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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Insight from Biology

미니멀 세포 만들어보니 알겠네, 잉여자원이 생산의 발원지가 된다는 걸…

이일하 | 203호 (2016년 6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2016 3미니멀 세포제작 결과가 <사이언스> 저널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미니멀 세포란 단순히 크기가 작은 세포를 뜻하는 게 아니라 DNA 정보량, 즉 게놈이 가장 작은 세포를 말한다. 미니멀 세포는 2010년 인공세포의 제작이 가능함을 보인 크레이그 벤터 박사가 그때의 기술을 활용해 가장 작은 게놈을 가진 인공생명으로 창조한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게놈 속에 불필요해 보이는 염기서열, 이른바 쓰레기와 같은 DNA 조각들이 실제 인공생명을 창조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이는 기업 경영에서 일견 필요 없어 보이는 잉여 자원, 이른바슬랙(slack)’이 종종 창의성과 혁신의 발원지가 되곤 한다는 사실과 닮아 있다.

 

 

2000년 인간 게놈1 초기 지도가 발표됐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위업은 인류가 가공할 핵무기를 처음 개발한 1940년대의 맨해튼 프로젝트나 달나라에 우주선을 쏘아 보낸 1960년대의 아폴로 프로그램에 비견되는 엄청난 과학적 개가로 평가받는다. 이 대단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당시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게놈 프로젝트의 대표 과학자 두 명, 크레이그 벤터 박사와 프랜시스 콜린스 박사를 옆에 대동하고 기자회견을 할 정도였다.

 

 

게놈의 크기와 유전자의 수

 

 

게놈의 크기와 각 생물종의 복잡성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한 생물종이 가지는 유전정보의 총합을 의미하는 게놈은 대체로 복잡한 생물종일수록 더 큰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우리 장 속의 박테리아인 대장균은 500만 염기쌍, 초파리는 16500만 염기쌍으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인간은 30억 염기쌍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복잡한 생명체라고 항상 더 많은 양의 게놈을 가지는 건 아니다. 복잡성이 비슷한 생물끼리도 게놈 크기는 몇 십 배씩 차이가 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벼와 백합은 생물학적 특성상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지만 게놈의 크기는 100배가량 차이가 난다. 그 이유는 생물의 게놈상에 불필요해 보이는 쓰레기 염기서열이 꽤 많은 양 들어 있기 때문이다. 백합처럼 쓰레기 염기서열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 있으면 게놈의 크기가 커지고, 벼처럼 쓰레기 염기서열이 많지 않으면 게놈의 크기는 비교적 단출해진다.

 

 

게놈의 크기와 달리 생물종이 가지는 유전자의 총수는 각 생물종의 복잡성 정도와 비교적 밀접한 연관관계를 가진다. 앞의 생물종을 예로 들어보면 대장균은 4500개의 유전자를 가지는 반면 초파리는 13600개의 유전자를, 인간은 21000개의 유전자를 각각 가진다. 대개 식물은 동물보다 유전자의 총수가 조금 더 많다. 고착생활을 하는 식물은 각종 환경의 변화에 스스로 적응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수의 유전자들을 게놈상에 확보해두고 있다. 예를 들어 연구실에서 실험재료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애기장대라는 식물은 유전자 총수가 25000개에 달하며 벼는 32000개쯤 된다. 백합의 경우 벼보다 게놈 크기는 100배나 크지만 유전자 총수는 3만 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생명에 필요한 최소 유전자의 수

 

 

생물체가 가지는 게놈 속 유전자의 총수를 비교하다 보면대체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유전자는 몇 개 정도나 될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말하자면외부에서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는 상황에서 몇 개 정도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스스로 세포분열을 통해 증식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생명에 필요한 최소 유전자의 수를 풀기 위해 먼저 1996년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유진 쿠닌2 박사는 현재까지 밝혀진 가장 단순한 생명체가 가진 유전자의 수를 찾아봤다. 1990년대 중반까지 알려진 생물종 중 가장 단순한 생명체는 성병을 옮기는 박테리아인미코플라즈마 제니탈리움(Mycoplasma genitalium)’이었다. 이 병원균이 가지고 있는 525개의 유전자가 최소 유전자를 찾는 시발점이 된다. 이들 유전자 중 필요 없는 유전자를 가려내다 보면 최소 유전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쿠닌 박사의 생각이었다. 필요 없는 유전자를 가려내기 위해 쿠닌 박사는 게놈 정보가 알려진 또 다른 미생물해모필러스 인플루엔자(Haemophilus influenza, 유전자 수 1815)’3 를 활용했다.

 

 

이 단순한 두 미생물의 전체 유전자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쿠닌 박사는 두 생물체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유전자 233개를 골라냈다. 다음으로 물질대사 과정에 꼭 필요한 유전자 23개를 포함시켰고, 숙주 특이성 유전자(인간 세포에 감염되는 데 필요한 유전자) 6개를 제외했더니 꼭 250개의 유전자 목록이 남게 됐다. 쿠닌 박사는 이 250개 유전자를 생명으로 살아가기 위한 세포의 최소 유전자 수로 보고 1996년 미국 국립과학학술지(PNAS)에 발표했다.

 

 

쿠닌 박사의 발표 후 많은 과학자들이 과연 이 250개 유전자가 정말로 최소 유전자 수인지를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실시했다. 예를 들어 각 유전자들을 하나씩 돌연변이 시킨 다음 그래도 이 미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돌연변이를 시켰는데도 미생물이 생존한다면 그 유전자는 필요 없는 유전자라는 뜻이다. 이렇게 필요 없는 유전자들을 소거하다보니 대략 80여 개의 유전자 목록만 남게 됐다. 이들이 최소 유전자에 근접한 유전자들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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