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탄소 배출 업종이었던 자동차 산업에 최근 ‘친환경’ 바람이 거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빠르게 변화하는 자동차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전기차 전용 브랜드인 ‘아이오닉’을 선보이고 아이오닉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의 상당수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히 친환경 차량 제작 및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차량에서 나오는 폐기물까지 전체 여정에서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손잡고 차량 폐기물을 활용한 업사이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의 친환경에 대한 관심을 상기하기 위해 ‘I’m in charge’라는 브랜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으며 UNDP(유엔개발계획)과 손잡고 크라우드소싱을 통한 사회 문제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금까지 자동차 산업은 환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생산 과정에서 많은 자원이 소모되는데다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가 필요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동차를 타지 않을 수도 없다. 이동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이며 자동차는 가장 대중화된 이동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비자들이 지속가능성이나 환경 등을 고려하는 경향이 늘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런 소비자들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앞다퉈 전기차 등 친환경 이동 수단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의 혁신 기업 테슬라가 내연기관 중심이었던 자동차 생태계를 전기자동차 생태계로 재편하는 파괴자(disruptor) 역할을 하고 나섰다. 이러한 시장의 큰 변혁 속에서 자동차 기업들은 친환경 이동 수단으로의 전환이라는 ‘전략적 변곡점(Strategic Inflection Point)’에 놓이게 됐다.
이런 움직임은 국내 최대 자동차 기업 현대자동차에도 예외일 수 없다. 현대차는 그간의 내연기관 차량 제작과 판매에서 벗어나 수소 전기차 생태계 구축, 로보틱 모빌리티, 육상용 자율주행차(PBV),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을 미래 사업으로 제시하며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화를 준비 중이다. 특히 단순히 전기차를 제조해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자동차 제조에서부터 차량 부품의 재활용(리사이클링)까지 자동차란 생산품의 생애 전 부문에서 환경 요인을 고려해 전략을 짜고 있다. 이런 변화 방향성에 대해 조원홍 현대차 고객경험본부장(부사장)은 “고객 중심의 사고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 안에서의 모빌리티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지속가능성이 자동차 산업의 핵심으로
올 한 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코로나19바이러스의 원인이 인류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로 인한 인간과 자연의 균형 붕괴에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최근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필환경이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MZ(밀레니얼과 Z)세대의 경우 소비를 고려할 때 환경 요소를 이미 주요 가치로 여기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런 트렌드가 생활용품을 넘어 자동차와 같은 내구소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2020년 자동차 시장 최대 트렌드는 전기차 판매 급증이다. 에너지 시장 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유럽 내 전기차 판매 급증으로 인해 약 480만 대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전체 자동차 시장의 6%에 육박하는 수치다. 또한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매년 21%씩 성장해 2030년이 되면 4000만 대 규모의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현재는 국가별 환경 규제와 친환경차에 제공하는 인센티브 등 정책적 요인이 전기차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전용 모델 확대와 배터리 가격 하락 및 성능 향상 등으로 전기차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