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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관리의 정석

사이비임이 드러나도.. 왜 신도들은 교주를 계속 신뢰할까?

전정호 | 244호 (2018년 3월 Issue 1호)
Article at a Glance
신뢰가 무너진 조직은 변화와 혁신을 하기는커녕 현상을 유지하기조차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조직 내 신뢰를 쌓을 수 있을까? 그간의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절차적 공정성과 분배적 공정성 중 절차적 공정성이 조직에 신뢰 구축에 큰 도움을 준다. 둘 다 동시에 추구해야 하지만 절차적 공정성 확보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 내 신뢰는 인지적 신뢰와 정서적 신뢰로 나뉠 수 있는데 정서적 신뢰가 매우 강력한 힘을 갖고는 있으나 맹목적이 될 수 있기에 인지적 신뢰와 적절히 결합할 필요가 있다.

신뢰와 협력은 무엇이 다른가?

조직이 비즈니스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요인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구성원 간, 또는 부서 간 신뢰(trust)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많은 취업지망생이 선호하는 대기업에서조차 신규 입사자들이 1년 안에 이직하는 비율이 30%에 육박한다. 이는 자신의 미래를 맡길 만큼 조직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신뢰는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함께할 상대방에게 자신의 취약한 운명을 맡기는 것(being vulnerable to other’s party)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지만 일단 신뢰를 주기로 결정하면 실패에 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가령 이발사를 신뢰하면 우리는 자신의 목을 그의 면도칼에 맡길 수 있지만 판단이 잘못됐을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을 신뢰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타인에게 자신의 미래를 의존하기보다는 자신만의 힘으로 모든 것을 다해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야구에서 투수가 야수진의 수비 역량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수비에 의존하기보다는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삼진을 잡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기업도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구성원들이 각자도생하는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신뢰의 본질은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positive expectation of other’s party)와 함께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risk-taking behavior)를 동반한다. [그림 1]에서 보듯이 상대방에 대한 신뢰는 위험감수 행위가 높다는 점에서 구성원 간 호혜성(reciprocity)을 기반으로 하는 단순한 협력적 관계 또는 조직시민행동 등과 구분되고, 긍정적인 기대가 높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기대가 없이도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복종이나 신의(信義)적 행위와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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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우리가 조직에 들어갈 때에는 그 조직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긍정적인 기대를 할 때 비로소 지원서를 낼 수 있다. 급속한 몰락이 예상되는 조직에 입사하려는 신입사원들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 조직이 과거에 아무리 좋은 성과를 냈더라도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그 조직이 자신과 함께 번영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다. 조직에서 퇴사를 한다는 것은 이 조직에서 자기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할 수 없기에 위험감수 행위를 할 의사를 철회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일단 어떤 조직을 선택해 입사하게 되면 밖에서 본 조직의 이미지와는 다른 부서의 낯선 동료들과 상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신뢰의 대상을 자신이 선택하는 상황이 아니다. 조직에 의해서 모든 것이 주어지며, 이미지로만 알고 있던 조직도 각종 지원과 제도적인 절차를 통해서 자신의 민낯을 구성원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신뢰 관련 연구들은 경영진을 비롯한 자신의 상사와 동료들에 대한 신뢰가 높을수록 구성원들이 업무 또는 조직에 대한 몰입, 직무에 대한 만족이 높아진다고 보고하고 있다.

