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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블록체인과 스마트시티

중앙집중 방식 ‘클라우드’ 문제점 노출, 블록체인이 스마트시티 패러다임 바꿔

유성민 | 250호 (2018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기존 도시 모델과 스마트시티 모델의 가장 큰 차이점은 AI 적용 여부다. 하지만 AI가 적용됐다고 스마트시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에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확산돼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최근까지는 클라우드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집중 방식인 클라우드에는 문제가 있다. 이른바 ‘신뢰성’ 문제다. 그래서 최근에는 블록체인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신뢰성과 탈중앙화라는 가치를 무기로 스마트시티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 것. 하지만 기능에만 치우쳐 사용자에게 서비스 효용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그 때문에 블록체인의 효용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리빙랩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시티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시티는 4차 산업혁명의 총아라고 할 수 있다.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이 스마트시티 안에서 총집결하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는 말 그대로 도시를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다. 도시 곳곳에 설치한 각종 센서를 통해 에너지, 교통, 수자원, 방범 등에 관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해석해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스마트시티의 기본 개념이다.

스마트시티는 3차 산업혁명의 도시 모델인 ‘유시티(U-City)’와 다르다. 유시티는 ‘유비쿼터스 시티(Ubiquitous City)’의 준말로, 여기서 유비쿼터스는 ‘어디에나 존재하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유시티를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도시’로 정의할 수 있다.1 이에 반해 스마트시티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유시티와 같지만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서 정보를 가공해 지능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3차 산업혁명은 정보를 공유만 했다면 4차 산업혁명은 AI를 이용해 정보를 가공한다. 가공된 정보는 능동형 지능2 및 자동화 형태의 서비스로 사용자에게 제공된다.

스마트 워터 그리드를 예로 들어보자. 스마트 워터 그리드는 물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AI를 기반으로 물 이용 추이 등을 분석해 능동형 지능 형태로 사용자에게 에너지 절감 방안을 제시해준다. 더 나아가서 기기가 자동으로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하버드대가 2016년 2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전체 공원의 68%에 스마트 워터 그리드 기술을 적용해 용수 보존율을 25%를 상승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연간 6억 원의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도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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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는 4차 산업혁명의 특성이 총망라된 기술 집합체적 성격을 띤다. 스마트시티 권위자인 오스트리아의 빈대학교 교수 루돌프 기핀걸(Rudolf Giffinger)은 “스마트시티를 사람, 정부, 환경, 경제 등 다양한 삶이 스마트 인프라 안에서 구축된 하나의 스마트 사회”로 정의했는데 여기서 스마트 인프라가 바로 4차 산업혁명 기반의 인프라가 되는 셈이다. 시장 조사 전문 기관인 프로스트앤드설리번(Frost & Sullivan)은 스마트시티 시장을 전망할 때 스마트 빌딩, 스마트 정부 및 교육, 스마트 보안, 스마트 에너지, 스마트 인프라, 스마트 물류, 스마트 의료 등 7개 서비스의 카테고리를 묶어서 시장 규모를 산출했다.4 참고로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이러한 7개 서비스 기반을 근거로 2020년
에 스마트 시장 규모는 18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시티 구현의 핵심 플랫폼 ‘클라우드’

스마트시티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총망라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AI는 스마트시티의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5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전자 박람회 ‘CES 2018’에서도 이 같은 트렌드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올해 CES의 주제는 ‘스마트시티의 미래(The Future of Smart Cities)’였다. 전시회 참가 기업 대부분이 AI를 활용한 기술들을 선보였다. 스마트시티의 핵심 기술이 AI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수의 참가 기업이 AI 기술을 선보였는데 그중에서도 삼성전자가 가장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는 ‘삼성시티(Samsung City)’라는 주제로 다양한 AI 기반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자체 음성인식 AI 기술인 빅스비(Bixby)를 활용해 가전기기를 제어하는 수준을 넘어서 가전기기들이 사용자의 선호도를 스스로 파악해냈다. 가령 사용자의 온도 선호도를 파악해 집안 온도를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식이다. CES 2018에서 선보인 패밀리 허브 냉장고는 가족의 음식 선호도와 식재료 보관 상황 등을 파악해 맞춤형 음식 메뉴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도 갖췄다.

