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2. 인간의 장수 비결과 시사점

스트레스 면역력 키우고, 과욕은 피하고..기업의 장수 비결, 인간과 닮았네

245호 (2018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기업은 인간이 설계한 사회적 생명체로 그 수명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확대 발전시킬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자연적 생명체의 생존 본능인 실무율, 항존성, 응내성, 번식과 생존의 트레이드 오프 개념은 사회적 생명체인 기업의 장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 실무율= 사소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을 절제해 피로도와 에너지 낭비를 줄여라.
2. 항존성= 어떤 외적 스트레스에도 내부 시스템을 유지하는 내부 안정 강화 활동을 실행하라.
3. 응내성= 스트레스를 두려워 말고 담대히 대응하며 내성과 저항성을 키워라.
4. 번식과 생존의 트레이드 오프= 기업 확대에 따른 과욕은 절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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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는 생명체의 존재 이유


생명체의 고유한 본질은 살아 있는 것, 바로 ‘지금’ 살아 있는 것이다. 장수는 ‘지금’의 생존상태를 연장해 오래 사는 것으로 생명체 본질의 표상이다. 인간은 자연적 생명체지만 사람이 만든 기업은 인간이 생성한 사회적 생명체다. 생명체로서 사람이나 기업이 가지는 생존과 번영의 목표는 당위적인 존재 이유이자 목표다. 이러한 목표의 달성이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양적인 측면에서 생존 기간의 길이와 경제적 사회적 번영의 규모인 부(富)의 규모를 지표로 삼을 수 있다. 질적인 측면에서는 만족감 또는 성취감을 척도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중 만족감은 인간의 경우 사람과의 관계도로, 기업의 경우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정도에 의해 평가되는 존재감 또는 자긍심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가치도 근본적으로 생명체로서 살아남아 있어야만 평가받을 수 있다. 생존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 존재의 가치와 의미를 논함에 있어 장수의 중요성이 만고불변으로 강조된 이유다. 예로부터 인간의 오복을 거론할 때도 수(壽), 부(富), 귀(貴), 강녕(康寧), 고종명(考終命)을 주창했는데 그중에서도 장수를 의미하는 수(壽)가 인간의 복 중에서 첫째 덕목으로 꼽혔다. 자연적 생명체인 개인으로서는 물론 사회적 생명체인 기업이 장수한다는 것은 각각 생명체로서의 보람과 의미를 찾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생명체로서의 인간과 기업 모두 장수하는 데 생존이 필수 전제 조건이라는 점은 공통된 특성이다. 생명체는 살아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떤 풍파에도 절대적으로 살아남아야만 한다. 또 생존 기간을 양적으로 극대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생존의 극대화를 통한 장수의 의미를 고양하려면 만족과 행복을 획득하는 일이 병행돼야 한다. 이 같은 장수의 필요 충분 조건을 모두 성취해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보다 더 오래, 더 잘살 수 있게 되는 웰에이징(well aging)을 달성할 수 있다. 전통사회의 오랜 축원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더 오래 살기를 기원하는 연년익수(延年益壽)와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더 건강해지라는 연부역강(年富力强)의 염원이 있다. 이는 자연적 생명체인 사람뿐 아니라 사회적 생명체인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생명체로서 사람과 기업의 차이

맥스 테그마크1 생명체를 생성 주체에 따라 Life 1.0과 Life 2.0, Life 3.0 버전으로 분류하고 있다. Life 1.0은 생명체의 하드웨어(hardware)나 소프트웨어(software)가 모두 수억 년의 장구한 세월에 걸쳐 진화한 ‘동식물’을 의미한다. Life 2.0은 하드웨어는 진화에 의해 결정되지만 소프트웨어는 설계에 의해 변형될 수 있는 생명체로 ‘인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분류는 인간이 교육이나 훈련에 의해 능력을 개선할 수 있음을 특별하게 강조한 것으로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부각시킨다. Life 3.0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인간의 설계에 의해 변형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미래인간인 ‘후생인류(posthuman)’를 지목하고 있다. 인간의 신체구조인 간, 심장, 근육, 관절, 치아, 신장 등 생리적 기관뿐만 아니라 신경이나 뇌 같은 생체통합 및 인지제어기능까지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상태가 온다고 보고 이러한 상태를 Life 3.0이라고 칭했다.

