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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기술 혁신 없이 돌아오면 의미 없어
부품 조달-구인난 등 제반 여건 고려해야

문종철 | 303호 (2020년 8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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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기업의 복귀와 관련된 논의는 기업을 어떻게 복귀시킬 것인가, 복귀하는 기업의 수와 규모, 그리고 일자리를 얼마나 창출할 것인가 등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니라 기업이 국내로 복귀한 이후 얼마나 신속하게 조업을 재개하고 복귀한 국내 사업장을 정상 궤도에 올리는가이다.

기업이 국내로 복귀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대규모로 자본을 동원할 여력이 있고 사업장 이전에 따른 다소의 생산 차질로 인한 손실을 외부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있는 다국적 대기업에조차도 해외 사업장의 국내 복귀와 성공적인 정착은 그렇게 용이한 일이 아니다. 기업의 복귀를 위해 지자체가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고 해도 국내 복귀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기업 복귀와 관련된 논의는 기업 유치 실적 등 눈에 보이는 양적 성과에만 치중해서 이 같은 점이 간과되는 면이 있다. 리쇼어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 진짜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로 미국의 ‘오티스엘리베이터(Otis Elevator)’ 사례를 소개한다.

오티스엘리베이터는 1853년에 창립돼 2020년 현재까지 17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승강기 제조업체다. 2017년 연 매출은 약 123억4000만 달러에 이르며 한국에도 자회사를 가지고 있는 대형 다국적 기업이다. 오티스엘리베이터는 2011년 멕시코 사업장을 폐쇄하고 미국 국내로 사업장을 이전하기로 결정했는데 오티스엘리베이터의 사업장 복귀는 해외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던 기업의 국내 복귀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 보도가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해외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던 기업의 국내 복귀와 관련해 발생하는 문제점과 복귀 기업의 성패와 관련된 논의의 재료로 곧잘 인용되고 있다.

먼저, 오티스엘리베이터는 어떻게 사업장을 국내로 복귀하게 됐을까. 그 이후에는 어떤 상황이 펼쳐졌을까. 오티스엘리베이터의 복귀와 복귀 이후의 전개 상황 등을 살펴보자.

오티스엘리베이터의 본국 복귀

1. 배경: 오티스엘리베이터 사업장 본국 복귀 결정(2011∼2012년)

2011년 오티스엘리베이터는 멕시코 노갈레스 지역의 생산 라인을 축소하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플로렌스에 4000만 달러를 투자해 신규 제조센터를 설립하고 약 360개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오티스엘리베이터는 개발부서 및 소비자와 생산 공장의 거리를 줄여 생산 제품의 기술 혁신을 신속하게 적용하고, 미국 국내 시장에서의 소비자 요구에 즉각 대응하는 것을 본국 복귀 이유로 들었다. 또 원자재나 부품 및 완성품의 이동 거리를 축소해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사업장의 본국 이전을 통해 물류비용을 약 17% 정도, 엘리베이터 설계 및 생산 인력의 집중으로 인건비를 약 20% 정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사업장에서 생산될 제품의 주 수요자인 미국 및 캐나다 고객의 약 70%가 미시시피강의 동부 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노갈레스 공장에 비해서 고객과의 거리를 크게 줄일 수 있어서 신속하게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i

이와 함께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기존의 엘리베이터 모델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킨 신형 엘리베이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ii

여기까지는 기업의 국내 복귀와 관련해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오티스엘리베이터가 사업장을 본국으로 이전하게 된 동기로 밝힌 생산비와 물류비 절감 및 수요자의 요구에 대한 신속한 대응 체제 구축은 리쇼어링의 결정 요인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요소이고 국내로 사업장을 이전하면서 생산 제품을 기존의 해외 사업장에서 생산하던 제품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높인 혁신적인 신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은 기업의 국내 복귀와 관련된 대응책으로서 모범 답안이라고 할 수 있는 전략이다. 또한 주정부와 지자체는 오티스엘리베이터 측의 편의를 위해 맞춤형 지원을 준비했다. 그러나 모든 조건이 완벽해 보였던 다국적 대기업의 리쇼어링조차도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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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내 복귀 사업장의 고전(2012∼2014년)

