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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를 위한 시(詩)적 상상력

“비처럼 종종걸음으로 나도…” 관찰해 유사점을 찾아라, 거기가 출발점!

황인원 | 160호 (2014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인문학

비유의 생성 원리

‘비=찾는다=사람’ ‘침구=건강하다=건강검진처럼 먼저 명사로 표현된 사물/자연을 관찰해 그 마음을 나타낼 수 있는 단어를 동사나 형용사로 표현하고 이로부터 다시 연상되는 새로운 명사를 찾아냄

유사점을 찾기 위한 포인트

형태, 정서, 상징, 행동, 발음상 유사점에 초점을 둘 것.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로 이어지는 노래가 대표적인 유사점 찾기 놀이임. ,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는 모양이 비슷한 데서 유추한 형태 유사성.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는 주관적 느낌이므로 정서 유사성.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은 상징 유사성(세계적으로 높은 산은 더 많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가장 상징적으로 높은 산은 백두산)

 

편집자주

()는 기업 경영과 별로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는 뻔히 보여도 보지 못하는, 혹은 사람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알려주는 지혜와 통찰의 보고(寶庫)입니다. 현대 경영자에게 무한한 창조적 영감을 주는 시적 상상력의 원천을 소개합니다.

 

서울 시내 모 호텔 콘퍼런스홀. 한 유명 강사가 나와 3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인문과 기술의 융합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관객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언가를 찾고야 말겠다는 표정으로 강사의 한마디 한마디를 듣기에 여념 없다. 이날 강의는다른 분야를 만나라” “다른 분야 사람과 네트워크를 찾아라” “학문 산업 간 장벽을 없애라” “모르는 것을 두려워마라등을 통해 융합의 결과물을 보여주며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90분 강의가 끝나고 다른 강의가 이어질 무렵 이 강의를 들은 A 씨는 물을 마시러 자리를 뜨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던 탓이다. 다른 분야를 만나라고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만나라는 것인지가 궁금해졌다. 이종(異種) 분야를 무작정 연결해 보라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사실 이 바쁜 상황에서 이것저것을 무작정 연결해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적은 비용으로 빠른 시간 내에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우리 풍토와 실정에 비춰보면무엇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사는 그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강의를 모두 듣고 난 A 씨는 더욱 갈증이 생겼다. 그동안 융합의 중요성은 누누이 전해 들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것을 창출하기 위해 무엇과 무엇을 어떻게 만나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좀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이종(異種) 간 융합을 이끌어내는 비결

2009 1월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발표하면서애플은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에 있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이후 많은 사람이 여기저기서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치 융합이라는 단어가 개그맨의 유행어처럼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됐다. 하지만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이 주요 이슈가 된 지 근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융합의 성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왜일까? 인문학은 대체로 우뇌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문이다. 기술은 잘 알다시피 좌뇌적 활동이다. 서로 성향상 연결되지 않는다. 그러면 이 두 성향의 분야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이종 간의 만남이 중요하다면서 인문학과 기술 전공자를 한 공간에 있게 해봐야 별다른 소득이 없다. 각자 자신의 스타일을 주장하고 자기가 아는 대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때 연결고리는 두 분야를 순조롭게 이어주는 방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게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될까? 시에서 그 방법을 찾아보자.

 

 

 

이 시를 좀 보자. ‘라는 제목으로 시를 쓰는데 비에 대한 얘기는 없고종종 걸음으로누군가를 찾아 나서고 싶다고만 표현한다. 우리가 보통 비를 소재로 시를 쓰면 비가 어떻게 내려서 사람이나 자연 혹은 사물이 어떤 상황이 됐다는 등의 표현이 나올 텐데 이 시는 영판 다르다. 사람이 하는 행동으로만 비를 설명했다. 그러면 시인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비라는 시를 쓰면서 사람의 행동으로만 표현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비유의 생성 원리

바로 유사점이다. 시인은 비 내리는 모습을 가만히 관찰한다. 비의 마음을 찾기 위해서다. 그랬더니 빠르게 쉬지 않고 내리는 비의 모습이 영락없이 바쁘게, 그러면서도 쉬지 않고 무언가를 찾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이로 인해 비의 마음으로찾는다라는 동사를 떠올렸다. 이제 비의 마음으로 떠올린찾는다라는 동사에서 연상되는 명사를 찾아본다. 무엇인가를 찾는 행동은 사람이 많이 하니 사람이라는 명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비가 찾는다, 찾는 것은 사람이라는 연결 문장이 만들어진다. =찾는다=사람이라는 등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등식은 비라는 자연의 존재물과 전혀 별개의 단어인 사람을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그야말로 이종 간 만남이다.

