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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Planning

혹시 첫 직장, 잘못 선택했나요?

최효진 | 78호 (2011년 4월 Issue 1)
 

편집자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이 ‘과연 내가 경력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인재 채용 및 경력 계발 전문 업체인 HR코리아는 실제 현장에서 체험한 일대일 코칭 사례를 토대로 경력 관리 수준 측정 및 개선 방안 등을 제시합니다. 직장인 및 전문가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국내 한 IT벤처기업의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인 P이사. 그는 요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국내 명문대학을 거쳐 해외 대학원을 졸업한 뒤 국내 대기업 여러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원래 그는 이 기업들 중 한 곳에서 경력을 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같은 대학원 출신인 선배에게 ‘러브 콜’을 받았다. 선배가 창업한 회사에서 개발을 담당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 당시 국내에선 벤처 붐이 일었다. P이사는 ‘시작은 미미해도 잘만 하면 한국의 빌 게이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빠져 있었다. 곧 그는 선배의 회사에 합류하게 됐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처음 입사할 당시 꿈꾸던 미래가 아니었다. 회사는 대박은커녕 매년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런 회사 경영상황이 P이사 자신의 커리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선배의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당시 연봉 대신 받았던 스톡옵션도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회사를 옮길 생각에 몇 군데 이력서를 넣어봤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유능한 인재라고 생각해왔던 그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이대로 가다간 경력 단절상태에 빠질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낀 P이사는 커리어 코칭 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대학진학과 마찬가지로 입사를 앞둔 많은 사회 초년생들에게 첫 직장은 자신의 이력서에서 지울 수 없는 문신처럼 절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로 첫 직장의 이미지가 평생의 경력관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첫 직장을 경솔하게 선택할 수 없다. 물론 첫 직장을 구하기 힘든 입장에서는 첫 직장을 신중하게 고르라는 말이 배부른 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먹을 게 없어 굶주리고 있는 사람에게 체할지도 모르니 천천히 먹으라는 말과 같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숟가락을 드는 순간, 그동안 공복에 참고 있던 욕구를 보상 받으려는 심리에 더 많이 먹어 체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첫 직장을 선택할 때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첫 직장을 금방 그만두게 되면 이·전직을 하더라도 비슷한 이유로 또 다시 이·전직을 하게 된다. 또 첫 직장의 규모와 비슷한 직장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 처음 맡게 된 업무를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위 사례의 P이사처럼 신중한 선택의 시간을 가지지 않은 채 막연한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시작한 사회생활은 몇 년이 지난 후 돌아봤을 때 경력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첫 직장은 직장생활과 연봉의 기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첫 직장에서의 연봉은 이직 시 연봉협상의 기준이 될 수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이는 점점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본인의 관심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종 선택 역시 관심 분야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동일 업종이더라도 업체에 따라 연봉의 차이가 클 수 있고, 동일 기업에서도 경력이나 전문성에 따라 연봉이 천차만별이다.
 
실제로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2명 중 1명이 첫 직장에 따라 평생 ‘직장 운’이 좌우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직장인들이 ‘직장 운’의 기준을 연봉으로 꼽고 있다. 첫 직장에서의 연봉 초임은 입사 후 연봉협상이나, 다른 기업으로 이직할 때도 자신의 몸값을 좌우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같은 조사에서 ‘업무가 본인에게 잘 맞는지의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첫 직장의 연봉만이 미래의 연봉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의 전문성과 경력,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보다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연봉을 회사 선택의 최우선 순위로 고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본인의 전문성을 쌓고, 본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연봉은 차선이 될 수 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다 끝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처음 직장을 잘못 들어갔다고 해서 본인은 계속적으로 실패한 경력관리를 해야 하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본인의 노력 여부에 따라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하더라도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 갈 수 있다. 입사한 직장은 결국 백그라운드에 지나지 않고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역량이나 실적이다. 직장의 브랜드가 곧 자신의 브랜드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직장의 이름값만 믿고 본인의 전문성을 쌓는 데 소홀하다 자신을 지켜주던 백그라운드가 없어지면 그때서야 본인의 낮은 전문성에 후회하지만 이미 때는 늦다. 반대로 어떤 직장에서든 장기적 관점에서 뚜렷한 경력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역량과 전문성을 쌓는다면 얼마든지 ‘반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얼마 전, HR코리아를 통해 한 외국계 회사의 지사장으로 이직을 한 K사장은 충실한 경력관리를 통해 첫 직장의 불리함을 성공적으로 뒤집었다.
 
