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Management

내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수있다면… 조금만이라도!

88호 (2011년 9월 Issue 1)

 

 

편집자주 오랫동안 CEO들을 대상으로 심리클리닉 강좌와 상담을 진행해온 신경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대인관계클리닉 원장이 리더들에게 필요한 마음경영 방법을 제시합니다.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경영자들이야말로마음의 힘이 중요합니다. 마음을 강하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통해 인생을 변하게 하는 마술 같은 힘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우린 왜 남에게 하듯이 자신에게는 조언할 수 없는 걸까? 우리가 타인에게 조언할 수 있는 이유는그의 문제는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내 문제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기 힘들다. ‘나는 중요하고 특별한 존재라는 자의식이 우리의 내면을 깊이 지배한다. 이런 이유에서 자신에게도 객관적인 시각을 갖도록 노력하는 자세는 중요하다. 내게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 역시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이려고 애써야 한다. 인생의 모든 문제는 일반적이면서도 특수하다. 그 특수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내가 가진 콤플렉스다. 일반적인 문제를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나의 콤플렉스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 때다. 그런 뜻에서 나의 특수성을 일반화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적 성숙의 또 다른 모습이다.

 

A씨는 이십대 중반에 유부남 상사와 사랑에 빠졌다.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해야 하는 나이에 가진 잘못된 만남은 그녀를 황폐하게 만들었다. 물론 처음부터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그런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 그녀에게 비슷한 만남을 소재로 한 숱한 드라마와 소설, 영화 속 이야기는 다 남의 일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어리석어야 저런 진부한 연애에 빠질까 하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드라마틱하고 불행한 연애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던데 아마 그런 건지도 모르지 하고 치부해 넘길 때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그 상황에 놓이고 보니 이야기가 달랐다. 진부하지도 않았고 드라마틱한 불행을 즐길 수는 더더욱 없었다. 애달프고 비참하고 고통스러웠다. 견디다 못한 여자가 남자에게 이혼하고 자신과 결혼하자는 말을 꺼냈다. 그때부터 상황은 급전직하 달라졌다. 남자가 그녀를 피하는가 싶더니 아예 만남 자체를 거절하기에 이른 것이다. 둘 중 한 사람이 회사를 떠나기 전에는 같은 건물과 사무실 안에서 얼굴을 마주봐야 하는 것이 그들의 처지였다. 놀랍게도 남자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태연한 태도로 일관했다. 참담해진 여자는 이성을 잃고 말았다. 남자에 대한 원망과 후회, 분노와 피해의식으로 제정신이 아니게 된 것이다.

 

A씨는 근무시간에 시도 때도 없이 남자에게 전화하고 문자 보내고 퇴근 후에는 남자의 집 앞에서 기다리면서 당장 나오지 않으면 집으로 쳐들어가겠다고 위협했다. 그래도 남자가 꿈쩍도 하지 않자 남자의 아내에게 전화해 폭언을 퍼부었다. 그쯤 되면 부부가 헤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어찌된 셈인지 부부가 오히려 힘을 합쳐서 그녀를 더욱 가혹하게 밀어냈다. 그럴수록 그녀는 복수심에 불타올랐고 행동은 더욱 파괴적이 돼 갔다. 그대로 가다가는 두 사람 다 회사를 그만둬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 보다 못한 친구의 도움으로 그녀는 마침내 상담을 받게 됐다.

 

상담 초기 그녀는 여전히 남자에 대한 맹렬한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한 상태였다. 그와 같은 분노와 원망은 부모한테까지 이어졌다. 그 남자를 만났을 때 자기가 불행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그녀의 주장이었다. 그 무렵 그녀의 부모는 갑자기 사업이 기울어서 생활을 그녀의 월급에 의지하고 있었다. 한창 멋 부리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놀아야 하는 시기에 그녀는 뜻밖의 가장 노릇에 우울하고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꼈다. 그러던 차에 상사가 위안의 말로 다독여주고 멋진 선물공세까지 펼치자 그만 넘어가고 말았다고 그녀는 주장했다. 따라서 애초에 자신을 그처럼 불행하게 만든 부모와 형제들이 너무나 밉다는 것이었다.

 

그 분노는 세상에 대한 전반적인 분노로까지 이어졌다. 그녀는 세상 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눴다. 불행한 나와 행복한 다른 사람들. 그녀는 자기를 빼놓고는 이 세상 사람들이 다 행복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행복한 다른 사람들이 다 미웠다. 그녀를 보며 언젠가 기욤 뮈소가 책에다 쓴 문장이 떠올랐다. “이 세상에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 건 그들이 다 지나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그녀에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러기엔 그녀의 속에 원망과 피해의식이 지나치게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상담이 진행되면서 그녀는 어느 정도 진정돼 갔다. 이윽고 자신의 처지를 돌아볼 줄도 알게 됐다. 그러던 중에 그녀는 한 가지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

 

회사에서 두 사람이 사귄다고 소문난 커플이 있었다. 둘 다 싱글이어서 사람들은 그러려니 했다. 그러다가 남자가 배신을 하고 말았다. 배신을 당한 여자는 몹시 힘들어했다. 그러자 A씨가 그녀에게 조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녀는어차피 떠날 사람이라서 떠난 것뿐이니 혼자 불행을 곱씹는 것 자체가 해선 안 될 일이다’ ‘남녀가 이별할 때는 쿨하게 떠나 보내는 것이 최선인 것 같더라’ ‘원망과 복수심에 사로잡히면 피해의식만 커지고 결국 남는 건 피폐해진 자신밖에 없더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라는 요지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A씨는 자신의 경험담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상대방을 위로했다. 그러자 상대방 역시 그녀의 태도에 감동을 받고 그녀가 조언해주는 대로 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상담시간에 그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A씨가 말했다.