 

이런 이종 간 만남은 무엇을 위함인가. 원래의 명사인 비를 변화시키는 데 쓰인다. 우리가 보기에 그냥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사람처럼 누군가를 종종걸음 치며 찾아다니는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시인이 이 시를 쓰게 된 사고의 방법이자 비유가 생성되는 과정이다.

 

그러면 이 과정을 다시 한번 보자. 먼저 명사로 표현된 사물이나 자연을 관찰해 그 마음을 나타낼 수 있는 단어를 동사나 형용사로 표현한다. 이렇게 동사 혹은 형용사로 규정한 여러 마음 중 하나의 단어를 선택한다. 이후 선택한 마음(동사 혹은 형용사)에서 연상되는 명사를 또 찾는다. 이렇게 되면 앞의 원래 명사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명사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이제 원래의 명사와 새로 찾은 명사를 연결하면 된다. 이게 가장 쉬운 비유의 생성 원리다.

 

그렇다면 비유는 어떻게 융합의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을까? 새로 찾은 단어의 특징을 원래의 단어로 가져와 원래의 단어를 새롭게 변화시키면 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잠잘 때 사용하는 침구를 변화시켜 보자. 먼저 원래의 명사 침구를 관찰해 침구의 마음을 찾아본다. , 침구의 마음으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건강하다를 찾아 선택했다고 해보자. 그러면 이제건강하다에서 떠오르는 또 다른 명사를 찾아야 한다. 건강하려면 건강검진을 늦지 않게 때맞춰 해야 한다. 그러면 새로운 명사로건강검진이라는 단어를 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침구=건강하다=건강검진이라는 등식이 나온다. 이 등식에서 침구를 변화시키려면 건강검진의 특징을 침구에 집어넣으면 된다. 침구에는 요가 있고, 이불이 있으며, 베개가 있다. 요는 깔고 자는 것이니 원할 때 몸무게를 잴 수 있고, 척추를 측정할 뿐 아니라 체압까지도 측정할 수 있다면 아주 좋은 요가 되지 않을까.

 

몸을 덮는 이불은 어떨까. 자면서 달라지는 몸의 온도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겠다. 또 베개는 자동으로 목뼈를 지압하고 목뼈의 건강을 측정할 수 도구가 되면 좋을 성 싶다. 이처럼 건강검진의 특징이 침구로 들어가면 새로운 침구를 만드는 아이디어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아이디어는 실제로 침구 생산 판매기업인 이브자리 직원들이 필자와 함께 시에 나오는 융합의 방법을 활용해 찾아낸 것이다. 앞으로는 침구가 이런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적 융합을 이끄는 유사점을 찾으려면

이처럼 원래 단어의 마음을 읽고 그 마음과 유사한 새 단어를 찾은 후에 원래 단어와 새 단어를 잇는 방법으로 융합을 하는 것이 바로 시적 융합법이다. 그러면 유사점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제 유사점 찾는 방법을 알아보자.

 

 

 

 

시인은 이 시에서 만원버스를 탔을 때 마침 비어 있는 자리를 놓고 앉을까 말까 눈치 보는 모습과 화투를 칠 때 서로 끗발을 재며 눈치를 보는 모습을 대비하면서 아주 재미있게 표현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어떻게 자리에 앉으려고 눈치 보는 모습과 화투칠 때 눈치 보는 모습을 연결했는가 하는 점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유사점이다.

 

