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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금쪽이

통보하는 자도, 받는 자도 괴로운 권고사직
“막막한 상황, 어찌해야 할까요?”

김수경,김명희 | 364호 (2023년 03월 Issue 1)

편집자주

경기 둔화의 돌파구로 구조 조정을 진행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권고사직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권고사직은 회사를 떠나야 하는 이들은 물론 남겨진 이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깁니다. 이번 ‘직장인 금쪽이’는 대상자로서 또는 통보자로서 권고사직을 경험한 독자들의 사연을 종합해 재구성했습니다. 권고사직이란 큰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개인과 조직의 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유 매니저(31) / 유통 기업 콘텐츠마케팅팀

Q1


어제 사무실에서 짐을 전부 뺐습니다. 옆 팀 사람들은 다들 분주히 일을 하고 있는 와중에 저희 팀 사람들만 부산스럽게 짐을 정리했죠. 경기가 어렵다, 회사가 어렵다…. 늘 듣던 말이지만 내 일처럼 와닿지 않았습니다. 팀원 전부가 권고사직을 제안받기 전까지 말입니다.

3일 전 갑자기 팀장이 팀원 개개인에게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평가 시즌도 아니었던 터라 다들 무슨 일인지 의아했습니다. 처음 면담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한 동료가 손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다독이며 무슨 일인지 묻자 팀이 해체될 예정이며 현재 팀원 전부 권고사직 대상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인사팀과 함께하는 다음 면담에서 권고사직을 받아들일지, 그렇다면 어떤 조건으로 회사를 떠날지 등을 논의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저 역시 권고사직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부서를 옮겨달라 할 수도 있겠지만 회사에 대한 신뢰와 애정 모두 바닥난 상태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콘텐츠가 최우선이라며 사람을 대대적으로 뽑을 때는 언제고 1년 만에 팀 전체를 날리겠다니. 속는 셈 치고 이 회사의 다른 부서에서 일하게 되더라도 그간의 커리어는 물거품이 되겠죠. 받을 수 있는 건 전부 받아내는 조건으로 회사를 떠날 생각입니다.

슬프기보다는 화가 치밀었습니다. 3년 전 신설된 팀으로 회사의 부족한 지원 속에서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조직도 커지고 성과도 많아졌던 터였습니다. 그간의 노력은 다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누구보다 열심히 발로 뛰었고, 저희 팀보다 열심히 하지 않고 성과도 못 내는 팀도 많은 것 같은데 왜 하필 우리 팀에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팀원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모두가 억울하다고 하지만 회사에 남겠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자연스레 떠나겠다는 이들과 남겠다는 이들 사이에 묘한 경계 기류가 형성됐습니다.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거리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스스럼없이 지내던 다른 팀 팀원들도 저희 팀의 눈치를 보는 듯합니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도 애써 눈을 피하거나 쉽게 말을 붙이지 못하더군요. 저 역시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마냥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스스로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없는데 말이죠. 회사를 떠나겠다고 결심했지만 남은 기간 회사에서 어떻게 지내야 할지, 회사를 나간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따름입니다.

전 팀장(42) / IT기업 신사업개발부

Q2

내 손으로 뽑은 팀원들에게 회사를 떠나야 한다고 내 입으로 고하라고 합니다. 그게 절차라고 하네요. 가까웠던 팀원들과 돌이킬 수 없게 멀어지는 것도 한순간이더군요. 어려운 때라 신사업부터 축소하겠다고, 윗선에서 결정했다면서 우리 팀을 반 토막 냈습니다. 누구 하나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데 누구는 남고, 누구는 떠나야 한다니…. 우리 팀보다 실적이 나쁜 팀도 있었지만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 아래 권고사직 대상에서 제외된 팀도 있다고 하네요. ‘내가 좀 더 힘이 있었다면 팀을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감도 밀려옵니다.

