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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창의력

문제를 알고 답 찾는 것은 시시해? 딥러닝, 예술-창작 분야로도 성큼성큼

이재환 | 228호 (2017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인공지능은 퀴즈 풀이, 바둑, 얼굴 인식처럼 ‘문제를 알고 답을 찾는’ 지도학습 분야에서 인간을 초월하고 있다. 반면 정답이 없고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비지도 학습 분야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LSTM, GAN등 새로운 알고리즘들이 발전하면서 창작활동이 가능한 인공지능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을 ‘상상해서’ 초상화를 그리고, 가방 디자인에서 모티프를 따 자동으로 구두 디자인을 하는 일들이 가능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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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인공지능은 인간의 감성이나 창의성을 모방, 혹은 능가할 수 있을까?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런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질문에 답을 하기에 앞서 먼저 인공지능 작가 벤저민(Benjamin) 사례를 살펴보자.

2016년 6월, 뉴욕주립대 소속의 영화감독 오스카 샤프(Oscar sharp)와 인공지능 연구자 로스 굿윈(Ross Goodwin)은 LSTM(long short term memory) 네트워크를 이용해 영화 시나리오 엔진 ‘벤저민’을 만들었다. 굿윈에 따르면 벤저민은 수십 편의 공상과학 영화와 TV 프로그램의 시나리오를 학습했다. 이 학습 자료들은 주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쓰인 것들이다. 그다음 무작위의 입력을 준 후 벤저민이 연속적으로 써나간 시나리오 중 하나를 선정해서 촬영을 진행했다. 시나리오 속 대사뿐만 아니라 무대 지시 등도 벤저민이 직접 작성했다. 영화 속 OST 역시 딥러닝을 통해 작곡됐다. 이렇게 탄생한 영화가 ‘선스프링(Sunspring)’이다. 7분 정도 길이의 단편 영화로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다. 이 영화는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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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우주 정거장으로 추정되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대화를 주고받는다. 대화의 주제는 굉장히 유추하기 힘들다. 그다음 실험실로 장소가 바뀌고, 남자 한 명은 쓰러져 있다. 그리고 여자가 울며 독백을 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이처럼 ‘선스프링’은 실험적인 결과물이다. 어려운 예술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샤프 감독은 “벤저민이 쓴 대본은 이해하기 힘든 문장이 많았다”며 “나는 이것을 어두운 미래 세계에서 일어난 살인과 로맨스로 이해했다”고 말했다.1 영화 속 대사 중 일부를 보자.



H: “네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C: “맞아.”

H: “그럼, 너 뭐 하는 거야.”

H2: “너한테 솔직하긴 싫어.”

(그는 잠시 그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를 보고 웃는다.)

H: “넌 의사가 될 필요가 없어.”

H2: “잘 모르겠는데. 네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H: “나도 네가 보고 싶어.”

H2: “무슨 뜻이야?”

H: “미안하지만,

네가 날 건드리지도 못할 것이라고 확신해.”

H2: “네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2



이 영화에 대해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보통 이상으로 뛰어나지만 시나리오에서 유기적 연결성이 뚜렷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3 필자의 의견으로도 벤저민이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다만 IT 매체 Cnet은 “아름다운, 기괴한 공상과학의 새로운 시도”라 평했다.

벤저민은 공상과학 영화를 잔뜩 학습해서 머릿속이 공상과학 영화의 대사로 꽉 차 있는 머신러닝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 어떤 입력을 주고, 그 입력에 가장 어울리는 다음 출력을 만들고, 이 출력을 다시 입력으로 사용해서 가장 어울리는 다음 출력을 만드는 과정을 계속 반복한 것이다. 영화적 완성도를 떠나 보는 사람이 영화라고 느낄 수도 있는 무언가를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법을 통해 만든 최초의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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