여전히 AI가 상용화됐다고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혁신과 확산의 과정을 거쳐서 사람의 삶을 바꾸는 수준까지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수준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상용화될 수 있는 여러 서비스가 등장해야 하고 대중화가 이뤄져야 한다. AI만 가지고는 혁신과 확산이 일어나기 어렵다. 특히 AI 기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슈퍼컴퓨터급의 고사양 하드웨어 장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개인이 이런 장비를 보유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AI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스마트시티로 나아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 같은 걸림돌에 해결책으로 주목받아온 것이 바로 클라우드 기술이다. 클라우드는 각종 데이터를 개인의 PC나 스마트폰이 아닌 외부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해 이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전에는 네이버 클라우드 등 저장소로 많이 활용됐는데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과 함께 스마트시티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AI 서비스 확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클라우드는 개인이 슈퍼컴퓨터급 장비를 보유하는 대신 중앙컴퓨팅 파워를 이용하기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의 하드웨어 환경은 중요하지 않다. AI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 개인이 슈퍼컴퓨터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등장은 서비스 공급자가 부담 없이 AI 기반 서비스를 구현하게 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도 하드웨어 환경을 쓰지 않고 이러한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구글은 클라우드의 이러한 점에 착안해 2017년 9월, “구글 클라우드로 AI 민주화 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클라우드로 누구든지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 AI 기술이 촉발할 불평등을 막겠다는 뜻이다.

클라우드를 활용한 AI의 예는 소프트뱅크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페퍼(Peppe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페퍼는 IBM에서 개발한 AI ‘왓슨(Watson)’을 탑재하고 있어 언어 인식률이 매우 높다. 그런데 왓슨 구현을 위한 고사양 하드웨어가 페퍼에 내장된 것은 아니다. 클라우드 방식으로 왓슨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페퍼의 판매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2015년 출시 당시 기준으로 19만9000엔(약 195만 원) 수준이었다. 최신 스마트폰과 비교해 두 배 정도 비싼 금액이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페퍼는 빠르게 인기를 끌었다. 2015년 6월에 페퍼를 처음으로 판매를 했는데 1분 만에 1000대가 매진됐다. 이후 6개월간 계속 매진 행진을 이어갔다. 일본 네슬레 커피는 1000여 곳의 매장에 시범적으로 페퍼를 배치해 활용하기도 했다.

클라우드의 반대 개념 ‘블록체인’의 등장

클라우드는 AI를 확산시키는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스마트시티에서 중요한 네트워크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계점도 존재한다. 그중 대표적인 게 ‘신뢰’의 문제다. 중앙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기 때문에 불투명하고 조작될 위험이 있다. 또 중앙 독점의 문제도 있다. 중앙에서 처리하는 서비스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통제할 수 있는 권한과 범위가 넓어짐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클라우드에 대비되는 새로운 네트워크 플랫폼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참여자 사이에서 발생한 특정 정보를 모두 공유하게 하는 P2P(Peer to Peer) 기반 원장 플랫폼이다.6 여기서 P2P란, 개인 간 공유를 의미한다. 따라서 블록체인은 모든 노드(블록체인에 참여하는 개인)가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정의할 수 있고 이러한 이유로 투명성을 가진다. 클라우드는 중앙집중형이라면 블록체인은 분산형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다. 아울러 블록체인은 다수결 원칙에 따라서 조작을 방지하는 기능도 있다. 가령 특정 정보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의 모든 노드의 절반 이상만큼의 컴퓨팅 파워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다.

클라우드가 가지는 신뢰성과 중앙화 문제를 블록체인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엔 미래보고서 2050』은 10대 유망기술 중 하나로 블록체인을 선정한 바 있다.7 정부 출연 연구소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글로벌 14대 트렌드 중 하나로 블록체인을 선정하고8 블록체인이 한국에 미칠 영향을 전망했다.

정리하면, 블록체인은 P2P 기반의 공유 플랫폼으로 투명성과 무결성을 제공한다. 이는 신뢰성과 탈중앙화라는 가치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은 클라우드가 가지는 한계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일까? 블록체인 적용 사례를 들어 이점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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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 적용 사례

클라우드는 중앙집권화된 정보처리 방식이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반면 블록체인은 분산 방식으로 신뢰성을 높였다. 이를 기반으로 여러 인증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 서비스가 있다. 온라인 투표는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원격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편리해서 좋지만 투명성이 떨어지고 투표 결과를 관리하는 중간자가 따로 있어 조작이 가능하다. 물론 해킹과 같은 외부 개입으로부터도 안전하지 못하다. 실제로 2016년 미국 대선 때 일부 주에서 내부자에 의한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됐는가 하면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는 외부 해킹 위험 때문에 온라인 투표를 취소한 적이 있다.

그런데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온라인 투표 결과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조작을 막을 수 있어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최근 온라인 투표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스페인 정당 ‘포데모스 (Podemos)’다. 포데모스는 블록체인을 접목한 전자투표를 도입해 당내 의견을 원활하게 모으고 있다. 미국 역시 2016년 유타주 공화당의 대선 후보 선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전자투표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신뢰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삼진어묵은 삼성SDS와 협력해 블록체인 기반으로 어묵 유통 내역을 보여주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수산물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받기 위해서다. 에버레저(Everledger)는 다이아몬드의 이력을 블록체인으로 기록해서 신뢰성을 높였다.