보내야 하는 팀원들이 상처 입지 않도록 최대한 세심히 보듬어주고 싶지만 어떤 말을 해도 그들에게 위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남은 팀원들도 계속 불안해합니다. 한 팀원은 회사의 지원이 줄어들면 팀의 성과도 줄어들 것이고, 당장 경기가 좋아지지도 않을 텐데 다음 권고사직 차례는 자신들이 되는 것 아니냐며 토로하더군요. 권고사직 대상에서 빠졌던 팀원 몇 명이 다른 회사 면접을 봤다는 얘기도 들려옵니다.

이번 일을 함께 진행하는 인사팀 동기도 심적으로, 또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 보이더군요. 권고사직 대상자들과 면담 중 “언젠가는 똑같이 토사구팽당하게 될 것이다”라는 등 험한 소리도 많이 들었나 봅니다. 이런 일을 하게 될 줄 알았더라면 인사팀으로 입사하지 않았을 거라고까지 하더군요. 저 역시도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앞으로 이 팀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합니다.

0014


Solution I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경기 침체의 후폭풍이 전 세계 고용 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페이스북 운영 업체 메타는 직원 1만1000명을 감축하기로 했고,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1만8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정리 해고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주가 폭락 등으로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기 시작한 것은 스타트업 기업들입니다. 샌드박스네트워크, 패스트파이브 등은 인력의 10~15%를 감축하기로 했습니다. 이 외에도 은행권, 대기업 할 것 없이 조금만 위험 신호가 보여도 인력 감축을 단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권고사직의 위기를 완벽히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노동 유연성이 확대되면서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고는 해도 한국은 여전히 명함에 찍힌 직장과 직급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고 확인하는 사회입니다. 제대로 된 명함을 내밀 수 없다면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도 씁쓸한 영향을 받죠. 사직을 권고받게 되면 나의 ‘사회적 쓸모’를 부정당한 듯한 충격을 받게 됩니다.

유 매니저님의 상심이 얼마나 클지 이해가 갑니다. 그동안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은 다 무엇이었나, 겨우 이 꼴을 보자고 그토록 열심히 뛰었나, 분노가 치미는 게 당연합니다. 회사에서 맺은 모든 인간관계가 졸지에 어그러지는 느낌이 들겠지요. 어제까지만 해도 웃으며 인사를 나누던 동료들이 사실은 개인의 존속을 위해 경쟁하는 적(敵)이었다고 느껴지는 삭막함이 두렵고 어색할 겁니다. 알고 보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숙명 같은 게 아닐까 싶어요. 나는 ‘인간’으로 회사에 입사했는데 사직을 권유받을 땐 철저히 ‘노동자’일 뿐이었음을 깨닫게 되니까요.

레이오프(lay-off, 회사 사정이 좋아지면 복귀시키겠다는 전제하에 이뤄지는 일시적 해고)가 흔한 미국에서도 레이오프를 경험한 직원들의 심리적 충격은 상당하다고 합니다. 우울감에서 오래도록 벗어나지 못하고 방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이 레이오프를 마주할 때 반드시 마음에 새기는 제1의 철칙은 “이것이 세상의 끝은 아니다(It’s not the end of the world)”라고 합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 조금은 위로가 되지요. 세상의 모든 고통이 그런 것 같습니다. 나만 겪는다고 생각하면 견디기 힘들지만 모두가 겪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충분히 슬퍼했다면 이제 조금 냉정하게 생각해 봅시다. 권고사직은 대개 회사 사정이 좋지 않거나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등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 때문에 발생합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뺏기지 마십시오.