이러한 분류 방법과 인간과 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사회적 생명체인 기업은 Life 3.0으로 분류할 수 있다. 사회적 생명체인 기업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모두 인간들이 스스로의 설계를 통해 진정으로 창조해낸 인공의 생명체라는 점에서다. 인간은 하드웨어가 장구한 세월에 걸쳐 이뤄진 진화에 따라 운명이 정해진 피동적 소산이지만 기업은 인간의 자발적 설계에 의해 구성된 능동적 소산이다. 인간이 사회적 활동을 자신의 신체에 국한하지 않고 단체와 집단을 연결해서 생성해낸 새로운 생명체가 바로 기업이다. 기업은 인간의 능동적 설계에 의해 생성된 Life 3.0 버전의 생명체이기 때문에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모두 인위적 디자인에 따라 변형할 수 있고 제어할 수 있다. 부득이하게 운명적으로 정해진 수명의 한계를 갖고 있는 자연적 생명체인 인간과 달리 기업은 인위적인 디자인에 의해 구성된 사회적 생명체로서 인간과 다르게 자신의 수명을 양적으로, 질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보다 오랜 장수를 성취할 수 있다. 기업이 인간의 생존 극대화 방식을 잘 참조해 활용하면 장수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여지도 커질 수 있다. 다음에서 인간이 오랜 생존을 위해 극심한 내외적 환경의 변화에 어떻게 적절히 대응해 왔는지 핵심적인 요소들을 살펴봄으로써 기업에의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자연 생명체의 위기 극복 시스템: 실무율, 항존성, 응내성

인간의 장수를 논하려면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생체의 제반 기능과 환경적으로 결정되는 후생 제반 요인들을 살펴봐야 한다. 이번에는 장수의 첫째 조건인 생존의 요건에 관한 속성적 특성을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장수의 충분조건인 생존을 위해서는 생명체의 대사, 면역, 소화, 순환, 내분비, 활동, 인지 등 모든 생리기능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외적 자극 스트레스에 대한 생체의 반응 제어기구와 내적 변화를 조율해 온전하게 생명을 보존하는 생리적 보호기구의 작동이 필요하다. 물론 생체를 보호하는 임기응변식의 구체적인 작동기구는 매우 다양하지만, 우선 생명체의 생체보호를 위한 대표적 속성 몇 가지에 집중해 보자. 외부적인 독성자극 또는 스트레스로부터 생체를 보호하기 위해 자연 생명체가 가지는 대표적인 생리적 작동 시스템의 속성을 정리해보면 실무율(悉無律, all or none principle), 항존성(恒存性, homeostasis), 응내성(應耐性, hormesis)이라는 특성들이 있다.

실무율은 생체에 자극이 왔을 때 신경세포가 작동하는 기전으로 일정한 강도에 이르지 못한 자극에 대해서는 전혀 반응하지 않고 무시해버리나 특정 강도의 역치(域値, threshold)를 넘은 자극에 대해서만 일정하게 반응하는 현상이다. 즉 웬만해서는 반응을 하지 않으나 조건이 될 때만 일정하게 반응한다는 의미에서 생체반응의 ‘이냐, 아니냐(all or none)’라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생체세포는 역치를 넘은 자극에 대해서 반응할 때도 반응 정도를 반응폭의 크기로 표출하지 않고 반응 빈도의 문제로 전환해 대응하고 있다. 실무율의 반응 체계는 외적 자극에 대해 일정 강도 이상의 자극에만 반응하고, 그것도 반응폭이 아니라 빈도로 환산함으로써 생체를 안전하게 보존하는 것이다. 자질구레한 자극들에 대한 반응을 무시함으로써 생체에너지 소모를 막고 생체의 반응 피로도를 덜어주는 경제적인 방안이 아닐 수 없다. 자질구레한 자극들은 무시해버리고 일정 강도 이상의 자극이 왔을 때만 정해진 틀 내에서 안정적으로 반응하는 동시에 자극 강도의 차이에 대해서는 반응 빈도로만 대응하는 것이다. 생체가 무리한 반응을 자제하면서 안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피로 방지 및 안정 유지 수단이 아닐 수 없다.