지방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한 K사장은 중소기업 전산실에서 직장생활의 첫 단추를 뀄다. 1년간의 근무로 전산실 업무를 익힌 그는 한 대기업 전산계열사로 전직해 5년 동안 일했다. 5년 동안 그는 남들은 엄두도 못 내는 프로젝트를 맡아 성공시켰다. 강한 업무 추진력을 인정받은 그는 이 회사에서 조기 승진을 약속 받았다. 하지만 그는 외국계 컴퓨터 회사의 한국 계열사를 선택했다. 외국계 회사에서는 개발이 아니라 영업에 매달렸다. 한국 시장을 잘 아는 그는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1위로 끌어올려 북아시아 시장 전체를 관할하기에 이르렀다.
 
K사장의 첫 직장 동료들은 아직도 중소기업에서 중간관리자로 근무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학벌이나 첫 직장의 규모에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전문성을 쌓으려 노력했고 철저히 인맥관리를 했다.
 
틀어진 단추를 다시 맞추기 위한 노력
이렇게 처음 틀어졌던 자신의 경력관리를 다시 본 궤도에 올리기 위해선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 까? 자신의 현실에 불만족 하고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직장인들은 다음의 네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대학에서 특정분야를 전공했다거나 회사에서 오랫동안 그 분야 업무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직무의 전문성을 갖췄다고 말하지 않는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자신만의 독특하고 깊이 있는 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자신의 경력을 통해 쌓인 노하우가 전문성을 증명할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이다. 또 매출액 증가, 비용절감 효과, 업무효율성 증가 등의 성과물을 수치로 표시해 정리해 두면 회사 안과 밖에서 전문성을 입증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대학원이나 전문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을 듣거나 기업의 사내인재양성 교육을 충실히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라
개인의 경력계획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냉정히 평가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여기에는 자신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과 노동 시장 상황 전반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포함된다.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는 자신의 가치관, 성격, 직업에 대한 흥미, 대인관계 스타일, 평상시의 행동 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실시해야 한다. 현 직무가 자신의 경력욕구를 실현해 주는가? 그것이 자신의 경력목표와 일관성이 있는가? 자신의 현 직무가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활용하고, 자신의 욕구와 가치를 실현하는 것인가를 분석해 봐야 한다.
 
인적 네트워크를 넓혀야 한다
사람을 관리하는 일은 평생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인연이 중시되는 한국사회에서는 ‘휴먼 네트워크’가 한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로 사용될 수 있다. 물론 일반적인 학연, 지연 등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모임이 있다면 꼭 참석해야 한다. 또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것도 인맥을 만들고 관리할 수 있는 주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전문가와 상담하라
자신의 경력 관리는 자신 스스로만 한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평소에 이런저런 도움을 줄 수 있는 멘토를 적어도 2∼3명 정도 만드는 것이 좋다. 같은 업종의 전문가나 동료, 혹은 상사라면 더욱 좋다. 이들과의 주기적인 만남을 통해 자신이 속해있는 업계의 동향 등 최신의 정보를 입수해야 한다. 헤드헌터, 코치 등과의 관계를 통해 전문적인 조언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직장관리’가 아닌 ‘역량관리’
첫 직장은 ‘배움의 터’라고 생각하고 평생직업의 시대에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커리어를 쌓아 갈 것인가를 함께 고려해 선택하는 게 좋다. 직장을 행여 잘 선택하지 못했더라도 되돌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처음엔 실패했다 하더라도 본인의 노력 여부에 따라 이후의 자신이 만들어갈 경력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첫 직장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자신이 속해있는 기업, 맡고 있는 업무가 자신이 평생의 경력에 도움이 되는지, 자신이 다른 곳에서도 인정받을 만한 역량을 쌓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갈수록 고용불안이 심화되면서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의 시대를 살려면 자신이 맡게 될 업무와 직급이 경력관리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또 향후 자신이 목표로 하는 일과 연관성이 있는지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흔히 직장 생활을 쉬지 않고 열심히 하면 경력관리를 잘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경력관리는 직장관리가 아니라 역량관리라고 할 수 있다. ‘어디를 다니고 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서든지 ‘어떤 역량을 쌓고 있다’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남들이 말하는 좋은 회사, 대기업을 다니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경력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 안에서 어떤 경험을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업무에 자신의 뚜렷한 발자국을 남겨야 한다는 말이다. 국내는 바닥이 좁아 한 사람만 건너면 그 사람이 과거 수행했던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가 금방 나타난다. 그리고 이전 직장에서의 평판 조회는 재취업 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또 직장을 옮긴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느 직장에서든 실적으로 승부를 하여 핵심에 머물러야 한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가치 창조자가 돼야 한다.
 
최효진 HR코리아 대표 0191choi@hrkorea.co.kr
 
최효진 대표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SK그룹 회장실 비서실장과 SK텔레콤 해외 사업 본부장 및 글로벌 사업 추진 실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다이나믹 시커> <다이나믹 코칭 리더십> <삶을 움직이는 힘 코칭 핵심 7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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