아울러 블록체인은 클라우드와 달리 ‘탈중앙화’라는 특성이 있다. 이는 신뢰성을 기반으로 생겨난 추가적인 가치로 볼 수 있다. 특정 서비스를 거래하기 위해서는 중개 기관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때 중개 기관의 역할은 서비스 거래를 책임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신뢰성을 담보로 중개 기관은 두 당사자 간의 거래를 책임지고, 이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블록체인 이전에는 중개 기관의 이러한 역할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런데 블록체인의 등장으로 이러한 역할이 의문시되고 있다.

2015년 10월 미국 유명 가수인 이모겐 힙(Imogen Heap)은 블록체인을 기술을 활용해 음원을 판매했다. 미국 음반 산업 구조가 독점 체계이다 보니 높은 중개 비용을 요구했다. 이에 힙은 음반 직거래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중개 비용을 없앴다. 중개 비용이 없어지면 음반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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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앙화는 개인정보 보호도 강화한다. 의료 정보 등을 병원이라는 중개 기관에 맡긴 이유는 해당 기관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해당 기관에서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개인이 본인 정보의 이력 사용 현황을 조회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적절한 대가를 받고 팔 수도 있다.

블록체인은 서비스 처리 속도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중 네트워크 처리 속도 향상에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노드가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어 중앙 서버와 통신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의 경우 노드와 중앙의 서버 간에 끊임없이 통신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블록체인보다 네트워크 처리 속도가 느리다.

포르셰는 이에 착안해 블록체인 기반의 운전자 인증 시스템을 선보였다. 과거 인증 서비스의 경우 접근 권한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중앙서버와 통신을 해야 했다. 접근 권한자 이력의 조작 등 신뢰성 문제 때문이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중앙서버가 아닌 노드에서 인증을 진행할 수 있다. 얼굴 인식의 경우 10배가량 속도가 향상되는 것으로 확인됐다.9 포르셰의 사용자 인증도 마찬가지다. 포르셰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 적용으로 운전자 인증 처리 속도를 과거에 비해 최대 6배 향상시켰다.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단 1.6초 만에 앱으로 문을 잠그고 열 수 있다.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정보 공유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있는데 이 또한 서비스 처리 속도를 높인다. 블록체인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특정 정보를 필요로 할 때 관련자에게 이를 따로 요청할 필요가 없다. 월마트는 IBM과 함께 중국 내 돼지 유통 이력을 블록체인으로 관리케 했다. 블록체인 도입 덕분에 월마트는 돼지고기 유통 이력을 2.6초 이내에 조회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추가된 스마트시티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의 총아 스마트시티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블록체인의 등장은 스마트시티의 모습을 재정의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자체 서비스만으로 도시 내의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와 융합돼 새로운 네트워크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블록체인은 신뢰성, 탈중앙화 등의 가치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 혹은 클라우드와 혼용해 동반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IBM은 블록체인과 클라우드를 결합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블록체인은 실제로 어떻게 스마트시티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블록체인은 이제 시장 형성 단계에 들어서 있는 상태다. 아직 사업화해서 성공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는 많지 않다. 참고로 시장 조사 전문 기관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블록체인 시장이 성숙하려면 3년에서 5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10 그러므로 스마트시티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사례는 실질적으로 찾기 힘들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클라우드만큼 유망 기술로 평가되고 있고 스마트시티 구현에 블록체인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스마트시티 내에 블록체인이 활용되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도시 내 서비스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점진적으로 스마트시티를 변화시키는 방향이 있는가 하면 스마트시티 핵심 플랫폼 자체를 블록체인으로 선정해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시티를 구현하는 곳도 있다. 각각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도시 내 일부 서비스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스마트시티를 점진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사례부터 살펴보자.

두바이는 도시 내 블록체인 적용을 위해 2016년 2월 ‘글로벌 블록체인 의회(Global Blockchain Council)’를 설립했다. 두바이는 스마트시티 과제 추진의 일환으로 서비스 중심으로 블록체인을 적용하려는 계획을 세웠는데 우선, 정부의 전자문서 관리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적용했다. 블록체인으로 전자문서를 관리하면 해당 부처는 각 부처의 모든 정보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부처 간에 정보 요청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시간을 절약해주는 효과가 있다.11 참고로 두바이 정부의 분석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반 전자문서 시스템 도입으로 연간 2500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1조7000억 원이 절감되는 셈이다.12

싱가포르는 스마트시티 과제13 의 일환으로 ‘프로젝트 유빈(Project Ubin)’을 추진 중이다. 해당 과제는 개인의 모든 계좌 내용을 블록체인으로 은행끼리 공유할 수 있게 해 개인의 거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예를 들면, 개인 계좌에 있는 잔액이 공유되기 때문에 특정 잔액이 부족하더라도 다른 계좌의 잔액을 찾아 거래할 수 있다. 또 이 프로젝트의 이점을 도시 밖으로 확장하기 위해 인도의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주와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나라 간 거래를 간편하게 해 무역을 증진하기 위해서 홍콩과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11월 블록체인 기반 전력 거래 플랫폼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호주 서부 프리맨틀(Freemantle)에 825만 호주달러(약 7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력 거래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중개자가 없어도 전력을 사고팔 수 있다.

