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DBR은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열독자를 중심으로 ‘독자패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depth Communication’은 독자패널들로부터 DBR 최근 호 리뷰를 들어본 후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해당 필자의 피드백을 받아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김동환 DBR 6기 독자패널(육군)
DBR 145호 ‘치밀한 스콧 vs. 유연한 아문센, 미지의 땅 남극정복은 적응력이 갈랐다’에서는 20세기 초반 남극정복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여건이 불리하다고 여겨졌던 아문센이 어떻게 남극정복에서 영국의 스콧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었는지를 잘 분석했다. 아문센은 하나의 본질과 핵심에 집중했고, 임무에 적합한 인물만을 뽑았으며, 상황을 단순화하고, 겸손함을 유지하는 등 임무중심의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남극정복의 목표만을 두고 볼 때 영국의 스콧보다 노르웨이의 아문센이 더 적합한 인물이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노르웨이의 위도는 영국보다 더 북쪽이며 한대성 기후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해안에 사는 사람과 내륙에 사는 사람 중 누가 더 수영을 잘할 것인가를 예측하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해안에 사는 사람이 수영을 잘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따라서 남극정복이라는 케이스 스터디에서 기후적인 요소가 각각 다른 전략을 짜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이 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홍준기 DBR 6기 독자패널 (대한항공)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일은 기업들의 공통 과제일 것이다. DBR 145호, ‘치밀한 스콧 vs. 유연한 아문센, 미지의 땅 남극정복은 적응력이 갈랐다’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대하는 기업의 태도에 있어 무엇보다 업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명확한 목표 수립 아래 내부 체질과 자원을 재정비하려는 노력이 지속돼야 함을 말해준다. 그리고 스콧은 생존에도 실패했다는 사실은 그것을 놓친 기업들의 말로를 보여준다. 리더십만을 놓고 보면 아문센은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실천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면, 스콧은 현대의 전문경영인과 같이 주주들의 다양한 이익을 중시해야 했던 상황도 생각해 볼 수도 있는데 현재의 많은 경영자들은 그러한 고민으로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을 일이 많을 것이라 사료된다. 이러한 사안들을 고려해 한국 기업이 생존력을 기르기 위해 제일 시급한 체질 개선은 어떠한 부분일지, 불확실성과 외부 변수에 흔들림 없이 대응할 수 있는 리더십을 위해 어떠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고 기업가정신을 지속하게 할 수 있을지 필자의 의견을 듣고 싶다.
이병주 생생경영연구소장
우선 김동환 독자패널께 먼저 답변하겠다. 옳은 지적을 했다. 어려서부터 추위와 친숙해지고 한파에 단련된 체질은 남극정복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애초에 아문센이 극지방을 탐험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게 된 것도 추운 노르웨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아문센이 어린 시절 노르웨이에서는 북극 탐험가를 영웅으로 대접하던 풍토가 있었다. 노르웨이가 북극과 가깝고 추운 기후였기 때문에 탐험이 익숙했을 것이고 탐험가가 대접받았을 것이다. 이처럼 기후가 아문센에게 끼친 영향은 직간접적으로 많다.
이 질문은 답이 명확하므로 연상되는 다른 이슈를 제기해본다. 기후 환경이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주듯이 기업문화도 알게 모르게 직원들에게 영향을 준다. 한때 장수기업에 대한 연구가 인기를 끌면서 기업문화의 중요성이 대두된 적이 있다. 위대한 기업은 모두 강력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건한 문화가 고성과를 가져온다고 하자 많은 기업에서 강한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성공한 기업은 별로 없다. 기업문화란 한순간에 쉽사리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문화를 연구한 문헌을 보면 문화는 독립변수인 동시에 종속변수다. 즉 기업문화가 성과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독립변수) 직원들의 행동에 의해서 변하기도 한다는 말이다(종속변수). 다만 기업문화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기업이 지닌 철학과 비전, 전략, 행동, 규범들이 일관성 있게 연계돼야 한다. 둘째, 이런 행동이 장기간 동일하게 유지돼야 한다. 장수기업의 기업문화는 대부분 창업자나 주요 경영자가 장기간 재임하면서 자신의 경영철학을 실천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해로운 것은 경영자 교체에 따라 기업문화의 방향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영자가 교체되더라도 경영이념이나 핵심가치에 쉽게 손을 대는 것은 좋지 않다.
홍준기 독자패널의 질문에 답할 차례다.