절차적 공정성과 신뢰

조직에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요인들에 신경을 써야 하는가? 조직 수준의 요인으로서 조직이 개인을 얼마나 지원해 주는가를 의미하는 조직후원인식(perceived organizational support)과 함께 조직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organizational justice)을 들 수 있다. 조직의 공정성 중 ‘분배적 공정성(distributive justice)’은 ‘타인과 비교했을 때 자신이 조직에 기여한 만큼 물질적 보상을 받고 있는가’에 관한 인식에 관련된다면 ‘절차적 공정성(procedural justice)’은 조직의 의사결정과 관련해 ‘조직이 구성원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소통하면서 조직의 정책에 반영하는가’와 관련한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의 공정성 중에서 분배적 공정성은 자기의 이익이 정당한가 하는 경제적 관심에서 출발하기에 개인적 측면의 공정성이라 할 수 있지만 절차적 공정성은 자기를 포함해 타인들의 의견이 소통되는가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서 비롯되기에 사회적 측면의 공정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동안 이뤄진 많은 연구를 통해서 구성원들의 조직에 대한 신뢰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분배적 공정성보다 절차적 공정성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 사실은 우리가 조직에서 생활할 때, 물질적 보상이라는 경제적인 이유보다 조직이 구성원들을 동등한 파트너로 여기고 있는지가 신뢰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공조직은 말할 것도 없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조직에서조차도 분배적 공정성보다 절차적 공정성이 경영진에 대한 신뢰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가령, 임금 수준이 매우 높은 재벌 기업의 경영진에 대해서 조직구성원들의 불신이 큰 것은 아마도 경영진이 정책 결정에 있어서 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기업에서도 임금 수준과 경영진에 대한 신뢰는 비례하지 않았는데 이는 분배적 공정성과 절차적 공정성이 전혀 다른 차원의 공정성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상적인 조직의 경우는 분배적 공정성과 절차적 공정성 모두 높은 집단이겠지만 둘 중 하나를 택하자면 절차적 공정성이 구성원들의 신뢰와 만족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가령, 물질적 분배가 만족스럽더라도 구성원들을 의사결정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소수의 집단이 조직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곳에서는 신뢰의 수준이 낮아진다. 이와 같은 사실은 조직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1차적으로 조직공정성의 전반적 수준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고 조직공정성 중에서는 분배적 공정성보다 절차적 공정성이 더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인지적 신뢰와 정서적 신뢰

조직에 대한 신뢰와 함께 구성원들에게 중요한 신뢰는 조직을 대표하는 리더에 대한 신뢰(trust in leader)라 할 수 있다. 지도자, 리더에 대한 신뢰는 주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질(trait)에 대한 평판에 기인한다. 리더의 탁월한 역량(competence)이나 원칙을 고수하는 일관성(integrity), 직원들에 대한 배려심(benevolence) 등이 구성원들의 신뢰를 불러일으킨다. 물론 신뢰받는 자의 특질만이 구성원들의 신뢰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신뢰하는 자가 잘 믿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도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치며 조직이 평상시의 상황인지, 위험을 감수할 것을 결단하는 위기의 상황에 있는지 여부도 구성원들의 신뢰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신뢰는 특성상 타인에 대한 정보와 이에 대한 판단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이를 인지적 신뢰(cognition-based trust)라고 부른다. 그중에서 조직의 리더에 대한 신뢰, 기업의 경영진에 대한 신뢰는 다수의 조직 구성원이 그들과 직접적인 인격적 관계를 맺기가 어렵기 때문에 여러 정보에 의존하는 인지적 신뢰의 경향을 띤다. 그런데 인지적 신뢰는 신뢰 대상의 특질에 대한 정보에 기반해 신뢰가 형성되기 때문에 자신이 알고 있는 기존 정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드러날 경우 그에 기반한 신뢰도 쉽사리 무너진다는 특징이 있다. 가령 유능하고 청렴하다고 알려진 경영진이 남몰래 횡령을 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우리는 그에 대한 신뢰를 당장 철회하고 불신하게 된다. 어쨌든 우리의 인지적 신뢰는 주로 대상의 실력 또는 인격에 대한 판단에 따라서 달라진다. 배려심도 리더의 조건으로서 중요하지만 리더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 사람들은 소수라는 점에서 실력과 인격이라는 앞서의 두 조건보다는 중요성이 좀 덜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관계에 기초한 정서적 신뢰(affect-based trust)는 정보가 수정되더라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정서적 신뢰는 신뢰의 대상과의 관계에 기초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형성된다. 인지적 신뢰와는 달리 신뢰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믿음이 철회되지 않고 지속되는 비이성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학창 시절에 유능했던 아들에 대해서 부모가 신뢰하는 경우나 특정 종교의 교주에 대한 신도들의 신뢰를 전형적인 사례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아들의 계속된 사업 실패에도 아들이 학창 시절에 똑똑했다는 오래된 기억과 정서적 신뢰가 아들에 대한 비이성적인 투자를 지속하게 하는 것처럼 자신의 교주가 사이비 교주라는 점이 드러나도 신도들은 정서적 신뢰를 지속한다. 이처럼 정서적인 신뢰는 이성적인 신뢰보다 강하고 오래 지속되며, 실패에도 불구하고 신뢰자로 하여금 인지부조화를 경험하게 해 계속적인 위험감수 행위를 하도록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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