2012년 하반기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이 완성돼 가동을 시작했고, 오티스엘리베이터의 본국 복귀 작업은 성공적으로 궤도에 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14년경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사업장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보도에 따르면 새로 건설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사업장의 생산이 국내의 주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그로 인한 납품 지연과 주문 취소가 빈발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오티스엘리베이터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사업장의 가동 후 즉시 폐쇄 예정이었던 멕시코 사업장을 당초 계획보다 반년 정도 더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혁신과 효율성 제고,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기획된 오티스엘리베이터 사업장의 국내 복귀가 실패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견해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리쇼어링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티스엘리베이터의 국내 복귀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하고 고전하게 된 요인을 규명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현지 경영 관련 매체에서 꼽은 오티스엘리베이터가 본국 복귀 후 고전하게 된 요인으로는 복귀 지역으로 선정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에 공급사슬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점, 새로 이전하는 지역에 회사가 요구하는 능력을 갖춘 숙련 노동력이 부족했던 점, 생산 시설의 국내 이전 과정에서 너무 많은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던 점, 신설 사업장이 제품의 주문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던 점 등을 들었다.iii

각 항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급사슬 문제의 경우 사업장 부지로 선정했던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은 이전을 결정할 때까지 오티스엘리베이터와 아무런 연고가 없던 곳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낙후된 현실을 타파하고자 기업 유치에 필사적이던 현지 지자체는 인센티브와 각종 편의의 제공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세탁기 제조업체인 메이택의 구 공장 부지를 저렴한 비용에 매입할 수 있도록 해 토지 구입비용과 기반 시설 구축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해줬다. 재무적으로는 오티스 사업장에 30년간 재산세 납부 유예를 승인해줌으로써 실질적으로 재산세를 감면해주는 효과를 제공했고 납부 유예의 구조도 오티스 사업장에 유리하게 초기의 지불 유예 액수를 더 크게 잡아줬다. 또한 사업장이 이전하는 플로렌스시의 주민을 고용하면 1인당 1000달러의 보조금을 최대 400명까지 3년간 지급하기로 했다. 3년간 매년 최대 40만 달러의 고용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고용하는 종업원의 임금 하한선을 시간당 평균 25달러로 내세웠지만 시간당 임금의 계산에 상여금을 포함해 실질적으로는 그 이하의 조건으로 종업원을 고용할 수 있도록 오티스 측의 편의를 봐줬다. 상당한 혜택을 제공한 것이다. 오티스엘리베이터는 사우스캐롤라이나로의 이전을 결정했다.

그러나 사업장 완공 이후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엘리베이터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가 주변에 없어서 부품 조달비용의 증가와 더불어 이전 지역에 새로운 공급사슬을 구축하는 데 당초 상정했던 것보다 큰 비용이 소요된 것이다. 또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가 미국 내에서도 숙련된 산업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낙후된 주로 꼽히는데다 오티스엘리베이터가 이전한 플로렌스 지역은 그중에서도 인구 밀집 지역이 아닌 한적한 지방 도시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오티스엘리베이터 측이 당초 구상했던 엘리베이터 신제품의 생산에 최적화된 숙련노동력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고 다른 지역에서 숙련 노동력을 구하는 과정에서 채용에 더 많은 비용이 소모됐다.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해도 이전 부지 지역이 생활 편의성이 부족한 지방 소도시였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이 지역으로의 이주를 원하는 인력이 초기엔 매우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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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신제품 개발과 설계를 담당하는 연구개발 인력은 비교적 고소득의 엘리트 계층으로 생활 편의성이 높은 대도시 주변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서 이전 계획 당시 오티스엘리베이터가 구상했던 연구개발과 제품 생산의 물리적 거리 축소를 통한 효율성 향상은 생각처럼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사업장 이전 과정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라인업 변경, 전산 시스템 교체, 생산기지 이전 등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이전 작업에 난항을 겪었고, 이전비용 역시 크게 상승했다.

