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산다?

4호 (2008년 3월 Issue 1)

최근 우리는 ‘변해야 산다’, ‘혁신만이 살 길이다’처럼 조직 또는 개인 차원의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런 말들을 들었을 때 대부분은 “그래, 맞아. 나도, 우리 회사도 빨리 변해야 돼” 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그 다음 단계로 “그럼 뭘, 어떻게 바꿔야지?”라는 질문을 하면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남들은 급변하는 환경에 잘 적응해서 적절히 변신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구태의연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 같아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는 메시지를 접했을 때 제일 먼저 작동하는 심리는 ‘공포심 관리’ 프로세스라고 한다. 이 상황에서는 우리 마음속에 일어나는 걱정과 두려움이 너무나 위협적이어서 우리는 두려움 자체를 다스리는데 심리적인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게 된다. 이에 따라 두려움의 원인을 관리하고 근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을 취할 만한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반면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를 접했을 때 두려움의 대상을 어떻게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되면 우리들 마음속에는 ‘위험 관리’ 프로세스가 작동하게 된다. 이 프로세스를 활용하면 우리는 자기 자신의 공포심에 대한 관리와 함께 당면한 위험을 관리하는데 적합한 행동을 취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변해야 산다’는 말을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로 해석하는 사람들의 경우 두려움과 공포를 갖게 된다.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해결책을 함께 제시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두려운 감정에 압도돼 적절한 행동을 취하기 어려워진다.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으로 필자는 ‘생각의 틀 (mental frame)’을 바꾸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개인이나 조직의 변화를 위한 행동에 돌입하기 이전에 우리는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의 틀을 여러모로 바꿔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우리 회사에 대해 불평하는 고객을 ‘잠재적 소송 당사자’로 간주하기 보다는 ‘우리 기업에게 무료로 고객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직원들에 대한 교육훈련 예산을 ‘비용’이라기보다는 ‘투자’로 생각할 수도 있고, 고객과의 계약을 하나의 ‘거래’로 생각하기보다 ‘장기적인 기업-고객 관계 형성의 일부분’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같이 생각의 틀에 변화를 주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며, 때로는 보이지 않던 해결책을 쉽게 찾을 수도 있다.
 
사실 우리 속담에는 ‘변해야 산다’는 가르침과 모순되는 말들을 많다. 예컨대, ‘한 우물을 파라’든지,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 예다. 이런 가르침들에도 선조의 지혜가 담겨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우리는 ‘변해야 산다’는 말을 무조건 추종하지 말고 무엇을, 언제,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결정할 때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생각의 틀을 바꿔보는 것이다. 변화 그 자체를 위한 변화는 위험하다. 변화를 위한 잘못된 행동에는 항상 비싼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기억하자.
 
필자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 대학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등 세계적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으며 한국경영학회와 한국마케팅학회로부터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