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德: 친구를 선택하는 최고의 기준

이치억 | 213호 (2016년 11월 Issue 2)

높은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좋은 일만은 아니다. 권력과 함께 응분의 책임이 부여된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편안하고 순수한 인간관계를 맺을 기회가 적어진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이다. 조직의 수장은 공인(公人)이다. 규모가 크든 작든, 어떤 성격의 조직이든, 그 조직의 수장은 그것의 얼굴이자 심장이다. 이미 그 몸은 그 개인의 것이 아니며, 그가 하는 말과 행동도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그 조직을 대표하는 공인으로서 하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내부의 모든 구성원에게 불편부당(不偏不黨)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위가 높아지면 그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마련이지만 그럴수록 순수한 의도로 친분을 맺으려는 사람은 적다. 향이 깊은 음식일수록 똥파리가 더 많이 끼는 법이다. 그의 주변에는 속된말로 콩고물을 노리고 달려드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고, 얻어먹을 콩고물이 떨어지면 바로 등을 돌린다. 그 사람의 내면을 보고 뜻과 마음이 맞아서 교제를 맺으려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불행하게도 권력자는 순수하고 편안한 친분관계를 가질 기회를 거의 원천적으로 박탈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인인 수장 역시 사람이다. 공인으로만 살면서 공적인 관계만을 맺으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요구이다. 그에게도 아무 걱정 없이 소주 한 잔 기울일 친구, 찜질방에서 삶은 계란 까먹으며 편하게 수다를 떨 수 있는 친구도 필요하다. 그도 감정을 가진 사람일진대 삶의 희노애락을 무시하고 가면만 쓰고 있다면 몸과 마음이 견딜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도자 역시 사적인 친구가 필요하다.

맹자는 사람이 벗을 사귈 때는 지위나 재산이나 권력을 보지 말고 오직 덕(德)을 가지고 사귀라고 했다. 서로의 지위를 잊고 사람 대 사람으로서 순수하게 교제했던 노나라 현자 맹헌자(孟獻子)와 그의 다섯 명의 벗처럼 말이다. 맹헌자는 백승지가(百乘之家)를 다스리는 대부였지만 악정구(樂正?)나 목승(牧仲)과 같은 그의 벗들은 그의 계급이나 재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맹헌자 역시 벗들과의 신분 차이를 전혀 개의치 않았고 오로지 덕(德)이 있는 벗이라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최고권력자가 오히려 친구에게 꼼짝하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다. 해당(亥唐)이라는 진(晉)나라의 현자는 임금인 평공(平公)이 존경하는 친구였다. 평공이 그의 집에 가면 해당이 들어오라고 말해야 들어오고, 앉으라고 해야 앉으며, 먹으라고 해야 비로소 밥을 먹었다. 해당의 집에는 거친 밥과 나물국밖에 없었지만 평공은 그것도 배불리 먹었는데, 감히 배불리 먹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둘의 관계는 이 선을 지킬 뿐 평공은 해당에게 어떤 직위도 주지 않았고, 정사에 관여하게 하지도 않았으며, 돈 한 푼 나누어주지 않았다. 맹자는 이를 두고 “평공은 일반 사람의 입장에 서서 현자(賢者)를 높인 것이지 왕공(王公)의 신분을 끼고 현자(賢者)를 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인인 지도자 역시 그 사람 말 한마디에 꼼짝하지 못할 벗이 있을 수 있다. 다만 그는 덕이 있는 사람이어서 그 덕에 감복한 것이어야 한다. 또한 그것이 공적인 영역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되며 어떠한 혜택이나 이익도 주어지지 않아야 한다. 벗을 만날 때는 자연인 대 자연인의 관계여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사(公私)의 구분이다. 공사의 구분을 할 줄 모르는 지도자는 수많은 사람의 명운을 책임지는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이치억 성균관대 초빙교수

필자는 퇴계 선생의 17대 종손(차종손)으로 전통적인 유교 집안에서 나고 자라면서 유교에 대한 반발심으로 유교철학에 입문했다가 현재는 유교철학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성균관대 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성균관대·동인문화원 등에서 교학상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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