그렇다면 권고사직은 순전히 운이 나빠서였을까요?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유 매니저님이 권고사직이라는 사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입니다. 내 탓이 아니라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상황을 개선할 수 없습니다. 부정적인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내면서 자기 발전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흥미로운 연구 결과 한 가지를 소개해 볼까요? 실직자 중 실직의 원인을 본인에게서 찾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직장을 찾는 일에 자신감을 보인 반면 실직의 원인을 구조(불경기, 성차별, 인종 차별 등)에서만 찾는 사람은 새 직장을 찾을 수 없을 거라 절망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1 자학에 그치지 않고 상황을 개선하는 에너지가 되게끔 균형 잡힌 성찰이 필요합니다. 즉, 실직이라는 사건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유 매니저님 개인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간 회사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고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다음 회사에서는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충분히 성찰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생각을 조금 달리해 권고사직을 적성과 진로를 고민하는 시간이라고 해석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비록 회사로부터 사직을 권유받은 것이기는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 직장을 그만두고 한 박자 쉬어 가는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쉼 없이 달려온 삶을 반추하고 숨 고르기 시간을 갖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커리어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한 칼럼은 권고사직 이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신의 장점을 탐색하며 급히 아무 곳에나 이력서를 보내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2 구직자의 다급하고 부정적인 마음이 리크루터 눈에도 보이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마음의 기운이 긍정적으로 전환되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고 이에 부합하는 자리에 지원하세요.

전문가들은 실직을 이겨내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로 ‘일상의 루틴(daily routine)’이 주는 긍정적인 결과에 주목하기도 합니다. 제때 일어나, 제때 밥을 먹고, 제때 운동을 하고, 제때 활동하고, 제때 잠드는 등 일상이 무너지지 않게 하라는 것이죠. 또한 주변의 지지와 관심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직을 하게 되면 자존감이 무너져 자꾸만 사람들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직을 결코 부끄럽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입니다. 정서적으로 또 실질적으로 주변에 도움을 청하고 도움을 받으십시오. 단, 주변에 실직을 이야기할 때는 언어를 조심하는 게 좋습니다. 가령, 회사로부터 ‘해고당했다’ ‘잘렸다’고 말하기보다는 ‘잠시 일을 쉬고 있다’ ‘다른 일을 찾고 있다’고 말하는 게 좋겠지요. ‘해고’와 같은 단어는 주변인과 스스로에게 본인의 잘못으로 일자리를 박탈당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권고사직은 회사를 떠나는 이는 물론 남겨지는 이에게도 상흔을 남깁니다. 우선, 권고사직을 직원들에게 통보해야 하는 정 팀장님의 마음이 무척 괴로울 거라 생각됩니다. 권고사직 대상자에게 이야기할 때는 만반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심지어 권고사직을 통보하는 면담의 장소와 시간까지도 세심하게 계획돼야 합니다. 아무래도 동료 직원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상대방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권고사직을 통보받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격앙될 수도 있고, 수많은 질문을 쏟아낼 수도 있습니다. 예상 가능한 질문의 리스트를 만들고 답변을 미리 작성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해당 사원이 권고사직을 받아들일 경우 회사가 제공할 수 있는 보상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하십시오.

주의할 것은 떠나는 이에게 예의를 갖추고 그들의 충격과 상심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떠나는 이를 홀대하는 것은 회사에 대한 부정적 평판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직원은 회사를 떠나는 순간 고객이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권고사직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크게 상처를 받는다면 정 팀장님 개인에 대한 업계의 평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불편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이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요. 권고사직 대상자의 힘든 마음을 공감하되 ‘내 마음도 편치 않다’ ‘나도 힘들다’라는 등 관리자의 개인적 감상을 토로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떠나는 이들에게 남겨진 자가 말하는 감정은 공감하기 어려워 되레 반발심만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사실 더 어려운 문제는 남겨진 직원들의 충격을 다독이고 다시금 팀워크를 북돋는 일입니다. 동료 직원의 권고사직을 마주하게 되면 누구나 ‘나도 머지않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이게 됩니다. 근로 의욕을 상실하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잃게 되지요. 권고사직의 대상이 아니었던 사람도 회사에 대한 신뢰를 잃고 이직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더구나 떠난 사람들의 일을 떠안게 돼 업무가 조정되거나 늘어나기도 합니다. 관리자는 이때 남겨진 직원들이 걱정, 불만, 궁금증 등을 충분히 털어놓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때론 불편한 이야기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들의 고충에 성실히 응대하며 회사가 여전히 남은 사원들을 챙기고 보듬으며 함께 성장하고자 한다는 믿음을 줘야 합니다. 또한 줄어든 인력으로 업무가 과중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해야 합니다.

