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지능이 높은 사람이 더 창의적이고 일도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제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루이스 터먼은 이런 믿음을 갖고 지능검사 방법을 개발한 뒤 캘리포니아 지역의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엄밀하게 평가했습니다. 무려 16만 명을 대상으로 평가했고, 이 가운데 탁월한 지능을 갖췄다고 인정받은 1500명의 삶을 장기간 추적했습니다. 이들의 평균 IQ는 151이었고 5년마다 데이터를 축적했습니다.
과연 이 천재들은 사회 발전을 선도하면서 탁월한 성취를 이뤄냈을까요? 물론 일부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상당수는 평범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정신병원에 입원하거나 사회보장제도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터먼이 이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추천서를 써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해줬음에도 나온 결과였습니다. 오히려 1500명에 들지 못한 사람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나 훌륭한 창업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결국 터먼은 “지능과 성취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학계에서 비슷한 시도가 이어졌지만 결론은 거의 유사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학적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지능이나 학업 성취도 등이 창의성이나 업무 능력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위계조직에서 기능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을 강조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생산직이나 창구 직원들은 정해진 매뉴얼이나 규칙을 지키며 일사불란하게 주어진 업무만 수행해야 한다는 통념이 지배적인 조직도 있습니다. 불행하게 이런 생각은 조직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노련한 경영자는 확실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조정남 전 SK텔레콤 부회장은 DBR과의 인터뷰(182호·2015년 8월 1호)에서 과거 성과의 원천은 “존재하는 모든 것은 가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과거 대기업에서 기능직에게는 단순 노동만 하게 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조 전 부회장은 아르바이트 학생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에게 “머리를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실제 창구 여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주문했더니 엄청난 효과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고객들을 어떻게 유인할 수 있는지, 고객들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등 조직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소중한 현장 정보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경영자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 도요타의 비용 혁신 노력을 설명한 하라 마사히코 플러스드라이브 대표도 유사한 취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는 도요타에서 생산직과 사무직을 막론하고 모든 직원 사이에 ‘현상 유지는 악’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정비공들은 매뉴얼대로 일하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벽에 자동차 수리에 필요한 공구를 걸어놓는 과정 하나까지 진지한 고민을 이어간다고 합니다. 더 빠른 고객 서비스를 위해 벽에 공구의 실루엣을 그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공구의 위치를 바꿀 필요가 없는지 매일 고민하며 개선책을 찾고,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전사 매뉴얼을 신속하게 바꾼다고 합니다. 이런 문화가 결국 경쟁력과 혁신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비용 혁신 솔루션을 제시했습니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최저 임금 상승 등으로 기업에 비용 압박이 커지고 있습니다. 구매와 운영 등의 측면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솔루션 외에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 일하는 방식을 바꿔 생산성을 높이는 대안 등도 제시했습니다. 다양한 전문가의 견해를 토대로 우리 기업에 꼭 맞는 비용 혁신 솔루션을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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