또한 멕시코 현지 생산 시설의 철수뿐만 아니라 미국 내 다른 주에 있던 생산 시설도 사우스캐롤라이나 사업장으로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기존 사업장에 있던 종업원 이탈 및 이전해 온 종업원들 간의 팀워크 확립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생산비용 및 경영 환경에 대한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국내 복귀를 추진한 결과 신설 사업장의 생산량이 주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적체된 주문 물량은 1000대를 웃돌았고 이에 수주한 주문이 연달아 취소되면서 이익률이 급감했다. 오티스엘리베이터 측은 멕시코 사업장의 폐쇄 시한 연장으로 대응하면서 국내 복귀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문제들로 발생한 비용은 2014년 1분기(1∼3월)에만 9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고, 순조롭지 못한 이전 작업과 그에 따른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내 복귀에 관여한 임원진을 교체했다. 그리고 베이징에서 발생한 오티스엘리베이터 관련 인명사고로 인한 중국 사업의 경영 위기를 성공적으로 수습한 톰 바이닝(Tom Vining, 오티스 코리아 사장도 역임)을 새로운 국내 사업 담당 최고책임자로 기용하기에 이르렀다.

3. 오티스엘리베이터 국내 복귀 사업장의 정상화(2014∼2017년) iv

그러나 오티스엘리베이터의 본국 복귀는 실패로 귀결되진 않았다. 오티스엘리베이터는 2017년 하반기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생산 시설을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생산 품목도 기존의 엘리베이터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추가할 예정이고 생산 시설 확장을 위해 어떤 종류의 기술이 필요한지 평가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오티스엘리베이터가 본국 복귀 초기에 직면한 난관을 극복하고 새로 건설한 국내의 사업장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초기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티스엘리베이터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사업장이 궁극적으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엘리베이터 제조 기술과 관련해 오티스엘리베이터가 오랜 세월 동안 구축해온 기술력을 들 수 있다. 비록 국내 이전 초기에 공급사슬 재구축 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는 바람에 수주한 물량이 취소되는 등의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생산하는 제품의 신뢰성까지 상실한 것은 아니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우스캐롤라이나 사업장에서의 신제품 생산이 정상궤도에 오르면서 오티스엘리베이터 제품의 품질을 신뢰하는 고객들이 다시 주문했고 매출의 증가와 함께 결국은 제자리를 찾아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사업장 운영에 필요한 우수한 인력 확보와 유지를 위해 고용에 드는 비용을 아끼지 않은 점을 들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오티스엘리베이터가 이전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은 미국에서도 산업 기반이 비교적 낙후되고 숙련 노동력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었다. 이러한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오티스엘리베이터는 고용하는 인력에게 비교적 후한 임금을 제공했고, 고용된 인력이 정착해 장기간 근무하도록 근로자 친화적인 사업장 분위기 조성에 힘썼다. 오티스엘리베이터의 사업장에 고용된 인력들은 취업 관련 정보 공유 웹사이트 등에서 사업장에서 제공하는 임금과 복리후생 수준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사업장 분위기도 경영진이 근로자들의 의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등 친화적이고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팀워크가 매우 좋은 편이다. 또한 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숙련도가 높아 경력 구축에 도움이 되는 것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오티스엘리베이터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사업장은 지역 내 근로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16개국 출신의 근로자가 고용돼 일하는 다양성까지 장점으로 내세우는 해외 사업장의 성공적인 국내 이전 사례로 자리 잡게 됐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2014년까지의 고전은 사업장 설립 초기의 정착과 안정화 과정에 따른 비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티스엘리베이터 사례는 사업장 이전 후, 생산이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의 기간을 잘 넘길 수 있으면 그 후로는 국내로 복귀한 사업장이 성공적으로 자립 운영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오티스엘리베이터의 고전 요인 v

2014년까지 오티스엘리베이터의 고전 사례는 비용 절감 등을 목적으로 해외에 사업장을 전개한 다국적 기업의 국내 복귀 실패 사례로 주목받았다. 이전까지는 크게 고려되지 않았던 사업장의 국내 복귀 이후의 상황과 실패 요인, 국내 복귀 실패를 겪지 않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사항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도 이 무렵이다.

