가 화를 내면 직원들이 그 일에 더 몰두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분노는 위험을 회피하려는 소극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여기까지가 분노의 순기능이다.

 

하지만 분노가 순기능을 발휘하려면 일정한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 그 자리에서 터뜨린 분노는 파괴적이기만 할 뿐 장기적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즉각적인 분노는 패자의 분노이고 정제된 분노는 승자의 분노다. 사소한 일에 앞뒤 재지 못하고 터뜨린 순간의 분노 때문에 두고두고 후회한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부끄러움을 참고 고백하자면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후회를 하고도 사람들은 또 즉각적인 분노의 함정에 빠진다.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분위기가 나쁜 직장이라면 분노의 학습효과가 생긴다. 화를 내니까 내가 원하는 결과가 빨리 나오는구나’ ‘좋게 말해봐야 소용없어. 역시 성질을 내고 다그쳐야 된다니깐. 그러면 바로 말을 듣잖아등의 인식이 팽배하게 된다. 이럴 때 상사의 화는 자기 목적을 빨리 관철시키기 위한 도구로 이용된다. 행동의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어떤 행동에 대한 보상(reward)이 즉각 따라오면 그 행동이 강화(reinforce)돼서 더 자주 더 강하게 일어난다.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내가 원하는 결과물(직원의 복종이나 명령 수행)이 빨리 나타나면 더 적극적으로 화를 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볼 때 감정적으로 화를 심하게 낼 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화를 내고 거칠게 강압적으로 지시하는 일이 반복된다. 화를 내는 행동이 점점 더 당연시되는 것이다.

 

이렇게 잘못된 행동이 반복되면 분노가 습관으로 굳어진다. 학습된 행동패턴은 몸에 배기 때문에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쉽게 목청을 높이고 조바심을 내면서 짜증을 일상화한 직장인은 집에 가서도 배우자나 아이들에게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기 쉽다. 남을 믿지 못하고 의심이 많은 사람, 불리한 상황이 되면 무조건 남을 탓하거나 고의적이라고 단정하는 사람, 걸핏하면 무시당했다고 열받는 사람, 자기 기준이 엄격한 완벽주의자 등이 습관성 분노 중독에 빠질 위험이 있다. 전 애플 CEO 스티브 잡스는 자기 기준에 못 미치면 불같이 화를 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잡스도 화를 내는데 내가 화를 내는 것이 뭐가 문제냐?”라고 말하는 분은 없으리라 믿는다. 우리는 잡스가 아니다.

 

분노가 조직에 미치는 역기능은 첫째, 전염성이다. 자기주장과 카리스마가 강한 리더의 분노는 조직에 금방 전파된다. 감정에는 부정적인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이 있는데 부정적인 감정이 퍼지는 속도는 긍정적인 감정의 속도보다 무려 15배가 빠르다. 가령 옆 사람이 깔깔거리고 웃는다고 해서 내 기분이 금방 따라서 좋아지지는 않는다. “저 사람, 왜 저래? 난 바빠 죽을 지경인데 뭐가 저렇게 좋아?” 하며 삐딱하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노의 한마디는 옆 사람의 기분을 금세 상하게 한다. 게다가 분노의 감정은 물처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즉 자신보다 약하고 만만한 사람에게 옮기기 쉽다. 그래서는 직장동료나 가족 등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된다. 집에서 망친 기분이 회사로 전이되니까 결국 온 조직이 분노의 바다가 될 수 있다.

 

분노는 세대를 거듭하며 반복되기도 한다.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 상사에게 욕먹고 거칠게 훈련받은 사람이 관리자가 되면 감정 조절의 나사가 쉽게 풀린다. 한꺼번에 분노를 폭발시키는 일도 발생한다. 마치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했던 피해자가 나중에 자기보다 약한 아이를 따돌려서 새로운 희생자로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둘째, 분노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책상을 치거나 언성을 높이면 당장은 스트레스가 풀릴지 몰라도 심신의 건강에는 좋지 않다. 화가 나면 아드레날린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갑자기 증가한다. 그 결과 혈압이 올라가고 혈관에 응고물질이 증가한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심장병에 잘 걸리고 사망률도 높다. 욱 하고 화를 내면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르티솔이 방출된다. 그것이 짧은 순간에 급격히 증가하면 뇌세포를 파괴하는 독성 물질로 작용한다. 특히 코르티솔 과잉 방출은 대뇌의 기억 저장 장치인 해마와 그 주변 세포부터 파괴한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기억력 저하나 가벼운 치매 등 인지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길이 밀리기 시작하면보나마나 운전 못하는 초보자가 또 길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을 거야라고 생각한다. 이런 습관 때문에 자기 뇌세포가 파괴되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셋째, 분노는 공든 탑을 무너뜨린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열심히 일해서 좋은 평을 듣다가도 한순간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탓에 큰 손해를 본다. 문제는 분노에 중독성이 있다는 점이다. 마치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끊지 못하는 것처럼 분노 중독자는 분노를 끊지 못한다. 젊을 때부터 공격적이고 화를 잘 내 온 사람은 중년기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 미국 듀크대 연구팀에서 실험한 바에 따르면 평소에 화를 얼마나 내 왔는지에 따라 똑같이 화를 내도 몸에서 받는 영향이 달라진다. 연구팀은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을 최대한 약 올려서 모두 화를 내도록 만들었다. 참가자 중 평소 화를 잘 내던 사람은 혈압이 훨씬 많이 올라가고 아드레날린 수치도 더 높았다.