블록체인을 스마트시티 구축의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여럿 나타나고 있다. 2018년 2월 스마트시티 건설 전문 기업 플래닝코리아는 블록체인 도시 건설을 위해 연구소인 ‘비홈랩(BHOM LAB)’을 설립했다. 해당 연구소는 비홈이라는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도시에 적용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일본 후지쓰(Fujitsu) 역시 올해 3월에 벨기엘 수도 브뤼셀에 ‘블록체인 혁신 센터(Blockchain Innovation Center)’를 설립했다. 설립 목적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브뤼셀을 스마트시티로 만들기 위해서다. 스위스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를 위해 중부에 위치한 ‘추크(Zug)’에 블록체인 단지(Crypto Valley)를 조성하겠다고 2017년에 밝힌 바 있다. 블록체인 선도 도시를 목표로 하는 셈이다.

리빙랩 중심으로 스마트시티에 ‘블록체인’을 적용해야 해

블록체인 기술이 아직 걸음마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시티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들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기대와 함께 우려도 낳는다. 블록체인의 기술적 측면에만 초점이 맞춰진 나머지 블록체인의 효용성이 스마트시티 거주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스마트시티’ 사업에서도 지적받은 문제점 중 하나였다. 실증 단지 중심으로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했지만 도시 거주자는 이러한 혜택을 느끼지 못했다.14 과거 스마트시티 과제 현황을 연구하면서 실제로 이러한 모습을 자주 봤다. 도시 단지 내에 첨단 ICT 인프라를 적용한 서비스가 있음에도 사용자는 편의성을 크게 못 느껴서 이용하지 않은 사례가 자주 목격됐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시티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블록체인 관련 외부 회의에 참석할 때 블록체인의 효용성보다는 기능에만 초점을 둬서 논의하는 경우가 많다. 기능이 좋더라도 사용자에게 효용성이 없으면 해당 기능은 겉치레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스마트시티에 블록체인을 활용할 때에는 사용자가 우선시돼야 한다. 도시에서 사용자는 시민이다. 다시 말해 시민의 관점에서 스마트시티에 블록체인을 적용해야 한다.

리빙랩(Living Lab)은 이러한 관점으로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시티를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리빙랩은 삶의 실험실로 직역할 수 있는데 미국 MIT 대학교수 윌리엄 존 미첼(William J. Mitchell)이 대부분의 실험실 연구가 사회문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처음으로 제안한 개념이다.15 실제로 윌리엄 존 미첼 교수는 리빙랩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아파트를 대상으로 센서 기술을 이용해 해당 거주민을 관찰하면서 실질적으로 사회 문제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방법론을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시티에 적용을 하면 기능에만 초점을 두는 사업적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리빙랩 관점에서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방안을 구상할 때에는 사용자의 가치를 우선시해야 한다. 아울러 시민을 참여시켜 구상한 아이디어가 실질적으로 효용성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림 3]은 성공적인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시티 구현에 도움이 되고자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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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의 핵심은 아이디어 도출이다. 브레인스토밍으로 도시 내 적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관련 아이디어를 도출하면 된다. 2단계에서는 해당 아이디어가 실제로 효용성이 있는지 검토하는 단계다. 이때 중요한 점은 시민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블록체인의 효율성은 신뢰성이 담보돼야 한다. 블록체인의 효율성은 신뢰성을 부여하는 인증기관을 시스템 자체로 대체하면서 생긴 가치이기 때문이다. 최종 3단계에서는 서비스의 효용 가치를 정량화하고, 이를 위해 소요되는 예산을 산출한 뒤 타당성을 검토하면 된다.

유성민 IT칼럼니스트 dracon123@naver.com

유성민 IT칼럼니스트는 성균관대 행정학 석사를 졸업했고,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에서 소프트웨어공학을 전공했다. 대기업 연구소에서 ICT 융합 관련 사업 분야를 연구했다. 보안회사로 이직해 해외 사업을 맡았고 현재는 기획 담당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IT 전문가로서 여러 신문에 고정 필진으로 IT산업에 대한 전문적인 글을 기고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http://blog.naver.com/dracon123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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