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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ntial Cases in Books

인류의 생존? 황제펭귄의 共同善을 보라!

서진영 | 147호 (2014년 2월 Issue 2)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강점은 무엇일까? 바로 인본주의(人本主義). 그렇다면 그의 한계는 무엇일까? 역시 인본주의다. 잡스는 기술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IT 세상에 인간의 중요성과 숨결을 불어 넣었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기술에 인본주의를 가미했다. 하지만 그것이 잡스의 발목을 잡았다. 인본주의는 인간만을 중시하는 개념이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법은 생태주의(生態主義). 인간을 생태계의 일부로 보고 자연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생태주의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 석좌교수의 저서 <생명이 자본이다(마로니에, 2014)>를 살펴보자. 생명체인 인간이 자연을 또 다른 생명으로 대하는 것은 인간만이 최고라는 생각을 버리고 다른 생명체를 존중하고 이들을 통해 어떤 것을 배우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어떤 것을 배울까? 바로 공동체와 희생, 기술의 지혜를 배운다.

 

                                          

 

 

혹한을 견디는 황제펭귄 공동체의 지혜

 

공동체의 지혜는 남극으로 향하는 펭귄 이야기로 시작한다. 10월이 오면 남극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들이 떠난다. 영하 50도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추위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추위를 찾아 남극으로 이동하는 이상한 생물들이 있다. 이들은 해안에서 100㎞나 떨어진 서식지 콜로니를 향해 이동하는 황제펭귄이다. 시속 0.5㎞의 기우뚱거리는 걸음으로 걷고 때로는 배를 깔고 미끄러져 토보강(toboggan)으로 20일 동안 강행군을 계속한다. 이렇게 해서 다다른 곳은 어떤 생물도 존재하지 않는 오아모크 빙산이다. 여기에는 추위와 얼음, 차가운 바람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곳을빙원의 오아시스라고 부르는 것은 어떤 천적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황제펭귄들은 마음 놓고 사랑의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아 기를 수 있다. 지구에서 가장 혹독한 추위가 펭귄에게는 생명을 번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황제펭귄은 서식지에 도착하자마자 몰아치는 한파에서도 짝짓기를 한다. 영하 50도에서 러브콜이 성공하면 암컷은 알을 낳아 수컷의 발 위에 올려준다. 펭귄의 알은 추위와 펭귄 부부가 함께 만들어낸 공동작품이다. 수컷은 발등의 털로 알을 품는데 알이 털 밖으로 몇 초 동안만 노출돼도 바로 얼기 때문에 부동자세를 취한다. 그는 먹이를 찾아 먼 바다로 떠난 암컷이 돌아올 때까지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꼼짝하지도 않는다. 펭귄의 부성애는 몸무게가 15㎏까지 줄어드는 굶주림과 긴 기다림을 버틸 수 있게 한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새끼가 부화해도 먹이를 구하러간 어미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펭귄 아버지는 비상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 자신의 위벽이나 식도의 점막을 녹여 새끼의 먹이로 토해내는데 이것이 바로펭귄 밀크라고 부르는 아버지의 젖이다. 황제펭귄의 놀라운 사랑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황제펭귄의 부성애는 황제펭귄들이 하나로 뭉치면서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게 한다. 펭귄들은 털과 지방피질만으로는 몰아치는 블리자드(blizzard, 남극 특유의 눈보라)를 도저히 버틸 수 없기 때문에 함께 똘똘 뭉쳐서 추위를 극복한다. 이른바허들링 전략이 시작되는 것이다. 체육경기장에서 운동선수들이 어깨동무로 원을 만들고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펭귄들은 이런 방법으로 추위를 견딘다.