기업의 국내 복귀와 관련해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실패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사항은 기업들이 사업장을 국내로 복귀시키는 과정에서 사내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나 이해관계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업이 국내 복귀를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경우 기업 내부의 조직 개편이 뒤따르게 되고 그에 따라 생산 담당 부서 및 인적 자원에 불가피하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내 복귀를 마찰 없이 매끄럽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배려가 필수적이나 오티스엘리베이터는 이 부분에 대한 고려 없이 사내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소수에 의해 배타적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른 내부 반발과 종업원들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국내 복귀 초기에 생산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그다음으로는 국내 복귀 및 운영에 따른 소요비용의 과소 산정과 해외 사업장 운영비용과의 잘못된 비교로 인해 예상하지 못했던 추가 비용이다. 현지에서의 인건비 상승이나 물류비 절감은 기업들이 해외 사업장을 철수하고 사업장을 국내로 복귀시키는 동기에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 인건비나 물류비 등 쉽게 눈에 띄는 운영비용만 고려한 판단은 현지 생산의 운영비용과 국내 복귀 이후의 운영비용의 단순 비교를 통해서 사업장의 국내 복귀를 지나치게 안이하게 결정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국내 복귀에 따른 비용 산정의 오류로 실제로 소요되는 비용이 계획비용을 초과함으로써 사업장의 국내 복귀 작업이 실패할 확률을 높이게 된다.

사업장의 국내 복귀에 소요되는 비용에는 리쇼어링 결정 이전에 쉽게 고려되는 눈에 보이는 비용과 실제 리쇼어링을 실행이 옮기기 전까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있다. 눈에 보이는 비용에는 물류비, 인건비 등의 운영비용을 비롯해 국내 사업장 및 생산 시설의 건설과 생산을 위한 장비 도입 비용 등의 고정비용, 그리고 현지 생산의 중단, 청산 및 철수 등과 관련된 이전비용 등이 포함된다. 고정비용과 관련해서는 국내 복귀 이후의 생산 방식을 현지에서 사용하던 노동집약적 방식에서 스마트 공장 등 자동화로 전환해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첨단 기술이 도입된 새로운 장비 도입이 불가피하고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노동집약적 생산 방식 시절의 시설 건립 비용을 훨씬 뛰어넘는 초기 고정비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내 복귀 기업은 조업 재개에 앞서 막대한 고정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전비용은 단순히 생산 장비를 현지에서 옮겨오는 비용뿐만 아니라 현지 생산의 중단, 청산 및 철수 등과 관련된 법률비용 및 현지 인력 해고 등에 드는 퇴직금 비용 등 각종 비용이 포함된다. 국내에서의 생산이 이러한 고정비용 및 이전비용을 포함하면서도 채산성이 보장이 돼야만 기업들이 리쇼어링을 고려할 것이다.

문제는 리쇼어링에 드는 비용이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이 리쇼어링을 결정하면 이전에 생각하지 않았던 비용이 현실화하게 된다. 현지 청산 과정에서의 행정적, 정치적 마찰로 현지에 생산 장비를 그대로 둔 채로 자본만 철수해 회수가 불가능해진 비용, 국내 복귀 예정 지역에서의 가용 인력 등 조업 재개와 관련된 문제 및 예상치 못했던 상황 발생 등으로 인한 비용, 현지 사업장 철수와 국내 복귀 후 조업 재개를 통한 정착 및 안정화 기간 사이의 생산 휴지 기간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 등이 있다. 이 비용들은 사전에 예측이 되지 않는데 그러한 비용이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으면 리쇼어링은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문제는 사전 예측이 어려워 비용의 규모를 리쇼어링 의사결정에 반영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제반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인건비나 물류비 차이만을 고려한 의사 결정은 오티스엘리베이터 사례처럼 해외 사업장의 국내 복귀 작업의 실패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 미국에서 기업의 국내 복귀 작업에 대해 연구해 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복귀 예정 지역의 특성에 대한 사전 정보의 부족과 기업의 국내 복귀와 생산 재개 사이의 휴지 기간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기업들의 의사결정 시 가장 간과되기 쉬운 부분이면서 기업의 국내 복귀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문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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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스엘리베이터 사례를 통해서 본 성공적인 기업 복귀의 조건과 시사점