항존성은 아무리 심한 환경적 위해 요인 속에서도 생체 내부의 상태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속성이다. 생체의 체온, 혈액 내 산성도, 혈당, 인체 체기압 등이 어떤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정하게 맞춰져 있어야만 한다는 생리적 안정 시스템이다. 아무리 바깥 환경의 온도가 덥거나 춥더라도 체온은 36.5°C를 지켜야만 하고, 아무리 과식하거나 금식하더라도 기본혈당은 90㎎/㎗을 유지해야 하고, 아무리 몸의 대사적 조건이 변하더라도 혈중 산성도는 반드시 pH 7.4를 지켜야 하며, 생체를 지키는 기압조건은 1기압 상태를 유지해야만 한다. 이러한 생리적 시스템은 우리 몸을 언제나 안정한 상태로 유지시켜 환경 변화에도 생명을 온전하게 보존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다. 환경의 변화를 극복하고 생체를 온전하게 유지해 모든 생리기능을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생체를 안정하게 유지해준다. 내부 환경의 안정적 유지가 생체 보호의 필수적인 장치임을 보여준다.

응내성이라는 개념은 원래 방사능에 대한 민감성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저(低)강도의 방사능에 자주 노출되면 결국 강한 방사능에 조사됐을 때도 생존하는 저항성을 갖게 된다는 실험적 사실에서 기인한 개념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방사능에 대한 저항성에 그치지 않고, 독성 화학물질 또는 열과 같은 다른 물리적 화학적 요인에 대해서도 모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소량의 독성 물질 사용이 결국 독약에 대한 저항성을 만들어 냈다는 보고들이 나오면서 화제가 됐다. 이 현상이 더욱 학계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이러한 특정 요인에 의한 내성 유도가 다른 불특정 요인에 의한 독성 자극에 대해서도 보편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시사됐기 때문이다. 일상의 규칙적 운동이 장수에 도움을 준다거나, 평상시 목욕을 좋아하는 일본인의 장수 요인이 뜨거운 물에 의한 열 자극 때문이라는 주장, 일상적인 소량의 음주가 사망률 감소에 영향을 준다는 등의 보고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심지어 소식의 장수 효과를 평상시 소식에 따른 대사적 스트레스가 쌓여 응내성 작용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즉 규칙적이고 일상적인 소량의 스트레스나 자극이 궁극적으로 외부의 강한 위기적 스트레스에 대한 생존본능을 높여준다는 이러한 생체의 응내성은 생체 내에서 생체보호를 위해 생리적으로 가동하는 중요한 대응 방안이다.

자연적인 생물학적 생명체가 장수를 누리려면 생존 장치를 효율적으로 가동해야 하는데, 위에서 살펴봤듯이 모든 생명체는 반응의 실무율, 내외 변화에 대한 항존성, 자극에 대한 응내성 등의 특성을 갖추고 있다.

사회적 생명체의 장수 조건

이러한 자연 생명체의 생리적 특성은 사회적 생명체인 기업의 생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무율 조건에서 보면 기업이 처하게 되는 다양한 환경적 스트레스에 대해 일희일비(一喜一悲)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다만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 대응하되 아무리 강한 스트레스가 오더라도 일정한 원칙선상에서 절제가 있는 대응을 해야 할 것을 요구한다. 즉 제반 사안마다의 맹목적이고 흥분적인 대응을 자제해야 함을 강하게 시사한다. 자질구레한 일들에 대응하다 보면 우선 반응 피로감이 야기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가 커져서 막상 본격적인 위기상황에 닥쳤을 때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항존성의 경우에는 어떤 험난한 외적 스트레스가 닥치더라도 내부 상황은 안정되게 운영하는 ‘내부 안정 강화 활동’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아무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충격이 오더라도 내부는 동요하지 말고 항상 일정하게 안정된 상태를 견지해나갈 수 있도록 훈련되고 숙달돼 있어야 한다. 개체와 마찬가지로 사회 조직도 내부가 흔들리면 와해될 수밖에 없고 생명은 끝나고 말 것이다. 외부 환경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내부 조직의 완충 능력을 강화하고 경영이나 자금 운용의 측면에서도 안정된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물론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절대적인 선결조건으로 조직 내부의 구성원 간 신뢰와 유기적 협력 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응내성의 경우, 기업이 살아가는 과정에 항상 접하게 되는 다양한 외부 자극 또는 스트레스를 피하거나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이런 다양한 자극들에 대한 대응 훈련을 평상시에 해둬야 함을 강조한다. 일상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다양한 스트레스에 대해 그때그때 대응하는 방안을 강구해 극복하는 경험이 쌓이다 보면 엄청난 위기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이를 극복해 낼 수 있는 지혜가 생기고 체력을 갖추게 된다. 응내성이 가리키는 생존 능력의 증대는 무사안일(無事安逸)이 장수의 가장 큰 적임을 지적한다. 항상 편안하기만 기대하지 말고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두려워 말며 담대히 대응하면서 스트레스 내성 또는 저항성을 키워두라는 것이 응내성의 교훈이다. 생명체로서 기업이 살아가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수많은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기 위해서는 위기대처 시스템에 잘 훈련되고 숙달돼 있어야 한다.