예전에 칠레에 경제위기가 찾아와 식량 생산이 부족했다. 미국은 원조를 제공하면서 농경제학자들을 파견해 칠레의 고지대에서 이뤄지는 감자 농사를 둘러보게 했다. 한 밭에서 10가지 이상의 다양한 감자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어떤 종자는 많은 감자를 산출해내는 데 비해 다른 종자는 단지 몇 알갱이들만 산출하고 있었다. 엄청난 비효율이었다. 원조팀은 자료를 다 충분히 모은 후 컴퓨터로 간단한 계산을 해봤다. 그 결과 연간 최소 15%의 증산이 가능했다. 종자를 바꾸고 체계적인 파종과 수확 방법을 도입하면 수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었다. 15% 증산이면 칠레의 식량 부족을 충당할 수 있는 양이었기 때문에 원조팀은 자신들의 일에 만족하며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들의 조언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시적으로 생산량이 늘었지만 칠레 농업에 커다란 피해를 입혔다. 농경제학자들이 아무리 과학적인 접근법을 사용했더라도 안데스산맥에서 수천 년간 축적돼온 감자경작 경험에 필적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산악지역의 농부들은 수없이 많은 일들이 감자농사를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늦은 봄밤에 내리는 서리, 여름에 번지는 벌레들의 전염병, 감자 알이 맺기 전 곰팡이균의 확산, 겨울철의 이른 도래 등 해를 바꿔가며 이런 재앙들이 이따금씩 발생하곤 했다. 재앙이 찾아올 때마다 농부들은 들로 나가 살아남은 감자 종자들을 찾아서 내년에 새롭게 시작할 종자를 확보한다. 이들은 특정한 경작 방법이나 특정 감자 재배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비능률적으로 보이지만 다양성을 보장하는 경작법이 미래의 예기치 못할 재앙에 대비해주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이제까지 우리는 Top-down식의 일사분란하고 빠른 실행력으로 승부해왔다. 이런 방식으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중화학공업, LCD, 반도체 등의 장치산업에서 효과를 봤다. 그러나 앞으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험이 이뤄져야 한다. 선택과 집중은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위험하므로 분산과 다양성으로 승부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경영진이 주도하는 혁신이 아니라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피어나는 Bottom-up 혁신이 필요하다. 이는 명령과 위계질서에 익숙해져 있던 한국 기업에 생소한 방식이다. 기존 대기업을 하루아침에 이런 식으로 운영할 수는 없지만 준비해야 한다. 대기업에서는 작은 독립조직 같은 소사업부를 만들어 이런 실험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획일성이 아니라 다양성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박경수 DBR 6기 독자패널(KT경제경영연구소)
DBR 144호의 ‘감정을 뱉지 말고 감성으로 소통하라’는 글은 감성 브랜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감성 브랜딩의 핵심 요소로 성실, 열정, 능력, 세련성, 강인함 등을 제시하고 요소별 우수 사례를 소개했다. 최근 ‘감성’이라는 키워드는 위기관리, 인사조직, 마케팅 심지어 전략에서조차 핵심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대응하는 고객이 사람이므로 이성보다 감성이 중시될 수 있다고 본다. 감성 브랜딩이 제품의 콘셉트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고객에게까지 잘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궁금하다. 실제 고객과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 감성 브랜딩의 좋은 사례나 제품 콘셉트가 유통채널을 타고 고객까지 잘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상민 브랜드앤컴퍼니 대표
감성 브랜딩은 브랜드가 고객 삶의 일부로 느껴지도록 라이프 셰어(life share, 고객의 삶에서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를 증대시키려는 기업의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감성 브랜딩은 광고에만 적용 가능한 것이 아니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널리 알려진 사례를 선정하다 보니 광고를 중심으로 논리가 전개된 것임을 밝혀둔다. 고객과의 접촉을 통해 감성 콘셉트를 전달한 사례로는 웨스틴 호텔 & 리조트그룹(Westin Hotel & Resort Group)의 라이프 스타일 브랜딩이 있다.
