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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Planning

인생은 장거리 경주… 내면의 가치를 찾아라

최효진 | 83호 (2011년 6월 Issue 2)
 

편집자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이 ‘과연 내가 경력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습니다. 인재 채용 및 경력 계발 전문 업체인 HR코리아는 실제 현장에서 체험한 일대일 코칭 사례를 토대로 경력 관리 수준 측정 및 개선 방안 등을 제시합니다. 직장인 및 전문가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필자에게 커리어 코칭을 받기 위해 많은 직장인들이 찾아오지만, 우연찮게 같은 학교 같은 과를 나온 A, B 두 명이 서로 다른 고민을 갖고 찾아온 적이 있다. A는 한 공기업에서 생산관리를 맡고 있는 엔지니어였고, B는 국내 손꼽히는 한 대기업에서 신규사업 기획을 맡고 있었다. 기계공학을 전공했던 두 친구가 전혀 다른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있는 것도 색달랐지만 고민도 달랐다.
 
A는 대학 졸업 후 한 공기업에서 생산설비를 총괄하는 엔지니어로 10년째 근무하고 있었다. 대화를 나눠보니 연봉도 동종업계에서 높은 편에 속했고, 3교대로 일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업무강도도 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현재 직장에 대한 A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필자는 ‘도대체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돼 코칭을 받으러 왔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A의 고민은 조금 놀라웠다. 그의 고민은 바로 하루하루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업무가 견딜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전문성이 쌓이긴커녕 오히려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 더 역동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단순히 설비를 관리하는 업무가 아닌 기획업무 같은 창의적인 업무를 하고 싶고, 이를 위해서는 직장을 옮길 각오까지 돼 있었다.
 
B의 고민은 A와는 정반대였다. 국내 한 대기업에 재직 중인 B는 입사 후 줄곧 신규사업 기획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부서의 특성상 입사 후부터 줄곧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해 왔다. 물론 기획한 아이템이 기업의 새로운 사업분야로 채택된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대부분은 사장되기 일쑤였다. 그는 오랫동안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이력서에 자신 있게 써 내려갈 성과물도 별로 없었고 이로 인해 과연 제대로 경력관리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그는 현재 맡고 있는 업무보다 조금 더 안정적인 업무를 맡고 싶어했다.
 
많은 직장인들은 자신의 삶에 있어서의 가치를 어렴풋하게 인식하며 생활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하느라 일생을 보내고 있을 수도 있고, “당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라”는 흔한 조언을 따르며 삶을 보내고 있을 수도 있다. 혹은 주변으로부터 저항이 가장 적은 길을 택했기 때문에 자신의 내면에 있는 삶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지 못 한 채 직업생활을 영위하다 보면 직업에 대한 불만족이 생기기 시작하고 업무에 열의를 잃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다수는 불만족의 원인을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상사의 탓으로 돌린다. 예를 들어, 상사의 리더십이나 조직의 문화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종류의 사고방식은 종종 다른 기업을 두리번거리며 지금의 회사를 떠나 이직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메뚜기형’ 경력관리의 원인이 된다. 이런 불만족은 연봉, 직급 등 외형적인 조건으로 상쇄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기에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계속 불만족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를 통해 이직을 세 번이나 진행했던 한 IT기업의 P이사는 세 군데나 회사를 옮겨 다닌 후에야 자신에게 필요했던 것은 회사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업무를 바꾸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IT분야에서 개발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관리자가 되는 것을 꿈꾼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더 많은 급여와 지위가 보장되기 때문에 관리자로 승진하는 것에 동의했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팀원들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고민하며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다시 프로그래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현재의 직업에 만족하십니까
다시 A와 B의 얘기로 돌아가보자. 본격적인 코칭에 앞서 먼저 현재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를 체크리스트를 통해 알아봤다.
 
예상했던 대로 A, B 두 명 모두 진단점수가 27점 미만으로 나와 현재의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크리스트의 점수결과를 바탕으로 대화를 나눠보니 A, B 모두 현재 하고 있는 직무를 통해 즐거움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이들은 열정과 자신감을 잃어가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이들은 자신의 내면에 감춰져 있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무시하고 직업을 선택했기에 이러한 부작용들이 나타난 것이다.
 