사실 정 팀장님의 위치가 어찌 보면 가장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직원들과 사측 사이에서 중간자적 역할을 해야 하니까요. 그만큼 중간관리자의 위치는 중요합니다. 고용 관련 조사 기관인 리더십아이큐(Leadership IQ)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레이오프 이후 남겨진 직원의 74%가 생산성 저하를 경험하지만 중간관리자가 언제든 접근 가능하고 그와의 대화 창구가 열려 있다고 느끼는 경우 생산성 저하를 경험하는 비율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3 그만큼 중간관리자는 남겨진 직원을 위로하고 그들의 사기를 북돋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당장은 막막할 수 있겠지만 정 팀장님께서 남은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야 남은 직원들의 정서와 생산성 전부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정 팀장님 역시 무거운 마음을 덜고 계속 함께하게 된 사람들을 지켜낼 수 있겠죠.

유 매니저님도, 정 팀장님도, 모두가 어려운 시기입니다. 직장을 잃는다는 것은 당사자는 물론 주변의 모든 사람의 마음을 위축시키니까요. 저의 조언이 얼마나 두 분의 마음에 가닿을지 모르겠습니다. 두 분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조차도 조심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결국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며 그렇기에 자신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지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세상은 비정하지만 두 분 모ㅍ두 부디 스스로에게 조금은 더 따뜻하고 관대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운 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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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ution II

유 매니저님, 신설 팀에서 3년 동안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일하며 큰 성과와 성장을 이뤄냈는데 팀 전체가 권고사직의 대상이 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셨군요. 열심히 하지 않은 것 같은 팀도 많은데 최선을 다한 유 매니저님의 팀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데서 오는 억울함과 분노가 크겠네요. 막상 퇴사를 하게 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막막할 것 같습니다.

회사를 떠나겠다는 결심을 하고 나니 앞으로 회사에서 어떻게 지낼지, 회사에 나간 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셨습니다. 회사에 대한 실망감으로 아무런 대안이 없는 상태로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을 했다면 막막할 수밖에 없습니다.

로고테라피의 창시자 빅터 프랭클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고 했습니다. 어떠한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할지는 우리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현재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하는지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유 매니저님이 희망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이며, 희망하는 미래에 가까워지기 위해 현재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습니까?

지금은 회사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감에 마음이 어지럽고 힘들겠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에 연연하는 것은 미래를 바꾸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현재 유 매니저님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원하는 미래의 모습을 선명하게 그려보고, 그에 부합하는 선택을 하는 데 집중하는 것입니다.

우선적으로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커리어에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고자 하는지 생각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회사를 떠날지 말지, 회사를 떠난 후 무엇을 할지,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면 커리어를 어떻게 개발해 나갈지 윤곽이 잡힙니다. 그다음으로 사건과 관련한 생각의 습관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 패턴은 극단적인 행동을 야기하며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에 다시 일어나 전진하는 데 방해가 됩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내면이 비판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고, 다시 일어나 생산적인 마음의 틀을 유지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을 드립니다.