① 배경: 웨스틴호텔은 2008년 투숙객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수립을 목적으로 마케팅 리서치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시설 노후화에 따른 불편함, 편의시설 부족, 직원들의 불친절 등이 지적됐다. 이 호텔은 경쟁력 제고를 위해 1년 넘게 시간을 들여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를 추진했다. 하지만 시설의 현대화 및 대고객 서비스 개선이라는 노력에도 성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② 경과: 웨스틴호텔은 마케팅 노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처음부터 다시 점검하기로 했다. 마케팅 리서치 전문회사가 아닌 사회심리학자와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가를 동원해 고객 감성 리서치를 실시했다. 고객 감성 리서치는 호텔의 시설과 서비스를 주요 평가 대상으로 하는 기존 조사 방식에서 탈피해 고객 경험을 효과적으로 창출하는 감성 요소를 발견하는 데 초점을 뒀다. 조사의 핵심은 “여행 및 호텔 투식 시, 무엇이 가장 불편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었다. 진단 결과, ‘외로움’이라는 감성 코드가 발견됐다. 호텔의 어두운 조명과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배경음악, 화려하기는 하지만 오래되고 낡은 이미지의 인테리어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③ 결과: 웨스틴호텔은 필립스 조명전문가에게 의뢰해 조명의 밝기(lux)를 조절하고 뮤직테라피스트를 고용해 배경음악을 바꿨다. 외로움을 치유하는 음악들을 선정해 CD로 제작, 전 세계 1000여 개 웨스틴호텔에 배포했다. 원예치료사를 고용해 화분 등을 새롭게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조명시설이나 음향시설, 조경시설 자체를 바꾸는 일은 없었다.
④ 성공 포인트
첫째: 새로운 인식가치를 창출하라. 웨스틴호텔은 호텔을 단순히 여행 중 숙박을 위해 잠시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휴식을 제공하는 힐링체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새롭게 만들어진 고객 경험을 그들은 ‘Westin difference’라고 말한다.
둘째: 브랜드와 고객 라이프를 연결하라. 투숙객이 호텔 브랜드를 인지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웨스틴 브랜드 자체를 라이프 스타일의 일부로 받아들이도록 감성 브랜딩을 적용했다.
셋째: 오감을 자극하라. 웨스틴호텔의 감성 브랜딩 전략은 호텔에 머무르는 것 자체가 고객의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촉각(만질 수 있는 화초), 시각(로비, 객실, 복도, 샤워실 등의 조명 밝기), 후각(꽃꽂이, 산소발생기), 청각(배경음악, 엄선된 뮤직테라피 CD) 등 오감을 통한 총체적인 고객경험을 창출했다.
넷째: 브랜드와 친밀한 고객관계를 구축하라. 웨스틴호텔은 로비를 스타벅스처럼 나를 위한 제3의 공간처럼 편안하고, 만나고, 이야기하고, 상호 커뮤니케이션 하는 장소로 정의했다.
이상의 4가지 포인트가 성과를 창출한 데는 철저한 사전조사를 통해 고객 감성을 진단해서 그 결과를 ‘웨스틴 라이프 스타일 브랜딩 전략’에 충분히 반영하고 ‘Westin difference’라는 일관된 콘셉트가 유지되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노력이 조화를 이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박윤진 DBR 6기 독자패널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김성남 타워스왓슨 이사의 ‘관찰기반 수평적 평가 저성과자 숨을 곳 없다’에서는 인재 확보 및 관리에서 관찰의 중요성이 매우 상세하게 설명됐다. 세심하고 건설적인 관찰은 CDP(Career Development Program)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CDP의 관점에서 관찰기반 수평적 평가의 중요성과 활용방법을 고려할 때 인사담당자가 주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김성남 타워스왓슨 이사
CDP는 인사제도의 꽃이다. 직무, 평가, 보상, 육성, 이동 등 많은 인사제도와 관련이 돼 있기 때문이다. HRM(Human Resource Management) 및 HRD(Human Resources Development) 측면이 모두 연관되는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CDP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타워스왓슨이 2012년 실시한 ‘글로벌인적자원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약 30%가 ‘만약 이직을 고려한다면 경력개발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CDP의 운영은 관찰과 불가분의 관계다. 특히 중요한 것이 ‘장기적인 관찰 정보의 축적’이기 때문이다. 경력개발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관찰, 탐색, 시도, 반성 등이 쌓여야 가능하다. 먼저 구성원들은 개인 차원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지금까지의 경험, 업무에서 강점과 약점, 미래에 지향하는 방향 등에 대해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신입사원들이 직장에서 1∼2년도 채우지 못하고 쉽게 그만두는 것은 자신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30대 후반에서 40대의 직장인에게도 자신의 경력과 관련된 고민 등의 문제는 여전히 발생한다. 중견 직장들의 이런 고민을 ‘경력 사춘기’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경력관리를 모두 개인에게만 맡길 수는 없다. 회사와 관리자들도 구성원의 경력관리에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경력면담과 CDP 목표관리다. 관리자들은 부하 직원의 경력관리에 대해 주기적으로 상담할 필요가 있다. 경력관리가 잘되는 기업에서는 성과에 대한 피드백과 경력에 대한 상담을 함께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회사 차원에서는 CDP 시스템을 통해 개인이 목표를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Career Framework 등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 CDP를 추진하면 다른 인사제도와 연계되기 힘들어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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