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문화와 비즈니스 기회
Article at a Glance
이란은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만큼이나 비즈니스 문화 역시 우리의 상식과는 차이가 있다. 이란인의 협상 문화는 이들의 독특한 심리 구조를 포함한 언어·문화·종교 관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란의 문화는 영리함과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사실을 숨기는 것에 사회적, 종교적 정당성을 부여한다. 때문에 상대방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의사소통에 있어 맥락에 큰 의미를 둔다. 이러한 고(高)맥락 문화로 인해 이란인은 외국인의 말에서도 (실제 아무런 저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간의 의미를 읽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란의 문화는 이들과의 교섭을 매우 혼란스럽고 어렵게 만든다. 이란에서 많이 듣는 말 가운데 ‘인저 이란(여기는 이란입니다 )’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페르시아 상인의 후예인 이란인과의 협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란의 비즈니스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기회의 땅 이란이 우리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한국의 이란 진출 움직임과 관심은 가히 ‘이란 러시(Iran Rush)’라 할 만하다. 중국을 위시한 우리의 주요 경제 교류 국가들의 경제 침체로 새로운 활로 모색이 어려운 기업인들에게 이란이 탈출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이런 흐름에 끼지 못하면 뒤처지는 것 같아 너도나도 테헤란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한국과 이란은 상호 보완적인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산업 발전 단계상 이란이 필요로 하는 많은 것을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한·이란 정상 회담을 계기로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대형 프로젝트들 이외에도 중소형 플랜트나 제조 설비 분야, 원자재 및 부품도 유망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소비재도 전망이 밝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경제 제재가 심화된 2011년 이후 우리의 손이 묶인 사이 중국이 이란 시장에 적극 침투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 경제 제재 해제로 인한 유럽과 일본의 시장 재진입으로 인해 경쟁 격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이란에 대한 우리의 무지함이다. 중국 시장이 갑자기 열리면서 중국 경제, 사회 시스템과 중국인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실패한 경험이 우리에겐 있다. 때문에 이란 진출 시에도 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존재한다. 실제 중국 진출이 상당 기간 지난 지금도 중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기업이 많다.
개방 초기의 중국과 같이 우리에겐 이란도 생소한 국가다. 한때는 1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거주했던 이란은 우리의 중동 진출 전진 기지였으나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관계가 소원해졌다. 지금은 한국인 거주자가 400여 명에 불과하고, 외국 어느 대도시를 가도 있는 한국 식당이 이란엔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현재의 한·이란 교류 상황과 우리의 이란에 대한 이해 수준을 대변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한국 사람은 이란을 아랍어를 쓰는 아랍권 국가로 알고 있고, 사막을 뜻하는 ‘열사(熱沙)’라는 표현을 수식어로 사용하곤 한다. 그러나 이란인은 오랜 기간 아랍의 지배를 받았음에도 모국어인 페르시아어를 지키고 있고, 밀을 자급자족하고 쌀을 생산할 정도로 다양한 기후와 영토를 가지고 있다. 아랍이 셈족, 함족인 데 반해 이란인은 아리안족으로 인종도 확연히 다르다.
이란인은 기원전 6세기 인도 북·서부에서 이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터키, 그리스 동부, 이집트를 아우르는 세계 최초의 대(大)제국을 경영했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7세기 이슬람에 정복된 이후 몽골과 터키에 의해 유린당했다. 이어 사파비 왕조(1502∼1736) 때 잠시 옛 영화를 찾는 듯했으나 근세에는 서방과 러시아 등 외세의 간섭을 받아온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렇듯 이란 사람의 뇌리에는 과거의 영광에서 비롯된 ‘자부심’과 오랜 기간 다른 민족에 의한 정치적 지배 및 이슬람 소수 종파로서 겪은 ‘부당한 억압’ ‘희생’ ‘피(被)압박’ 등의 피해의식이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이란과의 성공적 비즈니스를 위해선 이러한 복합적 역사와 민족 의식이 이란인의 독특한 의식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시장경제도, 사회주의 경제도 아닌 국가자본주의 성격이 강한 경제 체제지만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고, 자립을 지향하지만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이란의 독특한 경제 구조 역시 올바르게 이해해야 이란과의 협상 및 거래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
이란의 문화, 의식 구조와 비즈니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란인은 부침이 많았던 역사로 인해 형성된 독특한 특질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슬람혁명 이후 형성된 신정과 민주주의가 혼합된 이란 특유의 통치 구조도 특이하다. 이러한 이중 구조는 국가 사업의 의사결정 과정을 복잡하게 만든다. 이와 같은 이란 특유의 문화와 정치, 사회 구조를 알아야 비즈니스에서 최소한 낭패는 면할 수 있다.
이란인의 협상 문화는 이들의 독특한 심리 구조를 포함한 언어·문화·종교 관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란의 문화는 영리함과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사실을 숨기는 것에 대해 사회적, 종교적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들은 연고집단 밖의 사람에 대한 불신과 세상사를 음모론의 관점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외부 세계에 대한 불신과 의심은 상대방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의사소통에 있어 맥락에 큰 의미를 둔다. 이러한 고(高)맥락 문화로 인해 이란인은 외국인의 말에서도 (심지어 아무런 저의가 없는 경우에도) 행간의 의미를 읽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란의 문화는 이들과의 교섭을 매우 혼란스럽고 어렵게 만든다.
이란에서 많이 듣는 말 가운데 ‘인저 이란(여기는 이란입니다)’이란 표현이 있다. 외국 사람이 쓸 때는 워낙 다른 이란의 문화와 사람으로 인해 지쳐서 포기에 가까운 ‘그렇지 뭐, 여기는 이란인데 어쩔 수 있나’쯤 되는 뉘앙스로 말한다. 이것을 이란 사람이 쓰면 ‘불평하지마! 여기는 이란이야’로 들린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 이란에서는 이란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페르시아 상인의 피를 물려받은 이란인은 타고난 협상가이며 장사꾼이다. 이란과의 협상에서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팁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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