 

분노 관리에서 ‘15’라는 숫자는 중요하다. 한 번 기분 나쁘게 한 것은 열다섯 번 기분 좋게 해야 만회할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의 말이 긍정적인 감정의 말보다 훨씬 세기 때문이다.

 

분노의 원인

조직에서 흔히 나타나는 분노 현상을 원인별로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정 욕구가 좌절됐을 때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보다 강하고 권위 있는 존재에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욕구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나의 기대만큼 인정 욕구를 늘 채워주기는 불가능하다. 인정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 기대가 클수록 더 분노가 생긴다.

 

공자의 <논어(論語)> 첫 페이지를 열면 학이(學而) 편이 나오는데 세 번째 문장인부지이불온이면 불역군자호아(人不知而不慍이면不亦君子乎)”가 바로 이런 경우를 다루고 있다. 필자가 정신의학적 해석을 덧붙여 의역하자면 다음과 같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 것이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내가 성심을 다하고 있음을 하늘이 알고 내 자신이 알기에) 남을 원망하거나 토라지거나 성내지 않는다면 내 마음이 꼬이지 않고 편안하니 이것 또한 군자답지 않은가.” 사실 <논어>에는 규범적이며 이성적인 표현이 많고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단어는 많지 않다. 그런데 학이 편에 나오는 3개의 감정 중 하나가 성낼 온()이다. 이것은 인정받지 못했을 때 느끼는 분노가 보편적인 현상임을 뜻한다. 군자가 되려는 사람일수록 조직(사회)에서 뭔가 역할을 하고 싶은 기대가 크고 자기 실력을 인정받고 싶지 않겠는가. 이 단계를 성숙하게 이겨내야만 군자가 된다는 뜻이니 분노 관리에 많은 시사점을 주는 구절이라고 할 수 있다.

 

유난히 질투가 강하고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 어렸을 때 가정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고 지나치게 높고 엄격한 기대를 받고 자란 사람, 상사와 부하 중간에 끼어서 어느 쪽에서도 마음 편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소위샌드위치 관리자등은 인정받지 못했을 때 분노를 더 잘 느낄 수 있다.

 

가령 마음속에 인정받고 싶은 내면 욕구가 강한 직원이 있는데 그의 행동을 상사가 헤아리지 못한다면 문제가 된다. 새로 부임한 상사와 가까워지려고 상사의 기념일까지 챙길 정도로 노력한 직원이 있다고 하자. 내심 상사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며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잘했다는 칭찬이 아닌뭐 그리 여유가 있어서 이런 것까지 챙기냐. 그 시간에 일이나 더 잘하지라는 핀잔이었다. 인정받고 싶은 심리가 좌절된 이 직원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인정받고 싶어 하는 조직원이 있다면 그 심리를 이해해주고 반복된 좌절을 맛보지 않게 해야 한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강한지 유심히 살펴보고 열심히 했을 때는 즉각적인 칭찬과 피드백을 줘야 한다.

 

직원의 성격에 따라 차별적인 분노 관리도 필요하다. 처음 만난 사람과도 잘 어울리는 성격을 가진 사람은 사람들과의 갈등을 싫어한다. 남과 부딪치기 싫으니까 먼저 인사도 하고 자신을 낮추기도 한다. 그런데 성격이 좋으니 맷집도 세겠지 하면서 직설적으로 말하고 화를 내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긴다. 친화성이 좋을수록 야단을 맞았을 때 더 분노를 느끼고 칭찬을 받으면 일을 더 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나를 알아주는 구나와 같은 인정 욕구에 민감하다.