1. 성공적인 기업 복귀의 조vi

미국의 기업 복귀 전문가들은 기업의 국내 복귀 성공을 위한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우선, 국내로 복귀한 생산 시설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기존에 생산되는 제품이 아닌 부가가치가 높은 신규 제품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동기의 상당 부분은 현지와 국내의 인건비 등에 의한 생산비용의 차이가 차지하고 있다. 현지의 인건비 등이 상승해 현지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해도 현지의 인건비가 국내의 인건비를 넘어서는 일은 거의 없다. 따라서 국내 생산 시설에서 만드는 제품이 해외 현지에서 생산하는 제품보다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상태에서의 국내 복귀는 수익은 변하지 않는데 생산비용만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복귀하는 기업의 국내 사업장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술집약적 제품, 생산하는 제품 중에서 최고급 제품의 생산을 담당해야 한다. 만약 국내 복귀 후에도 같은 제품을 생산하게 되는 경우에는 제품 생산의 자동화 혹은 스마트 공장 등의 도입으로 생산비용을 감소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리하면 해외사업장의 국내 복귀는 제품 및 기술의 혁신이 수반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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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복귀 전략의 수립과 철저한 준비도 필요하다. 적절한 복귀 전략의 수립에는 복귀 예정 지역의 여건에 대한 철저한 분석 및 현지 철수 전략의 수립이 필수적이다. 복귀 지역과 관련해서는 특히 지역 내 가용 인력 조건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도입하고자 하는 장비와 생산 시설의 배치 계획을 마련하고서 적절한 지역을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복귀 예정 지역 내의 가용 인력 조건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 오티스엘리베이터의 사례를 답습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지에서 철수할 때는 적절한 청산 작업 계획을 수립하고 국내 복귀의 영향을 받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이전 작업에 참가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현지에 남겨질 인력에 대한 처우, 현지 진출 시 현지 정부로부터 받은 세제 혜택의 환수 대책, 현지 정부의 청산 승인 및 현지에서 사용하던 장비 처리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나서 이전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국내 복귀 작업에 상정하지 않았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복귀 이후 생산 과정의 자동화 혹은 스마트 공장 등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복귀 장소를 결정하기 전에 혁신 및 자동화와 관련된 복귀 이후의 영업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준비해 놓고 있어야 한다. 즉, 국내로 복귀한 이후 어떤 제품을 생산할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그 제품을 생산할 것인지, 제품 생산에 있어서 기존의 방법과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어느 부분을 자동화에 맡길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국내 복귀 후 조업을 재개하고 생산을 궤도에 올려서 국내 사업장을 안정화시키는 작업에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전 작업은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오티스엘리베이터처럼 이전 작업에 전산 시스템 교체나 국내 타지역 사업장과의 통폐합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면 국내 복귀 작업은 실패하거나 난관에 부딪칠 확률이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국내에 건설될 신규 사업장의 초기 생산 능력에 대한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국내 복귀에 앞서 신규 사업장이 원래 계획대로 가동이 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낙관적인 생산 능력에 기반을 둔 능력 이상의 제품 수주는 모든 계획을 어긋나게 하고 주문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신설 사업장의 안정화와 성공에 중요한 거래처의 유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게 된다.

