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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패한 장수는 참(斬)해야 한다?

문권모 | 45호 (2009년 11월 Issue 2)
“실패의 경험을 공유하고 패자부활의 기회를 줘라.”
이번 칼럼에서는 제가 얼마 전 동영상으로 접한 강연의 내용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할까 합니다. 서두의 말은 ‘위대한 기업, 로마에서 배운다: 성공 원인과 리더십’이란 강연의 내용입니다. 이 강연은 전경련 산하 IMI 국제경영원에서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사장님이 진행하셨습니다.
 
강연에서 여러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중 2가지가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바로 ①‘패전 책임을 묻지 말고 패자부활의 기회를 줘라’와 ②‘물질적 여건을 마련한 후에 조직원의 정신력을 강화하라’였습니다. 2가지 모두 우리가 평소에 갖고 있던 ‘믿음’ 혹은 ‘통념’을 깨주는 것이었습니다.
 
로마에서 배우는 합리성의 힘
고대 로마는 칼로 일어나 칼로 흥한 나라입니다. 로마인들은 강력한 무력을 기반으로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패전의 책임을 물어 장수를 처벌하지 않는 전통이 있었다고 합니다. 실패의 경험을 모두가 공유해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기 위해서였습니다.
 
카르타고 등 로마의 적국에서는 전쟁에 진 장수를 처형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실패 경험의 공유는 고사하고 유능하고 경험 많은 인재가 남아나질 않겠지요. 조직원의 사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예전에 한 지인이 다니던 회사를 떠나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지금 회사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상보다는 벌에 무게 중심이 더 가 있어요. 이전에 아무리 일을 잘한 사람도 조그만 실수를 했다고 엄하게 문책을 하니 직장 분위기가 정말 안 좋습니다.”
 
많은 리더들이 실패에 대한 질책이나 책임 추궁을 강화해야 조직원들의 정신 상태가 해이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결코 정답이 아닙니다. 김경준 부사장께서는 강연에서 “장수가 전쟁에 지는 것은 능력이 없거나 운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능력이 문제라면 그런 사람을 보낸 공동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며, 운이 없어 실패했다면 당사자를 죽일 이유는 없지 않느냐”고 말씀하시더군요. 운이 없어 실패한 사람이 심한 질책까지 받는다면 정말 일할 맛이 나지 않겠지요. 패자부활의 전통이 있는 조직은 경험과 지식의 축적을 기반으로 같은 적에게 2번 패배하지 않습니다.
 
절대로 옥쇄하지 않았던 로마군
‘물질적 여건을 마련한 후에 조직원의 정신력을 강화하라’란 포인트도 흥미롭습니다. 로마군은 무기보다는 병참으로 이겼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지역을 공격하려면 2, 3년이 걸리더라도 도로부터 닦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로마군에는 절대로 옥쇄(玉碎)가 없었다고 합니다. 로마군은 의미 없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 최선의 승리 여건을 만들어놓고 전쟁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투철한 정신을 가지고 싸우면 혹시 이길지도 모른다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지요.
 
물론 정신력이 중요하긴 하지만, 물질적 토대가 없는 정신력은 의미가 없습니다. 전원 옥쇄를 외치며 가미카제 특공대까지 동원한 일본군은 끝내 미군의 합리성과 물량 공세에 밀려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했습니다. 1979년 중월(中越)전쟁에서 중국군은 베트남군의 AK 소총 때문에 엄청난 타격을 받았습니다. 바로 중국이 베트남전 때 월맹군에게 공짜로 준 무기였습니다.
 
베트남군이 AK 소총을 표준화기로 사용한 데 반해 정작 중국군은 분대당 2정 정도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반자동 SKS(56식 소총)였지요. 총알도 아껴야 하고, 일발필중(一發必中)의 혁명정신으로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혁명 원로들의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병참은 정신력 못지않게 전쟁의 승리를 결정짓는 핵심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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