기업도 장수하려면 우선 생존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외부 환경 변화와 다양한 스트레스에 대한 자질구레한 자극들에 너무 신경쓰지 않는 게 좋다(실무율). 항목 항목마다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으나 일정한 외부 자극이 오면 피하지 말고 적절하게 대응해 극복하는 체질을 갖춰 두면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 낼 수 있다(응내성). 온갖 외부적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내부 환경은 항상 일정하고 안정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놓아야 한다(항존성).

증식과 생존의 트레이드오프

생명체가 가지는 생명의 존재 의의는 단적으로 말하면 두 가지, 번식과 생존이다. 모든 생명체는 더 많은 자손을 낳아서 번창하고자 하는 근원적 욕구가 있다. 이를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라고 표현했다. 생명체는 결국 자신이 가진 유전자가 맹목적으로 자손을 번창하도록 프로그램돼 있다는 식의 과격한 표현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과 반발을 일으키기도 했다. 생명의 기계적 유물론적 입장을 유전자적 수준에서 강조해 철학적, 종교적으로도 격심한 논쟁을 일으켰다. 비록 생명의 본질을 도킨스식으로 단순화시키고 싶지는 않지만 그 의 생명 번창의 개념은 생명체로서의 종(種) 단위에서 보면 일면 이해가 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생명체의 또 다른 존재 의의이자 본질적 욕구는 바로 생존이다. 생존을 극대화해 장수를 이루는 것은 개체 단위 생명체의 절대적인 소명이다. 그래서 조금 더 장수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들이 인류 역사 발전과 더불어 지금까지도 계속 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인류 최초의 서사시인 길가메시 이야기도 불로초 탐구를 언급하고 있고,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기 위해 방사 서복을 앞장세워 대선단을 파견했다. 대항해시대 스페인 총독 퐁세 드 레옹은 회춘의 샘을 찾기 위해 신비의 불로촌인 비미니(Bimini)를 총력을 다해 탐색했다. 지난 2000년이 넘도록 식자들과 위정자들을 혹하게 했던 중국의 연단술이나 아랍과 유럽의 연금술을 통한 불로불사의 영약 탐구 등은 모두 인간의 수명을 극대화하려는 처절한 노력이다.

그런데 최근 생명체의 장수를 연구하는 중에 새롭게 부각된 중요한 사실은 장수와 번식이 상호 배타적으로 대립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번식을 많이 하면 수명이 짧아지고 번식을 줄이면 수명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연어와 같은 회귀성 어류들은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와 험한 노정 끝에 산란장에 도착해 생식을 하고 죽어버린다. 또 수년간 성장하던 하루살이 같은 벌레들은 초여름 어느 날 하루 동안 교미하고 죽어버린다. 인간의 경우도 수녀나 환관이 상대적으로 더 오래 산다는 보고들은 번식과 수명과의 상호 배타적 관계를 상징하고 있다. 더욱이 동물실험의 경우에서도 소식 등의 방법으로 수명을 연장시킨 경우 자식을 낳는 숫자가 극감하는 현상이 보고됐고, 인간의 경우도 장수사회가 되면서 출생률이 극감한다는 결과들이 이러한 이론을 뒷받침한다.