첫째, 커리어 로드맵을 그리세요. 희망하는 미래가 그려졌다면 회사에서 나오면 무엇을 할지, 다음에 어떤 단계를 밟을지 스스로 질문해보고 계획을 상세히 세워봅니다. 또한 새로운 길을 찾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재정적인 문제,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 등 장애 요인들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구에 의하면 최악의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방어적 부정성(defensive pessimism)’은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통제감을 갖게 하기에 걱정과 불안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둘째,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세요. 무엇보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상황 자체보다는 부정적인 생각 패턴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왜 바보같이 그렇게 열심히 일했지’ ‘지금 같은 불황기에 새로운 직장을 어떻게 구하지’ ‘이 나이에 어디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겠어’라는 등의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은 결코 좋은 일자리를 찾아 도전할 수 없습니다. 설령 좋은 기회가 오더라도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생각하는 대로 이뤄지고, 그러한 결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강화하며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상황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부정적인 생각의 고리에서 벗어나 현재 상황의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나의 기술은 충분히 시장 가치가 있어’ ‘지금 이 상황은 전에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커리어를 탐색할 기회가 될 수 있어’ ‘지금이 새로 시작하기에 가장 젊은 나이야’ ‘이 시간을 잘 견뎌내면 난 어떤 상황이든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야’ 등의 생각 말이죠. 자신을 가치 없게 여기고 절망에 빠진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셋째, 강점에 초점을 맞추세요. 실패나 실수의 상황에서 사람들은 보통 잘못한 점이나 부족한 점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점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자신이 가진 장점이나 강점을 잊기 쉽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나를 끌어내 줄 힘은 강점에서 나옵니다. 과거에 비슷한 경험이나 어려움을 겪었던 때를 떠올려 보십시오. 그때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던 본인의 강점이 무엇이었는지, 그 사건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그 강점을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물론 상황이 다르기에 그때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현재의 상황이 이전 상황과 어떻게 다른지, 어떤 새로운 강점이 필요한지, 주위의 어떤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지, 지금은 무엇이 가능한지 생각해 본다면 자신감이 다시 생길 것입니다.

넷째, 행동하세요. 본인이 가진 장점과 그에 기반한 대안이 도출됐다면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변화를 완성하는 것은 행동입니다. 아무리 좋은 생각도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해요. 감정이 다소 가라앉으면 천천히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온라인 구직 사이트(링크트인 등)에 최신 이력서를 업로드하세요. 그리고 과거 동료나 상사, 지인, 헤드헌터 등 자신이 아는 사람 중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만나 본인이 일을 찾고 있음을 알리세요. 모임이나 협회에 나가 네트워킹을 하는 것도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일이 없는 상태가 잠시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행동하는 과정에서 희망이라는 감정이 서서히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유 매니저님, 지금은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불확실하게 느껴지겠지만 권고사직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건 중 하나입니다. 심지어 고위 임원이나 최고경영자도 해고의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설령 회사에 남기로 결정했더라도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 앞으로 어떤 상황들을 직면하더라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선택권이 있고, 자원과 강점이 얼마나 많은지를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죠.

정 팀장님, 회사의 신사업 축소 결정으로 직접 채용한 팀원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셨군요. 권고사직은 관리자가 해야 하는 역할 중 가장 힘들고 괴로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처음 접하는 것이라면 더욱 부담이 크시겠네요.

해고는 삶에서 경험하는 7대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연구에 의하면 구조 조정 대상자가 회사를 나간 후 심리적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는 보통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우울증에 빠질 위험은 2배, 약물중독에 빠질 위험은 4배가 높다고 합니다. 장기적인 수입을 비교했을 때도 회사에 남아 있는 구성원에 비해 전체 수입이 더 적었습니다. 권고사직 대상자들에게 그 어떤 위로의 말이나 설명으로 위안이 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어요.

더욱이 권고사직은 떠나는 사람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모두에게도 큰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깁니다. 회사에 남게 되는 구성원들은 떠나가는 동료를 바라보며 ‘생존자의 죄책감(Survivor guilt)’을 느끼고, 본인도 언젠가 구조 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스트레스, 번아웃, 불안, 사기 저하, 직무 만족도 하락을 경험하게 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구조 조정 자체보다는 자신도 구조 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업무 환경에 대한 인식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남아 있는 구성원들은 이러한 두려움으로 인해 이직을 준비하거나 일에 대한 열의가 꺾입니다. 또한 구성원 간의 상호 부조가 감소하고 성과가 저하되는 결과가 초래됩니다.

무엇보다 구조 조정의 장기적인 영향은 회사와 구성원 간의 심리적 계약의 파기에 기인합니다. 구성원들은 일반적으로 열심히 일하고 회사에 충성하면 보상(임금, 인센티브, 고용 보장 등)이 주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조 조정은 노력과 보상 간의 연관성이 끊어지게 해 회사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손상시킵니다. 한번 깨진 신뢰는 회복이 어렵기에 구조 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은 팀원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로서 현재의 상황이 앞이 캄캄할 정도로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 팀장님이 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본인의 두려움과 감정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구조 조정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위한 몇 가지 팁을 제안드립니다.