나는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는가
직업생활에서 자신이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는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현재의 업무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지 않는 것은 다른 어떤 조건들로도 보상받을 수 없다. 다음의 다섯 가지 유형 중 당신은 어떤 것을 추구하는지 살펴보자.

 
균형 추구형
균형 추구형에 속하는 이들은 일뿐만 아니라 가정생활과 개인생활을 중시한다. 때문에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높은 질의 삶을 추구한다. 가급적이면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고, 주말이나 휴가에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갖는다. 이 부류에 속한 이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일에 파묻혀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유명 외국계 컨설팅회사에 다니던 c이사는 종종 매스컴에도 등장하곤 하던 유명 컨설턴트였다. 업무에서는 승승장구였지만 그 만큼 개인시간은 줄어들었고 가족과의 관계도 점점 소원해져갔다. 고민하던 박 이사는 결국 한 중견회사의 기획팀 팀장으로 이직했다. 그의 주변에서는 모두 반대했을 만큼 일반적인 경력관리 형태와는 반대되는 이직이었다. 유명 컨설턴트에서 일반 중견기업의 기획팀장으로 옮겼지만, 그는 전보다 자신만의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고 한다.
안정 추구형
안정 추구형의 사람들이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고용안정이다. 소위 ‘가늘고 길게’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미덕이다. 현재 하는 업무가 나의 적성에 맞는다거나 가시적인 업무성과를 통한 승진은 이들에게 큰 의미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승진을 경계하고 너무 튀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항상 퇴직 후를 대비해 소위 전문직으로 불릴 만한 자격증 취득에 관심을 기울인다.
 
국내 한 유통회사의 재무팀에 재직 중인 김 과장은 전형적인 주경야독 스타일이다. 몸담고 있는 기업도 대기업의 계열사라 경영상태도 양호하고 본인도 조직 내에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김 과장은 언제 자신에게 퇴직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그는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학원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그는 갈수록 정년퇴직 시기는 빨라지고 평균수명은 늘어나는 요즘의 상황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전문직뿐이라고 믿는다.
 
승진 추구형
승진 추구형은 속해있는 조직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는 것이 최대 가치다. 입사하면서부터 이들에게 가장 큰 가치는 내부경쟁에서 승리해 CEO, 임원 등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직장생활이 그들에게 최고의 즐거움이며 자신이 이뤄낸 성과에 대한 조직의 인정과 이로 인한 승진이 열정의 원동력이다. 이들은 주말, 야간 관계없이 자신의 업무에 시간을 할애한다. 보통 대기업의 임원급 인재 등에서 이러한 유형을 많이 볼 수 있다.
 
국내 대표적 전자기업의 양 전무는 올해 초 단행된 인사발령에서 전무로 승진하면서 드디어 그동안 회사에 바쳤던 자신의 열정과 수고가 인정받는 것 같은 뿌듯함을 느꼈다. 대학졸업 후 큰 고민 없이 입사했던 현 직장이었지만, 그는 신입사원 연수시절부터 이곳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겠노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 후로 20여 년간 그는 자신이 맡은 업무에서 회사 내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영업팀이었던 그는 주말에도 고객사 담당자들과의 교류를 위해 모임에 참석했고, 때로는 해외 바이어들과의 회의를 위해 밤새우는 일도 예사였다. 이러한 노력은 그가 조직 내에서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됐고, 수많은 그의 동기들이 중간에 퇴직하는 상황에서도 회사에서는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영업본부를 총괄하는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다.
 