 

둘째, 탈억제성 분노다. 평소 억제돼 있다가 갑자기 폭발하는 분노다. 평소에는 얌전하던 사람이 한 번 화나면 무섭다. 극심한 감정 폭발은 마음속의 억제하는 아이가 통제력을 상실했을 때 일어난다. 평소 어른스럽게 행동하려고 자신의 욕구를 계속 억압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화산이 폭발하듯 갑자기 감정을 분출하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감정 상태인지 잘 모르거나 무시했다가 감당하지 못하고 터질 때도 있다. 감정억제불능증과 감정억제에 대해서는 DBR 144호에 실렸던 스페셜 리포트 01 감성리더십 편에서 다뤘으므로 간략하게만 설명한다.

 

셋째, 뇌가 감정의 과부하에 걸려서 분노성 기억상실을 겪는 경우다. 얼마 전 어느 대기업 인사부서에서 일하던 분이 부서장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부서장의 종잡을 수 없는 성격 때문이었는데 평소에는 온순하고 냉정해 보이다가도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무조건 소리부터 지르고 본다는 것이었다. 부하 직원이 사소한 잘못이라도 저지른 날에는 어떻게 사람을 앞에 두고 저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독설을 퍼부어서 회사를 떠나는 직원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일정은 촉박한데 부하 직원이 잘 따라주지 않으면 화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례의 부서장처럼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를 내면 조직원들은 이런 상사와 합심할 수가 없다.

 

욱 하는 감정, 그러니까 급격하게 흥분하는감정적 과부하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대개 일시적으로나마분노성 기억상실을 경험한다. 분노성 기억상실이란 흥분했을 때 자신이 했던 말이나 행동을 자세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억의 정확성도 떨어지고그런 뜻이 아니라 이런 뜻이었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분노 호르몬이 과잉 방출되면 대뇌는 해마와 기억력 전체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일단 기억 저장장치를 차단한다. 불이 나면 방화문을 내려서 불길이 퍼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래서 일종의 기억상실 현상이 생긴다. 화가 났던 이유나 자기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나중에내가 정말 그랬나?”며 반문하거나내가 그럴 리 없다며 우기는 일도 일어난다.

 

스마트하게 화내는 법

“화를 내야 하나? 아니면 참아야 하나?” 필자에게 묻는 가장 흔한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화는 내지도 말고, 참지도 말고, 그저느끼고 바라보며 지나가기를 기다리면된다. 성인(聖人)이나 도인(道人)이 아닌 이상라는 감정 자체가 생기지 않을 수는 없다. 아니, 아마 성인이나 도인조차 욱 하고 화가 치밀 때가 많을 것이다. 다만 그 화를 잘 다룰 수 있을 뿐이다.

 

감정이 쌓이면 어디론가 나가야 한다. 댐에 물이 가득 차면 넘치거나 댐을 무너뜨리게 된다. 감정의 흐름도 너무 막으면 참다가 화병이 난다. 그러니 좋은 물길을 내서 잘 흘러나가도록 해야 한다. 댐의 물을 잘 조절하면 그 물이 에너지도 만들고 풍년을 이룰 수 있다.

 

분노 감정을 방출하는 방법으로는 운동이 제일이다. 운동 중에도 격렬한 운동이 좋다. 실내보다는 실외 운동이 좋다. 자연환경이 제공하는 다양한 시각적·청각적 자극이 주의를 분산시킨다. 주의가 분산돼야 분노에 꽂힌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쉽다. 명상도 좋다. 그런데 초보자는 화가 났을 때 명상이 잘되지 않는다. 잡다한 생각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몸을 쓰는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단순한 명상보다는 요가가 좋다.

 

그림 1분노 해결 지도

 

 

분노가 생길 때는 세 가지 질문을 통해 화난 감정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한다. 첫째, 이 상황이 내 건강과 바꿀 만큼 중요한지 자문한다. 열이 오른다 싶으면 일단 주문을 외운다. ‘화 잘 내면 일찍 죽는다’ ‘화는 내 뇌와 심장을 해친다’. 이런 말들을 머릿속에 넣고 되새긴다. 이 일이 내 건강과 바꿀 만큼 중요한 일인가? 내 뇌를 쪼그라들게 하고 심장에 무리를 주더라도 화를 내야 할 상황인가?

 

둘째, 이 분노가 정당한가? 사소한 일에 예민하게 구는 것은 아닌가? 누가 봐도 명분이 있고 의로운 분노인가를 자문한다.

 

셋째, 화내는 것이 문제 해결에 효과적인지, 대안은 없는지, 이것이 목적을 이루기에 가장 좋은 방법인지 자문한다. 대개는 웃으면서 뜻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 달성에 가장 효과적이다. 화를 내는 것이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내게 어떤 이득과 손실을 가져다줄 것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내게 가장 유리한 행동인지 따져보자.

