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Management

권력추구:건강한 욕구 or 파괴적 갈망

102호 (2012년 4월 Issue 1)






편집자주

오랫동안 CEO들을 대상으로 심리클리닉 강좌와 상담을 진행해온 신경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대인관계클리닉 원장이 리더들에게 필요한 마음경영 방법을 제시합니다.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경영자들이야말로마음의 힘이 중요합니다. 마음을 강하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통해 인생을 변하게 하는 마술 같은 힘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을 가리켜욕망의 하녀라고 주장했다. 좀 더 유명해지고 중요해지고 부유해지고자 하는 욕망이 불안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현대인 중에 불안을 느끼지 않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가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사랑에 대한 갈구를 통해서고, 두 번째는 권력이나 물질 같은 파워를 소유하는 것이다. 권력을 추구하는 일차적 심리는 자신의 무력감을 방어하기 위해서인데 무력감이란 불안을 일으키는 가장 근본적 요소다. 따라서 불안할수록 연약함을 연상시키는 모든 것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자신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 어떤 상황이든 간에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클수록 노이로제적인 상태가 돼 간다.

 

이동원(가명, 40) 씨는 계속해서 피곤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의기소침하고 우울하다는 문제로 매우 괴로워하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병원에 가보라고 권했으나 그는 딱히 몸에 이상증세가 없는 것 같아 참고 있었다. 그러던 중 중요한 협상 건으로 출장을 가게 됐다.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오면서 귀가 안 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간신히 일을 마무리하기는 했으나 그가 겪은 낭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병원을 찾아 내과적 진찰을 받아봤으나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정신적인 문제라는 소견이 제기되자 그는 나와 마주앉게 됐다. 심리검사 결과 그는 불안감과 분노감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는 사람들이 자기에게 반대하는 것을 잘 견디지 못하고 쉽게 분노했다. 물론 그런 감정을 일일이 나타낼 수는 없었으므로 일단 억압했다. 그런 억압은 불안감을 야기했고 결국 그는 매사에 쉽게 지치고 의욕이 없는 사람으로 변해 갔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진짜 심리를 알 리가 없었으므로 그저 피곤하고 우울했다.

 

심리검사 결과 그는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자 하는 욕구 또한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타입은 인간관계에도 균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기가 전적으로 리드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자신이 승부에서 지고 있다고 느끼며 의존적이고 무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감정은 당연히 분노를 일으킨다. 그런데 분노를 억압하다 보니 우울, 의기소침, 피곤함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로 뭔가 자기가 리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갑자기 피로감을 느낄 확률이 아주 높다.

 

이동원 씨도 협상 테이블에서 자신이 주도권을 못 갖는다고 느끼자 갑자기 피로감을 느끼면서 귀가 안 들리는 현상을 경험했다. 원인은 자신이 리드당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불안 때문이었다. 그것을 억압하자니 실제로 귀가 안 들린다고 느낀 것이다. 그는 정신적인 문제가 몸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일종의 신체화 현상을 경험했다.

 

불안, 욕망의 하녀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을 가리켜욕망의 하녀라고 주장했다. ‘좀 더 유명해지고 중요해지고 부유해지고자 하는 욕망이 불안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불안은 파워에 대한 욕구를 부채질한다. 결국 불안과 파워에 대한 욕구는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우로보로스 뱀처럼 서로가 하나로 연결돼 있는 셈이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그와 같은 불안을 느끼고 있지 않은 현대인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것이 좀 더 노이로제적인 형태로 나타나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리가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사랑에 대한 갈구를 통해서다. 두 번째는권력이나 물질 같은 파워를 소유하는 것이다. 사랑을 통해 불안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강렬하고 밀착된 관계를 통해 격려와 지지를 받기를 원한다. 반면 권력과 힘, 물질을 추구하는 이들은 인간 관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위치를 좀 더 강화하는 데 골몰할 뿐 남들과의 친밀한 관계는 원치 않는다. 그들은 자기가 남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존경받아야 한다고 느낀다. 따라서 권력자들 중에는 자기를 존경하지 않는 사람하고는 마주 대하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이미 권력이 주는 맛을 보았기 때문에 더욱 그것을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특히 권력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는 사람일수록 불안감이 커서 더욱 남을 지배하려고 드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권력을 추구하는 일차적인 심리는 자신의 무력감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무력감이란 불안을 일으키는 가장 근본적 요소다. 따라서 불안할수록 연약함을 연상시키는 모든 것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자신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 어떤 상황이든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클수록 노이로제적인 상태가 돼 간다.

