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ic Communication
‘설화(舌禍)’
화장품을 뜻하는 게 아니다. 말로 인해 화를 입는다는 뜻이다. 원래 설화는 정치계나 연예계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설화의 주인공이 확대되고 있다.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기업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는 ‘갑’들의 설화가 두드러졌다.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막말 사건, 포스코 ‘라면상무’의 욕설 사건 등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다. 이 밖에 최고의 권력기관이라 할 수 있는 청와대 전 대변인의 인턴 성추행 사건도 나라를 들썩이게 했다.
이처럼 ‘갑의 횡포’로 인한 위기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나쁜 뉴스는 전파 속도가 빠르다. 예나 지금이나 힘 있는 자의 잘못은 대중에게 최고의 화젯거리다. 둘째, 죄질에 대한 구형(求刑)이 무겁다. 똑같은 잘못이라도 갑의 잘못에 대중은 더 크게 분노한다. 강호동이 말하지 않았던가? “연예인의 출연료가 높은 이유는 연예인으로서 겪어야 하는 불편함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마찬가지다. 갑이 힘을 갖고 있는 이유는 갑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적 행위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가 무너졌을 때, 대중의 분노는 그들이 느끼는 상실감의 크기만큼이나 커진다.
그렇다면 갑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당연히 ‘착하게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찌 그런가? 살다 보면, 바꿔 말해 기업 활동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지게 된다. 그렇지 않은가? 세상 그 누가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의 라면 하나 때문에, 3년 전 녹음파일 하나 때문에 멀쩡하던 회사가 위기에 빠질 거라 상상이나 했겠는가?
사건(위기)이 터졌을 때, 한마디로 물을 엎질렀을 때, 기업의 ‘진짜 내공’이 발현된다. 위기관리에 서툰 기업은 엎지른 물을 몽땅 뒤집어 쓴다. 대중은 그 기업에 ‘나쁜 기업’이란 주홍글씨를 낙인 찍는다. 반면 위기관리에 탁월한 기업은 엎지른 물을 최대한 티 안 나게 정리한다. 덧붙여 대중의 인식에 ‘(사건이 터져) 운은 없었지만 (위기상황에서도 바르게 행동한) 착한 회사’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킨다.자, 그렇다면 어떻게 위기 상황에서 운은 없었지만 착한 회사가 될 것인가? 위기관리에서 말하는 5가지 황금률(golden rule)을 기억하자.
1. 완벽함보다는 스피드가 핵심이다
위기 상황에서 침묵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정말로 모르기 때문이다. 위기에 빠진 회사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호떡집에 불 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동아건설(성수대교 시공사) 측은 사건발생 4시간이 지나도록 회사의 어떠한 공식적 입장도 내놓지 못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우리 회사가 만든 다리가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무너졌다고 가정해 보라. 과연 어떤 회사가 허둥대지 않겠는가? 그동안 시간은 흘러가고 나쁜 여론은 무서운 속도로 확대 재생산된다.
침묵하는 또 다른 이유는 소위 ‘신중론’ 때문이다. ‘여론을 좀 더 지켜본 후 대응하는 게 낫지 않을까?’‘괜히 나섰다가 완전히 죄인으로 낙인 찍히는 것 아니야?’라는 우려가 침묵을 부른다. 그러나 사건을 만든 당사자가 침묵하면 대중은 스스로 만든 음모와 부정적인 자료로 ‘정보의 진공(information vacuum)’을 채운다. 기자 출신 컨설턴트 윌리엄 홀스타인은 이러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당신이 상어에게 먹이를 주지 않으면 당신이 상어의 먹이가 될 것이다!”
청와대가 그랬다. 윤창중 전 대변인 사건이 터졌을 때 청와대는 조기 진화할 기회가 있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하는 순간이었다. 이때 대중과 여론은 대통령의 입장을 매우 궁금해 하며 뉴스를 지켜봤다. 하지만 대통령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만약 이때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하나, 국민께 염려를 끼쳐 죄송하다. 둘, 진상 파악과 조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 셋, 자세한 조치사항에 대해선 이후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말씀 드리겠다. 오해말자. 위기 상황에서의 첫 입장표명은 완벽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간단한 메시지를 통해 ‘정보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또 이번 위기에 대해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 위기상황이란 바꿔 말해 우리 조직의 평판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빠르게 자신의 메시지를 제시해 위기를 초기에 진압해야 해야 한다. ‘완벽함’보다는 ‘스피드’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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