첫째, 공감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세요.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려 깊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구성원들을 떠나보내는 것입니다. 대상자들이 그동안 사업을 키우기 위해 온 힘을 다 바쳐 일해왔던 상황이라면 회사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이 정말 클 것입니다. 더욱이 남아 있는 사람도 있는 상황에서 퇴출 대상이 됐다면 남들에게 보이는 자신의 처지가 부끄럽게 느껴지고 자존심도 상할 수 있어요. 구조 조정 대상자들은 감정적으로 매우 격해져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정적 감정을 공감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그 어떤 논리나 설명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입니다.

먼저, 예의를 갖춰 그간의 노고에 대해 충분히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대상자들이 품위를 유지하며 떠나갈 수 있게 배려를 해주세요. 회사의 평판도 지킬 수 있고, 남아 있는 구성원들에게도 위안을 줄 것입니다.

둘째, 공정성을 유지합니다. 만일 성과가 더 낮은 팀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권고사직의 대상이 됐다면 대상자들은 분명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것입니다. 부당하게 회사를 나왔다는 느낌을 갖게 되면 오랫동안 회사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원한의 감정을 갖겠죠. 만일 누군가 법적인 소송을 제기한다면 회사의 평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구조 조정은 남아 있는 구성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회사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 자신도 언젠가는 부당하게 퇴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되며 역량을 갖춘 경우 이직을 결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리더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구조 조정 과정이 공정하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조 조정 대상이 어떻게 선정됐는지,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 주세요. 그리고 구조 조정을 결정하기 전에 다른 대안들을 충분히 고려했음을 알려줄 필요도 있습니다.

셋째, 지속적이고 진솔한 대화를 시도합니다. 보내야 하는 팀원과 남아 있는 팀원 모두 최대한 상처 입지 않게 배려해주려면 진솔한 커뮤니케이션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존중하는 태도로 구조 조정의 이유를 진솔하게 설명하고, 어떤 액션이 취해졌는지 구성원들이 알고 이해해야 하는 부분을 요약해 전달합니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어떤 질문을 하든 답을 해주겠다는 자세로 진솔하게 대화에 임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상황이 미래의 안정과 성장을 위해 회사가 모양새를 바꾸는 중임을 충분히 납득시킨다면 구성원들의 마음이 다소 진정될 것입니다.

매우 불편한 대화이기에 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겠지만 불편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리면 회사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의 입장과 심정을 진솔하게 나누는 것이 구성원들에게 위안을 주고 회사와 구성원 모두 새로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됨을 기억하세요.

넷째, 진정성 있게 사과합니다. 사측에서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사과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진지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상자들이 먼저 사과를 요구할 때까지 기다리면 그 사과는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대상자들이 피해를 받은 부분에 대해 먼저 언급하고 미안함을 표현하세요.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가능한 범위에서 제안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현 상황에서 정 팀장님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은 회사의 대리자로서 팀원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것입니다. 또한 진솔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소통하며 현재의 상황이 회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권고사직 결정이 공정한 기준과 절차에 기반하고 있음을 설득하십시오. 지금은 감정적으로 많이 격해져 있고 문제해결의 실마리도 잘 안 보이겠지만 회사와 팀이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 집중해 리더로의 역할에 집중한다면 비 온 뒤 땅이 굳듯이 다시 좋은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 김수경 |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sookim@hs.ac.kr

    필자는 서울대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공아일보 기자로 근무했다. 스탠퍼드대(Stanforf University)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국제대학원 연구교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쳤다. 현재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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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희 | 인피니티코칭 대표

    필자는 독일 뮌헨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고려대, 삼성경제연구소,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강의와 연구 업무를 수행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코칭 리더십, 정서 지능, 성장 마인드세트,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관리, 조직 변화 등이다.
    cavabien1202@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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