 

이상의 세 가지 질문에 모두라면 스마트하게 화를 낸다. 스마트한 분노 표현법은 첫째, 유머를 구사한다. “내가 방심할까봐 신경 쓸 일을 많이 만들어주는군” “관심을 더 가져달라고 하는 거지?” “나를 천사로 만들려고 애쓰는 사람 참 많네이렇게 웃으면서 아예 상대를 칭찬하거나 유머를 구사하는 것이 스마트한 분노 관리다.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면서도 핵심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둘째, 논리적으로 지적한다. 정 화가 나서 한 방 먹이고 싶으면 아주 침착하게 상대의 문제를 자세히 관찰한 뒤, 감정을 싣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지적한다. “그러니까란 얘기네요. 그렇게 되면 누가 들어도 제가 억울하다고 보겠네요라는 식이다.

 

셋째, 담백하게 핵심을 말한다. 좋지 않은 일이나 불편한 이야기를 할 때는 내가 느끼기엔 이러저러하다고 표현한다. 그러면 상대를 공격하지 않고도 정중하게 내가 원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다. 반면 잘된 일은당신 덕분에 잘됐다고 말한다. <1>을 참고해서 실제 대화를 연습해보라.

 

1분노를 스마트하게 표현하는 방법

 

 

넷째, 분노의 대상을사람으로 하지 않고 그의 실수나 잘못된행동으로 삼는다. 이렇게 하면 화가 난 이유가 명확해지기 때문에앞으로는 이 부분에 주의하세요등 객관적인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상대방도 내가 화를 내는 이유와 자신이 잘못한 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누군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 사람을 비난하지 말고 구체적인 행동만 지적해야 한다.

 

위와 같은 방법들을 써도 분노가 가라앉지 않으면 비웃거나 동정한다. 기분은 나쁘지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면 코웃음을 치거나 혼잣말로 상대방을 동정하면 된다. “거의 인간문화재로군” “평범한 성격은 아니야. 연구 대상으로 삼아야겠는 걸. 통 크게 비웃고 넘겨 버린다. 또는에이 불쌍한 녀석!” 하며 동정한다. 상대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화를 내는 이유는 대부분 다른 사람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실망은 분노를 만든다. 기대를 하지 않으면 화나는 일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래도 조절이 되지 않고 폭발하려고 한다면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일단 그 자리를 피한다. 그게 어려우면 시선을 돌려서 분노의 대상을 정면으로 보지 않고 옆으로 향한다. 잠시 눈을 감아도 좋다.

 

 

화가 날 때는 순간적으로 욱 하면서 분노 호르몬이 급상승한다. 분노 호르몬은 15초면 정점을 찍고 분해되기 시작한다. 15분이 지나면 거의 사라진다. 그런데 왜 계속 화가 나는가. 사건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다수의 많은 경우는 그 일을 두고두고 되씹기 때문이다. 분노의 호르몬이 사라지기 전에 그 일을 다시 떠올리거나 그 사람을 다시 보기 때문에 분노 호르몬이 다시 피크를 향해 올라가는 것이다. 시비가 붙은 자리를 일단 피하고 시야에 들어오지 않으면 대개 15분 정도면 감정의 파도가 지나간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다면 눈을 살짝 감고 15번만 규칙적으로 심호흡을 하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분노의 파도가 지나갈 것이다.

 

분노 관리에서 ‘15’라는 숫자는 중요하다. 한 번 기분 나쁘게 한 것은 열다섯 번 기분 좋게 해야 만회할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의 말이 긍정적인 감정의 말보다 훨씬 세기 때문이다. 리더가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좋은 말을 아무리 많이 했더라도 한 번 싫은 소리를 하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직원들은 예전에 들었던 좋은 말은 까맣게 잊고 기분 나쁜 말만 기억한다. 이를 최종정보효과(recency effect)라고 한다. 따라서 15번 기분 좋게 해주는 것보다는 한 번 기분 망치게 할 일을 피하는 편이 낫다.

 

열심히 애를 썼는데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화가 난다. 남을 사심 없이 도와줬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배신을 당했다면 불같이 화가 치민다. 당연하다. 이럴 때는 열심히 화를 내자. 그러나 금방 사라질 분노가 아니라 창조와 성숙으로 이어질 분노를 발휘하자. 당장은 15초 참고, 15번 심호흡하고, 15분간 기다리면서 궁극적인 결과를 생각하자.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 jongmin.woo@gmail.com

필자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석사(MPH)를 취득했다. 현재 인제대 부속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정신의학과 비즈니스 활동을 잇는 강연과 저술활동을 활발히 펼치며대한민국 리더들의 심리주치의이자직장인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힐링닥터로 이름을 얻었다. 저서에 <우종민 교수의 심리경영> <스트레스 힐링> <마음력> 등이 있으며대한민국 10대 명강사’(동아일보 소개)에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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