유사점은 보통 형태, 정서, 상징, 행동, 발음에서 찾으면 된다. 유사점을 찾아보면 거의 이 다섯 가지에 해당한다. 형태는 모양 유사점이다. 즉 생김새가 비슷한 것을 찾는 것이다. 높이 서 있는 빌딩을 보자. 건물 앞면으로 층층마다 창문이 있는 모습이 마치 하모니카 세워놓은 것과 모양이 유사하지 않은가. 이런 게 바로 형태 유사점이다. 그래서 황순원 선생은빌딩이라는 제목의 시에서하모니카/ 불고 싶다라고 딱 두 줄로 표현하기도 했다. 빌딩에 창문이 있는 모습을 보고 하모니카를 떠올렸고 하모니카를 생각하니 불고 싶어졌던 것이다. 정서는 느낌 유사점이다. ‘맛있다’ ‘따뜻하다’ ‘포근하다등은 모두 느낌을 나타내는 정서적 단어에 해당한다. 또 상징 유사점은 의미가 비슷한 것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큰 아들이나 큰 딸을 흔히 집안의 기둥이라고 지칭하는 이유는 큰 아들이나 큰 딸에게서 떠올려지는 의미의 유사점이 기둥이기 때문이다. 또 어느 여성 탤런트가꿀벅지를 가지고 있어서 꿀벅지 하면 그 여성 탤런트가 생각난다 하면 그 탤런트의 이름과 꿀벅지의 의미가 유사한 것처럼 인식돼 상징 유사점이라고 할 수 있다. 행동 유사점은빠르다’ ‘느리다’ ‘촐랑거리다등 움직임의 유사성을 찾는 것이다. 또 발음 유사점은 동음이의어라든가, 비슷한 발음의 단어에서 유사점을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단어의 마음을 읽고 그 마음과 유사한 새 단어를 찾은 후에 원래 단어와 새 단어를 잇는 방법으로 융합을 하는 것이 바로 시적 융합법이다.

 

이즈음에서 어릴 때 부르며 놀던 노래 하나를 떠올려 보자.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기억나는가. 무엇에 쓰는 노래인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하고 불렀지만 이 노래가 바로 유사점 놀이용이었던 것이다. 원숭이 엉덩이에서 사과라는 단어를 추출해냈다. 어떻게? ‘빨갛다는 유사점으로 찾은 것이다. 그러면 이건 무슨 유사점일까? 모양이 비슷한 것이니 형태 유사점이겠다. 또 사과와 바나나가 연결된다. ‘맛있다는 유사점으로 말이다. 그러면 느낌이 그런 것이니 이건 정서 유사점이다. 비행기에서 백두산이 나오는 것은 상징 유사점 때문이다. 우리에게 높은 산, 그러면 백두산이다. 사실 세계적으로 높은 산은 더 많지만 우리에게 상징적으로 가장 높은 산이 백두산 아닌가.

 

유사점은 보통 형태, 정서, 상징, 행동, 발음에서 찾으면 된다. 유사점을 찾아보면 거의 이 다섯 가지에 해당한다.형태는 모양 유사점이다. 즉 생김새가 비슷한 것을 찾는 것이다.

 

미국의 수제 바구니 회사 롱거버거사의 사옥은 바구니 모양이다. 어떻게 이런 건물이 나올 수 있었을까? 시에 나오는 융합의 방법으로 설명해보자. 먼저 바구니의 마음을 찾으면 된다. 그런데 롱거버거사의 바구니는 자동으로 기계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사람의 손으로, 수제로 대나무나 가죽을 엮어 만드는 것이니짓는다라는 단어를 떠올릴 만하다. 원래짓다라는 동사는 재료를 들여 집, , 옷 따위를 만들 때 쓰는 단어인데 바구니도 역시 대나무와 같은 재료를 활용해 옷처럼 수제로 만드는 것이니 짓는다라는 단어가 떠오르기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 이제 짓는다에서 떠오르는 명사를 찾아보자. 우리가건물을 짓는다라고 많이 말하니 새로운 단어로 건물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바구니=짓는다=건물이라는 등식이 나오게 된다. 이로써바구니는 건물이다라는 비유가 나올 수 있다. 이제 새로 찾은 명사인건물의 특징을 바구니로 가져와서 바구니를 변화시키면 되니까 모양과 기능이 건물인 바구니를 만들면 새로운 바구니가 나오게 될 것이다. 일명 건물 바구니다.

 

이처럼 융합의 방법으로 아이디어 발상 연습을 하면 롱거버거사와 같은 사옥도 얼마든지 쉽게 생각해 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이 경우는 어떤 유사점을 활용한 것일까. 당연히짓는다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형태 유사점이다.

 

어떤가. 이처럼 원래의 단어에서 새로운 단어를 찾아내 활용해 보자. 아마도 융합의 천재소리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황인원 문학경영연구원 대표 moonk0306@naver.com

필자는 성균관대 국문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기자와 경기대 국문과 교수를 거쳐 문학경영연구원 대표 및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시 전공자와 경영학자가 함께 만나 창조 시대를 이끄는 문학경영학회를 만드는 게 꿈이다. 저서로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다> <시 한 줄에서 통찰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감성의 끝에 서라(공저)> 등이 있다.

 

  • 황인원 | - (현) 문학경영연구원 대표 및 원장
    - (전) 중앙일보/경향신문 기자
    - (전) 경기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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