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Says
편집자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최근 뇌신경, 인지과학 등 다른 학문 분야의 가세로 커뮤니케이션은 점점 더 과학적인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학이 밝혀낸 커뮤니케이션 관련 최신 이론을 통해 개인과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소개합니다.
부자와 빈자, 권력자와 비(非)권력자는 부나 권력의 차이만큼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다르다. 최근 대통령, 기업인, 정당인, 사회운동가 등 많은 사람이 에티켓, 규범, 법 등 룰(rule)을 무시해 사회적 논쟁거리가 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 권력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방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포함한 공식일정을 무시한 지각 행동으로 외교적 결례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4월23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악수하는 ‘주머니 악수’로 매너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그림 1)
지난달 9일에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한 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 씨’로 호칭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어 같은 달 23일에는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부녀를 비난하면서 “애비나 딸이나”라는 표현을 사용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에티켓이나 규범을 무시하는 ‘룰브레이킹(rule-breaking)’에 대해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과학자들은 룰브레이킹이 권력욕의 지표라고 해석한다. 룰을 무시하는 배경은 ‘난 권력자라 타인의 반응에 개의치 않는다’라고 해석하려는 입장과 ‘아직 미성숙해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한 징표’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구분된다.
룰브레이커 = 권력자
과학자들은 이 두 가지 입장 가운데 ‘권력자라 타인의 반응에 개의치 않는다’라는 입장이 룰브레이커에게 강하다면서 ‘비례(非禮)’는 권력자의 징표이자 권력자로 인식되는 커뮤니케이션 행위라고 해석한다. 실제 권력과 룰브레이킹은 상관관계가 높다. 권력자는 룰브레이킹 성향이 높고 역으로 룰브레이킹을 할 경우 대중을 포함한 제3자는 룰브레이커(rule-breaker)를 권력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민이 아닌 타국에서 지각 행동을 한 것은 자국민에게 더욱 강력한 지도자로 간주될 수 있다. 외교적 관례를 무시할 정도로 당당한 지도자로 러시아 국민에게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주머니 악수를 한 빌 게이츠 회장은 타인의 반응에 개의치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설사 문제가 되더라도 우리나라의 상황에 익숙지 않아서라고 변명하면 된다. 유사하게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립자가 투자자 모임에 자유분방한 후드티를 입고 나온 것도 이 같은 성향의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분방하고 타인의 반응에 개의치 않는 성향이 세계적 기업으로 발전하는 데 원동력이 됐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부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권력자는 상대방을 배려하기보다는 자유분방한 커뮤니케이션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룰브레이킹은 권력 쟁취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행위다. 국내에서도 대통령에 대해 경칭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나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룰브레이킹을 통해 자신을 권력자로 인식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커뮤니케이션 행위다. 정치의 경우 어차피 반대파의 반응을 무시해도 응집력이 강한 지지파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당선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에티켓, 규범, 법과 같은 룰을 어기면서까지 반대파, 그것도 최고지도자를 거세게 공격하면 할수록 지지자의 강한 지원을 확보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룰 위반의 대가가 크고(costly), 쉽게 인지할 수 있는데다(visible), 의도적일 때(intentional) 룰브레이커의 권력욕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유난히 룰브레이킹이 성행하는 이유는 룰브레이킹이 권력 쟁취수단이기 때문이다. 2011년 김선동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것이나, 2009년 강기갑 의원의 소위 ‘공중부양사건’도 국민 대부분이 기억하는 돌출행위다. 즉,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행위면서, 그 대가가 크고, 누구나 알 정도로 돌출행위일 때 더 많은 권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정치에서는 룰브레이킹이 반대파를 위한 메시지가 아니라 지지자에 대한 메시지로 그들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그림 2)
우리나라처럼 정당 간의 경쟁이 극단적이고 지역성이 강할 경우 경쟁자를 거세게 공격하면 할수록 소속 집단 내부에서 사회적 지위가 제고되는 권력의 역설이 가능하다. 규범을 깨면 깰수록 권력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9대 국회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 가운데 20.06%가 전과자로 18대보다 늘어났다는 통계도 룰브레이킹 공식을 보여주고 있다. 법을 만드는 입법부를 룰브레이커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권력의 원천은 대중이다. 법이 권력자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대중이 선거를 통해 권력자를 결정한다. 룰브레이킹으로 여론, 즉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 권력이나 사회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권력을 갈구하는 사람은 룰브레이킹의 유혹에 빠진다. 실제로 지금까지 많은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지도자들이 ‘룰브레이커 = 권력자’라는 신화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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