 

“사실 그녀에게 씩씩하게 조언을 해주는 나 자신에게 많이 놀랐습니다. 그만큼 제 마음이 회복돼 간다는 뜻이겠죠. 그러면서도다른 사람에게는 합리적인 조언을 할 수 있으면서 나 자신에게는 왜 그렇지 못한 걸까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A씨는 탄식하듯 말을 이었다.

 

“제가 그녀에게 해준 조언을 그때 제 자신에게 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랬더라면 그토록 혹독한 시간은 피해갈 수 있었을 텐데요.”

 

그녀의 회한이 아프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한두 번씩 그런 회한에 사로잡히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제목의 시집도 있지 않던가. 그만큼 뒤늦은 후회와 탄식으로 겹겹의 층위를 이루면서 사는 것이 우리 인생인지도 모른다. 우린 A씨의 말처럼 왜 남에게 하듯이 자신에게는 조언할 수 없는 걸까?

 

우리가 다른 사람의 문제에 대해 조언할 수 있는 것은그의 문제는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내 문제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할 수 없다. A씨의 경우가 가장 좋은 사례다. 그녀가 참지 못하고 자신에게 고통을 준 남자에게 꼭 복수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그것이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내게 일어났다는 특수성에 기인한다. , 남의 인생에서는 일어나도 되지만 내 인생에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늘 말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지독하게 나르시시즘적인 존재다. 지금 이 순간의 나만큼 세상에 중요한 사람은 없다. 보르헤스가 <두 갈래로 난 정원의 오솔길>에서 표현한 유명한 문장-“수십, 수천 세기의 시간이 흘러가지만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현재뿐이다. 공기 중에, 땅에, 바다에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바로 나한테 일어난 일뿐이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보르헤스는 오로지 지금의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문제에서 객관적이 되기 어렵다. 자신은 중요하고도 특별한 존재라는 자의식이 우리의 내면을 깊이 지배하고 있는 탓이다. 따라서 남에게 하듯이 나에게 조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면 자신에게도 객관적인 시각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내게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 역시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이고 애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길을 가는데 누가 나를 쳐다본다고 하자. 길을 가다 사람들을 쳐다보는 것은 너무나 흔히 일어나는 일반적인 일이다. 그런데 거기에 어떤 의미, 즉 상대방이 나를 무시해서 쳐다본다고 생각하면 피해의식이 생겨난다. 상대방이 나를 예뻐서 쳐다본다고 생각하면 약간의 과대망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나도 어떤 때는 길가는 사람을 아무 뜻 없이 쳐다볼 수 있다. 남들이라고 나한테 그러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그렇게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하다. 그렇지 않고왜 나한테?’라고 의미를 찾기 시작하면 골치 아파진다.

 

인생의 모든 문제는 일반적이면서도 특수하다. 내게 생겨난 문제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다 겪을 수 있는 문제란 뜻이다. 그런데도 그것이 바로 내 문제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그리고 그 특수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내가 가진 콤플렉스다. 일반적인 문제를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나의 콤플렉스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 때다. 그것을 입증한 사람이 바로 융이다. 그는 언어연상검사를 통해 사람들이 자기에게 특수한 의미를 가진 단어를 주면 거기에 대해 연상하는 것이 느려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내가 아버지와 관계가 좋았다고 하자. 그럼 나는아버지라는 단어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는다. 하지만 내가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고 하자. 그럼아버지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내 마음 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솟아오른다. 그럼 그것을 감추기 위해 아버지를 미화하거나 아니면 일반적인 아버지 상에 대해 분노하거나 할 것이다.

 

내 문제는 물론 내게 특수하다. 하지만 일반화해서 볼 수 있을 때 우린 그 문제를 조금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성경에네가 받고 싶은 대로 주라는 것이 바로 이것 아니겠는가. 내가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것은 나의 특수성이다. 그것을 일반화해서 생각해보면 내가 받고 싶은 것처럼 상대방도 똑같은 욕구가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이해와 수용이 많아질 때 인간관계의 여러 가지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다.

 

더불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린 어떤 경우에도 남에게 하듯이 자신에게 합리적인 조언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금만 자신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노력한다면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또한 결국 인간은 누구나 같은 것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그런 뜻에서 나의 특수성을 일반화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적 성숙의 또 다른 면인지도 모른다.

 

양창순 신경정신과·대인관계클리닉 원장 mind-open@mind-open.co.kr

 

양창순 원장은 정신과, 신경과 전문의로 현재 <양창순신경정신과·대인관계클리닉> 원장이다. 연세대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성균관대에서 주역과 정신의학, 리더십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두 번째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정신의학회 국제회원, 미국의사경영자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ceo, 마음을 읽다> <미운 오리새끼, 날다> 등 자기계발, 대인관계, 리더십을 주제로 한 책들을 10여 권 넘게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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