그뿐만 아니라 생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세포의 경우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발견됐다. 늙은 세포와 젊은 세포의 속성을 비교하던 중 외부 독성자극에 대한 생존능력을 비교하는 실험에서 늙은 세포가 젊은 세포보다 독성에 훨씬 강한 저항성을 보여 세포사멸 유도가 저하되는 현상이 발견됐다. 당연히 늙은 세포가 젊은 세포보다 독성에 더 예민하게 반응해 잘 죽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이러한 사멸저항현상은 세포 수준은 물론 개체 수준에서도 확인됐다. 젊은 쥐와 늙은 쥐의 복강에 독약을 넣어 생존을 비교해본 결과 젊은 쥐보다 늙은 쥐의 경우 간이나 다른 장기의 사멸저항성이 높아 결과적으로 생존력이 높았다.

늙은 세포는 독성자극에 대해 사멸저항성을 갖는 반면 증식유도인자에 대해서는 반응을 하지 못해 결국 증식을 하지 못한다. 노화에 따라 세포가 보여주는 사멸저항성의 증가와 동시에 증식유도인자 반응성의 저하 현상은 결국 노화의 불가분한 양면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증식과 생존의 배타적 작용기전은 노화에 따른 세포 내 핵 내로의 물질이동성의 저하 때문에 세포사멸유도인자 신호의 핵 내 이동이나 증식인자 신호의 핵 내 이동이 모두 차단됐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 기전이 시사하는 바는 늙으면 외부자극에 대한 저항성을 통해 생존을 추구하나 반대급부로 증식 반응성은 저하돼 증식을 못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름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는 증식을 포기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생존을 위해 증식 포기라는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는 트레이드오프(trade off) 개념이 등장한다. 이른바 노화의 생존과 증식의 교환설(Trade Off Theory of Aging)이다. 이러한 번식 또는 생식에 대해 생존 또는 장수라는 개념이 상호 포괄적 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상호 배타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현상은 생물계에서는 매우 흔한 사례다. 종 차원에서 생식을 위해 개체들의 수명을 제한하거나 개체에서도 생존과 증식을 상호 배제적으로 교환하는 일은 중요한 속성 중 하나다.

이러한 생명체의 생존과 증식의 트레이드오프설은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기업이 장수하려면 일정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기업의 팽창에 따른 번식 번영에 대한 절제를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기업의 사업규모를 문어발식으로 확장하게 되면 증식이 증가돼 결국 생존이 위태로워질 위험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기업도 장수와 번창의 트레이드오프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 세계 기업 중 500년 넘게 장수한 기업들은 대부분 특정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생존해 왔다. 기업을 경영하는 주체가 대부분 직계 가족이나 내부 결속이 강한 집단 중심으로 한정적으로 구성돼 외부의 풍파를 내부 결속력의 강화에 의해 극복하며 영위한 경우가 많다. 원래의 사업에서 성공했지만 이를 넘어서서 도약하기 위해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대한 많은 기업이 쇠락의 길로 들어선 사례도 흔히 볼 수 있다. 자신의 분야에 집중해 그 사업을 온전하게 발전시켜 오래오래 수명을 유지하는 것은 기업이 가진 숙명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의 번창을 위한 확대 발전보다 기업의 온전한 생명을 오래 유지해 장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자연 생명체의 노화장수 기전이 보여주는 ‘증식과 생존의 트레이드오프’의 가르침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생명체의 장수를 위한 생리적 장치의 가동은 단순히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장수, 더 나아가서 국가의 장수, 인류의 장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해볼 수 있다. Life 2.0의 인간이 발전시켜 이룬 Life 3.0의 사회적 생명체들은 그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모두 인위적 설계를 통해 생성될 수 있다. 자연생명체인 생물의 생존기전이 기업의 장수 전략을 설계하는 데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 scpark@snu.ac.kr

필자는 세계적인 장수 학자로 ‘장수의 비밀을 아는 사나이’로 불린다.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생화학 전공으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대 의과대학 생화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노화세포사멸연구센터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소장, 삼성종합기술원 웰에이징연구센터 센터장, 삼성종합기술원 부사장을 지냈다. 가천대 이길여암당뇨연구원장,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석좌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전남대 연구 석좌교수로 있다. 노화 연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했으며, 올해의 과학자상, 유한의학대상, 동헌생화학대상, IAGG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장수에 관한 연구 활동을 지속적으로 행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 『당신의 100년을 설계하라』 『생명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노화혁명』 『100세인 이야기』 『생명의 미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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