전문가형
전문가형의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추구한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조직 내외의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이고 고유한 역량을 쌓기 위해 노력한다. 때문에 전문가형의 사람들은 업무에서 자신만의 스킬, 전문성을 가지고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등의 직종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안정추구형과는 다르게 평생직장보다는 평생직업을 선호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신이 조직 내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나면, 창업해 스스로 독립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벤처규모의 IT보안솔루션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 사장은 본래 프로그래머 출신이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던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던 IT기업이 IMF시절 부도가 나면서 자신이 이끌던 팀원들 몇 명과 함께 현재의 기업을 창업했다. 그는 프로그래밍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여러 경쟁업체로부터 많은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창업을 선택했다. 이미 퇴직의 아픔을 겪은 그는 조직생활이 언제까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고 자신의 프로그래밍 실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분방형
자유분방형에 속한 이들은 구속을 싫어하고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것을 추구한다. 보통 예술가적 기질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이러한 유형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조직 특유의 상하관계, 강압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매일매일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삶을 싫어한다. 자신의 판단에 의해 스스로 책임지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조직생활을 하다가 결국 견디지 못하고 나와서 자기만의 독립적인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브랜드에서 제품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김 과장은 벌써 지금의 직장이 다섯 번째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나름대로 포부가 있었지만 담당업무와는 별개로 조직생활은 그에게 큰 장벽으로 다가왔다. 동료와의 불화, 상사의 강압적인 업무지시, 정해진 출근시간 등이 그에게는 힘들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를 옮기다 보니 벌써 네 번이나 이직을 하고 말았다. 지금의 회사에 입사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또 엉덩이가 들썩이기 시작한다. 고민 끝에 그는 자신이 직접 회사를 창업해 자유롭게 일하기로 계획하고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시장 가치보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따르라
필자가 커리어 코칭을 하면서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하려는 젊은이들이나 어느 정도 경력이 쌓여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려는 직장인들 중 최근에 뜨거나 미래 유망 업종을 무조건적으로 선호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이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길인 것처럼 생각하게 되고 당대에 시선이 집중되는 직업을 갖고 생활하다 보면 왠지 모를 우월감도 느낄 수 있다.
 
앞서 얘기했던 A씨도 지금은 고민에 빠져있지만 공기업이 소위 신의 직장이라 불리며 떠오르던 시기에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년여를 준비해 어렵게 들어갔다. B씨도 공채로 입사해 연수시절 상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당시 가장 인기가 있던 기획팀에 들어가게 됐고, 본인 또한 그것을 자랑스러워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인생은 몇 년으로 마무리 되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우리는 이것을 잘 알고 있지만 직장생활에서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업종, 직종보다 자신의 삶의 가치에 부합하고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굴곡의 연속이다. 평탄한 도로를 달리는 것 같다가도 금세 자갈길로 바뀌고, 어떠한 때에는 좁은길이 되기도 한다. 탄탄대로를 달릴 때는 어떠한 일을 하고 있든지 어느 정도 만족감을 느끼고 견딜 만하지만 조그마한 어려움이라도 맞닥뜨리게 됐을 때는 금세 상황에 불만족하고 자신의 선택을 원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신의 내면에 속해있는 가치를 파악하고 이에 부합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어려움 속에서도 만족감과 행복감을 지속시킬 수 있다. 또한 이를 극복해낼 열정과 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몰입하고 잘하려 노력하게 된다.
 
자신이 진정 무엇을 추구하는지 잘 알고, 그것에 부합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직장생활에서 누구나 한번쯤 이러한 고민을 하게 되지만 해답을 찾지 못한 채 현재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내면적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성공적인 경력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열정과 만족감이다. 이러한 요소는 자신의 역량을 발전시킬 수도, 퇴보시킬 수도 있다.
 
평생 경력개발을 해야 하는 요즘, 현재의 상황에 불만족하고 있다면 현명한 결론을 위해 더욱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나는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지를 발견하는 노력이 경력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다는 것을 공감하고 실행에 옮겼으면 한다.
 
최효진 HR코리아 대표 0191choi@hrkorea.co.kr
 
최효진 대표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SK그룹 회장실 비서실장과 SK텔레콤 해외 사업 본부장 및 글로벌 사업 추진 실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다이나믹 시커> <다이나믹 코칭 리더십> <삶을 움직이는 힘 코칭 핵심 7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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