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배우는 발상의 전환

돛대에 몸을 묶고 절제하라

245호 (2018년 3월 Issue 2)

#1. 클로즈업

“말해다오. 뮤즈의 여신이여. 신성한 도시 트로이를 파괴한 뒤 그토록 떠돌아다녔던, 임기응변에 능한 그 사람의 이야기를! 그는 수많은 도시를 보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알았으며, 바다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구하고 전우들을 귀향시키려다 마음속으로 많은 고통을 받았습니다!”

10년에 걸친 트로이전쟁을 승리로 이끈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 전쟁을 마친 그는 오직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운명은 가혹했다. 신들의 노여움을 산 그는 귀향 도중 온갖 시련과 고초를 겪게 된 것이다. 그는 고난들과 맞서 싸우기로 한다.

“나는 이미 너울과 전쟁터에서 많은 것을 겪었고, 많은 고생을 했소. 그러니 이 고난들에 이번 고난이 추가될 테면 되라지요.”

- 『오디세이아』 제5권

오디세우스는 말 그대로 ‘구사일생’의 여정을 보여준다. 외눈박이 거인족의 섬에서는 인간을 잔인하게 먹어 치우는 거인족 키클롭스의 눈을 멀게 해 가까스로 도망쳤고, 식인 거인으로부터는 그가 던지는 바위에 맞아 12척의 배 중 11척을 잃었으며, 또 아름다운 마녀 키르케의 마법에 걸려 돼지로 변해버린 부하들을 줄로 묶어 배에 싣고 탈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항해자들을 아름다운 노래로 유인해 잡아먹는다는 세이렌의 섬에 이르러서 다른 선원들이 세이렌의 노래를 듣지 못하게 귀를 막도록 하고, 오디세우스 스스로는 귀를 막는 대신 몸을 돛대에 묶어 세이렌의 유혹과 싸웠다.

“나를 돛대를 고정하는 나무통에 꼼짝하지 못하도록 묶으시오. 그리고 내가 풀어 달라고 애원하거나 명령하거든 더 많은 밧줄로 나를 꽁꽁 묶으시오.” - 『오디세이아』 제12권

이후 계속되는 고난들로 인해 오디세우스는 결국 부하들을 다 잃고 만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뗏목 하나에 의지해 마침내 20년 만에 고향 땅 이타카에 돌아와 아내 페넬로페와 재회한다.

“여보! 우리는 아직 모든 고난의 끝에 도달한 것이 아니오. 앞으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노고가 있을 것이고, 그것이 아무리 많고 힘들더라도 나는 그것을 모두 완수해야만 하오.”

- 『오디세이아』 제23권

#2. 깊이 읽기

서양 문학사에서 ‘모험담의 원형’이자 ‘서양 정신의 출발점’으로 인간의 삶과 운명을 바다와 모험에 비유한 최초의 서양 문학 『오디세이아』. 이 작품은 로마 건국 신화를 다룬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르네상스 시대를 연 단테의 『신곡』, 그리고 셰익스피어, 괴테를 거쳐 모더니즘의 문을 연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까지 큰 영향을 끼치며 서양 문학사의 정전(正傳)이 됐다.

수천 년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이 작품이 최고의 고전으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신화인 동시에 지리와 역사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호메로스는 『오디세이아』를 통해 우리 중 그 누구도 고난과 시련을 피할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온갖 쓰라린 경험을 겪고 멀리 여행을 해본 사람만이 자신의 고통을 즐길 수 있다.”

- 『오디세이아』 中

우리는 오디세우스를 통해 삶의 본질에 눈뜨고, 목표보다 과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거친 바다를 어떻게 항해해야 할까? 수많은 고난과 시련에 방황하는 현대의 수많은 오디세우스들에게 호메로스는 말한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당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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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즈니스 인사이트

필자에게 『오디세이아』는 리더십에 관한 책으로 읽혔다. 조직 내 권력을 모두 가진 리더는 필연적으로 유혹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세이렌의 섬을 지나가면서 오디세우스는 스스로 자신의 몸을 돛대에 묶고 이렇게 말한다.

“내가 풀어 달라고 애원하거나 명령하거든, 더 많은 밧줄로 나를 꽁꽁 묶으시오.” - 『오디세이아』 제12권

왜일까? 만약 자신이 유혹을 버텨내지 못할 경우 조직이 치명적인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오디세우스의 이 말 속에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이 유혹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실리콘밸리의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차량 공유 서비스로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파한 우버. 1000명에 불과한 직원으로 무려 4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기업가치 평가를 받으며 대박 신화를 써나갔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우버가 2017년 한순간 위기에 빠진다. 바로 창업자이자 CEO인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 때문이었다. 한때 스티브 잡스에 비견되는 혁신가로 꼽혔지만 세상에 드러난 칼라닉의 민낯은 추했다. SNS상에 그가 우버 기사와 논쟁을 하다가 막말을 퍼붓는 모습이 유포됐고, 성 추문과 함께 기업 내 만연한 성차별, 성희롱을 은폐하려 한 사실이 큰 논란이 됐다. 칼라닉의 추락은 개인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고 우버라는 조직까지 사지로 몰아넣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의 아이콘이었던 트래비스 칼라닉. 그가 영광의 자리에서 한순간 나락으로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버의 기하급수적 성공은 달콤하고도 위험한 ‘세이렌의 유혹’이었다. 유혹에 빠진 그는 오만해졌고, 변칙을 일삼으며, 점점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몰고 갔다.

인간은 본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이기에 리더라고 해도 이러한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본성을 깨닫고 스스로를 절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구조적인 견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세이렌의 유혹으로부터 헤어 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리더들에게 2800년 전의 호메로스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리더들이여! 만약 당신이 스스로 돛대에 몸을 묶고 절제하지 않는다면 달콤한 세이렌의 유혹에 취해 자신은 물론 조직 전체를 죽음으로 이끌어 가고 말 것이다. 리더의 영광과 죽음은 하나기 때문이다.”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 ceo@monaissance.com

필자는 삼성경제연구소 시절 대한민국 최대 CEO 커뮤니티 ‘SERI CEO’를 만들었다. ㈜세라젬 사장일 때는 몸을 스캐닝한 후 맞춤 마사지하는 헬스기기 ‘V3’를 개발했다. IGM세계경영연구원장 시절에는 경영자를 위한 ‘창조력 Switch-On’ 과정을 만들었다. 2014년 2월 복잡한 인문학 지식을 ‘5분 영상’으로 재창조하는 콘텐츠 기업 ㈜모네상스를 창업했으며 한양대 경영학부 특임 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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