 

발에 알을 품은 황제펭귄 수컷들은 몸을 맞대어 커다란 똬리를 튼다. 몸으로 방풍벽을 친 펭귄들은 서로의 체온을 모아 바깥보다 10도나 높은 따뜻한 내부 공간을 만든다. 하나하나의 체열로 동료애가 만들어낸 생명의 공간이다. 하지만 바깥에 외벽을 친 펭귄들은 영하 50도의 추위에 노출돼 있다. 밖에 노출된 펭귄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얼어 죽을 것이다. 그래서 밖에 있던 펭귄이 안으로, 안에 있던 펭귄들이 밖으로 조금씩 자리를 옮긴다. 무리 전체가 마치 소용돌이처럼 돌면서 교대한다. 펭귄의 모습은 자발적인 공동체의 모습으로 인간이 희랍 때부터 추구해 온 공동선(共同善)과 비슷하다. 남극의 블리자드가 오히려 서로 돕고 공감하며 포용하는 삶을 만들었다. 협동하는 펭귄의 모습은 경쟁사회에서 서로 돕지 않고 떨어져서 떨다가 결국 죽고 마는 인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남극의 빙산에서는 리더가 없고 법과 재판관이 없어도 공평한 질서를 추구하며 생존한다. 우리도 황제펭귄의 지혜에서 따뜻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추위와 가난에 노출된 이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모두 생존하고 번성할 수 있다.

 

열매를 희생하는 나무의 지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지혜는 동물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식물에서도 겸손과 희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식물은 여름의 소나기와 태양에서 열심히 수분을 빨아올린다. 영국의 소설가 토마스 하디의 장편소설 <테스>를 보면 식물이 빨아올리는 수액(樹液)의 소리가 들린다고 표현돼 있다. 식물은 대지의 자양을 흡수하고 햇빛으로 광합성을 한다. 작은 풀과 나무도 하나의 우주를 형성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생명의 원본인 풀과 나무를 관찰하면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식물은 꽃을 피우고 꿀을 만든다. 꿀은 벌과 나비들이 가져간다. 마치 식물이 착취를 당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꿀을 만들어 빼앗기는 꽃은 패자로, 꿀을 따가는 벌과 나비는 강자로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생명의 질서라는 측면에서 살피면 단순하게 패자와 강자로 나뉘지는 않는다. 꽃은 일부러 벌과 나비를 유인해서 꿀을 따가도록 한다. 그렇게 해서 움직일 수 없는 꽃이 수정하고 번식한다. 아름다움으로 벌과 나비를 유인해 꿀을 제공하는 것은 생식을 위한 꽃의 전략이다. 벌이나 나비는 오히려 꽃에게 고용된 머슴이라고도 볼 수도 있다.

 

식물은 열매를 맺으면 처음에는 아무도 먹지 못하게 떫은맛을 낸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가을이 되고 열매들이 탐스럽게 자라면 초록색의 떫은 열매들은 아름다운 색깔과 당분을 갖게 된다. 먹음직스럽게 바뀐 열매는 새가 찾아와서 쪼아 먹거나 사람들이 찾아와서 먹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무의 씨앗은 멀리 이동한다.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모든 동물들에게 제공하고 번식하는 것이다. 한국어에는먹힌다는 표현이 많다. 실제 일상에서말이 안 먹힌다거나 아이디어가 안 먹힌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소통은 대개 먹히는 것이다. 무엇인가 먹혀야 소통이 된다. 내 말이, 내 마음이 상대방의 마음에 먹혀야 소통하는 것이다. 사기꾼들이 실패하면여간해서 안 먹히던데?”라고 말한다. 상대방이 마음을 닫고 소통하지 않으면 안 먹히는 것이다. 소통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바로 식물의 지혜인 겸손과 희생에서 나온다. 겸손해서 동물과 곤충을 불러들이고 희생해서 자신의 과일을 제공하기 때문에 생존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희생하며 생존, 번성할 수 있을까?

 

자연의 섭리에서 배우는 과학기술

 

마지막으로 생명체에서 기술을 얻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인간은 생물체의 특성, 구조, 원리 등을 산업에 적용시키고 새로운 기술, 이치 등을 배울 수 있다. 이를 가리켜서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라고 한다. 자연을 바라보던 시각이 착취의 대상에서 배움의 대상으로 바뀐 것이다. 미래에서는 인간이 자연과 생물에서 기술을 배우는 바이오미미크리의 상황이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근대 과학의 기술은 역사가 200년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생명체는 38억 년 이상 진화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생명기술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그래서 자연의 섭리를 살피면 많은 지혜와 기술을 도출해낼 수 있다.