 

그런 면에서 노이로제인 사람일수록 연약하다는 것에 대해서 심한 모멸감을 나타내곤 한다. 그들은 자신의 내면에 조금이나마 불안이나 억압의 감정이 있다는 것조차 못 받아들인다. 스스로에게 말할 수 없는 모멸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들의 또 다른 특징은 자기 자신을 언제나 조절해야 한다고 느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 조정권을 벗어나면 그 분노를 잘 참지 못하고 신체화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가벼운 예로 친한 친구가 나 말고 다른 사람과 약속을 하거나 약속시간에 늦거나 하면 머리가 아프거나 속이 뒤틀리는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뭐든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자기가 모르는 것이 나오면 아는 척하거나 다른 것을 시도하거나 한다. 그런가 하면 부하직원이 자기가 시키는 대로 일을 못하거나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일을 끝맺지 못하면 심하게 분노한다. 그런 참을성 없음은 파워의 추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심지어 교통으로 길이 막히는 것조차도 그들은 참지 못하고 마구 화를 낸다. 그들에게 양보나 포기라는 단어만큼 낯선 것도 없다. 그들은 내심 다른 사람의 의견이 옳다는 생각이 들 때도 선뜻 동조하지 못한다. 동조하는 것 자체를 연약함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건강한 욕구 vs. 병적 욕구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나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예외적이고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관여하는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돼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상황에서 멀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또 지나친 성공을 기대하므로 약간의 성공은 오히려 실패로 간주하는 경향이 크다. 덕분에 자기의 성공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반면 비난에는 극단적으로 민감하다. 어떤 사람들은 조그마한 비난에도 민감해서 첫 작품만 만들어내고 마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민감성 속에 적개심이 숨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들은 무의식적으로나만이 아름답고 능력 있고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자기보다 나은 사람에 대해서 강렬한 적개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다른 사람의 승리는 곧 나의 실패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자기가 성공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파괴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경우도 생겨난다.

 

파워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소유욕도 남다르다. 때로는 그런 욕구가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으려는 행위로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노이로제의 경우는 그것이 감정과 동반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 조금이라도 남의 것을 빼앗는 데 성공하면 그들은 그냥 의기양양해 한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는 승리감 때문이다.

 

그런 착취의 욕구는 의도적으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무시하는 행위로도 나타난다. 상대방이 생일 선물을 바라는 것을 알면서도 잊어버리거나 하는 식이다. 의식적으로는 자기 것을 빼앗기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은 상대방이 나를 속이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행여 그런 일이 일어나면 지나치게 분노한다.

 

파워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지배욕구가 사회적으로 가치 있고 인간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일에 나서서 조언하거나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하면서 자기는 훌륭한 영혼의 소유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 역시 자기에게 반대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분노하지만 그것은 억압되면서 새로운 불안을 만들어낸다. 그런 불안은 때로 멸시에 대한 예민함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의 훌륭한 태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대방을 멸시하고 싶은 무의식적 욕구를 강하게 느끼지만 그런 욕구를 표출할 수는 없으므로 반대로 지나치게 존경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멸시하는 것과 존경하는 것은 180도 다른 행동이다. 하지만 사실은 존경이 멸시하고자 하는 마음을 숨기거나 지우려는 심리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한 사람에게 극단적인 두 가지 태도가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설명해 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파워를 추구하는 심리는 사랑의 관계에서도 여러 가지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여자들 중에는 남자를 잘 만나다가도 진짜 사랑에 빠지면 그 남자를 차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심리 역시 자신을 잘 조절하지 못해 파워를 잃을까 봐 두렵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런 타입 중에는 조금이나마 연약하다고 생각하는 남자를 사랑하지 못하는 여자들도 있다. 역시 연약함에 대해 멸시하는 감정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강한 남자도 사랑하지 못한다. 그러기에는 지배욕구가 너무 커서 상대방이 나에게는 항상 져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마디로 모든 면에서 강력한 파워를 가졌으면서도 자기에게는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모든 것을 주는 남자를 원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그런 남자가 존재할 확률이 거의 없으므로 결국 그들은 자주 난 왜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할 수밖에 없다.

 

지배하고 소유하고 권력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다 노이로제적인 것은 아니다. 사랑에 대한 욕구가 일반적인 것처럼 말이다. 단지 그 정도와 원인에 따라 건강한 욕구인지 병적 욕구인지를 가릴 뿐이다. 예를 들어 파워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건강한 욕구는 자기 자신을 바로 아는 데서부터 나온다. 그것이 육체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혹은 물질적인 것이든 간에. 따라서 파워를 추구함에 있어서 건강한 욕구를 갖기 위해서는 역시 자신의 내면을 잘 헤아리는 성숙한 지혜가 필요하다.

 

 

 

양창순 신경정신과대인관계클리닉 원장 mind-open@mind-open.co.kr

양창순 원장은 정신과, 신경과 전문의로 현재 <양창순신경정신과·대인관계클리닉> 원장이다. 연세대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성균관대에서 주역과 정신의학, 리더십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두 번째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정신의학회 국제회원, 미국의사경영자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ceo, 마음을 읽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등 자기계발, 대인관계, 리더십을 주제로 한 책들을 10여 권 넘게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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