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포드의 법칙(Benford’s Law)’에 따르면 무작위로 뽑은 숫자 가운데 첫 자리 숫자로 1이 나올 확률이 30%로 가장 높습니다. 첫 자리 숫자로 나올 확률은 2(17.6%)부터 점차 줄어들기 시작해 9가 나올 확률은 4.6%로 낮아집니다. 뭐 이런 법칙이 있나 싶지만 놀랍게도 개인들의 트위터 팔로어 숫자, 아이폰 패스워드, 각 국가별 인구, 브라질의 도로명 주소, 테러사건 희생자 수 등 전혀 관련 없는 숫자들을 조사해보면 신기하게도 첫 자리 숫자로 1이 가장 많이 나오고 8이나 9는 가장 적게 나옵니다. 실제 이 법칙이 맞는지 여러 데이터들을 점검해본 웹사이트(testingbenfordslaw.com)도 있어 벤포드 법칙의 위력을 쉽게 체감해볼 수 있습니다.
이 법칙은 실생활에서 별로 쓸모없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이 영국 LIBOR를 조사해보니 은행들 간 조작이 이뤄졌던 시기의 금리가 벤포드의 법칙에서 벗어난 것을 확인했습니다. 회계사들은 그리스의 경제 관련 데이터들이 벤포드 법칙의 분포를 벗어나 있다며 분식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기업의 회계 분식 여부를 감지하기 위해 회계장부의 데이터가 벤포드의 법칙에 맞게 분포돼 있는지 조사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교묘하게 숫자를 조작할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벤포드의 법칙대로 첫 자리 숫자의 비율을 의도적으로 조작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금방 들통이 난다고 합니다. 인위적으로 만든 데이터일 경우 원래 숫자에다 2나 37처럼 아무 숫자나 곱하면 벤포드의 법칙에 따른 분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숫자 조작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입니다. 가장 좋은 대안은 무엇일까요. 욕심을 줄이고 원칙대로 사는 것입니다. 이렇게 살면 단기적 이익은 줄어들지 몰라도 마음이 편하고 장기적 생존 가능성은 더 높아집니다.
소셜네트워크 시대에 문득 벤포드의 법칙이 떠올랐습니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데이터가 생산, 교환, 관리되고 있습니다. 숫자 조작이 어려운 것처럼 기업 경영과 관련한 다양한 요소들도 조작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땅콩 회항 사건에서 보듯 섣부른 조작이나 은폐 시도는 큰 화를 부를 뿐입니다. 역시 가장 좋은 해법은 원칙대로 사는 것입니다. 물론 이게 쉽지 않습니다. 과거의 관행이거나 남들도 하고 있는 일이라 해도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변화를 모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고 전통적인 권력 기관들과 좋은 네트워크를 맺고 있더라도 중대한 조작을 숨길 수 없는 빅데이터, 소셜네트워크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의 단순하지만 최고의 생존 방정식은 원칙대로 사는 것입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Social Communication’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소셜네트워크 시대에 직원 및 고객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과 사례를 담았습니다. 사내 기자단 운영 같은 세부적인 대안은 물론이고 새로운 영업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콘텐츠 마케팅 솔루션 등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격변의 시기에 특히 중요한 과제인 위기관리 방법론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고민했습니다. 위기 대응에 성공한 사례들을 보면 위기의 징후를 먼저 파악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빠른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해 진정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원칙 외에 다른 묘안이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셜미디어로 인해 정보의 유통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이전과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급변하는 환경에 맞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대안을 이번 스페셜 리포트와 함께 모색해보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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