2. 국내 기업 복귀 정책에의 시사점

오티스엘리베이터 사례는 국내 기업들의 리쇼어링에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 첫 번째는 혁신과 관련된 문제점이다. 사업장을 국내로 옮길 때 인건비 등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현지에서보다 더 높아지는 것이 대다수일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국내 복귀에는 부가가치를 높이는 제품의 혁신과 생산비용을 현지 수준 혹은 그 이하로 줄일 수 있는 생산 과정의 혁신이 수반돼야 한다. 최소한 둘 중 하나는 확보해야 성공적인 국내 이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국내 복귀를 고려하는 해외 진출 기업이 그러한 혁신에 관심이 없는 사례가 많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국내 복귀의 지원 대상인 기업 상당수가 거래처의 하청 혹은 납품을 목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러한 기업 중 다수가 중소기업에 해당한다. 따라서 거래처와의 거래 관계가 유지되는 한 생산하는 제품의 종류를 변화시키거나 막대한 고정비용을 소요하는 생산 방식의 변화를 추구할 동기부여가 없을 확률이 높다. 또한 이들 기업 중에서 자체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업도 드물기 때문에 국내 복귀의 성공 조건 중의 하나인 혁신 역량이 매우 부족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두 번째는 복귀를 계획하고 있는 국내 지역에 관한 문제다. 앞서 오티스엘리베이터 사례에서 살펴봤듯 복귀하는 지역에 해당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이 없으면 국내 복귀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현재의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 정책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법률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들이 문제다. 다른 법률의 영향이 작용해 기업이 특정 지역으로 복귀하려는 경우 다른 지역에 복귀하는 것보다 지원을 받기 어렵게 돼 있다. 문제는 지원을 받기 쉬운 지역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인난은 국내 복귀 기업의 조기 정착과 안정화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세 번째는 적절한 이전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 기업이 성공적으로 국내로 복귀하려면 적절한 현지 철수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에 옮기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현지에서 공장을 철수하는 것은 현지 고용 인력에 대한 처우, 현지 정부에 의한 세제 혜택 환수, 해당 장소에서 사용되는 장비의 처리 및 정부의 승인 등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그러나 국내의 복귀 지원 대상 기업은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라 이러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현지 청산과 관련해 상황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극단적인 경우 야반도주 등으로 해결하는 일도 있다. 해당 기업은 투입한 자본을 회수하지 못하며, 국내에서 사업을 재개하려고 해도 복귀 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기업들이 운전자금 부족으로 기존의 거래처와의 거래 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고 국내 복귀 이후 조업 재개와 안정화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거래처와의 거래 관계 회복에도 추가적인 비용을 들이게 된다.

해외 진출 기업이 성공적으로 국내에 복귀하려면 다음에 주안점을 두고 지원해야 한다. 우선, 지원을 요구하는 기업의 혁신 역량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기업이 지원을 받을 자격의 구비 여부만을 볼 것이 아니라 국내 복귀 이후 어떤 식으로 조업을 재개할 것이며,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원하는지 등을 포함한 로드맵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치는 국내 복귀를 고려하는 기업이 적절히 이전 계획을 수립하는 것과 시행하는 것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생산의 재개와 부가가치의 창출보다는 다른 목적에 관심이 많은 한계 기업의 무의미한 국내 복귀 시도와 혜택 요구를 사전에 걸러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의 혁신 역량 제고를 위한 지원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 복귀 예정 지역 및 가용 인력과 관련해서는 기업들이 필요한 가용 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으로 복귀가 가능하도록 각 기업의 사정과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 복귀 기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공급사슬의 확보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정책의 시행을 담당하는 관련 담당자 및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평가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복귀 기업의 유치 숫자 및 규모보다는 사후 관리를 통해 얼마나 복귀 기업이 성공적으로 국내에 재정착을 했는지를 위주로 한 평가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복귀 시점과 조업 재개 시점 간의 시차가 기업 복귀의 성패를 좌우하는 비중이 큰 만큼 기업 복귀 지원을 담당하는 인력이 복귀한 기업이 안정화될 때까지 관심을 가지고 사후 관리에 더 신경을 쓸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jongchol.moon@kiet.re.kr
필자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산업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무역•통상 및 외국인 투자, 해외 투자 관련 이슈를 다루는 다수의 정책 보고서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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