 

모기는 인간을 괴롭힌다. 일반적으로 박멸의 대상으로 치부됐다. 그런데 모기의 모습을 잘 살피면 첨단 나노기술을 배울 수 있다. 일본에서는 모기의 침()을 차용해서 아픔을 느끼지 않고 맞을 수 있는 주사바늘을 개발했다. 모기바늘과 맞먹는 0.2㎜의 가는 주사바늘에는 톱니 모양의 홈이 파여져 있다. 그래서 맞아도 덜 아프다. 거미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다. 거미줄은 나일론과 비교할 때 신축성이 2배 이상이다. 같은 무게의 철강보다 10배 강하다. 사람들은 거미줄에서 새로운 섬유기술을 발견했고 방탄조끼, 외과수술용 실 등을 만들 때 사용하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팀은 벽에 달라붙는 도마뱀의 발바닥 모양을 분석해서 100g의 무게도 쉽게 매달 수 있는 강력 접착테이프를 만들었다. 어떤 건설회사는 열대의 건조한 지역에서도 항상 30도를 유지하는 흰개미(a white ant; a termite)의 집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서 짐바브웨의 하라레시에 냉방장치가 필요 없는 빌딩을 짓기도 했다. 부엉이의 날개깃을 차용해서 소음이 없는 풍차를 만들기도 했다. 타조는 시속 10㎞로 뛰어도 심장이 타지 않는다. 자동차업체들은 타조의 매커니즘을 자동차 엔진에 적용하려고 한다.

 

식물에서도 지혜를 배운다. 연잎에는 빗방울이 스며들지 않는다. 연잎에 닿은 물방울은 굴러서 떨어질 뿐이다. 연잎의 원리를 차용해서 방수벽돌을 만들었다. 이 벽돌을 설치한 빌딩은 평생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며 건물 전체가 방수가 된다.

 

바퀴벌레에게서는 더 큰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바퀴벌레는 공룡보다도 오래인 3억 년 전에 나타나 현재까지 형태도 거의 바뀌지 않고 생존하고 있다. 지구의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한 곤충이다. 바퀴벌레들은 인간과의 경쟁에서 언제나 이긴다. 어떤 과학 기술로도 바퀴벌레를 박멸하지 못했다. 바퀴벌레에게서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생존력? 아니다. 생태주의를 배워야 한다. 바퀴벌레는 오줌을 거의 배설하지 않고 미생물을 이용해서 몸 안에서 아미노산을 만들어 재생해왔다. 블라타 박테리움(Blattabacterium)이라는 기관을 이용해서 요산을 몸이 필요로 하는 아미노산으로 바꾼다. 1999년 에머리 시몬즈 등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의 4인 가족이 1년 동안 생활하기 위해서는 약 1800톤의 자원을 소비해야 한다. 이 막대한 자원이 최종 제품으로 바뀌는 것은 전체에서 7%에 불과하다. 내구성이 있는 제품들은 1% 정도다. 이 중에서 재생되는 것은 0.02%에 그친다. 자원의 99.98%는 폐기물로 버려지고 있다. 바퀴벌레 등 자연의 생물체들은 자원을 거의 낭비하지 않는다. 어떤 생물체의 배설물은 다른 생물체에게는 유용한 식량이 되기도 한다. 모든 자원의 재()이용률은 100%에 이른다. 인간은 자연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배워야 할 것이다. 바이오미미크리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유한한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200년 정도 발전시켜온 인간의 산업기술은 38억 년 이상 이어져온 생명체의 생존 기술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겸손하게 자연에게서 배우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생태주의는 인간에게 생존과 번성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황제펭귄의 공동체 의식과 식물의 희생, 자연의 섭리에서 배우는 바이오미미크리는 인류를 지속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친환경기술과 녹색성장은 바로 이러한 인식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자연의 지혜와 공존을 배우고 싶을 때 <생명이 자본이다>를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책 읽고 행복하시길.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 서진영 서진영 |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sirh@center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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