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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을 낳은 CBS, 치열한 ‘황금 사냥’

조인직 | 42호 (2009년 10월 Issue 1)
비즈니스 스쿨의 꽃은 역시 취업이다. 10만 달러 이상의 기본급을 받는 데다 어느 기업에서건 중간 관리자급 이상으로 발돋움을 하려면 MBA 학위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CBS)은 취업의 양과 질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아이비리그 MBA스쿨에 비해 많은 비교 우위를 누리고 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 뉴욕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 특히 월스트리트와 지하철 1호선으로 20분 거리에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엣지’ 덕에 특히 파이낸스 분야의 취업률이 독보적이다.
 
골드만삭스 채용 담당자에 따르면, 2008년 MBA 졸업자 채용에서 CBS 졸업자는 세계 MBA스쿨 중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대 컨설팅회사 맥킨지에서도 해마다 50명 이상을 뽑아 전체 MBA스쿨 중 1∼3위를 다투고 있다. 극도로 취업이 어렵고, 일부 MBA스쿨 학생만을 채용하기로 유명한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의 채용 공고문에서도 컬럼비아대는 하버드대,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과 함께 ‘빅 3 채용 학교’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아무리 우수한 학생이라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피해갈 수는 없다. CBS에서는 9월 8일 2학년들을 대상으로 취업설명회를 열었다. 주제는 역시 ‘채용 시장의 회복 속도는 경기 회복 추세보다 늦다(Global job recovery lags behind economic recovery)’였다.
 
CBS의 취업준비실에 따르면, 올해 5월 졸업한 CBS 2009년 졸업 학번(class of 2009) 중 한 곳 이상에서 취업 제의를 받은 학생은 85%였다. 하지만 제의를 받아들여 현재 그 직장에 다니고 있는 학생은 76%에 불과했다. 졸업 3개월 후 통계치를 기준으로 각각 98%, 93%에 달했던 재작년, 작년에 비하면 이례적으로 낮다. 그나마 이 수치도 ‘뉴욕 어드밴티지’ 덕분이라고 하니, 여타 MBA스쿨들의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 수 있다.
 
올해 여름방학 기간을 통해 서머 인턴을 경험했던 컬럼비아대 1학년(class of 2011)의 현실도 비슷했다. 1학년 학생들 550여 명의 인턴 실습처 1∼3위는 맥킨지(46명), 보스턴컨설팅그룹(21명), 부즈 앤 컴퍼니(20명)였다. 전략 컨설팅 업체의 독무대다. 경기가 좋을 때는 40∼50명을 인턴으로 받았던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는 올해 각각 14, 12, 11명만을 채용했다. 컨설팅 업계라고 경기가 좋았던 건 아니지만, 파이낸스 분야의 취업 시장이 얼마나 빡빡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설명회가 끝난 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 고용 시장의 험난한 상황 때문에 MBA 초봉도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라는 푸념을 털어놓았다. 특히 컨설팅 업계는 2000년대 이후 계속 기본급 12만50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어 원성이 높다. 한국 돈으론 1억5000만 원 정도니 적은 돈은 아니다.
 
그러나 MBA 2년을 위해 치러야 할 학비와 기회비용, 여기에 뉴욕의 살인적 물가를 감안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는 장사다. 컨설팅 업체에 취업한 선배들도 “원천징수 세금 33%, 퇴직연금인 401(K)의 위탁금, 맨해튼의 침실 하나짜리 집 빌리는 비용 3500달러를 빼면 12만5000달러를 받아도 저축은커녕 생활비도 빠듯하다”고 볼멘소리다.
 
컨설팅 업체보다 월급이 후한 월가 투자은행(IB) 입사 예정자들도 불만이 많다. 투자은행의 기본급은 10만 달러로 기본급만 따지면 컨설팅 업체와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금융위기 전에는 매년 최하 100%의 보너스가 주어졌고 부대 비용도 후했다. 2006, 2007년 투자은행에 입사한 사람들은 기본급 9만5000달러, 보너스 10만 달러, 이주 비용 1만 달러,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특별 보너스) 2만 달러 등 입사 첫해에만 2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턱없이 적은 연봉이 기다리고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CBS의 ‘투자은행 학생클럽(IBC)’은 9월 초 서머 인턴 후 정규직 채용 제의를 받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올해 투자은행 업계의 채용 보너스는 다소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UBS나 JP모건 뉴욕 본사에서는 과장급인 ‘어소시에이트(Associate)’로 MBA 졸업생들을 채용하면서 기본급 10만 달러, 사이닝 보너스 4만 달러, 이주 비용 1만5000달러 등 15만5000달러를 준다.
 
관련 업무 경력이 풍부한 극소수 학생들은 훨씬 더 높은 연봉 제안을 받기도 했다. 스위스 취리히 소재 헤지펀드에서 취업 제의를 받은 한 학생은 기본급 24만 달러, 사이닝 보너스 7만5000달러, 이주 비용 5만 달러 등 도합 36만5000달러를 제안받았다고 공개했다.
 
학생들은 이날 설명회 마지막 부분에서 특히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취업 시장의 바닥이 보인다’는 조심스런 낙관론이 등장한 걸 위안거리로 삼았다. 실제 아시아 시장에서는 채용 확대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취업준비실의 아시아 지역 채용 상담관인 토머스 모나코는 “올여름부터 홍콩, 싱가포르 소재 투자은행들의 MBA 출신 채용이 서서히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홀로 선전하고 있는 중국 경제를 받쳐줄 인재들이 꾸준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 뉴욕의 크레딧스위스 투자은행부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필자의 동급생 데이비드 루는 “인턴 근무는 뉴욕 사무소에서 했지만 최종 취업 제의는 홍콩 본사에서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계 미국인으로 중국어가 능통하다. 덕분에 홍콩 본사에서 취업 제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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